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마신의 신탁 -3 >
* * *
급작스럽게 떠오른 퀘스트 알림.
그리고 연이어 떠오르는 경고 메시지.
[주의! 10초 안에 협곡을 벗어나지 않으면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퀘스트가 시작된 뒤에는, 협곡을 나갈 수 없습니다!]
[주의! 9초 안에 협곡을 벗어나지 않으면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퀘스트가 시작된 뒤에는, 협곡을 나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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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게 점멸하는 경고 메시지가 이안 일행에게 압박을 주었지만, 그 누구도 협곡 바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사실 그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적어도 위험요소가 있다 하여 히든 퀘스트를 마다할 인물은, 이 파티에 없었으니까.
이안이 씨익 웃으며 훈이와 레비아를 번갈아 응시했다.
“나갈 사람, 없죠?”
그리고 레비아와 훈이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당연한 걸 묻고 있어 형은. 보나마나 히든퀘일텐데, 한 숟갈 얹어야지.”
두 사람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10초의 시간은 지나갔고, 일행의 눈 앞에는 퀘스트 창이 펼쳐졌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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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룡의 잔재 (히든 퀘스트) (연속형 퀘스트)-
말라카대륙의 북동쪽, 프릴라니아 협곡.
드래곤들의 성지이자 고향과도 같은 곳인 드래곤 빌리지는, 마룡들에 의해 파괴된 뒤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었다.
살아남은 몇몇 드래곤과 드래곤 테이머들이 빌리지를 재건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들의 힘으로는 협곡 전체를 억누르고 있는 마룡의 잔재를 이겨낼 수 없었던 것이다.
마룡 칼리파가 마계로 돌아가기 전, 프릴라니아 협곡에 강력한 저주를 걸어놨기 때문.
하지만 이제, 인간계의 영웅들에 의해 마룡 칼리파는 제거되었다.
때문에 그의 결계 또한 약해졌고, 드디어 결계를 깨부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지금 인간계에 남은 마지막 드래곤 테이머가, 이 드래곤 빌리지를 재건하려 한다.
그는 용신의 허락을 구했고, 그로부터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그가 권능을 빌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룡의 잔재를 걷어내는 데 실패한다면, 용신 세카이토는 분노할 것이다.
드래곤 테이머를 도와 프릴라니아 협곡을 정화하자.
퀘스트 난이도 : SSS
퀘스트 조건 :
‘드래곤 테이머’ 클래스인 유저.
(퀘스트 발동 조건입니다. 퀘스트가 발동되었을 시, 프릴라니아 협곡 안에 있는 모든 유저들이 퀘스트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제한 시간 : 80분
보상 - 처치한 어둠의 군단의 숫자에 비례하여 달라집니다. (명성과 경험치 획득.)
* 전투 중 사망 시, 퀘스트에 실패합니다.
* 거부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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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창을 찬찬히 읽고 난 이안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음……? 용신 세카이토의 축복이라고? 그래서 드래곤들이 버프를 받은 건가……?’
퀘스트의 내용은 어렵지 않았다.
그 마룡 칼리파가 남긴 ‘결계’ 라는 것이 어떤 종류일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대충 짐작 가는 것도 있었다.
‘제한시간 80분이라……. 어쩌면 과거 용신의 탑에 잠입했을 때 처럼 타임어택 방식일지도.’
하지만 전혀 뜻을 알 수 없는 부분이 하나 있었으니, ‘히든 퀘스트’ 옆에 쓰여 있는 ‘연속형 퀘스트’라는 문구였다.
이것은 이안조차도 처음 보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이안은 여유로웠다.
‘퀘스트를 시작해 보면 알게 되겠지.’
이안 일행은 긴장한 채, 당장이라도 전투를 할 수 있도록 상태를 점검했다.
그리고 잠시 후, 세 사람의 시야가 회오리치며 일그러졌다.
마치 공간을 휘저어놓은 듯,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진 풍경.
일그러진 시야는 금방 다시 펼쳐졌고, 일행의 시야에는 다시 프릴라니아 협곡이 들어왔다.
하지만 같은 프릴라니아 협곡일 뿐.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은 완벽히 달랐다.
