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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97화 (417/1,027)

< (8). 풀리는 실마리 -1 >

훈이가 릴슨의 도움으로 발동시킬 수 있었던 스토리인 ‘어둠의 비사(秘史)’.

‘숨겨진 에피소드’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이 에피소드를 보기 위해서는 특별한 자격이 필요했다.

어둠의 신 카데스와 마신 데이드몬의 거래.

이 거래와 관련된 퀘스트를 클리어한 적이 있는 유저들에게만 이 에피소드 영상이 공유된 것이다.

릴슨이야 관련 퀘스트를 클리어한 적이 없어도 유물의 주인이기에 예외였고 말이다.

그렇다면 이 에피소드 영상을 공유 받은 유저는 총 몇 명일까?

어디 숨겨진 퀘스트를 클리어 한 유저가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훈이와 릴슨 두 사람이 전부가 아님은 확실했다.

훈이와 퀘스트를 함께 클리어했던, ‘이안’이라는 존재가 있었으니 말이다.

데이드몬의 서를 감정중인 릴슨을 슬쩍 응시한 이안이, 씨익 웃었다.

‘레이드 중에 발동 되서 놀라기는 했지만, 정말 꿀 같은 정보였어.’

사령의 군장 레이드 중에 갑자기 멈춰버렸던 이안.

그 이유가 바로 이 에피소드 영상 공유에 있었다.

이안의 캐릭터의 시간이 멈춰버리며, 이 어둠의 비사 스토리와 연동되었던 것이다.

버그인 것만 같았던 상황이었지만, 알고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었던 것.

어쨌든 이안은 이 에피소드 영상 하나로, 거의 모든 상황을 파악해 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만사 제쳐두고 훈이를 찾아 영지로 돌아온 것이고 말이다.

‘자, 이제 어떤 식으로 진행되려나?’

이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훈이와 릴슨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릴슨이 들고 있던 데이드몬의 서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띠링-!

[마계의 고대 유물, ‘데이드몬의 서’ 아이템을 감정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탐험가 경험치가 54975800만큼 상승합니다.]

[‘유물감정’ 스킬의 숙련 경험치가 915764만큼 상승합니다.]

[‘유물감정’ 스킬의 레벨이 마스터 3레벨에서 마스터4레벨로 상승합니다.]

[전설 등급의 유물감정에 성공하여, 명성을 10만 만큼 획득합니다.]

:

:

“됐다!”

릴슨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과거 릴슨은, 이안이 감정을 의뢰했었던 전설등급의 유물인‘여의보도(如意寶圖)’를 감정해 낸 적이 있다.

수 십 개가 넘는 최상급 감정석을 소모해서 겨우 감정에 성공했었던 기억.

당시 고급 9레벨이었던 유물감정 스킬이 마스터 3레벨까지 오른 상황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 번에 전설등급의 유물을 감정해 낸 것은 엄청난 것이었다.

사실 릴슨조차도, 2~5회 정도는 실패할 각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안이 보유하고 있다던 상급 마령석 세 개를 다 쓰기 전에만 감정에 성공해도 좋겠다는 생각이었건만, 이렇게 노트북 두 대 값(?)을 아끼게 되니 날아갈 것만 같았다.

“크으, 탐험가 랭킹 1위 클라스 봤지?”

어깨를 쭉 펴며 위풍당당한 표정을 짓는 릴슨.

그런데 릴슨의 자랑에 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들의 시야로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 하고 떠올랐다.

띠링-!

[‘데이드몬의 서’ 아이템의 봉인이 해제됩니다.]

[고대 마계어로 작성된 고서입니다.]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그것을 본 훈이가 어처구니 없는 표정이 되어 중얼거렸다.

“뭐야, 봉인까지 풀었으면 이제 보여줘야지! 여기서 또 이러면 어쩌자는 건데?”

하지만 훈이의 짜증에 대답이라도 하듯, 연이어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마신 데이드몬의 음모’를 밝혀내기 위한 모든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차원의 중재자 이리엘을 찾아서’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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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원의 중재자 이리엘을 찾아서 (히든)(연계)’ -

당신은 고대의 유물들을 분석하는 작업을 통해, 어둠 속에 묻혀 있던 ‘비사(秘史)’를 발견해 내었다.

그리고 그 숨겨진 역사 속에는, 차원의 균형을 깨뜨리려는 음모가 담겨 있었다.

그것은 바로, 리치 킹의 탐욕으로부터 시작된 인과율의 균열.

