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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64화 (385/1,027)

< (4). 다시 또 노가다 -2 >

*          *          *

“거기, 진성학생! 한번만 더 졸면 기말성적 관계없이 C줄 줄 알아요!”

한국대학교 가상현실과의 한 강의실.

여교수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강의실 전체에 울려 퍼진다.

그리고 맨 뒤 구석에 앉아 꾸벅 꾸벅 졸고 있던 진성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예! 죄송합니다.”

물론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음… C만 주면 계속 자도 괜찮겠는데?’

진성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과락을 면하는 것.

D만 되어도 감지덕지인데 C라니.

교수의 하해와 같은 아량에 감사하며, 진성은 다시 스르르 눈을 감았다.

쿨-

새근 새근 소리까지 내며 꿀잠에 빠져든 진성.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진성에게 있어 학교는 수면시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밤을 새서 카일란을 플레이한 뒤 해가 뜨면 학교에 등교하는 진성으로서는, 강의가 전부 끝날 때 까지 최대한 수면시간을 확보해야만 다음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았다.

예를 들면 무한 마수연성 노가다라던가….

새근- 새근-

그리고 그런 그를, 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한 여학생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한세미’였다.

‘어휴, 저 선배는 저럴 거면 학교에 대체 왜 나오는 거야? 한 학기 내내 잠만 자네.’

진성은 지금 1학년 때 드랍했던 ‘기초게임이론’을 재수강 하는 중이었고, 그렇기에 새내기인 한세미와 같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중인 것이다.

그리고 세미는, 그런 진성이 무척이나 못마땅했다.

물론 그저 수업시간에 잔다는 이유만으로 못마땅한 것은 아니었다.

세미는 평소에 그렇게 오지랖이 넓은 성격이 아니었으니까.

다만 진성의 경우가 좀 특별했을 뿐이다.

‘후, 어쩌다가 저 선배랑 같은 팀이 된 건지….’

학기 초에 제비뽑기를 잘못하여, 진성과 같은 팀원이 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세미가 속으로 한숨을 쉬고 있던 그 때.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합니다. 20분 일찍 끝내드렸으니, 조별로 모여서 기말과제 상의하세요.”

수업의 끝을 알리는 교수의 말이 스피커에 울려 퍼지고, 꾸벅꾸벅 졸고 있던 진성이 벌떡 일어났다.

그에 세미는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수업 끝나는 건 진짜 귀신같이 알아채네.’

눈에 불을 켠 세미가 진성의 팔을 잡아 끌었다.

진성이 집으로 도망치기 전에, 오늘은 기필코 기말 과제에 대한 논의를 해야 했으니까.

“선배! 어디가욧!”

그리고 세미에게 덜미를 잡힌 진성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어, 어?”

“오늘은 그냥 못 가요! 벌써 세 번이나 미루셨잖아요!”

세미에 의해 결국 다시 의자에 앉은 진성은 울상이 되었다.

‘아… 팀플 같은 건 왜 있어서….’

마음 같아서는 기말과제고 나발이고 빨리 마수나 포획하러 떠나고 싶었지만, 기말과제가 팀플인 게 문제였다.

진성 자신의 학점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졸업만 할 수 있다면), 다른 후배들에게 피해주기에는 양심이 찔렸기 때문이었다.

“그, 그래. 이제 삼주 남은건가?”

그리고 어느새 다가와 옆에 앉은 한 남학생이, 세미 대신 대답했다.

“네 형. 다다음주면 기말 과제 제출일이에요.”

진성의 팀은, 세미와 진성, 그리고 일학년 남학생 둘까지 총 넷이었다.

팀장인 세미가 테블릿을 꺼내 화면을 켜며 입을 열었다.

“다들 이번 기말과제는 알고 계시죠?”

그에 세미를 제외한 세 사람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진성 또한 기말과제가 뭔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가상현실 내에 존재하는 오브젝트의 AI를 분석해야 하는 것, 맞지?”

