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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74화 (395/1,027)

< (8). 제국의 잔재 -1 >

루스펠과 카이몬.

두 거대 제국의 힘은 무척이나 막강했다.

최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로터스 길드로서도 감히 칼을 빼어들지 못했을 만큼, 그들의 세력은 절대적이었었다.

그런데 이 두 제국이 완전히 몰락했다.

이제 대륙의 지도에, 두 제국의 이름이 완벽히 사라진 것이다.

아무리 전쟁이 길고 치열했었다고 한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물론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당연히 전쟁으로 인한 제국의 쇠락이었다.

하지만 에피소드 마지막을 장식했었던 ‘그 사건’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결과는 조금 달랐을 것이었다.

힘겹고 치열한 전쟁이었지만, 승자는 분명 존재했었고, 루스펠 제국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으니까.

긴 전쟁으로 인해 루스펠의 국력이 약해지기는 했었지만, 충분히 더 강력한 통일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놈들만 아니었더라면…!”

뉴란 산맥 중턱에 있는 작은 오두막.

그 앞에 선 한 노인이, 지팡이를 쥔 손을 부르르 떨었다.

“크흐음.”

노인 ‘루이세이’는, 주름진 두 눈을 감으며 바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뇌리에는 지금, 온 몸에 화염을 두른 아름다운 여인이 떠올라 있었다.

“그래, 그녀라면 분명… 나를 도울 수 있을 터.”

바로 몇 시간 전.

루이세이를 찾아왔던 붉은 로브의 여인은 무척이나 강력했다.

마치 과거 제국의, 황궁마법사들을 보는 듯 한 거대한 마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녀가 마법을 구사하는 것을 본 적은 없었으나, 루이세이는 알 수 있었다.

애초에 루이세이도 마법사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정도쯤 되는 마법사가 아니었더라면, 결계 속에 숨어 있던 자신의 오두막을 찾아낼 수 있었을 리도 없었다.

“레미르라고 했었지…. 그녀를 한번 믿어 보자.”

루이세이는, 감고 있던 두 눈을 다시 천천히 떴다.

그녀라면 분명, ‘뇌옥’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으리라.

그런데 그 때.

“…!”

루이세이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방금까지 그가 생각하고 있던 그녀, 레미르가 멀찍이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표정 또한 밝아졌다.

그녀가 무사히 되돌아왔다는 것은, 뭔가 성과가 있다는 얘기였으니까.

설령 알아낸 게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뇌옥을 지키는 악령들은 많이 처치했을 것이다.

하지만 잠시 후, 루이세이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저 자는 뭐지…?”

레미르를 따라, 또 다른 이들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루이세이는 안력을 돋우어, 새로 등장한 세 남자의 면면을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그들 중, 한 사람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황금빛 견갑에 붉은 망토.

금빛 장창을 등에 멘 남자의 모습.

다가오는 그를 계속해서 응시하며 골똘히 생각하던 루이세이의 두 눈이, 점점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          *          *

“와, 너 난줄 어떻게 알았냐?”

“투명화에 플라이 마법까지. 실시간으로 더블캐스팅 할 수 있는 마법사가 누나 말고 몇 명이나 더 있겠어? 게다가 저쪽 숲을 한번 봐라. 아주 다 타서 재만 남아 있잖아. 누나가 아니면 누가 저렇게 만들어.”

“귀, 귀신같은 자식….”

이안에게 발각당해 끌려가는(?) 레미르는 묘한 표정이었다.

뭔가 싫으면서도 좋고, 좋으면서도 싫은 그런 표정이랄까.

‘이 녀석이랑 같이 다니면 분명 레벨업이 빠르기는 할 건데….’

하지만 일주일 정도 함께 사냥을 하고 나면 하루 정도는 앓아 누워 있어야 한다는 사소한(?) 부작용이 문제였다.

“어쨌든! 저 쪽에 분명 루이세이의 오두막이 있다는 말이지?”

“그래, 이 뻔뻔한 녀석아.”

“뻔뻔하긴! 우리 사이에 이정도 정보쯤은 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우리 사이가 무슨 사인데?”

“음…. 전장을 함께 누비던 전우랄까…?”

“어휴, 징글징글한 녀석.”

마계와의 차원전쟁 이전부터, 제법 오랫동안 이어진 레미르와의 인연.

