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383화 (403/1,027)

< (3). 영혼소환술 -2 >

*          *          *

쾅- 콰콰쾅-!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병장기 소리와 폭발음.

때문에 어지러울 정도로 시끄러움에도 불구하고, 스산한 목소리가 모두의 귀에 또렷하게 울려 퍼진다.

“소울 디케이(Soul Decay)…!”

싸아아아-!!

결코 목소리가 커서는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 귀에 대고 귓속말을 하는 듯 한 느낌.

이어서 뇌옥 안의 모든 불빛이 보랏빛에 물들기 시작했다.

악취를 풍기며 새하얀 원혼들이 보랏빛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로터스와 퓰리오스의 영지전에서 어마어마한 위용을 보여주었던 훈이의 ‘소울 디케이’가 또 다시 펼쳐진 것이다.

심지어 그 위력은, 퓰리오스와의 영지전에서 사용했을 때 보다도 훨씬 강력했다.

스킬의 숙련도 자체가 오른 데다가, 어둠의 대지의 영향으로 위력이 35%만큼 뻥튀기 되었기 때문.

쾅- 쾅- 콰쾅-!

화르르륵-!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보랏빛의 불꽃에, 수많은 언데드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소울 디케이가 펼쳐진 그 위로, 기다렸다는 듯 훈이의 언데드들이 연이어 소환되었다.

“전능하신 임모탈님을 위하여…!”

“죽음의 기운이 우릴 부른다!”

“크하아아!”

그리고 그 광경을 본 켈스의 두 눈이 몇 배는 확대되었다.

“임모탈이라니! 임모탈의 후예였단 말인가!”

켈스는 경악했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쿠콰콰쾅-!

갑자기 지진이라도 난 듯, 뇌옥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두 마리의 드래곤이었다.

카르세우스와 뿍뿍이.

두 마리의 신룡이 본체로 현신하자, 좁은 뇌옥의 벽이 터져나가며 진동이 일어난 것이다.

게다가 자잘한 벽들이 전부 허물어지자, 복잡했던 뇌옥의 구조가 뻥 뚫리며 커다란 공터로 바뀌어 버렸다.

순식간에 뇌옥 맵의 구조가 바뀌어 버린 것이다.

[모조리 다 얼려주마…!]

본체로 현신하자 어비스 드래곤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위엄을 보여주는 뿍뿍이.

뿍뿍이와 카르세우스가 동시에 입을 쩍 하고 벌렸고, 무지막지한 두 마리 신룡의 숨결이 강렬하게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콰아아아-!

크아아아오!

원래대로였다면 수많은 뇌옥의 벽체들로 인해 막혔어야 할 용의 숨결이, 뻥 뚫린 뇌옥으로 순식간에 밀려든다.

그에 기겁을 한 켈스와 흑마법사들은 브레스의 범위 바깥으로 빠져나가려 했으나,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이안이 아니었다.

빡빡이와 핀, 그리고 크르르와 함께 이미 퇴로를 완벽히 틀어막은 것이다.

그리고 두 드래곤의 브레스는, 뇌옥의 모든 언데드들을 완벽히 집어삼켰다.

“으아악…!”

“신룡이다! 드래곤 브레스야!”

“빨리 쉴드를…!”

흑마법사들은 허겁지겁 방어마법을 캐스팅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흑마법사 최고의 장판 공격기술인 소울 디케이의 위에서, 두 마리 드래곤의 브레스까지 동시에 직격당하니, 그것을 버텨 낼 재간이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소환된 언데드들 중, 생명력과 방어력이 뛰어난 데스나이트들과 고스트골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환수 ‘카르세우스’가 언데드 ‘데스나이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소환수 ‘뿍뿍이’가 언데드 ‘스켈레톤 메이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데스나이트’의 생명력이 469809만큼 감소합니다.]

[‘유령 골렘’의 생명력이 297542만큼 감소합니다.]

[‘데스나이트’의 생명력이 501709만큼 감소합니다.]

[‘스켈레톤 메이지’의 생명력이 792801만큼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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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바늘 위의 풍선마냥 펑펑 터져나가는 켈스의 하수인들.

네임드 급 NPC인 켈스의 생명력조차 20%가 채 남지 않았으니, 일반 언데드들이 맥을 못 추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전투의 마침표를 찍을 레미르의 광역 화염스킬이 터져 나왔다.

화르륵-!

그러자 군데군데 겨우 살아남아있던 켈스의 하수인들이 그대로 증발하고 말았다.

“크으윽…!”

뇌옥 전체에 빼곡하던 300레벨 후반의 언데드들과 400레벨 초반대의 흑마법사들이 모조리 전멸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분.

