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리치 킹 샬리언의 야욕 -1 >
흑마법사 켈스.
그는 본래 루스펠 제국 마법병단 소속의 마법사였다.
평민 신분이었으나 뛰어난 재능을 바탕으로 노력하여, 무려 마법병단의 단장 직위까지 꿰찼던 입지전적 인물.
하지만 뛰어난 마법실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오를 수 있는 위치는 단장 자리가 한계였다.
그 윗 단계인 군단장이 되거나, 황실 마탑에 소속되기 위해서는, 신분의 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남작이나 자작과 같은 하위귀족들도 받아주지 않는 권위적인 집단인 황실 마탑.
태생이 평민의 신분인 켈스가 그 높다란 신분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 리 없었다.
실질적인 재능과 실력만은 어지간한 황실마법사들보다 뛰어났던 켈스.
켈스가 제국의 마법사들에게 반감을 느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래서 켈스는 흑마법을 선택했고,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샬리언님이 아니었더라면, 결코 이만큼 강해질 수 없었을 테지.’
리치 킹 샬리언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영혼의 서약을 받은 뒤 얻게 된 흑마법의 힘.
덕분에 지금 켈스는, 과거 루스펠 제국 황실의 마탑주였던 타무르와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440레벨이라는 어마어마한 레벨수치가, 그의 강함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이자르…? 네 녀석이 어째서 이 곳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켈스는, 카이자르를 발견하자마자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과거 켈스가 제국의 마법병단에 있던 시절.
카이자르는 제국군에게 있어서 거의 전신(戰神)과 같은 존재였으니까.
샬리언에게 거대한 힘을 얻기 전에는, 감히 얼굴도 제대로 마주할 수 없었던 대장군이 바로 카이자르였던 것이다.
스르릉-!
등에 메고 있던 거대한 대검을 뽑아 든 카이자르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놈, 나를 알고 있군.”
카이자르의 묵직한 음성이 뇌옥에 낮게 깔렸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카이자르는 켈스를 알지 못했다.
당시 켈스는 수 많은 마법병단 중 하나를 이끌 던 일개 단장에 불과했고, 카이자르는 수십만의 군대를 통솔하던 대장군이었으니까.
카이자르와 눈이 마주친 켈스는, 놀란 가슴을 다스렸다.
‘그래. 카이자르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샬리언님의 권능을 이어받은 나보다 강할 순 없을 터!’
켈스의 위축되었던 자신감이 다시 살아났다.
과거의 카이자르가 강력하기는 했지만, 지금의 자신에 비하면 조족지혈일 게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켈스의 욕망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오히려 기회다. 카이자르의 영혼을 속박하여 죽음의 기사로 만들어낸다면…! 어쩌면 신화등급의 죽음의 기사가 탄생할 수도 있겠어!’
쿠우우웅-!
켈스가 양 손을 허공으로 뻗으며 비릿하게 웃었다.
“어떻게 이 곳을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켈스의 양 손에서 강렬한 어둠의 힘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뇌옥 전체가 커다랗게 진동한다.
“이곳이 네놈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고오오-!
뇌옥전체를 휘감는 거대한 어둠의 회오리.
그리고 뇌옥의 곳곳에서, 까만 연기가 피어오르며 언데드들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켈켈. 먹음직스러운 사냥감이군.”
“그어어어-!”
하급 언데드인 스켈레톤과 구울부터 시작해서, 최상급의 힘을 가진 데스 나이트들까지.
한 눈에 봐도 강력해 보이는 적들을 응시하며, 이안이 창대를 고쳐 쥐었다.
‘여차하면 방패도 들어야 하겠어. 딜이 좀 줄어들겠지만, 어쩔 수 없지.’
이안을 비롯해 일행 모두가, 긴장한 표정으로 언데드들을 응시했다.
그런데 그 때.
그들의 시야에 각각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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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샬리언의 하수인 처치 (히든)-
흑마법사 켈스는, 리치 킹 샬리언의 하수인이다.