고요하기 그지없었던 협곡이, 지옥도로 변해있었던 것이다.
협곡의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 * *
[나약한 인간계의 드래곤들이여! 내 앞에 모두 무릎 꿇을 지어다!]
붉게 물든 하늘과, 그 위에 떠 있는 시커먼 구름들.
새빨간 번개가 내려치는 협곡의 하늘에, 거대한 드래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날카로운 돌기가 비늘 전체에 돋아 있는 흉악스러운 마룡의 모습.
그는 무척이나 낯익은 실루엣을 가진 드래곤이었고, 구체적인 생김새를 확인하지 않았음에도 이안은 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마룡 칼리파로군.’
완벽히 바뀌어버린 프릴라니아 협곡의 풍경 아래, 이안과 훈이, 그리고 레비아가 비장한 기세로 서 있다.
하지만 이안 일행은 움직일 수 없었다.
AI에 의해 통제되며 퀘스트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안 일행이 할 수 있는 것은 관전 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 놓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지금은 퀘스트가 시작되기 직전이었고, 그렇다면 퀘스트를 성공시키기 위한 단서를 관전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얻어야하기 때문이었다.
쿠쿵- 쿠쿠쿵-!
여기저기 진동음이 울려 퍼지더니, 부분 부분 무너져 내리는 협곡의 절벽.
그리고 이안 일행의 바로 앞에, 목덜미에서 피가 철철 흘러 넘치는 그린 드래곤 하나가 곤두박질 쳐 내려왔다.
쿵-!
“크으윽…! 용신님께서 내리신 성스러운 힘을, 마기 따위로 더럽히다니!”
이어서 쓰러진 그의 앞에, 칼리파와 비슷한 형태의 비늘을 가진 드래곤 한 마리가 내려앉았다.
그리고 이안은, 그 드래곤을 면밀히 살핀 뒤 의아함을 느꼈다.
‘데빌드래곤이랑 비슷한 외형이기는 한데……. 뭔가 훨씬 거대하고 강력해 보이는군.’
흉포하게 생긴 드래곤이, 그린드래곤의 앞으로 다가서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크르륵, 오직 마룡 칼리파님만이 우리들의 절대자일 뿐. 존재조차 불분명한 용신이라는 작자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데빌드래곤의 말에, 그린드래곤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이 드래곤 빌리지가 바로, 용신님께서 존재하신다는 증거. 용신님은, 하찮은 네놈 따위가 함부로 입에 올릴 존재가 아니시다!”
“후후, 그렇다면……. 이 드래곤 빌리지를 파괴하면 되겠군.”
크아아아오-!
데빌드래곤이 허공을 향해 입을 쩍 벌린 채 포효했다.
그러자 그의 입으로, 시커먼 기운이 빨려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순간!
띠링-!
이안 일행의 눈 앞에 새로운 시스템메시지가 떠올랐다.
[첫 번째 임무, ‘그린 드래곤 레리카를 보호하라!’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붉은 눈의 마룡’을 빠르게 처치하여, 레리카를 보호하십시오.]
[그린 드래곤 레리카가 사망할 시, 퀘스트에 실패하게 됩니다.]
[임무에 성공하면, 다음 임무로 이어집니다.]
[최종 클리어까지 남은 제한 시간 - 01:19:59]
이안의 두 눈에 이채가 어렸다.
‘연속형 퀘스트 라는 게 이런 의미였나?’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안 파티를 지배하고 있던 AI의 힘이 풀려나가며 통제권이 돌아왔다.
이어서 이안과 훈이가 동시에, 다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레비아님, 쉴드!”
“누나! 브레스 막아요!”
‘붉은 눈의 마룡’이 뿜어 낼 브레스를 막아야, 그린 드래곤 레리카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안과 훈이의 입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이미 레비아는 ‘천신의 가호’를 캐스팅 하고 있었다.
사제 랭킹1위라는 타이틀을 가진 최고의 서포터 답게, 그녀의 판단은 정확하고 빨랐다.
우우웅-!
새하얀 빛의 방막이 허공에서부터 내려앉더니, 레리카의 주위를 견고히 감쌌다.
