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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414화 (43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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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룡 칼리파의 비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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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파티의 프릴라니아 협곡 던전 공략 영상은, 순식간에 화젯거리가 되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처음에야 카일란 공식 커뮤니티에서만 방영되던 영상이었지만, 이 영상이 특별한 히든 퀘스트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일파만파 퍼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커뮤니티의 영상 랭킹 부동의 1위인 것은 물론, 여러 인터넷 방송 BJ들까지 이안의 영상을 중계하는 데 열을 올렸다.

특히 커뮤니티 영상 목록 순위는, 1위부터 4위까지가 전부 프릴라니아 협곡 영상이 되어 버렸다.

2위부터 4위까지, 각각 훈이와 레비아, 카노엘의 개인 영상이 순위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안 개인 영상의 트래픽이 다운되기 시작하자, 영상에 접속하지 못한 인원들이 자연스럽게 파티원인 다른 유저들의 영상으로 유입된 탓이었다.

그리고 꼭 이안의 개인 영상이 보고 싶은 유저들은, BJ들의 방송으로 접속하여 시청했다.

물론 BJ들 중에서도, 특별히 핫한 채널은 따로 있었다.

-아 저 시커먼 덩어리들의 정체를 아십니까, 여러분! 흑마법사 최강의 기술이라는 데스 메테오입니다!

-와 뭐지? 나 흑마법사 유전데 저런 기술 있는 거 지금 처음 알았어.

-그거야 너님이 허접이라 그런 듯. 데스 메테오를 모르다니; 저거 한때 엄청 유명했던 스킬인데.

-ㅇㅇ 맞음. 미국 서버 유저였나? 어떤 해외 서버 흑마법사 랭커 유저가 저걸로 드레이크 사냥하는 영상 올려서 떴었죠.

-라오렌 BJ님, 데스 메테오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찡이 님. 데스 메테오는 흑마법사 클래스에 현존하는 논 타깃 스킬 중 가장 DPS가 높은 스킬로서, 기본 계수 1,500퍼센트에 재사용 대기 시간이 1.5초밖에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기술이죠.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단점은…….

카일란 전문 BJ로 유명세를 탄 유저인 라오렌.

그는 220레벨 정도의 궁사로, 중상위권 정도의 랭킹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유저였다.

하지만 입담이 좋고 카일란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여, 카일란 BJ들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원래 그는 일반 BJ들처럼 여러 랭커들의 영상을 고루 중계해 왔었지만, 얼마 전부터 그의 채널은 로터스 길드 전용 채널로 바뀌었다.

지금으로부터 3개월 전쯤 로터스 길드에 영입되었기 때문이었다.

레벨은 가입 기준보다 많이 부족하지만, 길드의 마케팅을 위해 예외적으로 영입한 것이었다.

“흐, 역시 라오렌을 영입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어.”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응시하던 유현이, 탁자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홀짝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라오렌의 영입을 결정한 것이 자신인 만큼, 그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하자 기분이 더욱 좋아진 것이다.

“그 진성이 영상 전담하는 에디터가 ‘소진’이라고 했었나. 그분까지 영입해서 아예 전담 팀을 하나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카일란’이 게임업계에 등장한 직후.

막 성장하기 시작하고 있던 가상현실 게임 산업은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인지도 자체가 엄청나게 높아진 것이다.

게임의 기획적인 완성도부터 시작해서 차원이 다른 기술력까지.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것이, 단순한 게임을 넘어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카일란이 출범한 지도 이제 수년이 지난 지금, ‘카일란’이라는 게임이 갖는 파급력은 정말 어마어마해졌다.

카일란의 거대 길드 하나하나가 거의 중소 기업 수준의 힘을 갖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때문에 최근 카일란의 길드들은 그 시류에 맞춰 나가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유현이 BJ 라오렌을 영입한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이안’을 비롯한 수많은 랭커들을 보유한, 명실공이 카일란 한국 서버 최고의 길드인 로터스.

