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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75화 (396/1,027)

< (8). 제국의 잔재 -2 (16권 완) >

*          *          *

카일란 유저들이 꼽는, 가장 강력한 마수이자 가장 유명한 마수.

마계가 오픈하기 전 트레일러 영상 때 부터, 마계의 상징과도 같았던 마수가 바로 발록이었다.

물론 ‘강력함’ 이라는 측면에서는 마룡 칼리파라는 압도적인 존재가 있었다.

하지만 칼리파는 이벤트성 몬스터였기 때문에 논외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칼리파는, 이제 카일란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녀석이니까.

[크르르….]

우람하게 솟아오른 두 개의 뿔 사이로, 발록의 시뻘건 입김이 솟아오른다.

그리고 한번 씩 움직일 때 마다, 몸 전체에 휘감긴 마염(魔炎)이 더욱 빨갛게 달아오르며 격렬히 휘몰아친다.

그야말로 ‘마수들의 제왕’이라는 수식어가 완벽히 어울리는 자태.

잠시 벙찐 표정으로 발록을 감상(?)하던 레미르가, 돌연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일반적인 발록들은, 몸통이 거의 마기와 화염으로 이루어져 형체가 뚜렷하지 않았다.

한데 이안이 소환한 이 녀석은, 소용돌이치는 화염의 안쪽에 분명한 형체가 존재했던 것이다.

“어… 그런데 이 녀석, 뭔가 내가 봤던 발록들과는 생김새가 좀 다른데?”

그리고 그녀의 말에, 이안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다를 수 밖에. 우리 크르르는 그냥 발록이 아니거든.”

“크르르…?”

“아, 이 녀석 이름이 크르르야.”

“작명 센스 하고는….”

레미르의 핀잔에도 굴하지 않고, 이안의 설명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크르르는, 일반적인 발록이 아니고, 파괴의 발록이라는 다른 종이야.”

“파괴의… 발록? 그런 마수도 있었어?”

“아니, 원래는 없었지. 내가 마수 연성술로 만들어낸 녀석이니까.”

한 달 이상의 시간을 꼬박 ‘잊혀진 영혼의 무덤’에서 보냈던 이안.

그는 유신과의 무한사냥에서 획득한 발록의 영혼석들을 전부 독식했고, 그 결과 수십 마리가 넘는 발록을 소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 발록들은 전부 이안의 연성술 노가다의 재료로 산화하였다.

마수 연성술이 Max가 될 때 까지, 이안은 계속해서 발록을 재료로 마수연성을 한 것이다.

이안은 발록과 샤켈리크를 섞어보기도 하고, 발록과 타르베로스를 섞어보기도 했으며, 데빌 드래곤과 조합해 보기도 했었다.

최강의 마수를 연성해 내기 위한, 그야말로 집념에 에 가까운 이안의 노력!

그러나 단 한번도 신화등급의 마수연성에 성공했던 적은 없었다.

그것은 마수 연성술이 Max가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녀석 하나 건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본전은 뽑았지.’

이안은 늠름한 발록의 자태를 보며, 한 쪽 입 꼬리를 슬쩍 말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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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르르(파괴의 발록) -

레벨      :  265

분류      :  마수

등급      :  전설

성격      :  난폭한

진화가능

공격력    :  9476

방어력    :  3754

민첩성    :  5014

지  능    :  4517

생명력    :  758520 / 758520

* 고유능력

-영혼잠식

발록이 강력한 마력을 뿜어내어, 일시적으로 범위 내에 있는 허약한 대상의 영혼을 잠식시킨다.

피아 구분 없이 생명력이 5%이하로 떨어진 대상에게 시전 할 수 있으며, 잠식에 성공할 확률은 대상과 발록의 ‘지능’ 능력치에 따라 결정된다.

(발록의 지능 / 대상의 지능 * 100)%

지속시간동안 대상은 발록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게 되며, 모든 공격능력이 30%만큼 강화된다. 또, 발록이 사망할 때 까지 ‘무적’ 상태가 지속된다.

재사용 대기 시간 : 120분

지속 시간 : 30분

-파령섬(破靈殲)

발록의 손끝에서 강렬한 마염(魔炎)이 뿜어져 나와, 대상의 영혼을 속박하고 파괴한다.

생명력이 20%이하로 떨어진 적에게만 사용이 가능하며, 적이 사망하거나 발록이 사망할 때 까지 마염은 사라지지 않는다.

마염이 지속되는 동안, 매 초당 공격력의 30%만큼의 피해를 입히게 되며, 발록이 가진 모든 고유능력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2초’만큼 회복된다.

또 마염으로 입힌 피해의 55%만큼을 발록의 생명력으로 회복할 수 있다.

* 대상과 발록의 거리가 30m이상 떨어지면, 마염은 소멸하게 됩니다.

* 마염으로 대상을 처치하면, 모든 고유능력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300초 만큼 회복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10분

-파괴광선

발록이 자신의 모든 마기를 모아 일시에 방출한다.

