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401화 (421/1,027)

< (1). 어둠의 신룡, 루가릭스 -3 >

*          *          *

[조건이 충족되어 ‘카데스의 구슬’ 아이템이 사용됩니다.]

[어둠의 드래곤 루가릭스가 신의 권능을 부여받습니다.]

[어둠의 드래곤 루가릭스의 모든 전투능력이 50%만큼 상승합니다.]

[어둠의 드래곤 루가릭스의 모든 어둠속성 공격이 30%만큼 강화됩니다.]

이안과 훈이, 그리고 레비아.

이 세사람이 5층에 들어섬과 동시에 떠오른 메시지들은, 등에 식은땀이 흐를 만한 것이었다.

‘뭐야, 그냥 자동으로 사용되어버리는 거였어?’

훈이는 무척이나 긴장한 표정이 되어 속으로 중얼거렸다.

5층에 올라간 뒤 잠들어있는 루가릭스를 찾고, 그 뒤에 카데스의 구슬을 사용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카데스의 구슬은 마음대로 사용되어버렸고, 루가릭스는 깨어나고 말았다.

깨어난 루가릭스의 입장에서 세 사람은 그저 침입자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한 것.

그리고 세 사람이 생각했던 대로, 루가릭스의 분노에 찬 음성이 레어 전체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크아아오! 감히…!! 신룡의 레어에 들어와 행패를 부리는 놈들이 있다니!]

쿠쿵- 쿠쿠쿠쿵-!

어마어마한 굉음을 내며, 레어 전체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허공에서는 집채 만 한 바윗덩이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고, 장내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되었다.

이안은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직 어둠의 드래곤 루가릭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 첫번째 페이즈에서 루가릭스는 등장하지 않는 건가?’

떨어져 내리는 바윗덩이들.

던전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둠의 기운들.

이안은 소환해 놓았던 소환수들 중, 민첩성이 낮고 덩치가 큰 빡빡이를 우선 소환해제 하였다.

저 거대한 바윗덩이에 한두 방이라도 맞으면 거의 사망에 이를 텐데, 그럴 바에 조금이라도 빨리 소환해제 해 주었다가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오면 다시 소환하는 게 낫기 때문이었다.

콰앙- 콰콰쾅-!

가장 타격이 큰 것은 훈이였다.

훈이 본인은 날렵하게 떨어지는 바윗덩이들을 피해 내었지만, 수많은 언데드 소환물들은 그대로 부서져 버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데스나이트와 같은 상위 언데드들은 예외였지만, 일반적으로 언데드들은 움직임이 굼뜬 편이었다.

콰드득- 그드드득!

특히 전체적인 능력치 자체가 낮은 스켈레톤들은, 스플레쉬 데미지 만으로도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부서져 내리고 말았다.

“아오, 이런 페이즈가 제일 싫어!”

반면에 가장 여유로운 것은 레비아였다.

새하얀 날개 덕에 허공을 자유자제로 날 수 있는데다, 이안이나 훈이와 달리 따로 신경 써야 할 소환물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안전지대로 날아오른 레비아가, 두 손을 모으며 광역 버프를 영창했다.

“성령의 가호를……!”

후우웅-!

웅혼한 공명음이 퍼져 나가며, 레비아의 양 손에서 시작된 하얀 빛 무리들이 파티원들을 향해 쏘아져 나간다.

그러자 모든 파티원들의 주변에, 하얀 보호막이 형성되었다.

“조금만 더 버텨요! 이제 끝나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때.

뭔가를 발견한 훈이가 전방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저, 저기!”

그리고 그 곳에는 어느새, 칠흑과도 같은 어둠을 가진 거대한 동공이 생성되어 있었다.

처음 이 공간에 들어왔을 때는 분명 볼 수 없었던 어두운 동굴.

바위로 만들어진 벽들이 무너져 내리며, 그 입구가 모습을 드러낸 듯 보였다.

이어서 잠시 후.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컴컴한 칠흑 속에서, 한 쌍의 보랏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재밌군, 재밌어. 의외의 손님들이로군. 한 녀석은 어둠의 군주 임모탈……. 아니, 그의 후예인가? 그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저벅- 저벅-

이제는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한 진동소리의 사이로, 묵직한 발자국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안은 모든 신경을 곤두세운 채,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정신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상황을 냉정히 파악했다.

