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390화 (410/1,027)

< (5). 어둠 속의 음모 -3 >

*          *          *

[안녕하십니까, YTBC 카일란 이브닝뉴스의 하인스.]

[루시아입니다.]

[루시아님,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들어와 있죠?]

[오늘도 역시 흥미로운 소식들이 무척이나 많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첫 번째로 소개해 드려야 할 소식은 히든 에피소드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히든 에피소드라면 역시, 인간계의 200레벨 이상인 모든 유저들에게 발동된 ‘어둠의 태동’ 에피소드를 말씀하시는 것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얼마 전 LB사에서 처음 선보인 ‘시나리오 시청 모드’ 덕에 거의 모든 유저분들께서 알고 계시겠지만, 그 날을 기점으로 콜로나르 대륙 곳곳에서 어둠의 군대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 많은 고레벨 유저분들께서 이 어둠의 군단과 싸우기 위해 파티를 결성하고 계시지요.]

[그렇군요. 이 어둠의 군대들의 레벨대는 평균적으로 몇 레벨 정도일까요?]

[언데드들의 레벨은 200레벨 초반부터 높게는 300레벨 후반대까지 다양합니다만, 등장하는 지역에 따라 그 레벨이 많이 갈린다고 하더라구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일반적으로 오픈필드에서 등장하는 언데드들의 레벨대가 200레벨 초반대로 가장 약체이며, 특정 던전이나 인스턴트 필드에서 등장하는 언데드들의 레벨이 대체로 높다고 합니다.]

한국대학교 가상현실과의 2학년 과실.

과실 구석에 틀어놓은 TV앞에는, 너 댓 명의 인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YTBC 카일란 채널을 시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1학기에 진성과 함께 팀플을 했던 세미와 영훈, 민수도 포함되어 있었다.

“야, 세미야. 우리 개강하자마자 과실에서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걸까…?”

영훈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세미가 발끈 하며 대답했다.

“개강하자마자라니! 벌써 개강한지 보름이나 지났다고. 그리고 수업 없는 공강 시간에 ‘뉴스’ 좀 보는 게 어때서!”

“그 뉴스가 게임뉴스니까 조금 눈치 보여서 그러지. 교수님이라도 들어오시면….”

“교수님께서 들어오시면? 아마 같이 보실 걸?”

“….”

티격태격하는 세미와 영훈.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킨 민수가 그들을 향해 한 마디 핀잔을 주었다.

“시끄러워 이것들아. 지금 중요한 내용인데 자꾸 방해되게 떠들래?”

그에 영훈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얼씨구, 넌 맨날 뉴스랑 영상만 그렇게 열심히 봐서 뭐하냐. 그 시간에 레벨을 올렸으면 벌써 300레벨은 찍었겠다.”

“시끄럽다니까…!”

하지만 소란도 잠시.

본격적으로 뉴스가 시작되자, 시끄러웠던 과실은 금세 조용해졌다.

그리고 과실 여기저기 앉아 개인 과제를 하고 있던 다른 학생들도, 세미가 틀어 놓은 TV 앞으로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그리고 하인스님, 오늘은 정말 특별한 특종이 기다리고 있어요.]

[오오! 특종이라면 혹시…!]

[네, 그렇습니다. 이 루시아가 시청자 여러분들을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판 결과, 다섯 번째 뇌옥을 발견한 파티의 인터뷰를 따냈습니다!]

[이야, 대단하군요! 다섯 번째 뇌옥을 발견한 파티는 어떤 파티인가요?]

[많은 분들께서 짐작하셨겠지만, 다섯 번째 뇌옥은 타이탄 길드의 원정대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그 곳에는 심지어 열 기도 넘는 데스나이트가 뇌옥을 지키고 있었다는군요.]

[오오! 정말 대단합니다. 아직 공식 커뮤니티에도 풀리지 않은 따끈한 소식!]

[하지만 하인스님, 아직 놀라시기는 이릅니다.]

[왜죠? 더 대단한 특종이 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리치 킹 샬리언의 영혼조각이, 뇌옥이 아닌 일반 필드에서도 발견되었다는군요!]

숨죽인 채 TV를 시청하던 민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오…? 필드에 샬리언 영혼조각이 나왔다고?”

옆에 있던 영훈이 거들었다.

