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367화 (388/1,027)

< (5). 새로운 목표 -2 >

*          *          *

딸깍- 딸깍-

조용한 방 안에 울려 퍼지는 마우스 소리.

한 남자가 왼손으로 턱을 괸 채, 뚫어져라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흐음, 역시….”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사내의 한쪽 입 꼬리가, 천천히 말려 올라간다.

얼핏 보면 즐거워 보이는 듯 한 표정이었으나, 자세히 보면 복잡 미묘한 감정이 얽힌 그런 얼굴.

“재밌어, 재밌어….”

사내는 계속해서 마우스를 움직이더니, 결국 화면 하나를 띄워놓고는 피식 웃었다.

잠시 화면을 응시하던 그는, 의자를 뒤로 푹 젖혀 몸을 묻고 눈을 감았다.

그가 켜 놓은 모니터에는 공식 커뮤니티의 스크린샷 게시판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켜져 있는 게시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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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베스트 스크린샷]

작성자 : 로렌 [네임드][랭커]

제  목 : 전설등급 마수의 오너가 되었습니다.

(염장주의)(Feat. 이안갓)

조회수 : 5654725 (up!)

베스트 지수 : 98

내  용 :

안녕하세요, 여러분. 골든 서머너즈의 리더이자 러블리안의 팬클럽 회장인 로렌이에요.

오늘 제가 스크린샷 게시판에 나타난 이유는…!

두둥!

(전설의 마수 키에클리크.JPEG)

바로 이 녀석을 자랑하기 위해서죠.

자태가 아주 늠름하지 않은가요? 바로 세 시간 전에 경매장에서 낙찰 받은 녀석이랍니다.

이 늠름한 녀석을 키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제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제가 전설등급 마수의 공식적인 첫 번째 오너라니!

후훗, 마족유저가 아닌 인간유저가 첫 번째 전설등급 마수의 오너가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셨겠죠?

게다가 마수 설명 마지막에 저기 보이시나요?

‘마수 연성술사인 유저 ‘이안’에 의해 탄생한 마수이다!’

크으!

사실 이 부분이 포인트랍니다.

이 멋진 녀석은 바로, 이안느님께서 탄생시키신 넘버링 001번의 마수!

아…! 전 지금 너무 행복하네요. 러블리안의 회장으로서 사명을 완수한 기분이랄까…?

그리고 여러분!

심지어 요 녀석, 어둠의 마수인 건 아세요?

얼마 전에 이안갓께서 오픈하신 컨텐츠인… ‘어둠의 소환술사’만이 다룰 수 있다는 어둠의 마수!

어둠의 소환술사로 전직하자마자 이렇게 전설등급의 어둠의 마수를 얻다니…!

아아, 요 녀석을 낙찰받기 위해 쓴 거액이 조금도 아깝지 않네요. (낙찰액수는 비밀입니다. 후후)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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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던 사내는, 상체를 다시 일으켜 마우스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라한 멍청한 놈. 대체 왜 이안이 마계에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하는 거지?”

그는 히죽거리며 계속해서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커뮤니티에 대문짝만하게 증거가 나왔는데도 말이야.”

마수를 연성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가 어떤 것일지는 정확히 알 수 없어도,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마계에서 얻어야 하는 것들일 것이었다.

인간계의 몬스터들을 연성해서 마수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니 ‘이안에 의해 연성된 마수’라는 말이 또렷이 붙어있는 저 마수 설명창은, 이안이 지금 마계에 드나들 수 있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로터스의 영지전에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었으니, 그는 차원을 넘나들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한 게 분명했다.

“후후. 굳이 알릴 필요는 없겠지. 지금이 어쩌면… 내겐 기회니까.”

게시물의 스크롤을 내려 그 아래 달려있는 수 천 개의 댓글들을 보면서, 남자는 히죽 히죽 웃었다.

*          *          *

‘정령왕 엘리샤의 부탁’ 퀘스트가 발동된 후, 정령왕 소환 마법진은 소멸되었고 물의 정령왕 엘리샤도 다시 정령계로 돌아갔다.

