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417화 (43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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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룡 칼리파의 비밀 (7)

언제였는지조차 알 수 없는 까마득히 먼 옛날.

존재하게 된 바로 그 순간부터‘파괴’와 ‘군림’은 마신 데이드몬을 만들어 낸 원동력이자, 그의 존재 이유였다.

칠흑같은 어둠의 심연 속에서 탄생한 데이드몬은 자신의 권능을 이용하여 마물들을 창조하였고, 그들에게 명령을 내려 수많은 크고 작은 차원계들을 파괴하고 정복해 왔다.

정복된 차원계는 마계의 일부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이러했다.

마계의 군대에 의해 정복당한 차원계들은, 일차적으로 마기에 의해 오염된다.

오염된 차원계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마계화’되어 가고, 종래에는 완연한 마계의 일부가 되어 버린다.

그렇게 마계의 일부가 되어 버린 차원계들은 데이드몬에 의해 고유 넘버를 부여받고, 마계의 구역 중 하나로 편입된다.

그리고 마계의 중앙 대륙을 중심으로 연결된 수많은 마계의 구역들이 바로 그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마계의 영역을 거침없이 넓혀 가던 데이드몬의 군대가 처음으로 정복 전쟁에 실패하게 되었다.

그것은 그냥 실패도 아닌, 완전한 대패였다.

데이드몬의 군대들이,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한 채 전부 몰살당한 것이다.

그리고 그 차원계가 바로 인간계였다.

데이드몬은 충격에 빠졌다.

-인간계라……. 이곳은 나보다도 강력한 ‘권능을 가진 자’들이 존재하는 차원계로군.

‘권능을 가진 자’라 함은, 차원계의 ‘신’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껏 데이드몬이 정복했던 차원계들 또한 신이 존재했었지만, 그 권능이 미천하여 데이드몬의 군대를 막지 못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계는 달랐다.

이미 오랜 세월 피조물들을 다스려 온 많은 신들이 제각각 데이드몬에 비견되거나 더 강력한 권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여 데이드몬은 생각했다.

-이제 정복 전쟁을 멈추고 마계를 통치하여, 저들보다 강력한 권능을 쌓아야 할 때로다.

신의 권능은 피조물들의 신앙에서 비롯된다.

피조물들이 그들의 신을 정성으로 섬길수록, 신의 권능이 더욱 강력해지는 것이다.

또, 신의 권능이 강력할수록 그가 다스리는 차원계의 피조물들이 더욱 고등한 영혼을 갖게 된다.

결과적으로 신이 통치에 힘을 쓸수록 차원계가 더욱 고차원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은 데이드몬은 억겁의 세월을 인내하며 마계의 통치에 힘을 쏟는다.

그 결과 저등하기 그지없었던 마계의 피조물들이 진화하기 시작했고, 종래에는 ‘마족’이라는 고등생물까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그대들의 신일지니, 나를 섬긴다면 그대들에게 강력한 힘을 허락하리라.

높은 지능을 보유한 마족들은, 마계를 더욱 빠르게 발전시켰다.

그들은 신의 존재를 인지하고 신을 믿기 시작하였으며, 덕분에 데이드몬의 권능은 더욱 강력해져 갔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겨 버렸다.

고차원적인 지능을 갖게 된 마족들은 파괴와 정복 이외의 수많은 감정들을 갖게 되었고, 새로운 ‘가치’들에 눈을 뜬 것이다.

그 결과 마계에 새로운 신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마계를 발전시켜 고위 차원계인 인간계를 정복하려 했던 데이드몬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발생해 버린 것이다.

-감히 너희들이 나의 권위에 도전하려는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새로 탄생한 여러 마신들은, 데이드몬에 비해 허약하기 그지없는 존재들이었다.

데이드몬의 권능이 태양이라면 그들의 권능은 반딧불에 불과했고, 그들은 결코 데이드몬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

-어찌 데이드몬 님을 거역하리까.

-앞으로도 마계를 이끌어 주소서.

하지만 데이드몬은 불안했다.

-지금이야 내가 이들을 통제할 수 있지만, 언제까지나 이럴 수 있다는 보장은 없으리라.