“헐, 그러게. 그게 정말이면…. 우리도 이러고 있을 때거 아닌 거 아냐?”

“왜?”

“뇌옥은 무리여도, 필드 정도는 우리 파티로도 공략해 볼 만 하잖아. 샬리언 영혼조각 하나만 찾아 파괴해도 공헌도 100만이라고 들었는데…!”

‘어둠의 태동’시나리오가 발동되면서, 200레벨 이상의 모든 인간계 유저들은 시나리오 관련 퀘스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시나리오 관련 퀘스트를 수행할 때 마다 유저의 시나리오 공헌도가 올라가게 되는데, 이 공헌도가 쌓이면 공헌도 상점에서 좋은 칭호와 아이템 등으로 교환할 수 있게 된다.

일례를 들자면, 전설등급의 장비를 랜덤으로 획득할 수 있는 ‘전설등급 장비상자’의 경우, 20만 공헌도를 지불하면 구입할 수 있는 것.

한데 ‘샬리언의 영혼조각 파괴’ 퀘스트는 무려 100만의 공헌도를 선사했으니, 유저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것은 당연했다.

“하긴, 듣고 보니 영훈이 말이 일리가 있네. 우리가 어제 내내 뺑이 쳐서 쌓은 공헌도가 겨우 6만인가 7만인데…. 영혼조각 하나만 찾으면 거의 십오일 치 노가다 버는 셈이잖아?”

“그러게, 한번 시도해 볼 가치는 있겠어.”

그리고 과실에 있던 인원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뉴스룸을 비추고 있던 화면이 한 차례 변했다.

카일란 플레이 영상이 송출되기 시작한 것.

이어서 루시아의 음성이 TV를 통해 흘러나왔다.

[하야시스 고원에 등장한 죽음의 기사, 그리고 어둠의 군단들! 이 루시아가 어렵게 공수해 온 전투영상으로 지금부터 함께 보시겠습니다.]

TV의 앞에 모인 학생들의 시선이 더욱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세미의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안이다…!”

영훈과 민수 또한 감탄사를 터뜨리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캬, 또 이안갓이네.”

“크으, 그러게. 진짜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 이안같은 유저는 대체 공헌도를 몇이나 쌓았을까?”

“글세, 모르긴 몰라도 한 5백만 정도는 쌓지 않았을까?”

“에이, 그건 아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영혼조각을 혼자 독식했다고 쳐도 공헌도 천만이 안 되는데….”

세미도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맞아, 5백만은 오바고, 한 백에서 이백만 정도 쌓았겠지.”

“휘유. 그래도 부럽네.”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화면을 시청하는 학생들.

그런데 그 때.

민수가 문득 한 마디를 꺼내었다.

“그런데 영훈아. 이안 있잖아….”

“응?”

“진성 선배 좀 닮은 것 같지 않냐? 머리스타일이랑 장비 때문에 그동안 생각 못했었는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안 쪼랩 시절 사진 보니까 빼박 진성선배던데?”

민수는 영훈에게 말한 것이었지만, 대답은 다른 곳에서 흘러나왔다.

“에엑…?! 민수 너 장난이라도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왜?! 그럴싸하잖아. 진성선배가 지난학기에 우리한테 던져 준 미친 자료도, 선배가 이안이라면 설명이 된다고. 게다가 예전부터 이안이 우리학교 학생이라는 얘기도 많았잖아.”

하지만 세미는 고개를 휘휘 저으며, 한 마디로 일축해 버렸다.

“아, 아무튼! 그럴 리는 절대로 없어! 없다고!”

그리고 발끈하는 세미를 보며, 영훈이 피식 웃었다.

“야, 넌 세미가 이안 광팬인 거 알면서 그런 소릴 하냐?”

“왜, 그게 무슨 상관이야.”

“무슨 상관이긴!”

영훈의 입 꼬리가 씨익 말려 올라갔다.

“네가 방금 세미 환상을 깨 버린 거라고.”

“….”

*          *          *

“레미르 누나! 쉴드 좀!”

“알겠어!”

후우우웅-!

할리의 위에 올라탄 이안의 주변으로, 붉은 빛깔의 쉴드가 생성된다.

마치 용암이 흘러내리는 듯 한 모습의 얇은 화염으로 이루어진 방어막.

