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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412화 (431/1,027)

< (5). 마룡 칼리파의 비밀 -2 >

*          *          *

이안의 스승이자 마수연성술의 창시자인, 엘프 최초의 반마 세르비안.

항상 조용하기 그지없었던 그의 연구소는, 최근 많은 인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안으로 인해 마수연성술의 존재가 알려졌고, 세르비안의 연구소에서 마수연성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소환마 유저들이 세르비안의 연구소를 찾았고, 자신이 포획해 온 마수들을 연성하여 더 높은 등급의 마수를 연성해 내고자 노력했다.

마수연성에 들어가는 비용이 결코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인기는 식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소환마들에게 있어서 한 등급 높은 마수의 존재는, 전투에 어마어마한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 많은 마족 유저들이 세르비안의 연구소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안처럼 마수 연성술사 라는 히든 클래스를 얻어 간 유저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 중 누구도 세르비안의 눈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크흠, 이안이었다면 여기서는 이렇게 했을 텐데 말이지.]

[역시 이 녀석도 열정이 부족해. 나의 제자 이안이었다면, 능력치를 하나하나 비교해 보며 가장 훌륭한 개체를 찾아내었을 텐데 말이야.]

시간이 지나도 마음에 드는 인재가 나타나지 않자, 세르비안은 결국 새로운 제자를 들이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오래도록 쉬고 있었던, 신화등급 마수연성에 대한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세르비안의 연구는, 과거 칼리파를 연성했을 때의 기록서에서 문제점을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크흐음. 분명 나의 이론은 틀리지 않았어……. 그렇다면 연성 과정에서 실수를 했던 것일까?”

과거 마룡 칼리파를 연성했을 때, 어째서 제어할 수 없는 괴물이 탄생했었는지.

세르비안은 아직도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아내기 전까지는, 다시 신화등급 마수연성에 도전할 수 없었다.

또다시 칼리파와 같은 존재가 탄생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재앙이었으니 말이다.

“연성의 마지막 과정에서 생겨났던 검붉은 기류. 그 의문의 힘의 정체를 찾아내야만 해.”

칼리파를 연성하던 마지막 과정에서, 갑자기 연성마법진을 휘감으며 빨려 들어갔었던 정체불명의 기운.

그 기운에 대한 답을 찾아야만, 또 다시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었다.

마수연성 기록서를 들여다 보는 세르비안의 눈빛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더욱 진지해졌다.

*          *          *

띠링-!

[모든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마룡 칼리파의 결계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프릴라니아 협곡 마지막 구역이 오픈되었습니다.]

[‘마룡의 제단’으로 입장합니다.]

[최종 클리어까지 남은 제한 시간 - 00:19:24]

길고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던 프릴라니아 협곡이, 드디어 그 끝을 보였다.

그리고 그 마지막 구역에는, 새하얀 빛을 내뿜는 거대한 원형 포탈이 열려 있었다.

이어서 지금껏 이안을 안내하던 그린 드래곤 레리카가, 이안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의 눈빛에는, 무한한 존경이 담겨 있었다.

“부디 칼리파를 몰아내시어, 신성한 드래곤의 대지에 다시 활기를 가져와 주시길…….”

레리카의 말에, 이안은 살짝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뭐야, 설마 칼리파랑 싸워야 하는 거야?’

차원전쟁의 최종보스였던 칼리파.

그의 어마어마한 힘을 떠올린 이안의 등에서, 한 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 안쪽에, 칼리파가 있는 겁니까……?”

그에 레리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마스터. 허나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부드럽게 미소지은 레리카가, 이안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 손에는, 마치 여의주처럼 생긴 새하얀 구슬이 들려 있었다.

“용신, 세카이토님의 가호가 함께 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안은 레리카의 손에 들린 구슬을 받아 들었다.

그러자 한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다.

[‘진실의 눈’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진실의 눈……? 이게 용신의 가호랑 무슨 관련이 있는 거지?’