남학생, 영훈의 물음에, 세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어떤 가상현실게임이든 상관은 없지만, 제일 구현이 완벽하게 되어있는 카일란에서 소스를 찾아야겠지.”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진성이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카일란에 있는 몬스터나 NPC중에 AI패턴이 최대한 복잡한 오브젝트를 하나 골라서 분석해다 제출하면 좋은 점수 받을 수 있는 거 아냐?”

그에 세미와 영훈, 그리고 민수는 멍한 표정이 되었다.

지금껏 한 학기 동안, 진성이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과제의 핵심을 정확히 잘 얘기했기에, 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세미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흠, 흠. 맞아요, 선배. 추가로 분석이 꼼꼼하고 깔끔할수록 더 높은 점수를 받게 되겠죠.”

진성이 어깨를 으쓱 하며 물었다.

“그럼 회의할 게 뭐 있어? 그냥 각자 오브젝트 하나씩 정해서 분석하고 그걸 정리해서 발표하면 끝 아니야?”

그에 세미가 발끈 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잖아요. 선배가 말씀하셨던 것 처럼, AI가 복잡한 오브젝트를 골라야 점수를 많이 받을 수 있는데… 그런 AI를 가진 NPC나 몬스터일수록 더 찾기가 힘들다구요. 레벨이 높고 지능이 높은 몬스터일 수록 AI가 복잡할 테니….”

하지만 진성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대답했다.

“그건 걱정할 거 없어. 내가 AI겁나 복잡한 카일란 몬스터 몇 마리 알고 있거든. 제출날짜 3일 전까지 하나 골라다가 분석해서 가져올게.”

“….”

영훈과 민수는 물론, 세미 또한 혼란에 빠졌다.

‘대체 무슨 자신감이지…?’

거의 벙어리인 줄 알았던 진성이 이렇게 말을 잘 한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는데,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직접 몬스터 AI를 분석한다고 하지 않는가?

세미가 진성을 향해 다시 물었다.

“AI설계가 복잡한 몬스터를 알고 계시다고요? 어떤 몬스터인지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선배?”

이번에도 역시, 진성은 막힘없이 대답했다.

“음…. 일단 샤켈리크. 그리고 어비스 프리스트. 블러디 펜리르도 AI가 복잡한 편이고. 에 또….”

그리고 진성의 말이 이어질수록, 나머지 세 사람의 눈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의 입에서 나온 몬스터들이, 너무 허황되었기(?) 때문이었다.

영훈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진성에게 물었다.

“저기, 선배.”

“응?”

“샤켈리크는 무슨 몬스터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어비스 프리스트는 심연의 탑 최상층에 있는 레벨 260대 보스몬스터잖아요. 게다가 블러디 펜리르는 중부대륙 피의 신전 깊숙히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270레벨대 몬스터고….”

진성이 반색하며 대답했다.

“오, 영훈이라고 했나?”

“네, 선배.”

“너 제법 똑똑한데?”

“….”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세미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선배. 그래서 저 몬스터들의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시려고요?”

진성이 어깨를 으쓱 하며 대답했다.

“어떻게 수집하긴. 가서 몇 마리 때려잡으면서 기록해야지.”

“하아….”

그리고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민수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피의 신전은 게임폐인 세미도 아직 들어가기 힘들 텐데….”

그 말을 들은 세미가 빽 소리 질렀다.

“민수, 시끄러!”

세미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상식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진성이 허풍쟁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그의 입에서 나온 몬스터들을 사냥하려면 최소 250레벨 이상, 준 랭커급의 실력자는 되어야 가능했으니까.

어딘지 모르게 덜떨어져 보이는 이 선배가 카일란의 랭커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런 몬스터를 마치 초보존에 있는 토끼 취급하듯 언급하고 있으니, 신빙성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휴우, 선배.”

“응?”

“카일란 플레이하긴 하시죠?”

진성이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매일 열심히 하고 있지.”

세미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었다.