근 몇 개월 동안은 함께한 적이 없었지만, 두 사람은 제법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레미르가 로터스 길드에 제법 많은 도움을 주면서, 헤르스를 통해 친해지게 된 것이었다.

그녀의 나이는 스물넷으로, 나이 차이도 세 살 정도밖에 나지 않았기에 최근에는 말까지 놓은 상태였다.

“그럼 누나는, 루이세이한테 무한 인스턴트 퀘스트 받아서, 사냥하면서 레벨업 하고 있었던 거야?”

레미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런 셈이지. 난 서버 오픈하자마자 여기부터 찾아왔거든.”

이안이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인스턴트 퀘스트 말고는 뭐 없었어? 분명 그걸로 끝은 아닐 텐데…?”

“글쎄…? 아직은 인스턴트 퀘 말고는 받은 게 없는데?”

“으음…?”

이안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 루이세이라면, 루스펠 제국과 관련된 큼지막한 퀘스트를 줬을 텐데….’

이안이 눈여겨 봐 두었던 에피소드의 후반부 장면.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알아보기 힘들었겠지만, 그 장면의 배경은 바로 뉴란 산맥이었다.

수 많은 루스펠 제국의 충신들이 뉴란산맥 어디론가 끌려가던 장면.

그리고 그 장면에서는, 언데드들을 피해 뉴란 산맥으로 숨는 루이세이의 모습도 잠시 비춰졌었다.

‘분명 그와 관련된 퀘스트가 있을 텐데 말이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이안은, 레미르가 멈춰 서자 따라서 걸음을 멈췄다.

“왜 갑자기 멈춰? 여기 아무것도 없는데?”

“기다려 봐.”

후우웅-!

허공을 향해 손을 크게 휘젓는 레미르.

그와 동시에, 아무것도 없던 공터에 작은 오두막집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앞에는, 회백색의 로브를 걸친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은 채 서 있었다.

이안은 그의 정체를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루이세이…!’

저벅- 저벅-!

레미르 덕에 루이세이를 쉽게 찾은 이안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그를 향해 다가갔다.

그런데 그 때, 루이세이가 생각지도 못 했던 행동을 했다.

“신, 루이세이! 이안 대공을 뵙습니다.”

루이세이가 갑자기, 한쪽 무릎을 굽혀 보이며 이안을 향해 예를 취한 것이었다.

옆에 서 있던 레미르는 무척이나 놀랐으며, 이안 또한 살짝 움찔 했다.

하지만 이안은 곧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사실 이안을 알아봤다면, 루이세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루스펠 제국이 건재하던 당시, 제국의 입장에서 이안은 그 누구보다 훌륭한 충신이자 용맹한 용사였으니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루이세이. 그만 일어나세요.”

“흑, 크흑…!”

루이세이는 가슴 속에서 올라오는 울분을 참지 못했는지, 낮게 흐느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대공께서 무사하셔서 다행이옵니다…! 로터스 공국은 건재한 것입니까?”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루이세이. 더하여 바로 오늘, 로터스 공국은 나아가 왕국을 선포했습니다.”

“아아…!”

루이세이는 감격스런 표정이 되었다.

황제 셀리어스가 가장 신임했던 신하 중 한명인 이안이, 이 환란을 딛고 왕국을 건설했기 때문이었다.

루스펠 제국이 멸망하기 전이라면 기뻐할 일이 아니었으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이안 전하, 누추하지만 안쪽으로 드시겠습니까?”

루이세이는 이안을 오두막 안쪽으로 안내했고, 이안은 말 없이 그를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이안은, 그를 통해서 제법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          *          *

“그러니까…. 레미르가 지금까지 싸우던 곳이 지하뇌옥이었다는 말이죠?”

“그렇습니다, 전하. 말씀 낮춰 주십시오.”

“음, 뭐…. 그러도록 할게.”

이안의 입가에 슬쩍 미소가 얹혔다.

아귀가 딱딱 맞아 들어가자,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역시, 루이세이가 사라진 제국의 충신들을 찾을 수 있는 단서였어.’

루이세이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전하. 부디 뇌옥에 갇혀있을 제국의 충신들을 구해 주시옵소서.”

그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뇌옥 안에 찾고 있던 인재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네임드급 npc를 한명이라도 구해낼 수 있다면 큰 전력이 될 것이었다.

