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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403화 (423/1,027)

< (2). 빛의 신룡, 엘카릭스를 찾아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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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대륙인 말라카대륙.

카일란의 첫 번째 신규 업데이트와 함께 오픈되었었던 신대륙인 말라카대륙은, 이제는 오픈한지 벌써 일 년도 넘게 지난 곳이었다.

때문에 거의 99%이상 유저들에 의해 개척된 지역이었고, 엘카릭 산맥을 찾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훈이는, 실제로 퀘스트 때문에 엘카릭 산맥에 가 본 경험도 있었으니 말이다.

북부대륙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영지로 귀환석을 사용한 이안 일행은, 곧장 엘카릭 산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을을 나선 이안이 훈이에게 물었다.

“훈아, 엘카릭 산맥까지 가려면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지?”

“글쎄. 그때랑 지금이랑 상황이 다르니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그땐 한 서너 시간 걸렸던 것 같아.”

“헐, 그렇게나 오래 걸린다고?”

“응. 정말 북부대륙 끝자락에 있거든. 하지만 그땐 북부대륙 몬스터들을 힘겹게 사냥해야 했던 레벨이고, 지금은 그 절반 정도의 시간이면 갈 수 있지 않을까?”

“흠, 한 시간 내로는 가고 싶은데.”

“빨리 가서 뭐하게?”

“경험치도 거의 못 먹는 구간에서 쓸 데 없이 시간낭비 하기 싫잖아.”

“…….”

이안은 핀과 카르세우스, 뿍뿍이 등.

날 수 있는 모든 소환수들을 동원하여 일행을 탑승시켰다.

그리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엘카릭 산맥을 향해 날기 시작했다.

등장하는 몬스터들의 레벨이 보통 100레벨 초반.

아무리 높아봐야 200레벨이 채 되지 않는 북부대륙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20여 분 정도 만에, 이안은 자신의 생각이 잘못 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뭐야……? 여기 몹들 상태가 왜 이래……?”

100레벨 초중반 정도 되는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초입 부분이 끝나고 나자, 느닷없이 300레벨 대 몬스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

지금껏 듣도 보도 못한 수 많은 언데드 몬스터들이, 북부대륙의 필드를 점령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리치 킹의 영향인 것 같은데?”

훈이의 물음에 이안이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우리가 퀘스트 진행하는 동안 또 무슨 일이 있었나?”

지금까지처럼 무시하고 지나가기에는, 제법 강력해 보이는 몬스터들의 전력.

핀의 위에 타고 있던 레비아가 이안을 향해 물었다.

“이안님, 어떡할까요? 여기부터는 가고일들 때문에 그냥 무시하고 날아가기도 힘들 것 같은데요?”

이안의 시선이, 레비아가 가리킨 곳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 곳에는, 수 많은 스노우 가고일들이 이안 일행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카르세우스의 위에 올라선 이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레비아의 말에 대답했다.

“아무래도…… 잡으면서 지나가야 할 것 같네요. 공헌도 쌓을 겸, 여기부턴 사냥하면서 뚫어보도록 하죠.”

“오케이! 그렇다면……!”

핀의 위에 앉아 있던 레비아가, 허공으로 도약하며 하얀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리고 두 손을 가슴에 모으며, 빛의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빛의 여신, 아르네시스님의 이름으로…….”

후우웅-!

하얀 빛이 레비아의 전신을 감싸고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이어서 잠시 후, 어두운 북부대륙의 구름 사이사이로 수없이 많은 하얀 섬광이 뿜어져 내려왔다.

크악, 크아아악 -!

키에에엑 -!!

사제 클래스의 최상위 티어 광역스킬 중 하나인 홀리 레인(Holy rain).

본래는 다수의 아군들을 한 번에 회복시킬 때 사용하는 광역 힐링 스킬이었지만, 이렇게 언데드들을 상대로는 최고의 광역 공격 스킬이 되는 것이 바로 이 홀리 레인 스킬이었다.

그리고 현존 최강의 사제라고 할 수 있는 레비아의 홀리레인은, 300레벨대의 언데드 몬스터들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기에 충분했다.

특히 허공을 날던 가고일들의 경우, 구름 사이로 떨어져 내려오는 섬광에 직격당하여 그대로 소멸해 버린 녀석들도 적지 않았다.