마지막으로 혼자 남은 켈스조차, 얼마 더 버틸 수가 없었다.

애초에 생명력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안과 유신의 합공이 펼쳐지자 당해낼 수 없었던 것이다.

레벨이 440이라고는 하지만, 근접전투에 취약한 흑마법사 클래스인데다가, 마법을 캐스팅하는 동안 자신을 지켜 줄 소환물들까지 일시에 증발해 버렸으니 답이 있을 리 없었다.

“크아악! 원통하도다…!”

칼칼한 목소리로 절규하며 새카만 연기가 되어 사라지는 켈스.

연계기를 적중시켜 켈스를 마지막을 장식한 유신이, 이안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척 하고 치켜들었다.

원래부터 이기기 힘든 전투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이렇게 순식간에 정리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것은, 레미르 또한 마찬가지였다.

‘폴리모프를 이런 식으로 활용할 생각을 하다니….’

처음부터 끝까지, 그야말로 흠 잡을 곳 없는 완벽한 설계.

뿍뿍이와 카르세우스를 폴리모프시킨 타이밍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잘 짜여 진 각본이었던 것이다.

물론 채팅창에서도 난리가 났다.

- 캬아…! 방금 440짜리 네임드 흑마법사 잡은 거 맞지?

- 미쳤다 진짜. 아니 아무리 랭커들이라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저 전투를 저렇게 쉽게 끝내는 거지?

- ㅇㅇ미쳤음 진짜. 난 솔직히 켈스인지 뭔지 흑마법사 440레벨인 거 보고, 이안 파티가 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 에이, 애초에 이안 파티가 질 만한 각은 안 나왔음. 지금 중요한 건 이안이 440레벨 네임드를 잡았다는 게 아님.

- 음? 그럼 뭐가 중요한데요.

- 전투 과정이 중요하죠. 진짜 방금 스킬 연계 대박이었어요. 나 보는 내내 멍 때리고 있었음.

- 전 너무 빨리 지나가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누가 방금 상황 해설 좀 해주실 분?

- 맞아요. 누가 설명 좀. 난 겜알못이라 아무리 뜯어봐도 모르겠네.

현재 시나리오 시청 모드는, 카일란을 플레이 중이던 한국서버의 모든 유저들을 대상으로 열린 상태였다.

그랬기 때문에 평소에 딱히 랭커들에 관심이 없었던 초보 유저들까지 전부 영상을 시청하게 됐던 것.

최상위권 랭커들, 특히 이안의 전투를 처음 본 초보 유저들은 그 화려함에 감탄했으며, 제법 카일란에 대한 지식이 많은 고레벨의 유저들은, 이안이 깔아 놓은 설계에 탄복했다.

- 일단 하르가수스 강하컨으로 3분 넘는 캐스팅 시간 버텨서, 훈이 소울 디케이 발동시킨 것 부터가 이미 사람이 아님.

- 그것도 그건데, 난 솔직히 폴리모프로 뇌옥 부수는 거 보고 지렸음. 저 뇌옥 맵이 원래 광역기 쓰기에 엄청 비효율적인 맵이거든요. 자잘한 벽들로 전부 다 막혀 있어서 광역기 써봐야 쓸모없는 구조인데….

- 그러니까요. 난 왜 훈이 소울디케이 캐스팅하는 동안 신룡이랑 소환수들 스킬발동 안 시키고 기다리는지 궁금했었음. 왜 그러나 했더니, 광역기 한방에 다 터뜨려서 언데드들 좀비같이 살아나는 거 미리 방지하려는 거였네요. 영혼흡수 리얼 쓸모없어졌음.

- 크으, 찬양해! 이안 갓!

언데드들은 기본적으로, 체력과 방어력이 레벨에 비해 무척이나 허약한 편이다.

하지만 모이면 모일수록 까다로운 적이 바로 언데드인데, 그 이유가 바로 재생력이었다.

고위 흑마법사들이 ‘영혼흡수’ 스킬을 사용하며 계속해서 후방지원을 해 주면, 생명력이 떨어졌다가도 금새 차오르기 때문이었다.

적이 죽건 아군이 죽건 그 영혼을 빨아들여 언데드들의 생명력을 채워줄 수 있는, 흑마법사의 대표적인 스킬 중 하나인 영혼흡수.

덕분에 대규모 전투일수록 위력이 강해지는 이 언데드들의 장점을, 이안이 완벽히 무력화 시켜 버린 것이었다.

아무리 재생력이 좋아도 단숨에 삭제해 버리면 방법이 없는 것이다.

어쨌든 전투는 완벽히 마무리 되었고, 이안이 영혼소환술로 소환했던 훈이의 영혼도 지속시간이 끝나면서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켈스가 사망한 그 자리에서, 새하얀 빛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휘이잉-!