마계에 평화가 지속될수록, 파괴와 정복의 마신인 자신보다는 다른 마신들의 권능이 빠르게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여 데이드몬은 무리한 결정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또다시 인간계를 향한 정복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차원전쟁을 일으켜야만 파괴와 정복의 힘이 강해질 것이고, 그래야 자신이 마계의 최고신으로 계속해서 군림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계와 인접해 있는 차원계 중 가장 약체라고 할 수 있는 인간계는, 넘어야만 하는 하나의 산이었다.

데이드몬은 또다시 신탁을 내렸으며, 인간계를 향한 정복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전쟁이 바로 천 년 전에 있었던 차원 전쟁이었던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간계를 정복하리라!

과연 데이드몬의 군대는 이전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해져 있었고, 엄청난 선전을 하였다.

인간계의 수많은 피조물들을 파괴하였으며, 인간계를 서서히 정복해 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크하핫, 이제 인간계 정복은 시간문제로다!

하지만 그것은 데이드몬의 착각에 불과했다.

지금껏 인간계의 신들은 그저 관망하고 있었던 것이었고, 마계의 군대가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직접 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계의 신들은 뛰어난 인간 영웅들을 간택하여 자신이 가진 강력한 권능을 부여하였다.

또 몇몇 드래곤들로 하여금 자신의 대리자가 되게 하였다.

하여 강력한 힘을 갖게 된 영웅들이 반격을 시작했고, 마계의 군대는 또 한 번 정복 전쟁에 실패하게 된 것이다.

물론 데이드몬도 자신의 피조물들에게 권능을 부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신의 권능을 부여받은 존재는, 권능을 지닌 채 다른 차원계로 넘어갈 수 없다.

그것은 태초부터 있었던 질서이자 불문율.

만약 이 불문율을 어긴다면, 지고한 절대신으로부터 신격神格을 회수당할 것이다.

때문에 마계의 군대는 패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데이드몬은 상심했다.

이대로는 인간계를 정복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백 년 뒤, 데이드몬은 자신의 차원계 안에서 신기한 존재를 발견하게 된다.

그 존재란 바로, 신의 권능 없이 탄생된 돌연변이 마수들이었다.

-규격외의 존재라는 것이 실재할 수 있는 것이었다니!

그리고 데이드몬은 하나의 편법을 생각해 내기에 이르렀다.

그 편법이란 바로 ‘규격 외’의 존재에게 자신의 권능을 부여하는 것.

여기서 규격 외의 존재란 신의 권능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닌 ‘돌연변이’를 의미한다.

그리고 규격 외의 존재는 절대 신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들이라면 절대 신이 만들어 놓은 태초의 불문율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돌연변이 마수들을 만들어 낸 존재는, 인간계로부터 넘어와 반마가 된 ‘엘프’라는 종족이었다.

-후후, 인간계의 신들은 결국 그들이 만들어 낸 피조물에 의해 파멸을 맞이하게 되겠군.

‘엘프’라는 고등 종족인 ‘세르비안’은 뛰어난 지능과 탐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수백 년 동안 마수들을 연구하여 ‘마수 연성’이라는 금단의 비술을 창조해 내었고, 신의 권능을 벗어난 ‘돌연변이’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하여 데이드몬은 세르비안을 돕기 시작했다.

세르비안이 더 강력한 돌연변이를 탄생시킬 수 있도록 뒤에서 도운 것이다.

탄생한 돌연변이의 영혼의 그릇이 크면 클수록, 자신의 권능을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고위 마족들보다도 더 뛰어난 위격을 가진 존재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유리알같이 찬란한 비늘을 가진, 아름다운 순백의 드래곤.

데이드몬은 감탄했다.

용신 세카이토의 권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용족’의 위격을 가진 존재가 탄생한 것이었으니까.

-그래, 이 녀석이라면 충분하겠군.

데이드몬은 세르비안 몰래, 그 존재에게 자신이 내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권능을 부여했다.

그리하여 순백의 드래곤은 칠흑 같은 어둠으로 물들었으며, 온몸에 붉은 마기를 머금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존재가 바로…….