방출된 마기는 전방의 살아있는 모든 것을 관통하고 지나가지만, 장애물에 부딪힐 경우에는 충돌하는 각도에 따라 궤도가 틀어지게 된다.

파괴광선에 닿는 모든 대상에게, 공격력의 3750%만큼의 피해를 입히게 되며, 광선의 궤도가 틀어질 때 마다 피해량이 5%만큼씩 감소한다.

* 파괴광선은 150m만큼 뻗어나간 뒤 소멸됩니다.

* 파괴광선을 발동시킨 뒤, 발록은 5초 동안 움직일 수 없습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7분

마수 연성술사인 유저 ‘이안’에 의해 탄생한 마수이다.

전설의 마수 발록의 힘을 계승하였으나, 일반적인 발록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발록보다 지능이 조금 부족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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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지금껏 연성했던 마수들 중, 최초로 ‘진화가능’옵션을 타고난 전설등급의 마수.

사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엄청난 매리트가 있는 녀석이었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능력치도 어마어마한 수준이었으며, 무엇보다도 가지고 태어난 고유능력 하나하나가 예술이었다.

공격계수가 무척이나 높은 대신 테크니컬한 컨트롤을 요하는 고유능력들.

그야말로 이안의 스타일이 아닐 수 없었다.

최근 이안은, 이 녀석을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던 참이었다.

“잘 봐 누나. 내가 저 돌덩이 녀석 찜 쪄 먹는 거 보여줄 테니까 말이야.”

이안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레미르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야 딱 봐도 쎄 보이는 마수인 건 알겠는데… 그래도 레벨이 좀 부족한 거 아니야? 저 칠흑의 골렘은 나름 360레벨짜리 네임드 몬스터라고.”

하지만 레미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이안은 골렘을 향해 뛰어들고 있었다.

물론 카이자르와 카르세우스, 그리고 발록도 함께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레미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공격패턴이라도 대략적으로 듣고 가지….”

칠흑의 골렘은 무척이나 희귀해서, 레미르도 이번에 처음 본 녀석이었다.

그리고 이 녀석은, 일반 골렘들과는 완전히 다른 전투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에이 모르겠다. 마법이나 캐스팅해야지.”

구석에 자리 잡은 레미르는, 자신이 아는 가장 강력한 광역공격마법을 천천히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캐스팅 시간이 너무 길어 평소에는 사용할 일 조차 없던 공격마법인 염화인(炎火印).

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마법이 캐스팅되는 동안 이안이 고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레미르였다.

*          *          *

‘칠흑의 골렘. 이 녀석 정말 오랜만인데.’

골렘을 향해 달려드는 이안은, 오래 전 상대했었던 녀석의 공격패턴을 빠르게 떠올렸다.

레미르의 기대(?)와는 달리, 이안은 이미 이 녀석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카르세우스, 본체로 현신해서 브레스 준비해.”

“알겠다, 주인.”

“카이자르, 무슨 말 할지 알지?”

“알고 있다, 영주놈아. 전부 다 빈사상태 까지만 만들면 되는 거지?”

“그래.”

이안 일행의 앞을 가로막은 칠흑의 골렘은, 거대하다고는 해도 단 한 마리 뿐.

한데 이안은 마치 여럿의 적을 한 번에 상대하려는 듯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었다.

칠흑의 골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의아할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사실 이것은 당연한 포지션이었다.

칠흑의 골렘에게는, 특별한 고유능력이 있었으니까.

그어어어-!

이안 일행을 발견한 칠흑의 골렘이, 커다랗게 포효했다.

쿵- 쿵-!

본체로 현신한 카르세우스보다도 더 육중한 몸체를 자랑하는 골렘의 위용!

골렘은 이안을 향해 위압적인 기세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이안의 두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이안의 눈은, 골렘의 가슴 한복판에 박혀 있는 새하얀 빛의 보석을 주시하고 있었다.

새카만 골렘의 몸체와 대비되는 하얀 보석은,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고유능력이 발동될 때가 됐는데…. 땅의 맹약이었나…?’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골렘의 하얀 보석이 갑자기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지금…!”

이안은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뻗어 올렸고, 어느새 본체로 현신해 허공에 떠오른 카르세우스는, 숨을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한편 이안을 향해 다가오던 골렘은, 육중한 한 쪽 다리를 갑자기 높히 들어올렸다.

그리고.

콰앙-!

골렘의 거대한 발바닥이 땅을 내려 찍자, 바닥에 박혀 있던 수 많은 바윗덩이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안은 기다렸다는 듯, 날렵한 몸짓으로 비산하는 바위들을 피해 내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골렘은 계속해서 발을 굴러댔고, 지면의 바윗덩이들은 그에 따라 끊임없이 터져 올라왔다.

쾅- 쾅- 쾅-!

마치 지진이 나기라도 한 듯, 어마어마한 기세로 대지가 진동한다.

