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새로운 목표 -3 >
* * *
“그러니까…. 파이로 영지 안에 대장간을 하나 내겠다는 말이죠?”
“그렇습니다, 피올란 영주님. 주군께서 주신 이 기물을 제련하기 위해선, 대규모의 대장간이 필요합니다.”
피올란은 이안의 가신이라는 드워프를 보며 묘한 표정이 되었다.
‘아니 대체 이안님은… 드워프는 어디서 또 가신으로 등용하신 거지?’
피올란은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영지전이 끝나자마자 또 어디론가 사라져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니, 뜬금없이 드워프 하나를 영지로 보내다니.
영지를 돕기 위해 가신을 하나 보냈다는 사실 자체는, 크게 놀랄만한 일이 아니었다.
다만 그 가신의 종족이 ‘드워프’라는 게 문제였다.
‘드워프가 지금까지 카일란에서 등장한 적이 있었나?’
적어도 피올란이 알기로는 없었다.
샤크란을 비롯해서 몇몇 유저가 숨겨진 드워프 마을에 방문한 사례는 있었지만, 그것은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정보였으니까.
그래서 피올란은, 드워프라는 종족도 이안이 처음 찾아낸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어찌 되었든, 드워프라는 고급인재가 찾아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파이로영지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카일란의 세계관에서도, 드워프는 대장기술이 무척이나 뛰어난 종족으로 묘사되어 있었으니까.
드워프가 대장간을 맡아 운영해준다면, 분명 영지의 대장간레벨을 많이 올릴 수 있으리라.
피올란은 웃으며 우르크한의 손을 맞잡았다.
“좋아요 그러도록 하죠. 그런데… 지금 저희 영지의 기술력으로 건설 가능한 대장간은 고급 5레벨에 불과해요. 이정도면 괜찮은가요?”
고급 5레벨.
제법 높은 시설레벨이었지만, 파이로 영지의 수준을 생각해 보면 비교적 낮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현재 최고의 대장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카이몬 제국의 ‘붉은매’길드의 경우, 이미 Max레벨의 대장간을 보유한 지 오래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Max레벨이 된 대장간은 다음 티어의 시설물로 리빌딩 되게 되는데, 붉은매 길드는 이미 2티어의 대장시설인 ‘대장기술소’를 중급 9레벨까지 올려놓은 상태였던다.
그것과 비교하자면 1티어인 고급 5레벨의 대장간은 초라한 수준일 수 밖에 없는 것.
그리고 드워프 한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손에 쥐고 있던 등껍질을 살짝 들어 올려 보이며 말을 이었다.
“불가능합니다. 고작 고급5레벨 대장간에서 낼 수 있는 화력으로는, 이 엄청난 기물(奇物)을 결코 제련할 수 없을 겁니다.”
피올란이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럼 어쩌죠? 상위레벨로 올리려면 한참 걸릴 텐데…?”
그에 우르크한은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영주님. 제가 알고 있는 기술력을 공유해드리도록 하죠.”
“…?!”
무슨 말인지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뜨는 피올란을 보며, 우르크한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껄껄, 대장간으로 안내해 주십시오. 가 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피올란은 벙찐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도록 하죠. 이쪽으로 오세요.”
* * *
파이로 영지의 메인 대장간.
피올란의 눈 앞에, 연속해서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띠링!
[길드원 이안의 가신 ‘우르크 한’이, 파이로 영지에 자신의 기술력을 공유합니다.]
[파이로 영지의 대장기술이 고급 5레벨에서 고급10레벨(Max)로 증가했습니다.]
[이제부터 파이로 영지의 모든 대장간을 고급10레벨까지 업그레이드 할 수 있게 됩니다.]
[축하합니다!]
[영지의 대장기술이 급격하게 상승했습니다!]
[2티어의 대장시설 증축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제부터 2티어의 대장시설인, ‘대장기술소’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
[현재 기술력으로 건설 가능한 ‘대장기술소’의 레벨은, ‘초급3레벨’ 입니다.]
메시지들을 확인한 피올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 식으로 영지의 기술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작은 폭으로 발전한 것도 아니었다.
순식간에 다음 티어의 시설물 건축이 가능해진데다, 바로 초급3레벨부터 시작할 수 있다지 않는가?
