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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413화 (43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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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룡 칼리파의 비밀 (3)

* * *

“오오……! 뭐야, 이거 공중전이야?”

피시방 구석에서 의자를 뒤로 쭉 재낀 채, 군것질을 하며 모니터를 보고 있던 세미가 돌연 자세를 바로 하며 컴퓨터 앞으로 몸을 바싹 당겼다.

과자를 우물우물 씹는 세미의 두 눈이, 지금까지보다 더욱 반짝이기 시작했다.

“와, 이건 그냥 발 한번 헛디디면 끝이네?”

지금까지의 카일란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공중전을 벌일 만 한 던전은 여러 곳이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선택적 요소일 뿐, 아예 밟을 땅이 없는 이런 하드코어한 맵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공중전을 하다가도 바닥에 내려와 싸우기도 하고, 떨어지더라도 즉사할 수준의 높이는 아닌 맵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 이안 파티의 레이드 맵은 컨트롤 미스로 낙하하는 순간 그대로 사망할 게 분명한 높이였다.

세미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채팅 창을 열어 유저들의 반응을 확인해 보았다.

-와 ㅋㅋ 살 떨려서 저기서 어떻게 전투를 함?

-이거 칼리파한테 맞아 죽는 게 문제가 아니라 삐끗해서 낙사할 확률이 더 높을 것 같은데요?

-그러게요.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밟을 수 있는 지형이 몇 군데 보이기는 하네요.

-에, 어디요? 구름이 발아래 보일 정도로 까마득한 높이인데, 밟을 수 있는 지형이 어디 있어요?

-저 칼리파 주변에 조금 누런 금빛 나는 구름들 혹시 보이세요?

-아, 네. 보이네요.

-저 구름조각들은 밟아도 되는 지형이에요. 밟는 순간 사라지기는 하는데, 최소한 한 번 도약할 수는 있거든요.

-오, 그런 게 있어요?

-네. 대륙 동남부에서 할 수 있는 구름다리 퀘 해 보면 알 수 있는 정봅니다.

-이야, 이거 이러면 더 재밌겠는데?

채팅을 읽은 세미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건 뭐 거의 아케이드 게임 수준이네.”

밟으면 사라지는 황금빛의 구름조각.

아케이드 게임에나 등장할 법한 콘텐츠인 것이다.

잠시 본인이 저 맵에서 레이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몸이 부르르 떨린 세미였지만, 지금은 관전자 입장이었다.

때문에 갈수록 흥미진진할 뿐이었다.

* * *

-죽어라! 미천한 인간계의 피조물들이여!

콰르릉- 콰콰쾅-!

마룡 칼리파의 포효와 함께, 사방으로 강력한 기파가 뿜어져 나갔다.

맵 안에 있는 한 무조건 맞을 수밖에 없는 기의 파동.

직접적인 피해가 있는 광역 공격은 아니었으나, 치명적인 디버프를 거는 스킬이었다.

-마룡 ‘칼리파’의 고유능력, ‘데몬 폴루션Demon Pollution’이 발동합니다.

-지속 시간 동안 모든 마기 피해를 75퍼센트만큼 추가로 입습니다.

-지속 시간 동안 항마력이 30퍼센트만큼 감소합니다.

-지속 시간 동안 마기 피해를 입을 시 입은 피해량의 7퍼센트만큼의 피해를 15초 동안 지속적으로 입습니다.

-모든 효과는 15분 동안 지속됩니다.

이안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언데드와의 전투가 메인이라 생각하여 항마력 세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황인데, 어마어마한 디버프가 추가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속 시간도 15분이나 된다.

클리어까지 남은 시간이 17분대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디버프를 안은 채 전투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공격은 아예 맞지 말라는 소리군.’

이안의 시선이 포효하는 칼리파의 머리 위로 슬쩍 향했다.

-마룡 칼리파/Lv 500

역시나 500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의 레벨.

이런 디버프가 걸린 상황에서는, 꼬리치기만 맞아도 그대로 즉사할 수밖에 없으리라.

이안이 레비아를 향해 소리쳤다.

“레비아 님, 공격 버프 위주로 세팅해 주세요!”

그리고 그 말에, 레비아가 살짝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이 상황에서 공격 세팅을 하라고요? 그럼 우리 전부 한 방이면 사망할 거예요!”

“방어 버프 걸어도 똑같이 한 방이에요.”

“…….”

이안의 대미지 계산이 얼마나 정확한지 알고 있는 레비아는, 곧바로 수긍하며 버프를 전부 공격력 위주로 세팅하였다.