이안에게 남은 것은 ‘엘리샤의 목걸이’라는 퀘스트 아이템 하나 뿐.

그런데 그마저도 아직 봉인되어 사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쩝. 엄청 좋아 보이는 목걸인데….”

하지만 이안은 크게 아쉬워하지 않았다.

새로운 컨텐츠를 개척하다보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보상들이 줄지어 떨어질 테니까.

단지 지금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성장해야만 할 때였다.

‘잊혀진 망자의 무덤으로 가자. 거기서 닥치는 대로 사냥만 계속 하는 거야.’

최근 연이은 던전 업데이트로, 카일란의 곳곳에 고레벨의 사냥터가 많이 생성되었다.

특히 중부대륙 최남단과 북부대륙 깊숙한 지역에는, 350~400레벨의 몬스터까지도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던전이 열 군데 이상 동시에 만들어진 것.

최근 전체적으로 유저들의 레벨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루어진 업데이트인 것이다.

하지만 이안은 중부대륙이나 북부대륙의 던전들에 큰 관심이 없었다.

‘마계 10~15구역만 가도 그 이상 경험치 짭짤한 몹들이 넘치는데 뭐.’

레벨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마수 연성을 계속해서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전설등급의 마수연성으로만 숙련도를 올릴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전설등급 마수들이 필드에 등장하는 사냥터만을 골라서 사냥해야했다.

영혼석을 모아서, 전설 등급의 마수를 계속 수급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안이 선택한 사냥터는 바로, ‘잊혀진 영혼의 무덤’ 이었다.

위이잉-!

[마계 15구역에 입장하셨습니다.]

차원의 문을 열어 마계 15구역에 입장한 이안.

그런데 이안의 바로 뒤에, 백색의 갑주를 온 몸에 두른 한 남자가 따라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가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과연…. 마계로 올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었군.”

그의 중얼거림에, 앞에 있던 이안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내가 뭐하러 거짓말을 치겠어?”

“하긴, 그것도 그래.”

대답을 한 남자는 이안을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두 주먹을 맞대며 탕탕 두들겼다.

그러자 그의 양 손에 장착되어있는 화려한 금빛의 너클이 맞부딪치며 화르륵 하고 푸른 빛의 불길이 피어오른다.

그는 바로 퓰리오스 길드의 길드마스터인 유신.

그가 이 자리에 있게 된 경유는 이러했다.

“나랑 대련하고 싶다고?”

“그렇다. 한 수 가르침을 청하고 싶다.”

“흐음… 그거 곤란한데. 난 지금 레벨 업 할 시간도 부족하거든.”

“나한테 원하는 게 있다면, 도움을 주겠다.”

“도움이라…. 어떤 걸 말하는 거지?”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돕도록 하지.”

“그래? 콜!”

이안이 유신에게 한 부탁(?)은 간단했다.

400레벨을 찍을 때 까지, 이안이 원할 때 마다 같이 사냥을 뛰어줄 것.

대신 이안은 일주일에 한 번 그와 대련을 해 주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유신이 흔쾌히 수락했음은 당연했다.

카일란 최고의 불가사의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안이 어떤 방식으로 사냥하는지는 항상 궁금했던 부분이었으니, 그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 이 마계에 함께 끌려오게 된 유신.

유신은 해맑은 표정으로 마계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고 있었지만, 뒤에서 그를 응시하던 이안의 가신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혀를 찼다.

폴린이 카이자르에게 물었다.

“저 유신이라는 남자. 그래도 제법 실해보입니다만,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카이자르님.”

“흐음…. 맷집이 좋아 보이기는 하네만…. 일주일은 버틸 수 있을까? 쯧…. 왜 악덕 영주놈을 따라 사냥하러 온 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군.”

“그래도 영주님을 따라다니면 확실히 성장이 빠르지 않습니까?”

“검을 휘두르다가 잠에 들 때 까지 사냥만 하다보면… 아마 혼자 사냥해도 충분히 강해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걸세.”

“….”

세리아는 유신의 사제클래스 가신인 ‘밀레’에게 말을 걸었다.

“밀레님이라고 하셨죠?”

“네, 세리아님.”

“힘내세요.”