이어서 허공으로 떠오른 바윗덩이들은, 다시 바닥에 떨어지는 대신 그 자리에서 다른 조각들과 뭉치며 어떤 형태를 만들어갔다.

그것은 이안보다 조금 큼직한 정도의 크기를 가진 미니미 골렘.

순식간에 작은 크기의 골렘들이, 열 마리도 넘게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잔쯕 숨을 들이킨 카르세우스가, 브레스를 토해 내었다.

콰아아아-!

미리 준비하고 있던 카르세우스의 브레스가, 골렘들의 위로 정확히 떨어져 내린 것이다.

그리고 브레스가 한 차례 훑고 지나가자마자, 이안의 뒤쪽에 있던 시뻘건 그림자가 앞으로 튀어나갔다.

파괴의 발록, 크르르였다.

“가자, 크르르!”

[크르르, 크아아오!]

어쩐지 자기 이름의 연원을 알려주는 것(?) 같은 크르르의 포효.

이안의 오더를 받은 크르르는, 가장 앞쪽에서 달려드는 작은 골렘을 향해 먼저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리고 골렘의 생명력 게이지를 슬쩍 확인한 이안은,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역시 칠흑의 골렘…. 명불허전이군.’

칠흑의 골렘은 탱킹능력이 좋기로 유명한 골렘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맷집을 가지고 있었다.

본체가 아닌 고유능력으로 만들어진 작은 골렘들조차도, 카르세우스의 브레스에 생명력이 10~20%정도밖에 깎이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본체인 거대한 칠흑골렘은, 미니미들의 생명력이 전부 절반 이하로 떨어질 때 까지 그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는다.

심지어 미니미 골렘이 사망하는 순간 새로운 녀석을 소환해 버리니, 무척이나 까다로운 녀석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칠흑골렘을 잡기 위해서는, 작은 골렘들의 생명력을 전부 절반 이하로 떨어뜨려 놓은 뒤 본체만을 점사해서 잡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크르르가 없을 때 얘기고.’

크르르는 강력한 마수이지만, 아직 레벨이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상대인 칠흑의 골렘에 비하면 레벨이 100도 넘게 부족한 수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안이 크르르를 믿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고유능력의 상성관계 때문이었다.

이안이 판단하기에 크르르의 고유능력은, 완벽한 칠흑 골렘의 카운터였다.

타탓-!

달려드는 골렘의 팔뚝을 밟고 허공으로 도약한 이안은, 핀과 뿍뿍이를 동시에 소환했다.

끼아아오-!

뿍?

거북의 모습으로 소환된 뿍뿍이를 안아 든 이안은 그대로 핀의 등에 올라 탔고, 다시 더 높은 곳을 향해 뿍뿍이를 집어 던졌다.

“뿍뿍아, 브레스!”

“알겠뿍!”

그리고 다음 순간, 드래곤으로 현신한 뿍뿍이의 브레스와 핀의 분쇄 스킬이 연이어 골렘들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쾅- 콰쾅-!

콰아아아-!

연이어 광역기가 추가로 터져 나오자, 제법 데미지를 입었는지 골렘들이 주춤하기 시작했다.

이제 미니미 골렘들의 생명력이 전부 절반 이하로 떨어졌으며, 미미하게나마 거대한 본체 골렘의 생명력 게이지도 약간 깎여 나갔다.

이어서 이안의 시선이, 레미르를 향해 움직였다.

‘저 아줌마 광역기가 슬슬 발동될 때가 됐는데….’

이안은 애초에 레미르의 광역기까지 염두해 둔 채 플레이하고 있었다.

그녀가 어떤 스킬을 캐스팅할 지는 알 수 없었지만, 최소한 강력한 광역계열의 스킬일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대략적인 캐스팅 시간을 감으로 알 수 있었다.

‘뭐지? 계산이 틀렸나? 조금 오래 걸리네…?’

하지만 생각보다 발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레미르의 광역마법.

그리고 이안이 생각보다 길어지는 캐스팅 타임에 의아함을 품을 때 쯤. 전장에 화염의 폭풍이 천천히 몰아치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바닥부터 타오르기 시작한 화염의 기운이 전장 전체를 휘감고 올라갔고, 골렘들의 가슴 한복판에는 시뻘겋게 이글거리는 염(炎) 이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이어서.

펑- 퍼퍼펑-!

새겨진 화염의 인장이 터져나가며, 여기저기서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이안이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크르르! 영혼잠식!”

[크르르…! 크아아오!]

눈 앞의 골렘과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던 크르르가, 허공을 향해 도약했다.

타탓-!

이어서 골렘들의 중심에 착지한 크르르의 입에서, 괴성이 터져 나왔다.

스하아아아-!

양 쪽으로 뻗은 크르르의 손에서 붉은 마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 마기의 파도는 전장 전체를 잠식시켰다.

그리고 그 순간.

쿵-!

격렬히 이안의 소환수들을 공격하던 작은 골렘들의 동작이 일시에 멈추고 말았다.

< (8). 제국의 잔재 -2 (16권 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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