‘신의 권능인지 뭔지, 미친 버프를 받은 놈이야. 레벨도 최소 450은 넘을 테고. 잘못 싸우면 전멸이다.’

후둑- 후두둑-

한번 씩 들리는 돌가루 떨어지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이제 완벽히 조용해진 장내.

세 사람은 어두운 동공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킨 채 언제라도 전투할 수 있도록 스킬들을 체크하고 있었고, 어둠속에서는 일정한 간격으로 발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드래곤이라기에는 발소리가 좀 얌전한데? 사람으로 폴리모프 한 건가?’

그리고 이안의 의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루가릭스가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새카만 흑발에 칠흑 같은 묵 빛 갑주를 걸친 묘한 인상의 남자.

그가 두 눈을 묘한 보랏빛으로 빛내며, 이안 일행을 훑어보았다.

[이렇게 과격한 손님은 정말로 오랜만이군.]

이어서 입 꼬리를 씨익 말아 올린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서 퍼져 나오던 웅혼한 공명음도 사라졌다.

“오랜만이다, 인간계의 영웅들이여.”

루가릭스는 차원전쟁 당시 이안 일행을 전부 본 일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 사람 모두 차원전쟁의 마지막 전투까지 남아있었던 유저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루가릭스는 세 사람을 기억하는 듯 보였다.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어.’

루가릭스의 레벨을 확인한 이안은, 침을 한 차례 꿀꺽 삼켰다.

[어둠의 신룡 루가릭스 / Lv : 500]

예상했던 것 보다도 어마어마한 레벨을 가진 어둠의 신룡 루가릭스.

만약 일이 잘 안 풀려 전투라도 하게 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안은 루가릭스와 같은 신룡인 카르세우스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와 동급의 능력을 가진 뿍뿍이나 카이자르도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레벨차이와 버프 차이가 너무 심각했다.

현재 이안의 레벨은 370이 조금 못 되는 수준.

소환수들의 평균레벨은 당연히 그것보다 낮았고, 카르세우스나 뿍뿍이의 레벨도 350 정도였다.

카이자르의 레벨은 400이 넘는 상황이었지만, 상대는 500레벨.

게다가 전투력이 50% 상승한 상황이었으니,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더라도 700레벨 이상의 미친 능력치를 가진 보스몬스터라고 보면 되는 것이다.

물론 이안 일행에게도 버프스킬들은 있었지만, 그것까지 감안하더라도 메우기 힘든 차이였다.

세 사람 중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훈이였다.

“난 어둠의 군주, 간지훈이다. 그대가 신룡 루가릭스인가?”

훈이의 입에서 나온 어울리지 않는 묵직한 목소리.

레비아가 이안의 귀에 대고 수근 거렸다.

“이안님, 쟤 지금 AI빙의 한 걸까요? 아니면 본인 연기력일까요.”

“그, 글쎄요. 그건 저도 잘…….”

일반적으로 카일란에서는, 유저가 갑자기 진지한 분위기로 대사를 치기 시작한다면, 그것을 퀘스트의 시작으로 받아들인다.

AI가 빙의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훈이 만큼은 예외.

“훈이님은 나중에 커서 연기자 해도 잘 하실 것 같아요.”

“동감입니다. 그런데 레비아님.”

“네……?”

“왜 훈이한테 반말했다 존댓말했다 그러세요?”

“아, 그냥 어쩌다보니…….”

한편 두 사람이 귓속말로 수근거리는 사이, 훈이와 루가릭스의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다. 내가 바로 어둠의 신룡 루가릭스. 한데, 인간계의 영웅들이 이곳에는 어쩐 일인가.”

“루가릭스여, 그대의 힘을 빌리고자 이곳에 왔다.”

“무슨 일인지 설명해 보라. 아무리 인간계의 영웅들이라 하여도,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지 못한다면 나의 단잠을 방해한 것을 용서할 수 없음이다.”

쿵-!

루가릭스가, 등에 메고 있던 시커먼 스태프를 들어 바닥에 내리 꽂았다.

그러자 그 주위로, 어마어마한 기의 파동이 퍼져 나간다.

“흡……!”

세 사람을 향한 명백한 위협.

루가릭스가 살벌한 눈빛으로 훈이를 응시하기 시작했고, 훈이의 말이 천천히 이어졌다.

“리치 킹 샬리언. 그가 다시 나타났다.”

“……!”

훈이는 간결하고 명료하게 현 상황에 대해 루가릭스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레비아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AI 빙의가 맞는 것 같아요.”

