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386화 (406/1,027)

< (4). 마수의 알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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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전쟁의 최종 보스이자, 지금까지 등장했던 그 어떤 보스몬스터 중에서도 가장 강력했던 존재인 마룡 칼리파.

칼리파는 아니지만 마치 쌍둥이 같이 생긴 신화등급 마수의 등장은, 정말 충격적인 것이었다.

물론 칼리파는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그에 맞춰 등장한 보스 몬스터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신화등급 마수와는 그 격이 다르다.

저 셀리파가 칼리파의 쌍둥이 격 몬스터라 하여도, 절대 칼리파와 같은 강력함은 가질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아름다운 자태는 이안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하물며 과거에 이안의 품 안에 있던 알이, 저런 엄청난 녀석을 품고 있던 알이었다니.

‘크윽, 배… 배가 아파… 흑흑.’

사실 과거로 돌아가 다시 그 상황이 되더라도, 이안은 차원마력충전기와 셀리파의 알을 교환할 것이었다.

차원마력충전기로 인해 얻은 이득이, 신화등급 마수와도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것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이 쓰린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수가 참… 예쁘네요.”

“허허, 그렇지?”

푸근한 웃음을 짓는 그리퍼!

이안은 오늘따라 그가 얄밉게 느껴졌다.

이안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리퍼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리퍼….”

“음? 왜 그러시는가.”

이안은 미련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셀리파 정보 창 좀 공유해 주실 수 있어요?”

정보창을 보면 더 배가아파질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신화등급 마수의 정보창은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리퍼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 정도야 어려울 것 없지. 그렇지 않아도 탐구심이 뛰어난 자네라면, 분명 궁금해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네.”

이어서 이안의 눈 앞에, 셀리파의 정보창이 곧바로 공유되었다.

[차원의 마도사 ‘그리퍼’가 자신의 마수 정보를 공유합니다.]

그리고 이안은, 떠오른 정보 창을 정신없이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레벨이 125에, 공격력이 3274 방어력 2188…. 민첩은 1256이고 지능은 1975라.’

일단 기본 전투능력치를 빠르게 메모한 이안은, 줄줄이 나열되어있는 고유능력들도 감상했다.

‘으음…. 서포팅 계열 고유능력들이 대부분이네. 역시 드래곤이라 브레스는 장착되어 있고…. 계수도 어마어마하군.’

보면 볼수록 입맛을 다시게 되는 셀리파의 정보창!

하지만 잠시 후, 이안은 기겁하고 말았다.

셀리파의 능력치로 성장치를 계산해 보니,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뭐야? 성장치가 왜 이렇게 낮아? 전설등급인 라이나 빡빡이 보다도 나쁘잖아?’

성장치란, 소환수나 마수가 1레벨 업 당 성장하는 전투능력치를 평균 낸 수치를 의미했다.

예를 들어 성장치가 50이라면, 레벨이 한 계단 오를 때 마다 상승하는 네 가지 전투능력치 합이 평균적으로 50이라는 말이었다.

현재 이안이 보유하고 있는 전설등급 소환수들의 성장치는 거의 70을 전후하는 수준.

심지어 신화등급인 카르세우스나 뿍뿍이의 성장치는 90이 훌쩍 넘건만, 셀리파의 성장치는 60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으니 당황한 것이었다.

‘뭐지? 무늬만 신화등급인 반푼이였던 건가…?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생각지도 못 한 결과에, 이안은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계산기를 좀 더 두들겨보자, 금방 그 이유에 대해 깨달을 수 있었다.

‘잠재력…! 잠재력 문제였어. 그리퍼 이 할배가 훈련도 안 시키고 막 키워버렸던 거야! 아니지. 키웠다고 하기도 민망하군. 이정도면 훈련 문제가 아니라 거의 방목 수준인데?’

훈련 스킬이나 조련소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소환술사가 데리고 다니며 전투하는 것 만으로도 소환수의 잠재력은 조금씩 오르게 된다.

하지만 지금 이 셀리파의 경우, 125레벨이 될 때 까지 ‘알아서’ 성장한 게 분명했다.

야생의 몬스터나 마수들 처럼, 그냥 주변 몬스터들을 잡아먹으면서 레벨 업 한 것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IQ 160이 넘는 천재를 데려다가 전교 꼴등으로 키운 격!

이안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휘유….”

덕분에 셀리파에 대한 미련은 사라졌으나, ‘테이밍 마스터’로서 이 현실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이안의 시선이 다시 그리퍼를 향했다.

조금 전과는 다른, 뭔가 아련한 눈빛.

“그리퍼님, 얘 왜 이렇게 모질이로 키우셨어요.”

이안의 꾸지람(?)에 그리퍼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으음? 모질이라니, 우리 셀리파에게 문제라도 있는 겐가?”

