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407화 (427/1,027)

< (3). 빛의 가디언, 밀로스 -3 >

*          *          *

수천 년 전.

유저들에게 ‘북부대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말라카 대륙에는, 드래곤 빌리지 라는 곳이 존재했다.

말라카 대륙의 북동쪽에 있는 거대한 산맥인 크루피아 설산.

그리고 그 크루피아 설산의 깊숙한 곳에는, ‘프릴라니아 협곡’이라는 어마어마하게 거대하고 깊은 협곡이 존재했다.

오십 미터 정도 되는 폭에, 깊이만 수백 미터는 되는 거대한 협곡.

협곡의 바닥에는 에메랄드빛의 신비로운 물이 흐르는데, 이 계곡의 명칭은 프릴라니아 계곡이었다.

첨벙-!

신비로운 빛깔의 계곡에 발을 살짝 담가 본 카노엘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힘들게 찾아온 보람이 있네.”

에메랄드 빛깔의 계곡과 양쪽으로 끝 없이 솟아있는 절벽.

좁은 하늘로부터 새어 들어오는 강렬한 빛은, 이 프릴라니아 협곡의 아름다움을 배가시켜주고 있었다.

협곡을 둘러보며 감탄하는 카노엘을 향해 오르덴이 입을 열었다.

“이곳은 다시 아름다움을 되찾았군.”

그에 카노엘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오르덴, 너 여기 와 본적 없잖아?”

오르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맞다, 주인. 나는 이 곳에 와 본 적이 없지.”

“그런데?”

“하지만 드래곤의 고향인 이 프릴라니아 협곡에 관한 기억은, 모든 드래곤의 내면에 태어날 때 부터 존재한다. 드래곤으로서의 자아를 각성하는 순간, 깨어나는 기억들이지.”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카노엘은 그러려니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오르덴에게 프릴라니아 협곡에 관한 기억이 어떻게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카노엘에게 중요한 것은…….

“그럼, 오르덴. 용신의 신전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있어?”

바로 용신 ‘세카이토’의 신전.

진행 중인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우선 용신의 신전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오르덴이 고개를 끄덕이며 날개를 쫙 펼쳤다.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왠지,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

카노엘은 다시 오르덴의 등 위에 올라탔다.

이어서 카노엘을 태운 오르덴이, 다시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펄럭-!

거대한 드래곤이 날개를 펼쳤음에도, 반에 반도 못 채울 정도로 협곡의 폭은 널찍했고, 오르덴은 여유롭게 비행하여 협곡을 날기 시작했다.

이제 이 거대한 협곡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용신 세카이토의 신전을 찾아가야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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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드래곤 빌리지를 찾아서 (연계 퀘스트)-

당신은 엘카릭스의 레어에서, 빛의 신 에르네시스를 모시는 종, 밀로스와 조우하였다.

그녀는 엘카릭스의 영혼석을 가지고 있었고, 이 영혼석을 깨우기 위해서는 프릴라니아 협곡으로 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엘카릭 산맥을 향해 몰려오는 언데드 군단을 물리치고, 밀로스를 보호하여 프릴라니아로 향하자.

퀘스트 난이도 : SSS

퀘스트 조건   :

레벨이 350 이상인 유저.

‘빛의 신룡 엘카릭스’ 퀘스트를 진행중인 유저.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처치한 어둠의 군단의 숫자에 비례하여 달라집니다. (명성과 경험치 획득.)

* 퀘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획득하는 모든 경험치와 에피소드 공헌도가 2배로 적용됩니다.

* 전투 중 사망 시, 퀘스트에 실패합니다.

* 거부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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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받았던 퀘스트들 중, 가장 간결한 내용을 담고 있는 퀘스트 창.

‘뭐, 퀘스트 내용이 간단해서 좋기는 한데……. 뜬금없이 프릴라니아 협곡은 왜 등장하는 거야? 거긴 아무것도 없을 텐데.’

프릴라니아 협곡이 있는 크루피아 설산은, 200레벨대 마법사들의 사냥터로 유명한 곳이었다.