이안은 ‘진실의 눈’ 이라는 아이템의 정보창도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었고, 잠시 숨을 고르며 정비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때문에 조금도 지체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때문에 간단히 훈이와 레비아를 한 번씩 응시하여 눈빛만을 빠르게 교환한 이안은, 망설임 없이 포탈 안으로 걸음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이안이 포탈 안으로 들어가자, 나머지 일행 또한 망설임 없이 그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새하얗게 변했던 이안 일행의 시야가, 또 다시 나선형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          *          *

‘으아아악!’

이안은 비명을 질렀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이안이 비명을 지른 이유는 간단했다.

포탈 바깥의 광경이 너무 끔찍(?)했기 때문이었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창공에 소환된 이안의 파티.

까마득한 아래로는 수 많은 마룡과 드래곤들이 뒤엉켜 있는 프릴라니아 협곡의 모습이 보였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이안에게는 충분히 끔찍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허공에 소환된 이안의 파티는 몸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였다.

AI의 통제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상황을 파악한 뒤에야 겨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이안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AI의 통제를 받더라도, 시야는 움직일 수 있었다.

‘휘유, 그나저나 대체 왜 공중에 소환된 건데? 공중전이라도 해야 되는 건가?’

한 차례투덜거린 이안은 다시 위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 곳에는, 두 마리의 거대한 드래곤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검붉은 비늘을 가진 흉포한 마룡인 칼리파와, 무척이나 낯익은 외형을 가진 한 마리의 드래곤.

그는 다름 아닌, 전쟁의 신룡 카르세우스였다.

그리고 카르세우스의 등 위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 하나가 올라 타 있었다.

이안은 노인의 정체 또한 알 수 있었다.

‘드래곤 테이머……. 오클리!’

과거 이안이 두 자릿 수 레벨이던 시절, 봉인된 카르세우스의 영혼석을 이안에게 쥐여 준 바로 그 장본인.

오클리의 모습을 오랜만에 본 이안은 무척이나 반가운 표정이 되었다.

‘그럼 지금 이 광경은, 당시 오클리가 말했었던 프릴라니아 협곡의 전투겠군.’

역사대로 영상이 흘러간다면, 이 전투에서 카르세우스는 패배할 것이다.

‘그리고 크루피아 설산의 지하에 있는 비동으로 도망쳐 숨어들겠지’

하지만 오클리는 마룡들의 추적을 따돌리지 못했고, 결국 비동의 지하에 자신과 카르세우스의 영혼을 봉인하고 만다.

그 봉인되었던 카르세우스가 지금 이안과 함께 있는 것이고 말이다.

그리고 이안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멈춰있던 퀘스트가 다시 진행되기 시작했다.

[하찮은 인간 따위가, 감히 나의 뜻에 맞서려는가!]

칼리파의 포효에, 오클리가 지팡이를 치켜들며 호통을 친다.

[이곳은 수천 년을 이어 내려온 우리들의 터전이다. 네놈이 아니라 마신이 오더라도, 우리는 물러설 수 없느니라!]

[감히……!!]

분노한 칼리파와 오클리를 태운 카르세우스가 격돌하기 일보 직전의 상황.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모든 것이 정지하며 이안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프릴라니아 최후의 전투’ 임무가 발동됩니다.]

[드래곤 테이머와 신룡 ‘카르세우스’를 도와, 마룡 칼리파를 물리치십시오.]

[드래곤 테이머나 카르세우스 중 하나라도 사망할 시, 퀘스트에 실패하게 됩니다.(유저의 사망도 퀘스트 실패로 간주합니다.)]

[임무에 성공하면, 다음 임무로 이어집니다.]

[최종 클리어까지 남은 제한 시간 - 00:18:12]

그리고 시스템 메시지를 읽어 내려간 이안은, 순간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어, 저기 있는 카르세우스를 도우라고? 그럼 내 소환수 카르세우스는 어떻게 되는 거지? 카르세우스 두 마리가 싸우게 되는 건가?’

하지만 이안의 생각을 듣기라도 한 듯, 시스템 메시지가 추가로 떠오르며 의문을 해소시켜 주었다.

[스토리 진행상의 이유로, 퀘스트가 끝날 때 까지 소환수 ‘카르세우스’를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그제야 이안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역시 그렇군.’