그런데 어쩐 일인지, 차원의 균열을 막아야 할 어둠의 신 카데스가 리치 킹 샬리언을 방치하고 있다.

완전무결한 존재인 신 카데스에게도, ‘탐욕’이라는 감정이 생긴 것이다.

만약 이 균열이 계속해서 벌어지게 된다면, 종래에는 인간계에 파멸의 위기가 도래할 것이다.

고서(古書)에 의하면, 카데스의 탐욕에는 마신의 힘이 일부 관여되어있다.

그리고 이 ‘데이드몬의 서’에는, 두 신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전부 기록되어있다.

차원의 중재자인 이리엘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도록 하자.

그녀라면 고대의 마계어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데이드몬의 서를 가져다준다면, 그것을 읽은 뒤 균열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S

퀘스트 조건   : 알 수 없음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알 수 없음

* 거절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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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리엘이 머물고 있는 ‘사랑의 숲’.

차원의 마도사인 그리퍼를 통하지 않고는 갈 수 없는 곳이지만, 이안에게는 예외였다.

이안에게는 차원의 구슬이 있기 때문이었다.

차원계에 관계없이 한 번이라도 가 봤던 좌표로는, 언제든 차원의 문을 열어 이동할 수 있는 사기적인 아이템!

이안은 곧바로 차원의 문을 열었고, 훈이와 이안은 곧바로 그 문을 통해 이동했다.

하지만 릴슨은 합류할 수 없었다.

레벨이 부족해 퀘스트를 받지 못한 탓이다.

그리고 사랑의 숲에 처음 와 본 훈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감탄사를 터뜨렸다.

“오오……! 여기 엄청 샤방샤방하게 생겼네? 하늘색이 핑크빛이야!”

이어서 이안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형은 여기 처음 아니지?”

“응.”

“여기 뭐 하는 곳이야? 무슨 무릉도원같은 느낌인데?”

완전히 새로운 느낌의 공간에, 신기하다는 듯 두리번거리는 훈이.

그것을 본 이안이 피식 웃으며 입을 떼었다.

“훈이 너 여자친구 있냐?”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받은 훈이가 움찔 했다.

“여자…… 친구?”

“응. 요즘은 초딩들도 다들 여친 있다던데…….”

그에 훈이가 버럭 했다.

“아니, 대체 어느 나라 초딩이야 그건?!”

“어느 나라 초딩이긴, 한국 초딩 말하는 거지.”

“그, 그럴 리가 없거든?!”

당황하는 훈이를 보며, 이안이 실실 웃었다.

“아무튼! 묻는 말에나 대답해 짜샤. 있어, 없어?”

모태솔로인 훈이에게는 너무도 끔찍한 질문!

핑크빛 하늘을 보고 들떠있던 훈이의 기분이,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시무룩해진 훈이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어, 없어.”

이안이 한 차례 더 확인사살을 시도했다.

“한 번도?”

“응…….”

그에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이안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훈아, 여기가 뭐 하는 곳이냐고 물어봤지?”

“……?”

“여긴 말이야…….”

잠시 뜸을 들인 이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옥이야.”

“응…?”

이안의 입 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간다.

“적어도 너한테는 말이야.”

*          *          *

사랑의 숲에 도착한 두 사람은, 어렵지 않게 이리엘을 찾았다.

숲의 지리를 훤히 꿰고 있는 이안이 있으니,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훈이가 조금(?) 고통받기는 했지만, 그것은 소소한 것일 뿐이었다.

이리엘은 이안을 반갑게 맞아주었고, 곧바로 연계 퀘스트가 진행되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두 사람으로부터 데이드몬의 서를 받아 든 이리엘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것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자, 집중해서 들어 주세요.”

그리고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마신 데이드몬은, 인간계의 균형이 깨지기를 원한다.

나아가 인간계를 수호하는 신들이 분열을 원한다.

그렇기에 리치 킹 샬리언의 제안은, 그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마신이시여, 나는 탐욕의 씨앗이 필요합니다.”

[탐욕의 씨앗이라, 그것이 왜 필요하지? 네 녀석은 이미 탐욕 그 자체인데 말이야.]

“어둠의 신 카데스에게 ‘탐욕’을 일깨워 주려 합니다. 그리하여 내가 그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있음을, 탐욕을 통해 알리려 하나이다.”

[크크큭, 크하하핫!]

탐욕의 씨앗은, 본래 천신(天神)들을 타락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한때 천계의 공격에 의해 멸망의 위기에까지 내몰렸던 마계를, 기사회생할 수 있게 만들어 줬던 기물인 탐욕의 씨앗.

