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391화 (411/1,027)

< (6). 기묘한 퀘스트 -1 >

“휴, 이번으로 다섯 번째 영혼조각인가?”

“음…. 그런 것 같아. 우리 파티가 공략한 건 다섯 번 째. 서버 전체로 따지면 한 13~15번째 정도 될 것 같고.”

로터스 길드의 상징인, 그리핀이 수놓아져 있는 황금빛 깃발.

그 아래 세 남녀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안과 헤르스, 그리고 피올란.

그들은 벌써 이주일 째 샬리언의 흔적을 찾아 쫓고 있었다.

“피올란님, 다른 길드나 파티에서 샬리언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는 정보는 없죠?”

“네, 없는 것 같아요.”

“헬라임에 대한 정보는요?”

“그 역시….”

사실 루이세이가 지속적으로 주고 있는, ‘샬리언의 영혼조각 파괴’ 퀘스트는 무척이나 유익(?)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어마어마한 에피소드 공헌도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 남는 장사였으니까.

난이도와 개인의 참여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 100만이나 되는 공헌도를 주는 영혼조각 파괴 퀘스트.

다섯 번의 파티에 전부 참여했으며 가장 큰 참여도를 기록한 이안이 획득한 공헌도는, 지금까지 무려 700만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천만의 공헌도를 모으면 ‘신화등급 장비상자’와 교환할 수 있으니, 그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막대한 공헌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안은 답답했다.

‘공헌도도 좋지만, 빨리 뭔가 진전이 됐으면 좋겠는데….’

지금 이안이 루이세이의 퀘스트를 하는 목적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샬리언의 위치에 대한 단서를 찾는 것.

두 번째는, 샬리언의 하수인에 의해 어딘가에 갇혀 있을 헬라임을 찾아 가신으로 만드는 것.

그런데 이 두 가지에 대한 진척이 없으니, 막대한 공헌도를 얻으면서도 답답한 것이다.

이안이 헤르스를 향해 다시 물었다.

“루이세이가 다른 퀘는 주는 거 없었어?”

“응, 없어. 계속해서 영혼조각 파괴, 인질구출 퀘스트야.”

헤르스의 대답에, 이안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흐음…. 진전이 없네.”

그에 헤르스가 대꾸한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잖아. 일단 뇌옥이건 필드건, 샬리언의 영혼조각을 계속 쫓다 보면 뭔가 보이지 않을까?”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이 맞아. 하지만 그래서 답답한 거지. 에피소드 생성된 지도 이제 보름은 지났고, 뭔가 실마리가 보일 때도 된 것 같은데….”

피올란이 끼어들며 말했다.

“뭐, 일단 공헌도 천만 채울 때 까지만, 느긋하게 계속 퀘스트 해 보는 건 어때요?”

헤르스도 거들었다.

“그래, 피올란님 말이 맞아. 다 같이 모여서 신화등급 장비상자 한번 까 본 다음에, 뒷일은 그 때 생각하자고.”

이안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쩝. 결국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

“그래, 급할 거 없잖아. 서두르지 말자.”

“그러지 뭐. 그럼 다음 파티 명단이나 짜 볼까?”

세 사람은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앞으로 길드파티의 일정에 대해 대략적으로 정리했다.

이름하야 샬리언의 영혼 파괴 퀘스트 공략 파티.

하지만 로터스 길드원들은 이 파티를 간결하게 ‘영혼 파괴 파티’ 라고 부르는 중이었다.

부르기 편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파티 일정을 소화하다보면 영혼이 파괴된다는(?) 그런 의미가 조금 더 강했다.

로터스 길드는 이 파티를 20인 풀 파티로 계속해서 로테이션을 돌리는 중이었는데, 거의 쉬는 타임 없이 계속해서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이 하드한 일정을 버틸 수 있는 멤버는 많지 않았고, 덕분에 이안과 유신 정도를 제외하고는 회차마다 멤버가 로테이션 되고 있었다.