그의 손에 수많은 제국 기사들이 희생당했으며, 그들의 영혼은 언데드들을 생산해 내는데 이용되었다.
흑마법사 켈스를 처치한 뒤, 뇌옥에 갇혀있는 제국의 충신들을 풀어주자.
그리고 뇌옥을 수색하여 ‘샬리언의 지령서’를 찾아내자.
샬리언의 지령서를 찾아낸다면, 리치 킹의 야욕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SS
퀘스트 조건 :
뇌옥 지하 4층 입장.
흑마법사 켈스 발견.
‘지하 뇌옥 탐사 Ⅰ’ 퀘스트를 진행 중이던 유저.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과거 루스펠 제국의 소속이었던 NPC들과의 친밀도 25 상승.
명성 15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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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눈 앞에 떠오른 퀘스트 창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기존의 연계퀘스트를 클리어 하면서, 덤으로 클리어할 수 있는 퀘스트가 주어진 것이니 나쁠 것이 없었다.
‘좋아, 저 허약하게 생긴 흑마법사만 죽이면 된다 이거지!’
피골이 상접하여 거의 해골과 다름없는 외견을 가진 흑마법사 켈스.
물론 440이라는 무지막지한 레벨은 얕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으나, 이안은 자신만만했다.
던전의 마지막 보스(?)를 위해, 아직 남겨둔 비장의 한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인아, 이번에는 아낄 필요 없는 거냐?”
그것은 바로, 이안의 옆에서 포롱포롱거리며 둥둥 떠있는 카카의 고유능력!
‘꿈꾸는 악마’를 아껴둔 이상, 440레벨이라고 한들 흑마법사는 무서울 게 없었다.
“오케이, 내가 신호 주면 쓰면 돼.”
“알겠다, 주인아.”
이안은 파티원들에게 오더를 내리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일행은 신속하게 포지션을 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단 한 사람, 훈이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안이 의아한 표정으로 훈이에게 소리쳤다.
“훈이 뭐해? 빨리 움직이지 않고.”
이안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훈이가, 빠르게 대답하며 허둥지둥 움직였다.
“아, 잠시 멍 때렸네. 미안해 형.”
그리고 어쩐 일인지, 훈이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 * *
‘아, 신이시여. 제게 왜 이런 시련을…!’
훈이는 눈 앞에 떠 있는 퀘스트 창을 보며, 입술을 잘근 잘근 깨물었다.
입술을 깨무는 것은, 고민이 있을 때 나오는 훈이의 버릇이었다.
‘이 시점에 왜 히든클래스 퀘스트가 뜨는 거야….’
훈이의 눈 앞에 아직까지 떠 있는 퀘스트 창.
그것은 다른 파티원들의 그것과 조금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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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샬리언의 권능 계승 (히든클래스 전용)-
흑마법사 켈스는, 리치 킹 샬리언의 하수인이다.
그리고 리치 킹 샬리언은, 과거 임모탈의 첫 번째 제자였던 인물이다.
하지만 임모탈과 추구하는 방법이 달랐던 샬리언은, 자신의 어둠마력을 빠르게 키우기 위해 살아있는 영혼을 빼앗고 타락시키는 짓을 서슴치 않았다.
덕분에 샬리언은 빠르게 강해졌지만, 결국 스승인 임모탈에 의해 사령의 탑에서 추방당하고 만다.
추방당한 샬리언은 임모탈을 증오하게 되었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흑마법을 계속해서 발전시켰다.
그리고 훗날, 리치 킹이 되어 영생을 누리게 된 샬리언은, 자신만의 흑마법을 창조하기에 이르렀다.
리치 킹 샬리언은, 하수인인 켈스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흑마법의 정수를 가르치지 않았다.
하지만 임모탈의 후예인 당신이라면, 그의 흑마법을 오롯이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이 지하뇌옥을 침입자들로부터 지켜내고 켈스와 함께 샬리언을 찾아가야만 한다.