“자, 그럼……. 전부 쓸어 담아 볼까?”

카르세우스의 위에서 도약한 이안이, 몬스터들을 향해 뛰어 내렸다.

레비아처럼 날개가 있는 것이 아님에도, 제법 높은 높이에서 망설임 없이 뛰어내리는 이안!

누가 봤더라면 당황스러울 정도로 위험천만한 행동이었지만, 이안의 일행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안이 소환할 수 있는 한 마리의 소환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키히이이잉-!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한 마리의 흑마가 허공에 소환되었다.

그리고 이안이 그 위에 오르는 순간, 칠흑같이 새카만 날개가 허공에 촤악 펼쳐진다.

[소환수, 하르가수스의 고유능력, ‘강하(降下)’ 스킬을 사용합니다.]

[잠시 동안 모든 피해를 무효화시킵니다.]

바닥에 착지하기 직전, 강하 컨트롤로 언데드들의 모든 공격을 흡수해 낸 이안이 금빛 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지상으로 내려온 훈이와 레비아도, 능숙하게 몰려드는 언데드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일어나라, 어둠의 아들들이여!”

“빛의 가호!!”

원래 흑마법사와 사제는, 함께 파티사냥 하는 것이 무척이나 까다로운 클래스였다.

PK모드가 아닌 이상 서로 피해를 주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같은 대상에게 빛속성과 어둠속성의 버프가 동시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물론 디버프 또한 마찬가지.

만약 빛속성의 상태이상이 걸려있는 대상에게 어둠 속성의 상태이상을 시전하면, 이전에 있던 상태이상이 덮혀 버리는 방식이었다.

특히 흑마법사의 경우, 어둠속성의 표식을 부여하여 연계 마법을 시전하는 스킬이 많았는데, 사제클래스의 광역스킬로 인해 표식들이 사라져 버리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손발이 맞지 않는다면 전투가 꼬이기 십상이었지만, 레비아와 훈이에게는 해당사항 없는 이야기였다.

쾅- 콰쾅-!

어쨌든 본격적으로 전투를 시작한 이안 일행은, 빠른 속도로 언데드들을 공략해 나가기 시작했다.

적들의 숫자가 셀 수 없이 많기는 했지만, 그래도 삼십분 내로는 전부 정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 판단되었다.

‘뭐, 공헌도도 제법 쌓이는 것 같고. 이런 꿀 같은 사냥터라면 딱히 시간이 아까울 것도 없지.’

시야 한쪽 구석에 계속해서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이안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런데 그 때.

콰아아아-!

쉴 새 없이 창을 휘두르던 이안은, 뒤쪽에서 어마어마한 기의 파동이 휘몰아치는 것을 느꼈다.

“……?!”

이안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거대한 날개를 펼친 루가릭스가, 지상을 향해 브레스를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키아아아악-!

어마어마한 위용을 자랑하는, 칠흑같이 새까만 드래곤 브레스!

마치 해일처럼 밀려드는 그 브레스가 전장을 뒤덮기 시작하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던 설원의 언데드들이 그대로 녹아내리고 말았다.

일반등급의 스켈레톤들부터 시작해서, 영웅등급인 듀라한까지.

300레벨대의 수많은 언데드들이 녹아내리는 광경은 장관이라 할 만한 것이었다.

그리고 눈 앞에 떠오르기 시작한 시스템 메시지들은, 덤이라고 할 수 있었다.

[파티원 ‘루가릭스’가 ‘스켈레톤 워리어’를 성공적으로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5970981만큼 획득합니다.]

[파티원 ‘루가릭스’가 ‘스켈레톤 메이지’를 성공적으로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6951209만큼 획득합니다.]

[파티원 ‘루가릭스’가 ‘다크 레이스’를 …….]

:

:

경험치 자체를 많이 주는 몬스터들이 아닌데다 파티원이 많아 경험치가 분산됨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어마어마한 양이 차 오르는 경험치 게이지!

딜탱 구분 없이 모조리 녹여버리는 루가릭스의 브레스에, 이안 일행은 말문이 막혀 버리고 말았다.

들어오는 공헌도와 경험치를 보면 덩실덩실 춤이라도 춰야 하는 게 정상이었지만, 뭔가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밀려오는 느낌.