‘로터스’는 어느새 거대한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 있었고, 이 콘텐츠는 활용하기에 따라서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가장 쉬운 예를 들자면, 로터스 랭커들의 전투 영상들을 재가공하여 영상으로 방영하고, 거기에 들어가는 광고 수익만 가져올 수 있어도 어마어마한 이익이 생기는 것이다.

‘라오렌을 통해 시청자들의 니즈를 분석하고, 입맛에 맞는 영상들을 재가공해서 유통해야겠어. 길드 자금이 충분히 모이면, 그걸로 아예 로터스 전용의 채널을 하나 개설하는 것도 좋겠지.’

최근 들어 게이머를 넘어 사업가적인 마인드를 가지게 된 유현이었다.

그리고 유현의 이러한 변화는, 하린의 사업이 크게 성공하는 것을 보면서 생긴 것이었다.

“좋아, 이제 슬슬 다시 접속해 볼까?”

커피를 전부 마신 유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캡슐로 향했다.

점심을 먹은 뒤 1시간 정도 휴식을 즐겼으니, 다시 게임에 접속하여 전쟁에 참전할 시간이었다.

어둠의 군대는 무척이나 강했기 때문에, 추석 연휴라고는 해도 여유부릴 시간 같은 것은 없었다.

이안이 돌아올 때까지, 어둠의 군대에게 단 하나의 영지도 내어 줄 생각이 없었으니까.

* * *

마룡 칼리파는 덩치에 비해 무척이나 빨랐다.

때문에 굼벵이 기어가듯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데스 메테오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이안 일행을 비웃었다.

-저런 저급하고 조잡한 능력으로 나를 상대하려 들다니!

으르렁거린 칼리파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며 강하게 내뿜었다.

콰아아아-!

“……!”

이안조차도 듣도 보도 못한, 칼리파의 새로운 스킬이었다.

긴장한 이안의 시야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띠링-!

-마룡 ‘칼리파’의 고유 능력, ‘마령소환’이 발동합니다.

-칼리파의 40퍼센트만큼의 전투 능력을 가진 마령의 드래곤들이 소환됩니다.

-마령의 드래곤을 처치할 시, 칼리파의 생명력이 15퍼센트만큼 감소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기 무섭게, 보랏빛으로 일렁이는 다섯 마리의 작은 드래곤이 이안 일행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이안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이건 좀 곤란한데…….’

갑자기 생겨난 다섯 마리의 골칫덩이들.

칼리파 하나만 상대하기도 시간이 부족한 마당에, 화력을 집중시키기 어렵게 생겼으니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네.’

이안이 활을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정령왕의 심판을 꺼내어 들었다.

최대한 안전하게 플레이하려 했던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훈이가 이안을 향해 소리쳤다.

“형, 어떻게 할 거야? 나 계속 데스 메테오만 소환해?”

이어서 이안이 간결하게 대답했다.

“걱정하지 말고 시킨 거나 잘해!”

정령왕의 심판을 양손으로 단단히 거머쥔 이안이, 돌연 허공으로 도약했다.

타탓-!

그에 훈이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미친 형이 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사실 훈이는, 이안이 무슨 플레이를 하려는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최강의 공격력을 가진 정령왕의 심판을 직접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예 드래곤의 등에 올라타 근접 딜을 넣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무척이나 위험천만했다.

격렬하게 몸을 비틀며 날아다니는 드래곤의 등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난이도였기 때문이었다.

“형! 고소공포증 있다며!”

“괜찮아, 내려다보지만 않으면 돼!”

“…….”

어처구니 없다는 듯 한 표정을 짓는 훈이를 뒤로한 채, 이안은 소환된 마령의 드래곤의 등짝으로 몸을 날렸다.

탓-!

하지만 움직이는 드래곤의 등에 올라타는 것이, 말처럼 쉬울 리는 없었다.

이안이 등 위로 뛰어내리자마자, 드래곤이 허리를 비틀며 비행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키아아오!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기 그지없는 순간이었다.

정령왕의 심판을 역수로 틀어쥔 이안이, 드래곤의 등짝을 향해 창날을 강하게 찍어 내렸다.

콰콰콱-!

그러자 듣기 거북한 파열음과 함께 정령왕의 심판이 드래곤의 등에 틀어박혔다.