이어서 한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추가로 떠올랐다.

[앞으로 5초 후, 전투가 다시 시작됩니다.]

메시지를 읽은 이안은, 빠르게 지형을 살피며 소환수들을 소환할 준비를 마쳤다.

특수한 공간으로 빨려 들어오며 모든 소환수들이 역소환 되었지만, 다행히 라이를 제외하고는 모든 소환수들의 소환 대기 시간이 없는 상태였다.

‘어차피 공중전이 될 테니, 빡빡이나 할리는 쓸 수도 없겠군.’

그리고 인벤토리를 확인한 이안이 입맛을 다셨다.

신화등급의 대궁인 ‘마신의 분노’는, 강화까지 싹 끝내 놓았음에도 아직까지 착용조건을 갖추기 못했기 때문이었다.

명성 1500만이야 채운 지 오래였지만, ‘노블레스’ 등급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공중전이기에 어쩔 수 없이 활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

‘이번 퀘스트 끝나고 나면, 리치 킹 잡기 전에는 마왕을 찾아가야겠어. 릴리아나나 레카르도 중에 하날 찾아가서 노블레스 승급부터 시켜달라고 해야지.’

이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원래 사용하던 전설등급의 대궁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그 때, 전장을 향해 다시 시선을 옮긴 이안의 두 눈이 크게 확대되었다.

카르세우스의 위에 타고 있던 오클리가, 어느새 다른 인물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인물은, 이안조차도 잘 알고 있는 ‘유저’였다.

‘노엘이……?’

그리고 그 순간, 5초의 시간이 지나가며 전투는 다시 재계되었다.

이안과 훈이는 서둘러 소환수를 소환해야 했다.

빠르게 소환수를 소환하여 타지 않는다면, 협곡 바닥으로 추락하여 낙사하고 말 것이었으니까.

물론 날개가 있는 레비아나 밀로스, 루가릭스는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

“뿍뿍이 소환!”

“하르가수스, 소환!”

이안이 가장 처음 소환한 소환수는 뿍뿍이였으며, 훈이는 하르가수스를 소환하여 탑승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이안이 소환한 뿍뿍이가, 거북의 모습으로 소환된 것이었다.

이안의 엉덩이가, 어비스 드래곤의 널찍한 등 대신 거북의 등껍질 위에 올라탄 것.

당황한 이안이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야, 뿍뿍! 빨리 폴리모프 풀어!”

“알겠뿍!”

후우웅-!

추락하기 직전에 어비스 드래곤의 위에 올라탄 이안은, 빠르게 허공으로 솟구쳐 카르세우스의 옆까지 다시 날아올랐다.

그리고 이안을 발견한 카노엘이 반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안형! 이거 어떻게 된 거야?! 형이 여길 어떻게 왔어?”

하지만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이안을 향해 마룡 칼리파가 달려든 탓이었다.

크아아오오!!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날렵한 움직임을 보이는 마룡 칼리파!

가까스로 그의 공격을 피해 낸 이안이, 빠른 동작으로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나도 몰라 인마! 일단 싸우기나 해!”

이어서 이안의 장기인, 속사가 시작되었다.

핑- 피핑- 핑-!!

최고의 정확도를 자랑하는 이안의 화살은, 정확히 칼리파의 약점에 박혀 들어갔다.

작은 물체도 정확히 맞추는 이안에게,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칼리파를 맞추는 것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던 것이다.

그렇게 이안의 공격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칼리파 레이드’가 시작되었다.

(고대의)카르세우스를 탑승한 카노엘과 뿍뿍이를 탑승한 이안.

어둠의 드래곤 루가릭스를 탑승한 훈이와 하얀 광휘를 뿜어내고 있는 레비아가 레이드 파티의 구성원이었다.

처음에는 하르가수스를 탑승했던 훈이였지만,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수는 없는 하르가수스의 특성 때문에 루가릭스의 등 위로 옮겨 탄 것이었다.

그리고 이 전투는, 카일란 역사상 최초로 이루어진 100% 공중전 레이드였다.

< (5). 마룡 칼리파의 비밀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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