물리방어력에 비해 마법방어력이 현저히 약한 드레이크들의 서식지였기 때문에, 마법사들에게 최적의 사냥터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뿐.

과거에 ‘드래곤 빌리지’가 존재했었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프릴라니아 협곡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협곡일 뿐이었다.

이곳에서 어떻게 빛의 신룡을 깨워낼 수 있다는 건지, 이안은 짐작이 잘 되지 않았다.

‘거기에 신룡을 깨울 방법을 아는……. 오클리 같은 인물이라도 있는 건가?’

퀘스트 내용을 읽으며 이런 저런 추측을 해 보는 이안.

그런데 그 때. 이안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기라도 하려는 것인지, 밀로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드래곤이 존재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것이 있어요.”

이안이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그게 뭐죠?”

“그것은 바로 신적인 존재의 권능. 빛의 신룡 엘카릭스가 깨어나기 위해서도, 신의 권능이 필요해요. 하지만 지금, 권능을 내려주실 수 있는 빛의 신 에르네시스님은……. 권능이 봉인되어 계시죠. 그대와 함께 하고 있는 카르세우스 또한, 전쟁의 신께서 권능을 내려주시지 않았다면 결코 깨어날 수 없었을 거랍니다.”

“그럼 프릴라니아 계곡에는, 에르네시스님 대신 엘카릭스에게 권능을 내려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말인가요?”

밀로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빙긋 웃었다.

“그렇습니다. 과거 인간계에 용신의 권능을 내려주셨던 그 분. 모든 드래곤의 아버지이자 주인이신 ‘세카이토’님을 알현할 수 있는 방법이, 프릴라니아 계곡에 있답니다.”

용신 세카이토.

낯익은 이름을 들은 이안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생각지도 못 했던 이름인데……?’

가만히 듣고만 있던 레비아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신적인 존재의 권능이라……. 뭔가 어렵군요.”

레비아의 말에 밀로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신의 ‘허가’와 비슷한 개념이랄까요?”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퀘스트에 대한 내용은 거의 이해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궁금한 부분이 하나 남아있었다.

“그런데 밀로스님. 유독 드래곤이라는 생명체만 신의 권능을 필요로 하는 이유가 뭘까요?”

밀로스가 빙긋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 드래곤과 같은 강력한 존재가 무차별적으로 번식할 수 있다면. 이 인간계는 어떻게 될까요?”

“음……?”

“차원계의 질서가 무너지게 되겠죠. 힘의 균형이 깨어져 버릴 테니까요.”

“그러네요.”

이안은 슬쩍 카르세우스를 응시했다.

밀로스의 말이 틀리지 않은 것인지, 카르세우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 얘기를 듣고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드래곤이 살아가면서도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어요.”

“그게 뭐죠?”

“그게 바로, 용신 ‘세카이토’님의 권능이예요. 모든 드래곤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용신님의 권능이 내려진다면, 이 인간계에도 많은 드래곤이 살아갈 수 있겠죠.”

과거 인간계에는, 수 많은 드래곤들이 존재했던 적이 있었다.

왕국의 수호룡이 되어 인간들의 섬김을 받는 드래곤도 있었으며, 폴리모프한 채 인간들이 살아가는 틈바구니에서 유희를 즐기는 드래곤들도 있었다.

그리고 용신의 권능을 상징하는 신성한 장소인 ‘드래곤 빌리지’는, 그들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와도 같았다.

수천 년을 살아가는 특별한 존재인 드래곤.

그들은 결코 ‘그냥’ 존재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그녀의 설명에, 가만히 있던 카르세우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이 맞다, 주인. 과거 세카이토님의 권능이 인간계에 머물렀을 때, 인간계에는 수 백 마리도 넘는 드래곤들이 존재했었지.”

밀로스는 드래곤 빌리지에 대해 조금 더 설명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었다.

과거 ‘드래곤 빌리지’라고 불리웠던 프릴라니아 계곡은, 용신 세카이토가 내린 권능의 상징이자 드래곤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었다.