“음…? 왜죠?”

“훈이 쟤가 저렇게 조리 있게 말을 잘 할 리가 없거든요.”

“아하.”

두 사람이 훈이의 상태(?)에 대해 분석하는 동안 훈이의 설명은 전부 끝이 났고, 루가릭스의 두 눈이 보랏빛으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샬리언……! 그 자가 결국……!”

듣기만 해도 분노가 느껴지는 루가릭스의 목소리.

루가릭스가 분노한 것은, 사실 샬리언이 어둠의 군대를 일으킨 것 때문이 아니었다.

어둠의 신 카데스가 샬리언에 의해 타락했다는 이야기.

그 부분이 루가릭스의 심기를 크게 건드린 것이다.

카데스는 그의 신이자, 아버지였으니까.

“용서치 않으리라……!!”

루가릭스의 몸이 강렬한 보랏빛의 광채로 휩싸인다.

그리고 몸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그의 실루엣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쿠쿵- 쿠쿠쿵-!

폴리모프를 풀고 드래곤의 본체로 돌아온 루가릭스.

크아아아오!

한 차례 커다랗게 포효한 루가릭스가, 쩌렁쩌렁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샬리언을 처단하고, 어둠의 질서를 바로잡으리라!]

이어서 이안 일행의 눈 앞에, 줄줄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띠링-!

[어둠의 신룡, ‘루가릭스’를 성공적으로 설득하셨습니다!]

[루가릭스가 샬리언에게 분노하기 시작합니다.]

[이제부터 신룡 루가릭스가, 파티에 합류합니다. (단, 리치 킹 샬리언과 관련되지 않은 퀘스트를 진행한다면, 그가 적으로 돌아설 수 있습니다.)]

:

: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하고 나자, 내심 마음을 졸이고 있었던 이안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휘유. 이로서 첫 번째 산은 넘은 건가?’

퀘스트 연계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어둠의 신이 자신의 탐욕을 위해 루가릭스에게 내렸던 권능이, 오히려 리치 킹과 맞서는 데 사용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빛의 신룡 엘카릭스의 힘을 얻는 것.

‘흐흐, 신룡 한 마리를 더 얻을 수 있게 된다 이거지?’

‘빛의 신룡 엘카릭스’ 퀘스트는, 세 사람 모두에게 발동된 퀘스트이다.

하지만 각자의 퀘스트 보상이 각기 달랐다.

그렇기에 훈이나 레비아는, 이안의 보상이 무려 ‘빛의 신룡’이라는 사실을 아직 알지 못했다.

“흐흐흣.”

신룡 한 마리를 더 얻을 생각을 하자, 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이안!

그런데 그 때.

이안의 눈 앞에 생각지도 못 했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돌발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

마계에서 몇 번 발동된 이후, 정말 오랜만에 발동한 돌발 퀘스트.

그런데 이어서 떠오른 퀘스트 창은, 이안을 그야말로 경악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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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의 신룡, 루가릭스 길들이기 (히든)(돌발)’ -

당신은 테이밍 마스터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테이밍 마스터로서 수 많은 소환수들을 길들여 왔다.

그리고 이제 당신은, 인간으로서 닿을 수 없는 초월적인 영역에 도전하려 한다.

그것은 바로 ‘신화적인’ 존재를 길들여 소환수로 만드는 것.

이제껏 그 어떤 소환술사도 해 내지 못했던 그 일을 해 낸다면, 당신은 테이밍 마스터로서의 한계를 한 번 더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기회가 주어졌다.

어둠의 신룡 루가릭스를 테이밍하고, 당신의 초월적 능력을 증명하자.

퀘스트 난이도 : SSSSS

퀘스트 조건   : 350레벨 이상의 소환술사 유저.

‘테이밍 마스터’ 클래스를 가진 유저.

신화등급의 소환수, ‘어비스 드래곤’을 보유한 유저.

‘빛의 신 에르네시스를 찾아서’ 퀘스트를 클리어 한 유저.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신화등급의 소환수, ‘루가릭스’

히든 클래스 ‘테이밍 마스터’의 티어상승.

* 공유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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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신 에르네시스를 찾아서’ 퀘스트의 보상 중 하나였던, 테이밍 마스터의 티어상승 기회.

잠깐 잊고 있었던 그 보상이, 생각지도 못 했던 방향으로 나타났다.

< (1). 어둠의 신룡, 루가릭스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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