켈스를 도와 침입자들을 모조리 처단하고, 샬리언의 신임을 얻도록 하자.
퀘스트 난이도 : SS
퀘스트 조건 :
뇌옥 지하 4층 입장.
흑마법사 켈스 발견.
임모탈의 후예.
‘지하 뇌옥 탐사 Ⅰ’ 퀘스트를 진행 중이던 흑마법사 유저.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리치 킹 샬리언과의 친밀도 30 상승.
히든 클래스, ‘리치 메이지’ 전직퀘스트 부여.
신화 등급 무기상자.
명성 15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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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히든 클래스 전용’ 퀘스트.
히든 클래스 전용 퀘스트는, 받아 본 사람이 극히 드물 정도로 희귀한 퀘스트였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발동 확률이 낮은 데다 히든 클래스를 가지고 있는 유저만이 발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발동시키기 어려운 만큼 그 보상 또한 엄청나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지금 훈이의 눈 앞에 떠있는 퀘스트 창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후우, 신화등급 무기상자에 히든클래스 티어상승 기회라니…!’
신화등급 무기상자만 해도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니는 것이지만, 그보다 더 끌리는 것은 ‘리치 메이지’ 전직 퀘스트였다.
이 퀘스트가 만약 히든클래스 전용 퀘스트가 아니었더라면, 티어상승의 기회라고 단언할 수 없었다.
리치 메이지가 현재 훈이의 직업보다 더 상위티어 히든클래스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퀘스트는 히든 클래스 전용 퀘스트였고, 현재 훈이가 가진 클래스에서만 발동시킬 수 있는 퀘스트인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더 상위 티어로의 전직퀘스트일 수 밖에 없었다.
훈이의 머리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켈스를 도우면 과연 이길 수 있을까?’
훈이의 시선이 이안과 켈스를 한번씩 번갈아 응시했다.
켈스는 무척이나 기세등등한 모습이었지만, 훈이는 그에게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적어도 카카가 존재하는 한, 흑마법사 클래스로는 이안을 이기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훈이 자신이 파티원들의 뒤통수를 친다고 하더라도, 승리를 완벽히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이 퀘스트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건 그것대로 문제였다.
애초에 배신행위 자체가 내키지 않을 뿐더러, 쟁쟁한 랭커들의 뒤통수를 치고 나면 앞으로 카일란 라이프가 무척이나 고달파 질 수 있었다.
이안과 레미르, 유신까지.
특히 이안은 많이 무서웠다.
사냥할 때의 집요함으로 미루어 보아선,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무척이나 끔찍(?)하리라.
생각이 전부 다 정리되자, 훈이의 입에서 체념의 한숨이 새어나온다.
“후유.”
하지만 미련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안 형한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죽어 달라고 한번 부탁해 볼까?’
자신이 생각해 놓고도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훈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여기 있는 랭커들의 데스 패널티와 퀘스트 실패로 인한 손해는, 가치로 환산하기 힘들 정도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훈이가 끊임 없이 갈등(?)을 하던 그 때.
쿠오오오-!
켈스의 양 손에서 거대한 어둠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거대한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리치 킹 샬리언님의 영광을 위하여…!”
웅웅거리는 켈스의 음성이 울려 퍼지더니, 마법진 위로 수 많은 그림자들이 생성되었다.
검정색 로브를 뒤집어 쓴 십수명의 흑마법사들.
이어서 이안 일행의 시야에, 생각지 못했던 시스템 메시지가 줄줄이 떠올랐다.
띠링-!
[첫 번째 숨겨진 에피소드가 오픈됩니다.]
[‘리치 킹 샬리언’의 야욕이 드러났습니다.]
[대륙의 영웅, ‘뮤란’의 안배가 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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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메시지들은, 일반적인 시스템 메시지가 아닌 월드 메시지였다.
< (2). 리치 킹 샬리언의 야욕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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