마신들은 이 기물을 이용해 다섯이나 되는 천신들을 타락시키는 데 성공했고, 그들은 마신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현재 마계를 수호하는 열셋의 마신들 중, 다섯의 마신이 타락한 천신들이었던 것이다.

사실 샬리언은, 이 탐욕의 씨앗이 어떠한 물건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단지 신을 타락시킬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탐욕의 씨앗을 이용하면, 카데스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을 것만은 분명했으니까.

‘탐욕’이 생긴 카데스는 더 강한 권능에 목말라할 것이고, 그런 그에게 리치 킹은 훌륭한 도구가 될 것이었다.

[좋다. 탐욕의 씨앗을 내어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마신이시여.”

[하지만 이것은 내게도 무척이나 귀한 물건이다.]

“제게 바라시는 것이 있습니까.”

[바라는 것은 없노라. 단지 성공하지 못한다면, 내게 영혼을 바쳐야 할 것이다.]

“알겠…… 나이다.”

결국 데이드몬에게서 탐욕의 씨앗을 받아낸 샬리언은, 어둠의 신단으로 숨어들어 카데스의 제단에 그것을 공양해 올렸다.

카데스의 신격에, ‘탐욕’이라는 감정을 심어버린 것이다.

꽤나 오래 이어진 이리엘의 이야기.

심각한 표정으로 데이드몬의 서를 읽어 내려가던 이리엘을 향해, 이안이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샬리언은 마계에 봉인 당했던 것인가요?”

함께 이야기를 들은 훈이도, 한 마디 덧붙였다.

“그러게요. 분명 얼마 전까지 샬리언은, 마계에 봉인되어 있었거든요. 카데스를 타락시키는 데 성공했다면, 그가 샬리언을 돕지 않았을까요?”

두 사람의 물음에, 이리엘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뇨. 샬리언이 카데스에게 탐욕의 씨앗을 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곧바로 카데스가 타락한 것은 아니에요.”

“네?”

“무려 신격(神格)을 가진 카데스가, 그렇게 쉽게 타락해 버리지는 않거든요.”

“그렇다면…?”

“카데스가 타락하는데 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을 거예요. 탐욕의 씨앗이 그의 신격을 천천히 잠식시켰을 테니까 말이죠.”

“아, 그래서…….”

샬리언은 카데스에게 탐욕의 씨앗을 심는 데 성공했지만, 결국 그에게 꼬리를 밟히고 만다.

탐욕의 씨앗을 심은 것이 걸린 것은 아니었으나, 그가 ‘리치’인 것을 들키고 만 것이었다.

그리하여 카데스는 신들의 회의를 소집했고, 인간계의 영웅으로 하여금 샬리언을 처단할 것을 명한다.

그리고 그 인물이 바로, 루스펠 제국의 영웅인 ‘뮤란’이었던 것이다.

“이리엘님,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둠의 신 카데스의 신격에 심어졌다는, 그 탐욕의 씨앗을……. 제거하면 되는 건가요?”

훈이의 물음에, 이리엘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것은 불가능해요. 카데스는 이미 타락하기 시작했고, 이대로 두면 아마 마신이 되어버릴 겁니다.”

“그럼, 어떡하죠?”

이리엘의 커다란 눈이 맑게 반짝인다.

이안과 훈이를 번갈아 응시한 그녀가, 빙긋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신들의 문제는 이제 신에게 맡겨야겠죠.”

“네?”

“이제 그대들은, 인간 영웅으로서 그대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해 주세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유피르 산맥 너머에서 어둠의 군단을 일으키고 있는, 리치 킹 샬리언을 저지하는 것 말이에요. 과거 루스펠의 영웅 뮤란이 그랬듯 말이죠.”

이리엘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다른 신들이 카데스의 타락에 대해 알게 된다면, 이제 그는 샬리언을 도울 수 없게 될 거예요. 그렇게 되면 해 볼 만한 승부가 되지 않겠어요?”

그 뒤로도 이리엘의 이야기는 조금 더 이어졌다.

그것은 과거에 영웅 뮤란이, 어떻게 리치 킹인 샬리언을 봉인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열쇠는 바로 두 마리의 신룡에게 있었다.

어둠의 신룡 루가릭스와, 빛의 신룡 엘카릭스.

이어서 이안의 눈 앞에, 생각지도 못 했던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 (8). 풀리는 실마리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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