이어서 그 위로, 마룡의 브레스가 작렬했다.
콰쾅- 콰콰쾅-!
검붉은 빛깔을 띤 강렬한 용의 숨결!
브레스가 쉴드에 의해 와해되자, 당황한 마룡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쥐새끼 같은 놈들이 숨어 들었군.”
날카로운 어금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마룡.
이안과 훈이가 동시에 하르가수스를 소환하며 마룡에게로 달려들었다.
물론 훈이의 하르가수스에는, 훈이가 아닌 데스 나이트가 탑승해 있었다.
이안은 정령왕의 심판을 날카롭게 세우며, 카르세우스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카르세우스, 공간 차단!”
“알겠다, 주인.”
그러자 빠르게 본체로 현신한 카르세우스가, 쏜살같이 날아 마룡의 퇴로를 차단했다.
“크아아! 죽어라 이놈들!”
분노한 마룡이, 고막이 울릴 정도로 쩌렁쩌렁하게 울부짖으며 거대한 꼬리를 휘둘렀다.
후우웅-!
하르가수스를 타고 허공에서 달려드는, 이안을 노린 공격.
하지만 이안은 예측했다는 듯, 하르가수스의 고유능력을 발동시켰다.
“하르가수스, 강하!”
쏴아아-!
강하 고유능력이 발동하자마자, 하르가수스의 주변으로 시커먼 기류가 흘러넘친다.
강하가 발동할 때 생기는 찰나지간의 무적 이펙트!
완벽한 타이밍에 맞부딪힌 마룡의 꼬리는, 시커먼 기류에 막혀 그대로 퉁겨 져 나갔다.
“……!!”
자신의 꼬리치기가 맥 없이 튕겨 나가자, 당황했는지 마룡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그리고 훈이의 데스나이트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룡의 옆구리에 창을 찔러 넣었다.
“어둠의 심판이 내리리라!”
콰콰콱-!
훈이의 첫 번째 데스나이트이자, 카일란 한국서버에서 최초로 신화등급까지 성장한 데스나이트인 발람.
발람의 매서운 공격에 옆구리를 관통당한 마룡은, 고통에 울부짖으며 바닥을 뒹굴었다.
캬아아아악-!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어느새 후방으로 접근한 카르세우스가 마룡의 목덜미를 물어뜯은 것이다.
콰악-!
[소환수 ‘카르세우스’가, ‘붉은 눈의 마룡’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붉은 눈의 마룡’의 생명력이 159800만큼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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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쏟아지는 이안 파티의 공격들!
지금까지는 수많은 언데드 몬스터들을 상대로 수적 열세를 이겨왔던 이안 파티였지만, 지금은 반대의 상황이었다.
때문에 세 사람은, 신이 나서 마룡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콰쾅- 쾅-!
훈이의 흑마법부터 시작해서, 라이와 할리의 연속공격.
거기에 레비아의 빛 속성 디버프까지 연계되니 마룡의 생명력 게이지가 쭉쭉 깎여 나간다.
“크아아아아!”
마룡은 고통에 찬 표정으로 격렬하게 저항했으나, 이안 파티를 당해낼 수 없었다.
마룡의 레벨은 고작 370정도.
이안 혼자서도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는 레벨이었으니, 세 사람의 협공을 당해 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크윽, 네놈들……! 칼리파님께서 용서치 않으시리라!”
빠르게 점멸하던 마룡의 생명력 게이지가 결국 바닥까지 떨어져 내렸고.
쿵-!
협곡의 바닥을 타고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진다.
결국, 마룡의 거구가 바닥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어서 이안의 눈 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첫 번째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명성을 5만 만큼 획득합니다.]
[다음 임무로 이어집니다.]
[최종 클리어까지 남은 제한 시간 - 01:15:33]
그리고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이안 일행의 귓가에 그린 드래곤 레리카의 음성이 들려왔다.
“오, 그대들은……! 용신 세카이토님께서 보내신 영웅들이로군!”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러자 다시 AI의 통제가 시작되며, 퀘스트 관전 모드로 시점이 바뀌었다.
레리카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인간 영웅들이여……! 나를 도와주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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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마신의 신탁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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