-‘마령의 드래곤’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마령의 드래곤’의 생명력이 379,809만큼 감소합니다!

경황이 없었던 만큼, 이안은 드래곤의 약점을 노리지 못했다.

때문에 ‘치명적인 피해’가 발동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37만이라는 어마어마한 대미지가 들어갔다.

활로 깨작깨작 공격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피해량이었다.

캬아아아악!

코통스러운지 흉포한 음성을 토해내는 마령의 드래곤!

드래곤은 이안을 떨어뜨리려 몸부림쳤지만, 그것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

등에 완벽히 안착한 이안은, 이미 한쪽 팔로 드래곤의 목을 휘감은 상태였으니까.

“읏-차!”

드래곤의 목을 왼팔로 완벽하게 휘감은 이안이 정령왕의 심판을 연달아 휘둘렀다.

쾅- 콰쾅- 쾅-!

그러자 어마어마한 대미지가 들어가며 허공에서 황금빛 번개가 연달아 떨어져 내렸다.

정령왕의 심판에 붙어 있는 고유 능력 중 하나인, 심판의 번개의 효과였다.

-‘마령의 드래곤’의 생명력이 587,982만큼 감소합니다!

-‘마령의 드래곤’의 생명력이 771,928만큼 감소합니다!

덩치가 거대한 칼리파였다면 불가능한 전투 방식이었겠지만, 마령의 드래곤의 크기는 기껏해야 이안의 세 배 정도.

때문에 목의 두께도, 한 팔로도 충분히 휘감을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캬아아오오!

연달아 들어오는 어마어마한 대미지에 당황한 마령의 드래곤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칼리파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그러나 생명력 게이지는 이미 절반 이하로 떨어져 깜빡이기 시작했다.

본인으로써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이안을, 칼리파가 처치해 주기를 바라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인지한 이안의 입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 * *

“어어, 이게 무슨 상황이죠?! 갑자기 이안을 태운 드래곤이 칼리파를 향해 날아가고 있습니다!”

작은 방 안에서, 한 남자가 목청이 터져나갈 듯 방송용 캠을 향해 소리쳤다.

그의 정체는 바로 BJ라오렌이었다.

몇 시간째 이안의 영상을 중계하고 있는 그였지만, 지치지도 않는지 아직까지 무척이나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라오렌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져 나갈 듯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건 너무 위험합니다! 드래곤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핀이나 뿍뿍이가 이안을 구해 낼 수도 없어요!”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친 라오렌은, 모니터에 올라오는 시청자들의 채팅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와, 이건 진짜 위기인 듯. 드디어 이안 게임 아웃되는 거 보는 건가?

-노노 그럴 리가 없죠. 우리 이안느님이 어떤 분인데 게임아웃이라뇨!

-님, 이거 완전 외통수인데, 그럼 저기서 어떻게 살아나온단 얘기임?

-그, 그건……! 이안 님이 아시겠죠!

-…….

-쯧, 이분들 덕력이 부족하시네. 이안느님 소환수들이랑 위치 바꾸는 스킬 있으신 거 잊었음 다들? ‘공간왜곡’ 쓰면 바로 살아나올 수 있을 듯.

-아, 그러네……!

-헐, 윗분 천재인 듯.

채팅을 슬쩍 읽은 라오렌은 상황을 중계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모니터를 뚫어져라 응시하기 시작했다.

‘공간왜곡이라……. 그 말도 일리는 있지만, 왠지 도망칠 것 같은 느낌이 아니란 말이지…….’

라오렌의 두 눈에 모니터 속 이안의 표정이 살짝 들어왔다.

그리고 그 표정은 당황하거나 겁에 질린 표정이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미소까지 베어 물고 있어,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대체 뭘 보여 주려는 걸까?’

라오렌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집어삼켰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이제 두 마리의 드래곤이 곧 충돌할 것이고, 그 순간 조금이라도 실수한다면 이안은 어마어마한 대미지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라오렌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펼쳐지기 시작한 탓이었다.

후우웅-!

갑자기 칼리파의 널찍한 등에 푸른빛이 일렁이더니, 새로운 소환수가 소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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