스킬을 연계해 가며 화려한 컨트롤(?)을 선보이던 것이, 마치 루가릭스의 앞에서 재롱잔치를 한 것 같아 무안할 지경이었다.

언데드들을 몰살시킨 루가릭스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쭈욱 펼쳤다.

[크큭, 허약한 인간들. 이것이 신룡님의 힘이다!]

심지어 루가릭스는, 초딩이었다.

*          *          *

현재 카일란의 한국서버에는, 천 단위가 넘는 수 많은 길드들이 존재한다.

물론 이름뿐인 길드까지 합하자면 만 단위 이상으로 늘어나겠지만, 어느 정도 구색은 갖춘 길드들만 추려 보았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 중에서 영지를 갖고 있는 길드만 따져도 대충 칠팔백 곳 정도.

그리고 지금, 그 수많은 영지들이 동시에 전시체제에 들어갔다.

이는 카일란이 오픈한 이래로 단 한 번도 없었던,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카일란 공식 커뮤니티에서는 난리가 났다.

게다가 언데드 군단에 의해 사망한 유저들이 전부 커뮤니티에 모여 들었으니, 트래픽이 평소의 몇 배 수준으로 상승할 지경이었다.

- 님들! 지금 점령당한 길드영지만 벌써 오십 군데가 넘었다는데요?

- ㅇㅇ 아마 이대로 반나절만 지나면, 백 군데 정도는 그대로 리치 킹 손에 넘어갈 듯.

- 이거 에피소드 난이도가 좀 너무한 거 아님? 초보 유저들은 사냥 어떻게 하라고 대륙 전체를 언데드로 뒤덮어 버린 거지?

- 윗님, 초보 유저들은 별로 걱정할 필요 없을 듯 해요. 보니까 150레벨 이하 사냥터는 언데드들이 다 피해가더라고요.

- 아, 그래요?

- 넵. LB사에서 그 정도는 배려해 준 듯.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빗발쳤지만, 이 순간 가장 피해를 많이 보고 있는 것은 중소 길드들이었다.

300레벨대의 언데드 군단들을 막아 낼 힘이 없는 그들로서는, 자신들의 영지가 쑥대밭이 되는 것을 그저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언데드 군단을 막아내지 못한다고 해서 영지를 잃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번 언데드들이 쓸고 지나가면, 영지의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각종 시설물들이 전부 파괴되어버리니,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중소길드들 중에서도, 큰 피해 없이 영지를 지켜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들은 바로, 로터스와 같이 왕국을 선포한 최상위 길드들에게 소속된 길드들이었다.

- 크으, 이번 에피소드 개꿀!

- 엥? 에이나스님. 흑풍길드 길마 아니셨나요?

- 맞아요.

- 거기는 지금 피해 없어요? 흑풍 길드 수준이면 이번 언데드 웨이브 막아낼 방법이 없을 텐데?

- 후후, 이래서 사람은 줄을 잘 서야 하는 겁니다.

- 네……?

- 저희 길드 지난달부터 로터스 왕국 소속으로 들어갔거든요. 그래서 지금 완전 꿀 빨고 있어요. 로터스 왕국군이 와서 다 막아주고 있거든요.

- 오오……?

- 지금 언데드 군단 덕분에 공적치만 어마어마하게 쌓는 중임.

- 헐, 대박. 겁나 부럽네요.

그야말로 혼돈에 빠진 수 많은 카일란의 영지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파악되기 시작하자, 전장에도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다.

최강의 전력을 갖고 있는 로터스 왕국이나 타이탄 왕국 같은 곳은, 언데드 군단을 막아내는 것은 물론 한번 씩 역공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언데드 군단이 창궐하는 근거지를 역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특히 ‘엘리카 왕국’과 절반에 가까운 국경이 맞닿아 있는 로터스 왕국은, 거의 전면전이라 보아도 무방했다.

엘리카 왕국의 국교는 ‘카데스 교’였고, 어둠의 신을 섬기는 왕국들이 바로 수많은 언데드 군단의 근거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만으로 하루 정도가 지났을까?

드디어 로터스 왕국에서 공식적으로 전쟁을 선포하였다.

그 대상은 물론, ‘엘리카 왕국’이었다.

*          *          *

< (2). 빛의 신룡, 엘카릭스를 찾아서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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