그에 이안 일행의 시선이 전부 그 곳을 향해 고정되었다.

유신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뭐지? 연계 퀘스트라도 뜨는 건가?”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 사람의 시야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리치 킹 샬리언의 하수인, 흑마법사 ‘켈스’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켈스의 심장에 봉인되어 있던 원혼들이 자유를 얻었습니다.]

[뇌옥에 갇혀있던 루스펠 제국의 충신들이 힘을 되찾습니다.]

[명성이 15만 만큼 상승합니다.]

이어서 새하얀 빛 무리들이 뇌옥의 사방으로 뻗어 나갔고, 마치 시체처럼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던 제국의 충신들이 점점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키에에엑-!

하얀 빛이 다 빠져나온 켈스의 시체에서, 마지막으로 시커먼 기류가 흘러나오더니 시커먼 해골의 형상을 만들어내었다.

“…!”

그리고 해골의 입에서, 스산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감히 나 샬리언의 대계(大計)를 방해하다니…!]

하지만 그것은 잠시였을 뿐.

시커먼 해골의 형상은 한 마디만을 남기고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대신에 뇌옥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던 커다란 철문이, 쿵쿵거리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레미르가 입을 열었다.

“저 안에 누가 갇혀있는 것 같은데?”

“그러게, 루스펠제국 관련 NPC겠지?”

이안 일행은 빠른 걸음으로 소리가 나는 철문을 향해 움직였다.

그런데 그 때.

쾅-!

커다란 소리와 함께, 놀랍게도 철문이 부서지며 그 안에서 세 명의 그림자가 걸어 나왔다.

저벅- 저벅-

여기 저기 핏물이 번져있는 데다, 군데군데 찢어져 거의 누더기가 되어 있는 은빛 갑주.

하지만 복부와 양쪽 어께에 수놓아져 있는 황금빛 그리핀의 자태를 보자마자, 이안은 그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기사단장들이군.”

그들은 바로, 과거 루스펠 제국의 기사들을 이끌던 기사단의 단장들.

이안은 그들의 면면을 슬쩍 확인해 보았으나, 아쉽게도 헬라임은 그들 중에 없었다.

이안 일행을 발견한 세 사람은, 천천히 이안의 앞으로 다가왔다.

이안은 그들 중 가장 앞서 걸어온 남자에게 악수를 청하려 했으나, 곧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시스템에 캐릭터 통제를 빼앗겼는지,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어서 생각지 못했던 상황이 펼쳐졌다.

쿵-!

세 명의 기사단장이 동시에 이안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취한 것.

“신, 러스펠 기사단장 로트리엄이 이안 로터스 대공을 뵙나이다.”

“신, 소크니아 기사단장 랄슨이 대공을 뵙습니다.”

“충! 콜튼 기사단장 라파엘이 이안 대공을 뵙나이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거의 비슷한 대사를 동시에 내뱉으며 이안의 앞에 무릎 꿇는 세 명의 기사단장들.

그리고 어느새 세 명의 기사단장의 뒤로, 수십에 가까운 인원들이 뛰어와 무릎을 꿇고 예를 취했다.

그들 중 절반 정도가 제국의 기사들이었지만, 그들 중에는 로브를 걸친 마법사도 있었고, 일반 병사인 듯 보이는 NPC도 있었다.

벽에 드문드문 걸려있는 횃불의 은은한 빛만이 남아있는 어두운 뇌옥.

그 중심에 선 이안의 얼굴을, 일렁이는 불빛이 빨갛게 비춘다.

그리고 그의 앞에 절도 있게 도열하여 예를 갖춘 제국 충신들의 모습.

이 광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잠시 후.

묘한 적막 속에서, 이안의 입술이 천천히 떨어졌다.

“그대들은 듣거라.”

이안의 입에서 묵직한 음성이 흘러나왔고, 장내는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뇌옥 안에 있는 모두가 이안의 다음 말만을 기다렸고, 그것은 이 영상을 시청중인 다른 유저들도 마찬가지였다.

끊임없이 스크롤이 올라가던 채팅 창이 순간적으로 멈출 정도.

이안이.

정확히 말하자면 이안의 AI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만약 그대들이, 나 이안 로터스를 따른다면…. 셀리어스 황제폐하의 뜻을 이어 제국의 영광을 약속하겠노라.”

제국의 황제라 하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위엄 넘치고 기품 있는 이안의 말에, 기사들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안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단, 나의 제국의 이름은….”

이안의 두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루스펠이 아닌, 로터스가 될 것이다.”

< (3). 영혼소환술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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