마룡 칼리파였다.

* * *

이안의 개인 영상을 중계하던 라오렌은, 갑작스런 기현상에 당황하고 말았다.

“어……?”

수십 발의 데스 메테오가 끌려 들어가 펑 터지는 기막힌 매드 무비가 만들어진 뒤, 피크라고 할 수 있는 최고의 분위기가 연출된 상황에서 갑자기 영상이 멈춰버렸기 때문이었다.

이안 일행이 퀘스트를 클리어 한 것은 분명한데, 어째서인지 모든 것이 멈춰 버렸다.

“이거 버그인가요? 어떻게 된 건지 혹시 아시는 시청자분 계신가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당황한 것은 라오렌뿐만이 아니었다.

-어, 저만 지금 멈춘 거 아니죠?

-ㅇㅇ 맞음. 제가 방금 확인하고 왔는데, 이안 파티 영상이 전부 다 멈춘 것 같아요.

-휴 다행이네. 나만 라이브 보다 끊긴 줄 알고 당황했잖아.

-그나저나 대체 뭐죠? BJ님 말처럼 버그인가?

-에이 설마, 카일란에 지금까지 없던 버그가 갑자기 생길 이유가 없잖음.

-아무래도 그렇죠? 그럼 무슨 이유지……?

그렇게 5분 정도가 흘렀을까?

기다리다 지친 시청자들이 조금씩 채널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에 라오렌도 중계를 종료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되기 시작했다.

‘어쩌지? LB사 고객 센터에 전화해서 어찌 된 일인지 알아봐야 하나?’

라오렌은 스마트폰을 들어, 고객센터의 번호를 눌렀다.

그런데 바로 그때, 멈춰있던 이안의 영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감겨있던 이안의 눈이 천천히 뜨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정지해 있던 모든 것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 움직였다.

그 누구도 이유를 알 수 없었던, 모든 것이 멈춰 버린 기현상.

하지만 당사자들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세상이 멈춰 있던 5분 동안 그들의 눈앞에는 숨겨져 있던 히든 스토리가 펼쳐졌으니까.

그러나 모든 스토리를 완벽히 이해한 것은 이안뿐이었다.

훈이를 비롯한 다른 파티원들은, 셀리파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으니까.

‘셀리파……. 역시 그 녀석이었군.’

히든 스토리 덕분에, 이안은 그동안 이유를 알 수 없었던 많은 사건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안이 세르비안에게 히든 클래스를 얻으면서 함께 받았던 보상인 ‘알 수 없는 마수의 알’.

이로서 그 알이 칼리파의 알이었던 게 확실해진 것이다.

마신의 권능을 부여받은 셀리파가 바로, 마룡 칼리파라는 게 밝혀졌으니 말이다.

‘마수연성술로 탄생한 칼리파가 아무 이유 없이 세르비안을 봉인시켰던 게 아니었어. 여기서부터가 바로 데이드몬이라는 마신 녀석의 뜻이었던 거로군.’

신화 등급의 마수를 연성해 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면서, 이안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이로써 해결되었다.

아니, 아직 해결된 것은 아니었지만, 원인을 알았으니 답도 찾을 수 있으리라.

퀘스트 초과 달성으로 발견하게 된 마신의 비하인드 스토리 덕분에, 생각지 못했던 비밀에 대해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만약 이 사실을 모르고 신화 등급의 마수를 연성했더라면, 세르비안처럼 꼼짝없이 데이드몬에게 마수를 가져다 바칠 뻔했군.’

더하여 소소한 카일란 세계관의 설정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수많은 마계의 구역들이 어떻게 해서 탄생하게 되었는지 말이다.

그리고 이안이 히든 스토리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멈춰 있던 퀘스트가 다시 진행되었다.

우우웅-!

커다란 공명음이 울려 퍼지며, 이안 일행의 눈앞에 있던 셀리파의 환영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하늘을 뒤덮고 있던 먹구름이 걷혀 나가며, 셀리파가 사라진 그 자리에 새하얀 빛이 내려앉았다.

이어서 협곡에 흐르는 바람을 타고, 청량한 한 줄기의 푸른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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