옆에 앉아있던 셀리파도 불만을 표했다.

푸릉- 푸르릉!

그에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리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리퍼님, 이쪽으로 와 보시죠.”

“음…?”

“제가 원래 이러려고 온 건 아닌데, 강의를 좀 해 드려야겠습니다.”

“강의라니? 무슨 강의 말인가.”

“와 보시면 압니다.”

그리퍼를 차원의 마탑 안으로 끌고 들어간 이안.

그렇게 이안교수님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          *          *

“오오…! 오오옷!”

“그러니까 잠재력은…….”

“크으, 이럴 수가!”

“이럴 때는 이렇게…….”

“자네! 역시 대단하구만!”

성장치와 잠재력의 상관관계부터 시작된 이안의 강의는,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등급 별 성장치 차이, 전투방식에 따른 전투능력치 상승효과 등.

이안의 입에서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전문지식(?)들!

소환술사가 아닌 이상에야 충분히 지루할 수 있을 만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그리퍼의 두 눈은 시종일관 초롱초롱했다.

“대단해…! 대단하다고! 몬스터를 육성하는데도 이런 심오한 학문이 있었다니!”

태생이 학자인 그리퍼로서는, 이안의 몬스터 육성학(?)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던 것이다.

흥분한 표정으로 아예 필기까지 하고 있는 그리퍼를 보며, 이안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라도 잘 키우시라고요. 저 엄청난 녀석을 이렇게 키워놓으시면 어떡합니까. 뭐 벌써 125레벨이나 되어서 이미 성장치 손해가 어마어마하겠지만 말이죠.”

이안의 핀잔에, 그리퍼가 호탕하게 웃었다.

“크하핫,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시 키우면 되지 않겠는가. 처음부터 다시 키우면 되는 것을. 내 자네에게 배운 것을 차근차근 실행하여 멋들어지게 한번 키워 보겠네.”

“에…?”

그리퍼의 말에 이안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되었다.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키운다니, 어떻게 말이죠?”

그리퍼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말 그대로일세. 레벨1부터 다시 키우면 되지 않겠냐는 말이지.”

“어떻게요?”

“내가 오래 전, 재미삼아 만들어 놓은 아이템이 있거든.”

돌연 연구실 구석을 뒤적인 그리퍼는, 마치 알약같이 생긴 캡슐 하나를 가지고 나타났다.

그리고 아이템의 정보를 이안에게 공유해 보여주었다.

“자, 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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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귀의 알약 -

분류      -  잡화

등급      -  영웅

고대의 연금술을 통해 만들어진 비약.

비약을 삼키면, 대상의 상태가 처음 생성된 시점으로 회귀하게 됩니다.

획득한 스킬이 있다면 전부 사라지게 되며, 레벨은 1로 돌아가게 됩니다.

* 인간, 혹은 인간형 종족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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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정보를 확인한 이안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이런 아이템은 대체 왜 만드셨던 겁니까?”

“음… 건방진 몬스터가 보이면 먹여주려고 만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

순간 이안의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건방짐의 결정체인 뿍뿍이가 생각난 것이다.

‘그리퍼 앞에서 뿍뿍이를 소환해놓지 않길 잘했어….’

뿍뿍이가 저 아이템을 먹기라도 했다면, 정말 끔찍한 대 참사가 벌어지게 된다.

힘들여 신화등급까지 진화시켜 놓은 것이 완벽히 도루묵이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아이템.

하지만 동시에, 언젠가 쓸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아이템이기도 했다.

‘언젠가 탐나는 야생의 몬스터를 발견하면, 포획해서 저걸 먹여야겠어.’

일반 유저라면 레벨이 아까워서 1레벨로 회귀시킬 생각을 하지 않겠지만, 완벽주의자인 이안에게는 가능한 발상이었다.

어쨌든 그리퍼에게 강의를 마친 이안은, 슬슬 본론에 들어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차원의 마탑을 찾아올 수 밖에 없었던 바로 그 이유!

“그리퍼,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부탁? 한번 말해보시게.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들어 줄 테니 말일세. 이런 흥미로운 강의를 들었으니, 나도 그에 대한 보답을 해야지.”

그리퍼의 적극적인 대답에, 이안의 표정이 살짝 밝아졌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장황하게 소환수 강의를 한 덕에 일이 쉽게 풀리는 듯 했기 때문이었다.

이안의 입이 다시 천천히 열렸다.

“다른 게 아니고, 셀리파 말입니다. 어떻게 부화시키셨는지…. 그 방법이 궁금합니다.”

*          *          *

“아니…. 대체 샬리언을 어떻게 죽이란 말이야? 그리고 SSSSS난이도는 대체 뭔데? 쿼드라 S도 넘어서 펜타S…?”

지하뇌옥에서 훈이에게 주어졌던 듀얼 퀘스트.