그리고 파생되는 다른 퀘스트들을 클리어 하다보면, 분명 원하던 인재도 얻을 수 있으리라.

“알겠어, 루이세이. 노력해 볼게.”

“망극하옵니다, 전하!”

루이세이는 고개를 푹 숙여 보이며 이안에게 고마움을 표했고, 그와 동시에 이안의 눈 앞에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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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뇌옥 탐사 Ⅰ (히든, 연계 퀘스트)-

과거 루스펠 제국의 기사단장인 헬라임의 참모였던 루이세이.

당신은 뉴란 산맥에 숨어있던 루이세이를 발견하였고, 그로부터 ‘지하뇌옥’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루이세이에 의하면 지하뇌옥은 강력한 언데드들이 지키고 있으며, 많은 루스펠 제국의 충신들이 갇혀 있다고 한다.

언데드들을 처치하고 뇌옥의 끝까지 내려가, 루스펠 제국의 충신들을 구출하자.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신뢰를 쌓게 되면, 그들은 기꺼이 당신의 신하가 되어 줄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SS

퀘스트 조건   : 레벨 330 이상.

루이세이와의 친밀도 50 이상.

루스펠 제국의 귀족이었던 유저.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명성 20만.

루이세이와의 친밀도 25 상승.

리치 킹, 샬리언의 목걸이.

(보상은 퀘스트에 참여하는 유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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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내용을 다 읽은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퀘스트 보상 부분에 쓰여 있는 ‘샬리언’이라는 이름이 낯이 익었기 때문이었다.

‘뭐지…? 리치 킹 샬리언이라….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인 것도 같은데….’

그리고 잠시 후.

이안은 그 이름을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맞아! 어둠의 보주! 사령의 탑에서 어둠의 보주를 얻었을 때 나타났던 괴물 같은 리치 녀석이 샬리언이었지!’

그러자 흥미가 동하는 동시에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샬리언은 분명 마계에 봉인되어있던 존재.

그의 이름이 어째서 여기에 나타났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기 때문에, 이안은 곧 그에 대한 궁금증을 접고 루이세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럼 다녀올게 루이세이. 기다리고 있도록 해.”

루이세이가 공손히 고개를 숙여보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전하. 부디 조심하십시오.”

“오케이. 걱정 말라고.”

그리고 이안의 뒤에 서 있던 레미르가 투덜대며 입을 열었다.

“영감, 왜 나한테는 이런 얘기 안 해줬던 건데?”

이안과는 달리 인스턴트 퀘스트밖에 받지 못했었던 레미르가 투덜거리자, 루이세이가 멋쩍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레미르님의 신분이 확실치 않아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반면에 이안대공, 아니 전하께서는 제가 이미 알고 있었던 분인지라….”

“쳇.”

“전하의 지인이신 줄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다 말씀드렸을 겁니다. 부디 노여워 마시고 이안 전하를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레미르의 눈 앞에도 이안과 같은 퀘스트가 떠올랐고, 그제야 그녀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영감. 나만 믿으라고.”

루이세이의 오두막에서 나온 두 사람은, 곧장 뇌옥을 향해 움직였다.

레미르가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었기에, 두 사람의 걸음에는 막힘이 없었다.

그런데 그 때.

뇌옥을 발견한 레미르가 두 눈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아 씨, 저 녀석 다시 젠 됐네. 아침에 힘들게 잡았던 녀석인데.”

레미르의 중얼거림에, 이안이 시선을 옮기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뭔데? 왜 그래? 저 돼지 같은 녀석 때문에 그러는 거야?”

이안의 시선이 닿아있는 곳에는 칠흑같은 어두운 빛깔의 거대한 골렘이 버티고 서 있었고, 레미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저 녀석. 별로 상대하기 어려운 놈은 아닌데, 몸빵이 어마어마하거든. 오전에 거의 20분 동안 때려서 겨우 잡았던 것 같은데….”

그 말에, 이안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걱정 마 누나. 저런 돌덩이 따위….”

이안이 손을 가볍게 치켜들자, 두 사람의 눈 앞에 돌연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붉은 기체는 점점 짙어지더니 순식간에 어떤 형체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레미르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바, 발록…?”

< (8). 제국의 잔재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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