이안이 길드 채팅창에 채팅을 올렸다.

[이안 : 5회 차 일정 방금 끝났습니다, 여러분. 6회 차 지원하실 분?]

그리고 이안의 말이 올라가자마자 채팅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리우 : 오오! 이안님이닷!]

[김고수 : 으아닛! 이안님이 채팅에 등장하시다니!]

[카이스 : 이안님!!! 다음 달 정모에는 오시는 건가요?! 정모 좀 오세요!!]

:

:

왕국선포를 한 뒤 퓰리오스 길드까지 흡수한 로터스 길드의 덩치는, 현재 무척이나 커져 있었다.

현재 길드원의 숫자만 해도 500여명에 육박하는 수준.

그렇기 때문에 길드 내에서도, 이안을 구경조차 하지 못한 사람이 제법 있었다.

이안이 채팅창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데다, 길드파티에도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길드채팅을 해야 할 일이 있더라도, 수뇌부 전용으로 따로 생성해 놓은 채팅창을 대부분 이용했던 이안.

그래서 채팅창에 이안이 한 마디라도 치면, 그 순간 채팅창 스크롤이 순식간에 내려가곤 했다.

[클로반 : 자자, 다들 진정하시고. 잠시 채팅 좀 멈춰주세요. 우선 영혼파괴 파티 멤버부터 좀 짜야 하니까요.]

[피올란 : 그래요 여러분. 일단 파티 합류 희망하시는 분 부터 말씀 주세요! 이번 공략장소는 난이도가 좀 낮은 편이라 300레벨 이상부터 받도록 하겠습니다. 사제 클래스는 250레벨부터 가능!]

[카윈 : ㄷㄷ 무섭다;; 영혼파괴 파티라니. 어감 한번 살벌하네.]

[리키 : ㅇㅇ무서운 파티임. 저 지난주 3회 차 였나? 한번 따라갔다가 죽음을 경험함.]

:

:

결국 이안은 한 마디만을 하고 다시 입을 다물었지만, 피올란과 클로반의 통제 하에 6회차 공략 파티의 인원은 금방 채워졌다.

하드코어한 파티임은 다들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100만이라는 공헌도가 너무나도 큰 메리트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파티 구성원이 거의 짜여갈 즈음.

갑자기 올라온 한 마디로 인해, 길드 채팅창은 다시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루크 : 헤르스님, 피올란님! 방금 카일란 공카(공식 카페)에 급보 떴어요!]

[피올란 : 네? 무슨 급보죠?]

[이루크 : 시카르 사막 북부에, 신규 레이드 보스 생성 됐대요! 보스 이름은 사령의 군장(軍將). 레벨은 450이고 신화등급이라는데요?]

[헤르스 : 헉, 진짜요? 미친! 450레벨에 신화등급 레이드보스라고요?]

[이루크 : 넵. 게다가 이 놈 뜨기 직전에 이 자리에 샬리언이 있었나봐요. 당시 그쪽에서 사냥 중이던 200레벨대 유저들 광역 한방에 전부 삭제시키고 북쪽으로 올라갔다는 것 같아요.]

[카윈 : 헐, 신화등급 레이드보스 처음 뜬 거 아님?]

[리키 : 음? 차원전쟁때 떴던 마룡 칼리파가 신화등급이었지 않나요?]

[카윈 : 그렇죠. 그런데 걘 레이드 보스 아니에요 리키님. 칼리파는 시나리오 보스죠.]

[리키 : 아 그렇군요.]

카일란에서 ‘보스 몬스터’는 총 세 가지 개념으로 분류된다.

1. 가장 보편적으로 등장하며, 누구나 한 번 쯤은 잡아보았을 일반 보스 몬스터.

2. 같은 레벨 같은 등급이더라도, 일반 보스보다 강력하며 어마어마한 생명력을 갖고 있는.