유저의 선택에 따라 방향성이 달라지는 듀얼 퀘스트에서 훈이가 선택한 것은, 샬리언의 제안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눈 앞에 있던 샬리언의 영혼을 파괴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훈이에게 있어서 이 선택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사령의 군주’라는 클래스 자체가 ‘리치 메이지’보다 끌리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샬리언의 제안을 수락하는 순간 이안과 대척점에 서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 형을 상대하느니, 차라리 리치 킹을 잡겠어.’

이번 히든 에피소드에서 자신의 영혼을 컨트롤하는 이안을 관전하면서, 그가 더욱 두려워진(?) 것이다.

컨트롤도 컨트롤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에 자신의 배신(?)을 알아차린 심계는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래서 훈이는 망설임 없이 트리플S난이도를 선택하여 샬리언의 분신을 처치했다.

트리플 S의 난이도 답게, 분신의 힘은 강력했지만, 훈이의 힘으로 충분히 상대할 만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샬리언의 분신을 처치하고 생성된 퀘스트인, ‘사령의 군주 전직 퀘스트’.

정말로 리치 킹 샬리언을 잡아야 하는 퀘스트가 생성되어버린 것이었다.

이안을 상대하느니 차라리 리치 킹을 잡겠다던 훈이였지만, 막상 샬리언을 소멸시키라는 퀘스트가 정말로 생성되자, 난감해 질 수 밖에 없었다.

훈이는 마계에서 이미 샬리언의 본체를 대면한 적이 있었고, 그 때 보았던 리치 킹 샬리언의 레벨은 무려 500이었기 때문이었다.

‘후…. 그때 그냥 도망치라던 퀘스트도 난이도가 트리플S였던 것 같은데….’

‘사령의 탑 탈출’ 퀘스트에서, 이안과 함께 정신없이 샬리언으로부터 도망쳤던 기억이 있는 훈이.

레벨 500짜리 몬스터를.

심지어 일반 몬스터도 아닌 보스 몬스터를.

대체 어떻게 잡아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펜타 S라는 난이도도 부족해 보일 지경.

훈이는 다시 한 번 퀘스트 창을 열어 내용을 꼼꼼히 살폈다.

혹시 그 안에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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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치 킹 샬리언의 야욕 저지 (히든) -

리치 킹 샬리언은, 인간계를 어둠으로 물들여 어둠의 제국을 건설하려는 야욕을 가지고 있다.

이미 사(死)한 영혼 뿐 아니라, 살아있는 생령들까지 전부 언데드로 만들어 자신의 영혼력을 키우려는 것이다.

수많은 영혼들을 흡수해 무한한 어둠의 힘을 얻고, 그것을 바탕으로 영생을 얻으려는 것이 그의 일차 목적이며, 나아가 신적인 존재가 되고자 하는 것이 그의 이차적인 목표.

그러나 이는 인간계의 조화와 균형을 수호하는 다섯 신들의 뜻에 위배되는 것이며, 나아가 어둠의 군주였던 임모탈의 뜻에 반하는 행동이다.

사후세계와 인간계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아야, 오래도록 공생할 수 있다는 것이 어둠의 군주의 뜻.

만약 당신이 샬리언을 처치하여 그 야욕을 저지하는 데 성공한다면, 당신은 임모탈의 남은 모든 힘을 계승하고 나아가 더 지고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리치 킹 샬리언을 처치하고, 임모탈의 뜻을 계승하도록 하자.

퀘스트 난이도 : SSSSS

퀘스트 조건   :

350레벨 이상의 흑마법사.

리치 킹 샬리언의 영혼조각 처치.

임모탈의 능력을 계승중인 유저.

제한 시간     : 60일.

보상 - ‘사령의 군주’로의 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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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네.”

한 번만 읽어도 이해는 되는 퀘스트 내용이었으나, 여러 번 읽어도 해답이 보이지 않는 게 문제였다.

제한시간이라도 없다면 언젠가 더욱 강해진 뒤 도전해보기라도 하겠는데, 60일 만에 100레벨 이상을 올리는 것은 무슨 짓을 해도 불가능했다.

“으…. 그냥 리치 메이지 전직퀘나 선택할 걸 그랬나…? 운 좋으면 이안형이랑 안 부딪치고도 클리어 할 수 있는 퀘스트였을지도 모르는데….”

한숨을 푹 푹 내쉬며 퀘스트 창을 응시하는 훈이.

그런데 그 때.

문득 훈이의 눈에 들어온 한 줄의 문장이 있었다.

[인간계의 조화와 균형을 수호하는 다섯 신들의 뜻에 위배되는 것]

‘가만, 다섯 신들의 뜻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훈이의 두 눈이 고정되었다.

어쩐지 이 문장이, 해결책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 (4). 마수의 알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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