“큰 거 안 바랄 테니까요, 선배가 상대 가능한 몬스터 한 두 마리 정도 데이터나 수집해서 저한테 넘겨 줘요. 나머지는 저희 셋이 알아서 할게요.”

그리고 세미의 말에, 진성의 표정이 환해졌다.

“이야, 너 정말 착한 후배님이었구나…! 고마워! 내가 카일란 하다가 만나면 선물이라도 하나 줄게.”

“… 별로 필요 없거든요.”

몬스터AI에 관한 데이터 수집.

사실 이것은 진성이 평소에 항상 하는 작업이었다.

카일란의 AI패턴을 분석하고 그에 맞게 몬스터들을 공략하는 것이, 진성의 기본 플레이스타일이었으니까.

다만 그 데이터들을 정리해서 과제로 제출하는 것이 너무 귀찮았을 뿐이었는데, 세미가 그 귀찮은 작업을 대신 해주겠다니 천사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모아놨던 데이터 몇 개 던져주면 되겠네. 신난다…!’

마음이 한 층 가벼워 진 진성은 기분 좋게 팀 과제 회의를 마무리(?)할 수 있었고, 얼른 집에 있는 캡슐을 향해 달려갔다.

*          *          *

“경매장부터 먼저 한번 가볼까?”

카일란에 접속한 이안이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바로 경매장이었다.

키에클리크를 판매한 대금을 받아, 구매해야 할 물건이 좀 있기 때문이었다.

‘어디보자…. 푸른 사파이어 일곱개. 황금 정령석 열 두개….’

인벤토리를 열어 뭔가를 확인한 이안이 한숨을 푹 푹 쉬었다.

“아니 뭐 이렇게 필요한 게 많은 거야.”

이안이 투덜거리는 이유는, 셀라무스의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얻은 ‘정령왕 소환 마법진’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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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령왕 소환 마법진 -

분류 : 마법진

등급 : 전설

정령계를 통치하는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다고 알려진 고대의 마법진이다.

마법진에 나타나 있는 문양을 오차 없이 그려 넣은 뒤, 마력을 움직이는 보석들을 정확히 배치한다면,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는 소환포탈이 열리게 될 것이다.

* 소환술사 클래스에 한해 발동시킬 수 있는 마법진입니다.

* 1회성 아이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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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진의 정보창 가장 아래쪽에는 마법진을 이루는 문양들이 어지러이 배열되어 있었고, 그 사이사이 배치해야 하는 보석들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그리고 그 보석들은 대부분 초 고가의 아이템들이었다.

“이거 완성하려면 어림잡아 5천만 골드는 필요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키에클리크 판 돈으로는 어림도 없겠지?”

5천만 골드면, 외제차 세단을 한 대 뽑을 수도 있는 엄청난 거액.

아무리 돈에 가치를 크게 두지 않는 이안이라 하더라도, 부담될 수 밖에 없는 액수였다.

물론 가진 돈을 탈탈 털어서라도 정령왕이 뭔지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기는 성격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일단 키에클리르 판매대금이나 확인해 볼까…?’

경매장에 도착한 진성은, 판매대금 수령창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무인 시스템에 홍채를 인식시켰다.

띠링-

[홍채 인식 완료!]

[‘이안’님, 지금까지 정산되어있는 모든 판매대금을 수령하시겠습니까?]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수령할게.”

그리고 이어진 시스템 메시지에, 이안은 어이가 없는 표정이 되었다.

[판매 완료 품목 - ‘키에클리크’(마수)]

[판매 대금 - 159,804,230]

“뭐야? 천오백? 정말 이거밖에 안 된다고?”

못해도 2~3천만골드 이상에는 팔릴 것이라 생각했던 키에클리크였는데, 천오백만 골드 정도에 판매됐다고 봤으니 당황한 것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안은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잠깐 이거… 천오백만이 아니라….”

숫자를 찬찬히 다시 센 이안은,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키에클리크 판매대금은 1천 5백만이 아닌, 1억5천만이었기 때문이었다.

< (4). 다시 또 노가다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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