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378화 (399/1,027)

< (1). 파괴의 발록 -3 >

*          *          *

“엇! 훈이, 네가 여긴 어쩐 일로…?”

뉴란 산맥의 중턱.

뇌옥 던전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훈이와 유신이 마주쳤다.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을 마주치자, 훈이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오…! 이게 웬 횡재냐! 그렇지 않아도 퀘스트 난이도 높아서 한명정도 더 있었으면 했는데….’

유신은 실력을 믿을 수 있는 랭커 중 한명이었고, 훈이의 표정이 대번에 밝아졌다.

하지만 훈이의 반가움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나는 지금 흑마법사 히든 직업퀘 중이었어. 그러는 형은, 여기 어쩐 일인데?”

훈이의 반문에, 유신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하핫, 난 이안이가 불러서….”

“엥? 이 안에 지금 이안 형도 있는 거야?”

“응. 여기에 있다고 이리로 오라던데?”

“…!”

유신의 말을 들은 훈이의 낯빛이 순식간에 누렇게 떠 버렸다.

‘아니 내 직업퀘스트 장소에 하필 왜 이안 형이 들어와 있는 거야?’

히든퀘스트가 눈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던전에 들어가기가 망설여질 정도인 훈이의 이안공포증!

하지만 유신이 던전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자, 훈이 또한 저도 모르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안의 충신(?) 1호와 2호가, 나란히 던전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          *          *

최고의 재료와 드워프 대장장이가 만나 만들어진 결과물.

드워프 우르크 한은, 이 방패를 일컬어 ‘신의 방패’라고 표현했다.

“제 인생의 역작을 만들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군.”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만들어진 거북 등껍질 방패.

‘귀룡의 방패’라는 이름을 가진 이 방패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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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룡의 방패 (+15) -

분류      -  방패 (Ego Weapon)

등급      -  신화

초월횟수  -  3차 초월

영혼레벨  -  Lv 125

착용제한  -  레벨 300, 소환술사 전용

방어력    -  2870 ~ 3525

피해흡수  -  95.57%

영혼력    -  8750

* 방패 아이템의 ‘피해흡수’ 옵션은, 공격을 막아냈을 시에만 발동됩니다. (공격을 완벽히 막아내지 못했을 경우, 피해흡수 비율이 감소합니다.)

* 영혼력은, 모든 일반공격으로 인한 피해를 추가로 영혼력(8750)만큼 감소시킵니다. (피해흡수가 발동했을 경우, 흡수되고 남은 피해를 추가로 감소시킵니다.)

내구도    -  10752/10752

옵션      -  모든 전투능력 + 175 (+105)

통솔력 + 750 (+450)

친화력 + 2125 (+1275)

소환된 모든 소환수의 생명력과 방어력이 15%만큼 증가한다.

* 귀룡의 혼(魂)

귀룡의 혼과 교감하여, 원하는 위치에 즉각적으로 방패의 분신을 소환할 수 있게 된다.

소환된 분신은 3초간 모든 투사체를 흡수하며, 15초 동안 사라지지 않고 유지된다.

- 한 번에 최대 세 곳에 분신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 아이템을 장비하고 있지 않아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단, 인벤토리에 보유 중 이어야만 함.)

- 귀룡의 혼이 유지되는 동안, 모든 소환수들의 생명력이 초당 1%씩 회복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10분

* 귀룡의 분노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성공할 시, 15%의 확률로 흡수한 피해의 50%만큼을 돌려준다.

또, 적의 공격을 방어한 횟수가 1회 누적될 때 마다 0.5%만큼씩 공격력 버프가 걸리게 되며, 100회가 누적될 시 5초 동안 무적 상태 된다.

- 버프는 최대 100회까지 누적이 가능하며, 15초 동안 지속됩니다.

- 버프의 지속시간이 끝나기 전에 공격 방어에 성공할 시, 지속시간이 초기화됩니다.

[초월옵션 : 모든 소환수가 가진 고유능력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8%만큼 감소시켜 줍니다.]

* 유저 ‘이안’ 에게 귀속된 아이템이다.

다른 유저에게 양도하거나 팔 수 없으며 캐릭터가 죽더라도 드랍 되지 않는다.

드워프 ‘우르크 한’에 의해 제작된 방패이다.

전설의 귀룡이 진화하며 남긴 등껍질로 만든 방패이며, 귀룡의 혼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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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유, 이게 아니었으면 아까는 정말 위험했어.’

마력의 구체에 당할 뻔 했던 아찔한 순간을 떠올리며, 이안이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방패의 고유능력인 ‘귀룡의 혼’.

다른 옵션들도 엄청나게 훌륭하지만, 이안은 이 귀룡의 혼 스킬이 가장 사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인벤토리에 지니고만 있어도 발동시킬 수 있으니, 그야말로 여벌의 목숨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양손무기인 장창을 주 무기로 쓰는 이안에게는, 정말 꿀 같은 옵션.

사실 카일란에서는 양손무기라 하여도 한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창과 방패를 동시에 들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사용하면 공격력을 비롯한 모든 옵션이 대폭 하락하게 되기 때문에, 이안은 대부분의 경우 방패를 인벤토리에 넣어두는 편이었다.

이안에게 이 고유능력에 관한 설명을 간단하게 들은 레미르가 투덜거렸다.

“부적(Charm)도 아니고 무슨 일반 장비가, 인벤토리에서 고유능력 발동이 되냐.”

“억울하면 누나도 하나 장만하던가.”

“어떻게?”

“음… 일단 뿍뿍이 친구를 포획하러 심연의 섬부터 가서….”

이안의 실없는 농담에 레미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농담을 주고받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천천히 던전을 공략해 나가고 있었다.