‘뭐지? 이건 너무 사기 아니야…? 이게 가능한 거면, 우리영지 대장장이들 아무나 다른 영지로 보내서 기술공유하면…. 거기도 다 파이로영지와 같은 기술력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얘기잖아?’
하지만 이는 피올란의 오해였다.
기술전수는 아무나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영지, 혹은 다른 이에게 기술은 전수하기 위해서는 장인이라는 타이틀이 있어야 했기 때문.
생산 스킬이 마스터 단계에 접어들어야 장인이라는 타이틀이 생기게 되는데, 아직 유저들 중에는 마스터단계까지 올라간 유저가 몇 없었던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아직 이러한 컨텐츠가 알려지지 않았던 것.
그리고 기술전수는,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능력도 아니었다.
한 달에 단 한번만 발동이 가능하다는 패널티도 존재하는 것이다.
우르크한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제 기술력으로도, 이 영지의 대장시설을 발전시킬 수 있는 한계는… 대장기술소 초급 3단계까지군요. 쩝…. 아쉽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그런대로 구색은 갖춰질 것 같습니다.”
현재 우르크 한의 대장장이 숙련도는, 마스터 1레벨이었다.
원래 이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대장장이가 대장시설을 관리하면, 최대 중급 3~4레벨 정도의 대장기술소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기술전수’로 일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수준은, 초급 3레벨이 한계였던 것이다.
기술전수에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피올란으로서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었기에 멀뚱멀뚱 보고만 있을 뿐이었고, 한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영주님.”
그에 피올란은, 자신도 모르게 넙죽 하고 고개를 숙여보였다.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선물을 받아버렸기 때문이었다.
“네 뭐…. 저야말로 감사하죠.” 그리고 뭔가 생각났는지, 피올란이 곧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한님?”
“네?”
“혹시 이안님은 지금 어디서 뭐 하고 계신지 알 수 있을까요?”
벌써 몇 주일 째 잠적상태인 이안의 행방이 궁금했던 것.
한의 말이 이어졌다.
“아, 이안님께선 지금….”
* * *
이안은 주로 솔플을 선호한다.
그렇다면 파티플레이가 그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니다.
레벨이 낮을 때에는 파티플레이보다 솔플이 모든 면에서 효율이 뛰어났던 게 사실이었지만, 고레벨이 되면서 다른 직업과의 시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파티플레이가 더 효율적이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안이 솔플을 선호하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었다.
첫째.
이안과 손발이 맞을 정도로 컨트롤이 뛰어난 유저가 별로 없다.
아무리 고레벨이라고 하더라도, 버벅거리는 파티원과 함께 사냥을 하는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인 것이다.
그리고 둘째.
이안의 지옥 같은 사냥 스케쥴에 맞춰 줄 만한 유저가 별로 없다.
레미르나 훈이 등. 알아주는 랭커 유저들도 이안과 며칠만 사냥하면 진이 빠져서 도망가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셋째.
그렇게 어렵게 파티원을 구할 시간까지 감안한다면, 그냥 마음 편히 솔로플레이를 하는 게 결국 더 효율적이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몇 주일 전부터, 이안은 계속해서 파티사냥을 하고 있었다.
쾅- 콰콰쾅-!
“정신 차려, 유신! 혹시 깜빡 졸았다거나, 피곤하다거나…. 그런 거야?”
“아, 아니다! 그럴 리가 있는가. 난 아직 쌩쌩하다. 하핫!”
두 눈을 부라리며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유신.
붉게 충혈 된 두 눈은 누가 봐도 피곤에 쩔어 있는 사람의 그것이었지만, 그는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안의 입 꼬리가 미미하게 끌려 올라갔다.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표정!
‘크, 유신이라…! 이 친구 정말 마음에 드는데?’
이제 며칠 뒤면, 무려 3주일이다.
3주일이라는 시간동안 최고로 하드코어한 스케쥴을 잡았음에도, 이 유신이라는 녀석은 도망가지 않았다.
이안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좋아, 유신! 좀 더 힘내보자고!”
“알겠다, 이안. 바로 다음 층으로 넘어가도록 하지.”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왔음에도 의욕을 불태우는 유신!
이안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다음 층까지 사냥이 끝나고 나면, 발록 젠 될 거 기다리는 겸 해서 삼십분 정도 정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지.”
“정말인가…?!”
유신의 어둡고 초췌했던 얼굴이, 순간적으로 환해졌다.