그리고 방어 버프 대신, 움직임을 빠르게 만들어 주는 최고 티어의 헤이스트 마법을 캐스팅하였다.

위이잉-!

-파티원 ‘레비아’의 고유 능력, ‘광휘의 칼날’이 발동합니다.

-앞으로 20분 동안, 모든 일반 공격의 피해량이 25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파티원 ‘레비아’의 고유 능력, ‘빛의 전사’가 발동합니다.

-앞으로 25분 동안, 모든 파티원의 공격력이 37.5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파티원 ‘레비아’의 고유능력, ‘바람의 여신’이 발동합니다.

-앞으로 17분 동안, 모든 파티원의 움직임이 22퍼센트만큼 빨라집니다.

모든 버프가 세팅되자 이안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왕 방어력를 완전히 도외시한 세팅을 하였으니, 최대한 공격적으로 움직여 볼 요량이었다.

“공격이야말로 최선의 방어지.”

일반적인 RPG게임의 경우, 피격당한다고 해서 움직임이 제한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쉽게 말해 피격을 당하는 와중에도 역동작이 걸리지 않아, 맞는 것과 별개로 공격을 계속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카일란은 달랐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충격을 받으면 받는 만큼 몸이 밀리고 휘청하게 된다.

그리고 균형이 흐트러진 상황에서, 적에게 공격을 성공시키는 것은 당연히 훨씬 어려웠다.

때문에 이안의 중얼거림처럼, 공격 또한 하나의 방어 수단이 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드래곤의 꼬리가 날아들 때 몸통에 강한 충격을 주면 그 궤도를 비틀어 버릴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덩치가 거대한 칼리파의 경우, 어지간한 공격에는 몸체가 흔들리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훈이, 너는 언데드 뽑을 생각하지 말고 뒤에서 지원사격이나 최대한 해 줘! 형이 어그로 다 먹을게!”

그에 훈이가 삐죽거리며 대꾸했다.

“어차피 공중에서 소환할 수 있는 소환수도 없거든!”

레이스와 같은 유령 형태의 언데드야 허공에서도 소환할 수 있겠지만, 그런 류의 언데드들은 보스 레이드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하급 언데드들 뿐이었다.

공중에서도 전투할 수 있는 언데드 중 최상위 티어인 ‘고스트 드래곤’이라는 녀석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고스트 드래곤을 소환할 수 있는 흑마법사는 아무도 없었다.

때문에 훈이가 할 수 있는 것은, 각종 저주 마법과 함께, 단일 타깃의 공격 마법을 구사하는 것뿐이었다.

일반 마법사들의 화력보다는 조금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도움은 될 것이었다.

뿍뿍이의 등을 박차고 허공으로 도약한 이안이, 연신 화살을 쏘아 내며 칼리파를 도발했다.

“그 둔한 몸으로 날 한 대라도 맞출 수 있겠냐, 돼룡아!”

그리고 이안으로부터 충격적인 인신공격(?)을 당한 칼리파가, 눈을 부라리며 이를 드러내었다.

-인간, 네놈부터 씹어 먹어 주마! 크아아오!

칼리파의 입에서 붉은 불꽃이 일렁인다.

얼핏 보면 드래곤 브레스가 발동될 때와 비슷해 보이는 이펙트.

하지만 칼리파와 이미 전투해 본 경험이 있는 이안은, 이 이펙트가 다른 스킬의 발동 효과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콰아아아-!

이내 칼리파의 입에서 붉은 섬광이 쏘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브레스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이안을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브레스보다 타격 범위는 현저히 제한적이었다.

치이이익-!

붉은 광선이 지나간 자리에 있던 구름들이 새빨갛게 타오르며 사라져 갔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공격 반경을 예측하고 있던 이안은 너무도 손쉽게 칼리파의 공격을 피해 내었다.

타탓-!

이안은 가벼운 발놀림으로 허공으로 뛰어올라 또다시 세 발의 화살을 쏘아 냈다.

피핑-!

화살은 여지없이 칼리파의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마룡 ‘칼리파’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마룡 ‘칼리파’의 생명력이 47,980만큼 감소합니다!

-마룡 ‘칼리파’에게…….

그리고 칼리파는, 더욱 분노한 표정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쥐새끼 같은 놈! 용서치 않으리라!

분노한 칼리파가 육중한 몸을 허공에서 크게 비틀었다.

그러자 기다란 칼리파의 꼬리가 커다란 궤적을 그리며 이안을 향해 쇄도해 온다.

쐐애애액-!

파공음만으로도 그 파괴력을 짐작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꼬리치기 공격.

하지만 빛의 속도로 쏘아지는 마력 광선도 예측하여 피해 낸 이안이, 뻔한 경로로 날아드는 꼬리치기를 맞아 줄 리 만무했다.