거기에, 조금이라도 처치에 기여할 시 기여도와 관계없이 확률적으로 보스와 같은 등급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 레이드 보스 몬스터.

3. 마지막으로, 레이드 보스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더 강력하며, 아이템 획득 방식은 일반 보스 몬스터와 같은 시나리오 보스 몬스터.

마룡 칼리파나 리치 킹 샬리언은 3번에 속하는 시나리오 보스 몬스터인 것이고, 그 외 이안이 사냥해 왔던 다른 모든 보스 몬스터들은 대부분 1번에 속하는 녀석들이었다.

이안이 2번에 속하는 레이드 보스 사냥에 참여했던 것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던 것이다.

채팅창을 본 이안이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아, 왜 하필 레이드 보스야.”

이안은 레이드보스를 찾지 못해서 잡지 않아온 것이 아니었다.

단지 레이드 참여 자체를 싫어할 뿐.

기여도에 관계없이 숟가락만 얹으면 모두가 공평하게 아이템을 획득하는 방식이니, 이안이 좋아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나마 인스턴트 던전에 뜨는 레이드 보스는 소규모 정예 파티로 트라이할 수 있어서 좀 나은데, 이번처럼 필드에 등장하는 레이드보스는 속된말로 개나 소나 한 숟갈씩 얹을 게 분명했다.

애초에 레이드 보스 자체가, 랭커독식구조를 막으려고 만들어진 컨텐츠이다보니 이안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던 것.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 레이드를 통해 샬리언을 찾을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게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었다.

피올란이 이안을 향해 물었다.

“어쩔까요, 이안님. 6차 파티 캔슬하고 레이드 하러 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안이 투덜거렸다.

“으, 레이드 싫은데. 또 가면 남 좋은 일만 할 게 뻔해서….”

헤르스가 피식거리며 말했다.

“야, 그래도 신화등급은 처음이잖아. 신화등급 무기라도 건질 지 어떻게 아냐.”

“그거 확률 0.1%도 안 될 걸? 꿈 깨라 인마.”

“쳇, 아무튼! 어쩔래. 갈 거야 말거야?”

잠시간의 정적.

그리고 이안이 한숨을 푹 쉬며 대답했다.

“가야지 뭐, 어쩌겠냐. 신화템이야 기대도 안 하지만, 샬리언 찾으려면 아무래도 이번 레이드는 가야할 것 같네.”

*          *          *

“후후, 수고했다. 잠시만 기다리도록.”

어둠의 신 카데스의 신전.

제단의 앞에 선 카데스와 훈이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카데스님.”

카데스에게 물건을 건넨 훈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그러자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다.

띠링-!

[‘어둠의 신, 카데스의 부탁 Ⅱ’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명성을 2만 만큼 획득합니다.]

명성치 2만이라는, 다소 소박한 퀘스트 보상.

하지만 어차피 연계 퀘스트인데다 별로 어려운 퀘스트는 아니었기에, 훈이는 잠자코 기다렸다.

‘흐음, 뜬금없이 채집퀘는 대체 왜 나온 거지?’

지금까지 훈이가 진행한 카데스의 부탁 Ⅰ과 Ⅱ 퀘스트는, 두 번 모두 300레벨대 초반 사냥터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잡화 아이템을 채집해 오는 퀘스트였다.

‘이걸로 뭔가 만드나본데….’

사라진 카데스를 기다리던 훈이는, 조금 흥미로운 표정이 되었다.

뭔가 퀘스트의 전개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채집 퀘스트가 또 이어지는 것 만큼은 사양하고 싶었다.

채집 퀘스트만큼 귀찮고 재미없는 종류의 퀘스트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잠시 후, 사라졌던 카데스가 돌아왔다.

훈이에게 다가온 카데스는, 영롱한 보랏빛깔의 구슬을 꺼내어 훈이에게 건네었다.

“자, 받거라.”