그리고 예리한 이안의 눈이, 찰나간에 지나간 유신의 표정변화를 캐치했다.
“유신. 방금 쉰다니까 기뻐했던 것 같은데…?”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유신은 펄쩍 뛰며 화를 내었다.
“누가?! 내가 그랬다고?! 그럴 리 없다, 이안. 네가 잘못 본 게 분명하다.”
이안이 씨익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뭐, 아니면 말고.”
유신이 또박또박한 어조로 한 마디를 덧붙인다.
“분명히 말하지만, 난 지금 매우 의욕이 넘친다. 마음대로 판단하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과연…! 별로 쉬고 싶지는 않지만, 정비가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쉬는 것 뿐인가…?”
“그렇지! 바로 그거다!”
이안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뿍뿍이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이다뿍….”
이안은, 유신사용법을 완벽히 터득하고 말았다.
* * *
탐험가 클래스 1위인 릴슨.
그는 이안과의 인연으로 인해, 엉겁결에 로터스 길드의 길드원이 되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좀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전투클래스의 레벨 자체는 높지 않았지만, 어엿한 생산클래스 랭킹 1위의 유저로서 로터스 길드는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당시 로터스보다 더 랭킹이 높았던 몇 몇 길드에서 여러 번 러브콜이 오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릴슨이 로터스에 눌러앉았던 이유는, 오직 이안에 대한 팬심!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캬! 내 선견지명…! 그 때 로터스 길드에 가입하길 진짜 정말 잘했지!’
명실공이 랭킹 1,2위를 다 투는 최고의 길드가 된 로터스.
로터스길드 신화의 주역 중 한명이 되었다는 뿌듯함은 덤이었다.
그리고 릴슨은, 충분히 뿌듯해 할 만 한 자격이 있었다.
탐험가 클래스로서 파이로 영지 근방의 수 많은 던전들을 찾아내었으며, 그것은 분명 파이로 영지의 발전에 커다란 이바지를 했으니까.
영지 주변에 좋은 사냥터들이 많이 생기면,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그것이 곧 영지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띠링-!
[새로운 던전을 발견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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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거인의 잊혀 진 보고(寶庫)-
분류 : 인스턴트 던전
등급 : 2티어
위치 : 올리고스 사막
레벨 제한 : 240
권장 레벨 : 270 이상
탐험 진척도 : 0%
출현 몬스터 : 알 수 없음.
보스 몬스터 : 알 수 없음(영웅등급) 알 수 없음(유일등급)
오래 전 중부대륙에서 생활하던 사막거인들의 잊혀 진 보물창고입니다.
사막거인들의 보물은…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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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륙, 올리고스 사막에서 2티어의 던전을 발견하셨습니다!]
[탐험가 경험치가 3678100만큼 상승합니다.]
[‘던전탐사’ 스킬의 숙련 경험치가 208793만큼 상승합니다.]
[‘던전탐사’ 스킬의 레벨이 고급3레벨에서 고급4레벨로 상승합니다.]
[2티어의 던전탐사를 성공하여, 명성을 15만 만큼 획득합니다.]
던전 발견 시, 탐험가만이 누릴 수 있는 수 많은 보상 메시지들!
그것을 읽어 내려간 릴슨은 뿌듯한 표정이 되었다.
“오늘도 한 건 했고!”
하루 동일 사막을 돌아다니며 쉬지 않고 탐사 노가다를 한 릴슨은, 허기가 물밀듯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상태창을 확인하니, 역시나 포만감이 최하까지 떨어져 있었다.
“어우, 배고파. 이제 영지로 복귀해 볼까?”
릴슨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파이로 영지를 향했다.
올리고스 사막은, 파이로 영지에서 15분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가까운 필드.
금방 영지에 돌아가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군침이 도는 것 같았다.
“이 시간이면…. 하린님의 음식점은 열어 있겠지?”
하린의 음식점은, 수많은 유저들이 파이로 영지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녀의 요리숙련도는, 지금까지도 랭킹1위에 빛났으니까.
‘오늘은 뭘 먹어볼까? 오랜만에 고급요리를 한번 먹어볼까…? 골든 드레이크 다리 살 스테이크가 그렇게 맛있다고 소문이 났던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난 릴슨.
그의 걸음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 (5). 새로운 목표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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