난이도가 높아 빠르게 클리어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점점 적응이 되기 시작하자 무척이나 안정적인 진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뇌옥 던전의 구조는 여러 개의 밀실이 이어져 있는 형태였고, 밀실마다 등장하는 언데드의 패턴은 비슷했다.

쿠웅-!

[어둠의 뇌옥, 다섯 번째 데스나이트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뇌옥 지하 2층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오픈됩니다.]

[뇌옥 지하1층의 어둠이 걷힙니다.]

스스스슷-!

이안과 레미르가 다섯번 째 데스나이트를 처치하자, 밀실을 만들고 있던 새카만 결계가 모두 다 사라졌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시야에, 다음 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흐음, 한 층 뚫는데 거의 네 시간이 걸렸네.”

이안의 중얼거림에 레미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게. 그래도 경험치는 충분히 짭짤하잖아? 어딜 가도 네 시간 만에 이 만큼 경험치 못 쌓을 걸?”

“그건 인정.”

빠르게 상태를 정비한 두 사람은, 다음 층으로 내려가기 위에 발을 내딛었다.

그런데 그 때, 두 사람의 뒤쪽에서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이안형! 레미르누나!”

“이안, 늦어서 미안하다.”

두 사람의 정체는 당연히 유신과 훈이.

이렇게 뇌옥 탐사 파티의 전력이 한층 강화되었다.

*          *          *

철컹-!

어둑어둑한 석실 안쪽으로, 묵직한 쇳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지하뇌옥들 중 하나의 문이 듣기 거북한 마찰음을 내며 천천히 열렸다.

그극- 그그극-!

그러자 그 안에 앉아있던 한 남자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핏자국과 먼지로 인해 누더기가 되기는 했지만, 양 쪽 어께에 아직까지 선명히 남아있는 그리핀의 문양.

그는 이 곳에 끌려오기 전, 루스펠 제국의 왕실기사단 소속이었던 게 분명했다.

“크으….”

남자의 입에서 낮은 신음성이 흘러나온다.

빛 한줌 새어 들어오지 않는 환경 덕에, 이 뇌옥에 갇힌지는 벌써 며칠이 지났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열린 옥사의 문으로, 어두운 기운을 내뿜는 흑마법사가 걸어 들어왔다.

온 몸이 검정색 로브로 덮여 있어 외모는 정확히 보이지 않았지만, 앙상하게 튀어나온 손가락은 그가 정상인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크흘흘, 샬리언님께 선택되었음을 영광으로 알도록.”

마치 쇳소리를 듣는 듯 차갑고 걸걸한 목소리.

힘 없이 앉아있던 남자가 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 사악한 놈들! 네놈들은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흑마법사는 남자의 앞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머리에 쓰고 있던 후드를 천천히 뒤로 넘겼다.

그러자 그의 기괴한 얼굴이 은은한 불빛에 드러났다.

피골이 상접한 것을 넘어, 거의 뼈만 앙상한 수준인 흑마법사의 얼굴.

그의 한쪽 입 꼬리가 슬쩍 비틀려 올라갔다.

“크큭, 지옥이라….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로군.”

“그게 무슨…?!”

“지옥이라는 곳. 죽어야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겠는가. 이 몸은 영생을 살아갈 터이니,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겠지.”

흑마법사의 비아냥에, 남자는 분노했다.

“노옴! 내가 죽여주마!!”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고,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그에 흑마법사는, 실소를 흘리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러자 남자의 옆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퍼억-!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남자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순식간에 나타난 스켈레톤 한 마리가, 커다란 둔기로 그의 뒤통수를 가격한 것이었다.

무려 제국 황실기사단의 기사인 남자.

그가 원래의 힘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이런 공격에 당하지 않았었겠지만, 지금 그의 몸 상태는 스켈레톤의 공격 하나에도 쓰러질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허약해 져 있었던 것이다.

“클클, 어리석은 녀석들. 처음부터 샬리언님의 제안을 수용했더라면 고통 받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지.”

흑마법사의 손에서 회갈색의 연기가 서서히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쓰러진 남자의 몸을 서서히 감싸더니, 그 아래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커다란 마법진이 그려졌다.

[어둠의 근원으로…!]

우우웅-!

뇌옥 가득히 울려 퍼지는 커다란 공명음.

잠시 후 뇌옥에 있던 남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흑마법사는 흡족한 표정이 되어 천천히 걸음을 돌렸다.

옥에서 걸어 나온 그는, 텅텅 비어있는 다른 뇌옥들을 응시하며 히죽 웃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군. 모든 의식이 마무리 되고 나면, 샬리언님께 가야겠어.”

그런데 그 때, 중얼거리는 그의 옆에 회색빛의 연기가 불쑥 솟아나며 어두운 그림자가 등장했다.

허공에 둥둥 떠있는, 마치 유령 같은 모습의 그림자.

그가 다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켈스님, 침입자들입니다!”

그에 ‘켈스’라 불린 흑마법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유령에게 되물었다.

“침입자라니. 여기까지 내려올 수 있는 존재는 많지 않을 텐데…. 설마 죽음의 기사들이 전부 당하기라도 했다는 말이냐?”

“그, 그렇습니다!”

그 말에, 지금껏 무표정하던 켈스의 안색이 살짝 변하였다.

“…!”

그리고 다음 순간.

콰아앙-!

흑마법사 켈스가 선 반대편의 복도에서 커다란 굉음이 울리더니, 바위로 만들어진 벽체가 터져 나갔다.

“누구냐! 감히 이곳에 발을 들이다니…!”

잠시 동안 뇌옥에 흐르는 정적.

하지만 잠시 후, 부서진 벽 너머에 일단의 무리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들 중, 대검을 등에 멘 한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켈스의 표정이 급격하게 일그러졌다.

< (1). 파괴의 발록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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