탓-!

뿍뿍이의 등에서 뛰어내려 핀의 등에 올라타며, 완벽하게 칼리파의 공격을 무효화시킨 것이다.

물론 허공에서 체류하는 시간에도 이안의 두 손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피핑- 핑-!

-마룡 ‘칼리파’의 생명력이 49,514만큼 감소합니다!

-마룡 ‘칼리파’의 생명력이 57,245만큼 감소합니다!

그리고 거의 곡예에 가까운 이안의 움직임을 본 훈이가 공격마법을 캐스팅하며 혀를 내둘렀다.

“진짜 저 형은, 게임을 위해 태어난 형인 것 같아.”

모든 공격을 피해 내며 자신의 공격은 전부 명중시키는 이안.

이것은 그야말로 최고의 시나리오였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활을 사용할 때 나오는 이안의 원거리 DPS가 심각하게 약하다는 점이었다.

500레벨의 레이드 보스인 칼리파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간지러운 수준의 대미지인 것이다.

게다가 뿍뿍이나 핀의 공격 스킬들 또한 대부분 광역공격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니, 소환수들의 딜도 크게 기대할 수준이 되지 못했다.

뿍뿍이의 브레스야 강력하지만, 제한 시간 동안 한두 번 사용하는 것이 고작이니 말이다.

‘크르르라도 핀한테 태워서 DPS를 올려야 하나……?’

여러 가지 방책을 생각해 봐도 딱히 마땅한 대책은 없는 상황.

주력 딜은 결국, 훈이가 해 줘야만 할 것 같았다.

이안이 뒤편으로 시선을 돌리며 훈이를 향해 소리쳤다.

“훈아, 제일 큰 걸로 가자! 크고 묵직한 거!”

그에 훈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제일 큰 게 뭐야?”

“있잖아, 그거! 데스 메테오Death Meteor!”

“……?!”

데스 메테오는 훈이가 가지고 있는 논 타깃 공격 마법 중 가장 파괴력이 강한 마법이었다.

이름만 봐서는 마법사 클래스의 광역 공격기인 메테오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데스 메테오.

하지만 이 스킬은, 마법사의 메테오와는 완전히 성격이 다른 스킬이었다.

하늘에서 운석을 소환하는 메테오와는 달리, 발동 즉시 지팡이의 끝에서 작은 어둠의 운석이 소환되어 대상을 향해 쇄도하는 방식의 논 타깃팅 공격 스킬이었던 것이다.

캐스팅 시간도 무척 짧을뿐더러, 재사용 대기 시간도 짧아서 연속으로 발동시킬 수 있다.

스킬 발동 방식으로 비교하자면, 메테오보다 오히려 파이어볼이나 아이스 블레스트 같은 스킬과 비슷한 느낌의 스킬이었다.

파괴력도 어마어마한 데다 연속적으로 발동시킬 수 있으니, 극딜을 뽑아 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제격인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걸 어떻게 맞추라고!”

이 데스 메테오는, 맞추기가 무척이나 까다롭다.

투사체의 속도가 엄청나게 느리기 때문이다.

처음 운석을 소환하면 정말 굼벵이 기어가는 속도로 움직이다가, 갈수록 가속이 붙어 빨라지는 특이한 방식의 논 타깃 스킬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강력한 파괴력에도 불구하고, 실전에서 이 스킬을 활용하는 흑마법사는 잘 없었다.

그러나 이안이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데스 메테오를 주문했을 리 없었다.

“설명할 시간 없으니까 일단 캐스팅 해!”

“아, 알겠어! 연속으로?”

“그냥 마력 고갈될 때까지 계속 소환해!”

평소에는 이안의 말에 투덜대는 훈이였지만, 전투 상황에서만큼은 예외였다.

의문점이 생기더라도 일단 이안의 오더에는 착실히 따랐다.

그것은 지금까지 수많은 전투를 함께해 오면서 생긴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콰아아아-!

훈이의 칠흑빛 완드 끝에서 강렬한 어둠의 기운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이어서 잠시 후, 그 앞에서 거대한 어둠의 구체가 생성되었다.

고오오오-!

그리고 멀찍이서 그 모습을 본 레비아가 살짝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날렵하게 움직이는 칼리파가 도무지 저 굼벵이같은 데스 메테오를 맞아 주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안이 계속해서 어그로를 끄는 동안, 훈이는 데스 메테오만을 계속해서 생성해 내었다.

그렇게 하나둘 쌓이기 시작한 어둠의 구체는, 잠시 후 열 개도 넘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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