한데 마룡들의 침공에 의해 드래곤 빌리지가 파괴되어 버렸고, 세카이토는 인간계에서 자신의 권능을 거두어 갔다.

때문에 현재 인간계에는 신룡들을 비롯한 몇몇 특별한 드래곤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제 프릴라니아 계곡으로 향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히 설명이 되었겠죠?”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옆에 있던 카르세우스도 중얼거리듯 한 마디 했다.

“오랜만에 세카이토님을 뵐 수 있겠군.”

*          *          *

“크핫핫핫! 감히 망자(亡子)들이 어둠의 군주에게 대항하다니!”

콰쾅- 콰콰콰쾅-!!

훈이를 주변으로 거대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퍼져 나간 새카만 기의 파동.

훈이가 어둠의 군주가 된 뒤 얻게 된 유일한 매즈기인 ‘카오틱 쇼크’ 스킬이 발동되자, 범위 안에 있던 언데드들이 ‘혼란’ 상태에 빠져 버렸다.

“루가릭스! 브레스!”

“시끄럽다! 내가 알아서 할 거다!”

“아, 빨리 좀! 혼란 풀리기 전에 써야할 거 아냐!”

훈이를 째려 본 루가릭스가,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숨을 크게 들이킨다.

그러자 루가릭스의 입으로, 어마어마한 기의 파동이 빨려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훈이의 입가에, 함지박만한 웃음이 걸렸다.

‘크하하핫! 저게 다 몇 마리냐. 브레스 한방이면 레벨이 오를 수도 있겠어!’

이안과 레비아가 던전 안으로 들어간 후.

훈이는 루가릭스와 함께 신나게 경험치를 쓸어 담고 있었다.

그렇게도 오르지 않던 경험치가 한 시간 만에 벌써 10% 가까이 올라버린 것.

이제 레벨업까지 남은 경험치는 3% 정도에 불과했고, 지금 루가릭스는 훈이가 정성스레 몰아 온 언데드 더미를 향해 브레스를 발사하려 하고 있었다.

거의 이십분을 들여 정성스레 언데드들을 모은 만큼, 협곡의 앞에 몰려있는 언데드들의 숫자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이제 잠시 후면 이들은 전부 녹아버릴 것이고, 훈이는 오랜만에 레벨 업 시스템 메시지를 들을 수 있으리라!

“좋아, 루가릭스! 날려버리라고!”

잠시 후 떠오를 시스템 메시지를 기다리며, 덩실덩실 춤을 추는 훈이.

그리고 그 순간, 훈이의 눈 앞에 기다려왔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은, 훈이가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엘카릭스의 레어’ 던전이 클리어되었습니다.]

[파티가 다시 원래대로 복구됩니다.]

[‘어둠의 군대 섬멸’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셨습니다.]

[클리어 등급 : SS]

[124893만큼의 명성을 획득하셨습니다.]

“뭐, 뭐야?! 어떻게 벌써 클리어 한 거야?”

하얗게 질려버린 훈이의 표정.

아직 몇 시간은 더 이 꿀 같은 버스를 탈 수 있다고 생각했던 훈이는, 사색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이제 파티가 복구되어 버렸으니, 몰이사냥을 위해 열심히 모아놓은 언데드들의 경험치도 공동분배 되어버릴 것이 아닌가!

“아, 안돼!”

훈이의 입에서 터져 나온 외마디 비명소리!

하지만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쾅- 콰콰콰쾅-!

새카만 드래곤의 숨결이, 전장을 뒤덮는다.

그리고 협곡의 입구에 까맣게 몰려 있던 수 많은 언데드들이, 그대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키에에엑-!

끄어- 끄어어억!

수백 기가 넘는 언데드 군단을 증발시켜버리는, 어마어마한 브레스의 위력!

그런데 그 때.

망연자실한 표정이 된 훈이의 귓전으로, 무척이나 낯익은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어? 갑자기 레벨은 왜 오른 거지?”

“그러게요, 저도 갑자기 경험치가 막 올라요!”

< (3). 빛의 가디언, 밀로스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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