레미르의 서포팅으로 플레임 베리어를 두른 이안이, 필드에 등장한 보스 몬스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데스나이트와 무척이나 흡사한 생김새를 가진 언데드 몬스터.

하지만 차원이 다른 강력함을 지닌 보스 몬스터인 사령의 기사가 이안을 향해 대검을 휘두른다.

[건방진 인간…!]

까가강-!

이안의 정령왕의 심판과 사령의 기사의 대검이 맞물리며 듣기 거북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극- 그그극-!

그리고 둘의 무기가 맞물릴 때 마다, 플레임 베리어의 영향으로 불꽃이 튀어 오른다.

플레임 베리어의 효과는, 지속시간동안 피해량 최대치의 10%만큼을 흡수해 주는 것.

때문에 플레임 베리어의 효과를 극대화하여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방어에 성공하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90%까지의 피해가 흡수되는데, 플레임 베리어가 있다면 추가로 10%의 피해를 더 흡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플레임 베리어는, 기사 클래스 유저들이 가장 선호하는 화염법사의 서포팅 기술이다.

기사 클래스의 경우 방패를 사용하여 공격을 막아내면, 그것만으로도 80~90%언저리의 피해를 흡수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방패술을 잘만 활용하면, 플레임 베리어의 효과로 100% 피해를 막아내는 것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방패를 사용하지 않고도, 연달아 80%이상의 피해를 막아내는 괴물 같은 컨트롤도 가능하기는 하다.

까아앙-!

지금의 이안이 보여주는 것 처럼, 충격을 최소화 시킨다면 말이다.

이안은 거의 데미지를 입지 않은 채 데스나이트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 내었다.

그런데 그 때.

[사령의 힘으로…!]

데스나이트가 낮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기 시작하더니, 대검을 허공으로 치켜 올렸다.

이어서 칠흑빛의 대검 끝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는 새카만 어둠의 기운!

그것을 본 이안은, 재빨리 뒤로 물러서며 장비를 스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스왑이라기보다는 ‘추가 장착’.

양손무기인 정령왕의 심판을 오른손으로 쥐고, 왼손에 뿍뿍이의 등껍질로 제작한 귀룡의 방패를 꺼내어 든 것이다.

방어 자세를 잡은 이안은, 오른쪽에서 다른 언데드와 싸우고 있던 유신에게 신호했다.

“유신! 지금이야!”

“알겠어.”

이어서 유신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빛이 파티원 모두를 한 바퀴 휘감았다.

이것은 무도가만의 고유능력으로, 파티원 모두의 생명력을 일시적으로 증가시켜주는 기술이었다.

시전자 생명력의 15%라는 제법 괜찮은 계수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유신이 애용하는 스킬이기도 했다.

“좋아…!”

이안의 날카로운 시선이, 묵빛 기운이 모이고 있는 사령의 기사의 검 끝으로 향했다.

사령의 기사의 궁극기이자, 최강의 공격계수를 자랑하는 광역기인 파령검(破靈劍).

파령검의 캐스팅 시간은 무려 15초나 된다.

하지만 스킬이 캐스팅되는 동안 일시적으로 무적 상태가 되기 때문에, 캐스팅을 취소시킬 수 없는 까다로운 기술이었다.

게다가 계수와 공격범위까지 어마어마한 사기적인 광역공격기.

하지만 파훼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피하거나, 혹은 버티거나.

파령검에 살아남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기술을 쓰고 나면, 사령의 기사가 10초 동안 완벽히 무방비 상태가 되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 10초 내에 잡아내지 못하면 다시 생명력이 최대치로 차오르는 괴랄한 녀석이기는 하지만, 이안 파티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었다.

레미르와 이안 뿐 아니라 수많은 최상급 딜러들이 포진되어있는 로터스 길드.

그들이 10초동안 프리딜을 넣는다면, 녀석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번 기회에 끝낸다…!’

귀룡의 방패를 들어 방어력까지 최대치로 끌어올린 이안.

그리고 그 순간.

쿠쿵- 쿠구궁-!

황량한 대지가 요란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시작이다!”

사령의 기사의 검 끝에서 뻗어 나온 기운이, 지그재그로 요동치며 퍼져나갔다.

*          *          *

< (5). 어둠 속의 음모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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