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409화 (429/1,027)

< (4). 마신의 신탁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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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킹의 군단이 대륙 전체에 창궐하기 시작하면서, 대륙의 정세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수 많은 작은 영지들이 어둠의 군단에 함락되었고, 사실상 거대 왕국 다섯 개 정도를 제외하고는 어둠 땅이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그 말인 즉, 이 다섯 개의 왕국에 속해있지 않은 모든 길드의 영지들은 어둠의 군단이 차지했다는 이야기.

하지만 인간계 유저들은, 다들 큰 불만을 갖지 않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어둠의 군단에 의해 함락된다고 해서 영지를 영구적으로 잃는 것이 아니었으며.(유저들이 리치 킹을 처단하는 순간 점령당했던 영지는 돌려받는다.)

둘째로 거의 무한한 사냥이 가능해서 공헌도를 많이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어지간한 상위 유저들은 전부 전설등급 아이템 두세 개 씩은 뽑았을 정도.

이안과 같은 최상위 랭커들은 신화등급의 아이템 상자도 획득했으니, 잃는 만큼 얻는 것도 많은 에피소드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걱정이 하나 있다면, 에피소드가 좀처럼 진척이 되지 않는다는 정도.

“이거 이러다가 일 년 내내 리치킹이랑만 싸워야 하는 거 아니야?”

“글쎄. 요즘 봐서는 뭐, 그럴 수도 있을 듯?”

“에이……. 설마. 일 년이면 유저들 레벨이 전체적으로 엄청 오를 텐데. 그 전에 에피 끝나겠지. 내 생각엔, 한 반년 정도……?”

“반년이라고? 난 어디로 사라져 버린 랭커들만 전부 돌아와도 지금 당장 리치킹 잡을 수 있다고 봄.”

“그건 좀……. 그때 랭커팟 거의 오륙십 명이 한 큐에 전멸당한 거 기억 못함?”

지금까지 단 한번.

에피소드의 최종 보스인 리치킹은, 유저들의 눈 앞에 딱 한번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아직 에피소드가 시작된 지 한 달 남짓 정도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수많은 유저들이 매일같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한번 나타났었던 리치 킹의 위용이 너무도 강력했던 탓이었다.

영웅심리에 이끌려 리치킹에게 도전했던 파티들은 채 5분도 버티지 못하고 전부 몰살당했으며, 그 모습은 공식 커뮤니티에 LIVE로 방영되었다.

영상이 게시되어있는 게시물에는, 댓글만 수 만 개 달려있을 정도.

이안이나 샤크란 등, 최정상급의 랭커가 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라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리치킹의 공략법이라며 허무맹랑한 공략을 써서 올리는 유저들까지.

그런데, 그렇게 한창 유저들이 달아올라 있던 그 때.

LB사에서 새로운 이벤트를 발표했다.

그리고 그것은, 수 많은 유저들의 관심이 집중되기에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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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토요일 저녁 6시. 카일란 특집 방송이 공중파 3사에서 동시 방영됩니다!]

올 하반기에 시작된 뉴 에피소드인, ‘리치 킹 샬리언과 어둠의 군단’ 스토리가 점점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영웅들이 샬리언에 대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명장면들과 파생된 흥미진진한 스토리들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저희 LB소프트에서는, 이러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이 이대로 잊혀 지는 것이 아쉽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여 저희는, 그 모든 이야기들을 엮어 ‘카일란 특집’으로 방영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이 주일 뒤인 10월 17일 화요일.

그때까지 일어난 모든 전투와 퀘스트를 모니터링하여 저희 카일란 영상팀에서 편집한 뒤, 21일 토요일에 특집 영상으로 방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본인의 플레이에 자신이 있으시거나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유저분들 께서는, 17일 화요일 오후 5시까지 영상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 채택된 영상들에 등장한 모든 분들께 100만 골드와 전설등급 무기상자 등 푸짐한 보상을 지급해 드리며, 방송 지분에 비례하는 출연료를 별도로 지급합니다.