“네?”

“아니, 그냥…. 힘내시라구요. 화이팅!”

“에…?”

약간의 소란(?)이 있었지만, 이안과 유신의 파티는 천천히 15구역의 마수들을 사냥하며 깊숙한 곳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마수들을 사냥하며 이동하는 이안.

그런 그를 보며, 유신은 약간의 오해를 했다.

‘레미르가 과장을 했나보군. 이 정도면 평범한 속도의 사냥인데?’

레미르와 약간의 친분이 있던 유신은, 이미 그녀에게 이안과의 사냥후기를 듣고 왔었던 것.

‘다리가 후들거릴 때 까지 사냥만 하게 될 거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걱정했는데, 지금 수준의 사냥이면 무척이나 인간적인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오해였다.

이제는 10번대의 구역에도 종종 마계 유저들이 보이곤 했으니, 그들에게 발각되지 않게 조심하며 사냥했던 것 뿐 이었으니까.

한 두시간 정도를 이동했을까?

이안과 유신은 드디어 ‘잊혀 진 영혼의 무덤’ 앞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이곳이 바로, 앞으로 한동안(?) 두 사람이 사냥하게 될 사냥터.

던전에 들어가기 전, 이안은 마지막으로 유신에게 한번 더 조언(?)했다.

“나, 사냥하다가 쉬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괜찮겠어?”

유신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물론이다. 걱정할 거 없다 이안. 나도 사냥할 때 쉬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그렇게 잊혀 진 영혼의 무덤에 들어간 두 사람은, 한동안 잊혀 지고 만다.

*          *          *

로터스 길드의 영지전은, 결국 12전 12승 0패로 그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 열기는 쉽게 식지 않았다.

그 뒤로도 한동안, 로터스 길드의 영지전 행보는 수 많은 카일란 유저들을 열광시킨 것이다.

무려 12회에 걸쳐 연속으로 영지전을 걸어, 단 한 번의 패배도 기록하지 않은 채 끝난 이 전무후무한 영지전 기록.

덕분에 로터스 길드의 위상은 하늘을 찌를 듯 올라갔고, 커뮤니티에서는 이안과 로터스를 찬양하기 시작했다.

실질적으로 로터스가 현재 카일란 한국 서버의 1위 길드일 것이라는 주장이 팽배할 정도.

근소한 차이로 랭킹2위이기는 하지만, 까놓고 보면 타이탄 길드보다도 로터스 길드가 강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아진 것이다.

그에 타이탄 길드 또한 자극을 받은 것인지 카이몬 제국 소속의 영지들에 연이어 영지전을 선포하기 시작했고, 그들 또한 그 저력을 과시하며 연전 연승을 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중부대륙 서부의 영지들을 전부 흡수해 버린 타이탄 길드.

그렇게 중부대륙은 타이탄 길드와 로터스 길드가 양분하는 형국이 되어버렸고, 두 길드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시스템상 비교가 힘든 마계의 길드들을 제외하고는, 두 길드에 대적할 만한 길드가 거의 사라져 버린 것이다.

카일란 오픈 이래 최고의 성세를 누리고 있는 로터스 길드!

로터스 길드 영지들의 수도 격인 파이로 영지에는 유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심지어는 제국의 네임드급 NPC들도 방문할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웬 근육질의 짜리몽땅한 드워프 하나가 파이로 영주성의 성문을 두들겼다.

“혹시, 피올란 영주님 안에 계십니까.”

그리고 그를 가장 먼저 발견한 유저는, 마침 내정을 보고 있던 파이로의 영주 피올란이었다.

“예. 제가 바로 피올란입니다. 그런데… 어쩐 일이신지.”

그런데 말을 마친 그 순간.

피올란의 눈에, 어쩐지 낯익은 물건이 들어왔다.

‘저건… 어디서 많이 본 등껍질인데…?’

피올란이 생각하는 사이, 드워프의 말이 이어졌다.

“이안님의 가신, 우르크 한 이라고 합니다. 이안님의 명으로 영주님을 도우러 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피올란은, 드워프의 손에 들려있는 등껍질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 (5). 새로운 목표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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