훈이는 구슬을 받아들었고, 카데스가 말을 이었다.

“어둠의 힘을 응축시켜 만든, 구슬이다.”

이어서 구슬의 정보를 확인한 훈이는, 고개를 갸웃 했다.

별다른 정보가 쓰여 있지 않은, 말 그대로 어둠의 힘을 응축시킨 구슬이었기 때문이었다.

요약하자면 ‘카데스의 구슬’ 이라는 이름의 잡화 아이템.

훈이가 카데스를 향해 물었다.

“이 구슬로 뭘 하면 되는 거죠?”

카데스의 입 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북부대륙의 남동쪽. 그러니까 콜로나르 대륙 동부와 이어진 말라카대륙의 남쪽으로 가면….”

잠시 뜸을 들인 카데스가, 허공으로 손을 들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어두운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허공에 묵빛의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 그림은, 지도였다.

순식간에 허공에 떠오른 제법 자세한 지도.

이어서 그 지도의 한 구석에, 보랏빛의 점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카데스의 말이 이어졌다.

“이 부근에 루가릭 산맥 이라는 바위산이 있다.”

“루가릭… 산맥…?”

어디서 분명히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 ‘루가릭’이라는 이름.

‘하지만 필드나 던전의 이름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일순간 떠오른 그 궁금증은, 카데스와의 다음 대화에서 바로 해결이 되었다.

“이 루가릭 산맥의 꼭대기에, 나의 아이가 잠들어있다.”

“카데스님의 아이라면….”

“어둠의 신룡, 루가릭스. 녀석의 레어가 바로 이 곳에 있지.”

“아…!”

훈이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어둠의 신룡 루가릭스라면, 훈이가 모를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훈이는 과거 차원전쟁 당시, 루가릭스로부터 얻은 퀘스트를 진행했던 적도 있었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 했더니….’

훈이가 루가릭스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는 사이, 카데스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 구슬을 가지고 루가릭스의 레어로 가거라. 그러면 잠들어있던 나의 아이가 눈을 뜰 것이다.”

훈이가 다시 물었다.

“그 다음은요?”

“그럼 나의 아이가 너를 도울 것이다.”

“저를 돕는다구요…?”

“그래.”

카데스의 까만 두 눈동자가, 훈이를 잠시 응시했다.

그리고 그의 입이 서서히 다시 떼어졌다.

“리치킹 샬리언. 차원계의 조화와 균형을 파괴하는 그의 야욕을 저지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어서 훈이의 눈 앞에, 퀘스트가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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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의 신, 카데스의 부탁 Ⅲ (히든)(연계) -

당신은 카데스에게, 리치 킹의 야욕을 이야기하며 도움을 청하였다.

하지만 신의 위격을 갖고 있는 카데스는, 직접적으로 인간세상에 관여할 수 없다.

때문에 그는, 자신을 대신해 신룡 루가릭스로 하여금 당신을 돕게 하려 한다.

카데스는 당신에게 어둠의 힘을 응집시켜 만들어낸 구슬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이 구슬은, 잠들어 있는 어둠의 신룡 ‘루가릭스’를 깨울 수 있는 각성제이다.

카데스는 이 어둠의 구슬을 이용하여, 당신이 루가릭스를 깨우기를 바라고 있다.

루가릭스가 깨어난다면, 그가 카데스를 대신해 당신을 도울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A

퀘스트 조건   :

350레벨 이상의 흑마법사.

임모탈의 능력을 계승중인 유저.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알 수 없음.

* 퀘스트에 실패 시, ‘카데스의 음모 저지’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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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이는 퀘스트를 찬찬히 읽었다.

그리고 퀘스트 창의 마지막에 쓰여 있는 한 줄의 문구를 읽고는, 한 쪽 입 꼬리를 슬쩍 말아 올렸다.

‘카데스의 음모라…. 크큭, 역시…!’

< (6). 기묘한 퀘스트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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