* 당일 방영된 모든 영상에 대한 인기투표를 시행하여, 순위에 따라 추가적인 보상을 지급합니다. (보상은, 영상에 70% 이상의 비중으로 등장한 모든 유저들에게 지급됩니다.)

1등 - ‘리치 킹 샬리언과 어둠의 군단’ 에피소드 한정판 코스튬 세트. (‘천군(天君)의 권능’ 세트)

2등 - ‘리치 킹 샬리언과 어둠의 군단’ 에피소드 한정판 코스튬 세트. (‘명왕(冥王)의 위엄’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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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란을 사랑해주시는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방송 예정 시간은 오후 6시~10시(방송 종료 시간은, 당일 방송사정에 따라 10~30분 정도 변동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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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 6시는, 그야말로 최고의 핫 타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한두 시간도 아니고 무려 네 시간에 걸친 방송!

심지어 게임 채널 같은 케이블도 아니고 공중파 3사에서 동시에 방영한다는 내용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대한민국 게임 역사상 전례가 아예 없는 일인 것이다.

- 와, 대박이다. 지상파 3사에서 동시방영이라고? 그것도 저녁 6시부터?

- 윗분, 공지 좀 제대로 읽읍시다. 난독임? 지상파가 아니라 ‘공중파’잖아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졸웃기네 ㅋㅋㅋㅋㅋ 윗 님이야 말로 정신 차리세요. 공중파 = 지상파. 똑같은 겁니다.

- ㅋㅋㅋㅋㅋㅋ 윗님들 덕에 현실웃음 터졌네. ㅋㅋ 그나저나 공중파 3사 동시 방영은 진짜 대박이네요. 이벤트 보상도 진짜 푸짐하고……. 역시 카일란은 갓겜이군요.

- 크으, 그나저나 보상 푸짐하기는 한데, 실용적인 건 별로 없네요. 물론 한정판 코스튬도 소장가치는 엄청날 것 같긴 한데…….

- 저도 그게 조금 이상했는데, 형평성 때문에 어쩔 수 없다더라고요. 마족 유저들은 참여할 수 없는 이벤트니까요.

- 아 듣고 보니 그것도 그러네요. 일리가 있는 이야기임.

- 그리고 사실, 보상 같은 거 없다고 해도 공중파 출현 자체가 대박임. 랭커들 생각해 보세요. 레미르같이 연예인 급으로 예쁜 유저는 CF같은 거 들어올 수도 있을 듯?

카일란은 이미, 게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게임이다.

하지만 이렇게 공중파의 골든타임에 방영된다면, 게임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 까지도 흥미를 갖게 될 것이다.

최고의 퀄리티를 가진 카일란의 ‘영상미’는, 게임이라면 고개를 젓던 사람들도 관심을 갖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힘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어떤 게임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카일란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재밌는 게임을 즐기기를 원한다.

때문에 LB사에서 기획한 이번 이벤트는, 회사 자체적으로도 고무적일 뿐 아니라 유저들 입장에서도 최고의 선물과도 같은 이벤트라 할 수 있었다.

LB사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사항은, 올라오자마자 수십만 조횟수를 찍으며 엄청난 속도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 유저들은 더욱 의욕적으로 에피소드와 관련된 퀘스트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          *          *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마치 빙계 마법사가 펼치는 ‘블리자드’ 마법을 연상케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진 눈보라.

한기 저항 옵션을 제대로 세팅하지 못한 이안 일행은, 의외의 부분에서 고전하고 있었다.

“어우……!!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무슨 필드가 이렇게 무식하게 추운 거야?”

훈이의 투덜거림에, 레비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니까 말이에요. 그래도 이제 다 왔으니, 조금만 더 힘 내면 될 것 같아요.”

이안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두 사람에게 동의했다.

“후유, 이럴 줄 알았으면 한기 저항 옵션 싹 맞춰서 둘둘 두르고 올걸.”

“에이, 아마 그랬으면 어둠의 군단 뚫는 게 힘들었을 걸요? 이안님 지금 저항 옵션 전부 어둠저항으로 싹 맞춰놨잖아요.”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훈이가 새빨개진 손을 연신 비비며 중얼거렸다.

“레미르 누나를 어떻게든 꼬셔서 데려왔어야 하는 건데…….”

“그러게.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그 누나 데려왔으면 따뜻하게 움직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

무려 마법사 랭킹1위인 유저를, 히터 정도로 취급하는 이안과 훈이.

하지만 레미르가 아쉬울 정도로 추운 것만은, 100% 진심이었다.

“지금이라도 데려오면 안 돼?”

“무슨 수로?”

“차원의 구슬 있잖아. 그거 쓰면 되지.”

“어, 그러네……? 진짜 데려올까?”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안 가는 대화를 진지한 표정으로 나누는 훈이와 이안.

레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핀잔을 주었다.

“두 분. 쓸 데 없는 소리 말고 얼른 협곡이나 찾아 봐요. 추워 죽겠으니까.”

그에 이안과 훈이가 동시에 대답했다.

“옙, 누님!”

“알겠슴다, 누님!”

당황한 레비아가 예쁜 얼굴을 확 구기며 대꾸했다.

“누님은 누가 누님이에요?! 훈이님은 몰라도 이안님은……! 나보다 오빠인 것 같은데.”

그리고 진심으로 놀랐다는 표정이 된 훈이.

“에……? 혼또?! 진짜?!”

“훈이, 누나한테 딱 한대만 맞아볼래? 신성력 풀 차징해서 제대로 때려줄 수 있는데.”

“이익……!”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설산 위를 하염없이 걷는 세 사람.

크루피아 설산 까지는 이안의 소환수를 타고 날아왔지만, 복잡한 지형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프릴라니아 협곡을 찾기 위해서는 이렇게 걸어야만 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를 추위에 떤 끝에, 세 사람은 드디어 프릴라니아 협곡의 입구를 찾아낼 수 있었다.

높다란 봉우리를 넘어 절벽 아래로 내려가자, 구름에 가려져 있던 웅장한 프릴라니아 협곡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장관을 발견한 훈이가 감탄을 터뜨렸다.

“크으, 스마트폰이라도 들고 와서 인증샷 찍고 싶네.”

“멍청아, 스크린샷 찍어.”

“아, 맞네……?”

“추워서 뇌까지 얼어버린 건 아니지?”

“우쒸.”

오늘따라 흰소리를 많이 하는 훈이.

이안은 그에 장단을 맞춰주며 프릴라니아 협곡을 향해 조심스럽게 걸어 내려갔다.

완전히 미개척지역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커뮤니티를 뒤져봐도 정보를 거의 얻을 수 없었던 프릴라니아 협곡.

그 입구에 발을 딛자, 이안 일행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띠링-!

[‘프릴라니아 협곡’에 진입하셨습니다.]

[잊혀진 북부 고대의 유적을 발견하여, 명성이 10만 만큼 상승합니다.]

[‘불굴의 탐험가’ 칭호를 획득합니다.]

:

: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이안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최초발견은 아니군.’

그런데 그 때.

흥미로운 문구가 추가로 몇 줄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은, 이안의 눈에만 떠오른 메시지였다.

[용신, ‘세카이토’의 축복이 내립니다.]

[지금부터 ‘용족’으로 분류되는 모든 개체의 전투능력이 50%만큼 추가로 상승합니다.]

[소환수, ‘뿍뿍이’의 전투능력이 50%만큼 상승했습니다.]

[소환수, ‘카르세우스’의 전투능력이 50%만큼 상승했습니다.]

“음……?”

이안은 살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필드에 들어오는 것 만으로 버프가 걸린 건가? 이런 맵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리고 지금껏 조용히 이안 일행의 뒤를 따르던 밀로스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선객이 있군요.”

“선객이라면……. 누군가 이 안에 또 있다는 건가요?”

하지만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이안의 눈 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안 일행 전부가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용신, 세카이토의 신전에 신탁이 내려왔습니다.]

[‘프릴라니아 협곡’ 필드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마룡의 잔재’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필드 바깥으로 빠져나가면, 퀘스트가 자동으로 중단됩니다.]

< (4). 마신의 신탁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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