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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63화 (384/1,027)

< (4). 다시 또 노가다 -1 >

영준과 세미는 어릴 적 부터 붙어 다녔던 단짝친구였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초, 중학교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까지 같은 곳을 나왔으니, 벌써 십몇 년 째 이어져 온 우정인 것이다.

그리고 성별이 다름에도 두 사람이 절친이 될 수 있었던 건, ‘게임’이라는 공통 관심사 덕분이었다.

두 사람은 주변에서도 알아주는 게임폐인들이었다.

파이로 영지의 대광장.

멀찍이서 휘적 휘적 걸어오는 영준을 발견한 세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빨리 빨리 좀 못 와? 밥만 먹고 접속한다더니, 모내기부터 시작했냐?”

“어휴, 이 정도면 충분히 빨리 왔지. 넌 그럼 밥을 10분 만에 먹어?”

“밥 먹는데 무슨 10분이나 걸리냐. 5분이면 다 먹어야지.”

“하… 말을 말자, 말을….”

세미는, 여성 유저 치고 무척이나 하드한 게이머였다. 그녀에게 있어 모든 것에 우선하는 것이 바로 카일란이었으니까.

카일란과 관련된 수업들이 개설되어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상현실과에 지원할 정도로, 세미의 카일란 사랑은 대단했다.

세미가 영준의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무튼, 빨리 가서 줄이나 서자. 아까 보니까 벌써 수십 명도 넘게 줄 서있더라고.”

“그래? 전직소 앞에?”

“응.”

오늘 두 사람이 파이로 영지에 온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바로 오늘이, 최초의 ‘어둠의 소환술사 전직소’가 완공되는 날이었기 때문.

그리고 그 최초의 전직소가 지어질 장소가 바로, 이 파이로 영지의 대광장이었다.

두 사람은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영준의 시야에 시스템 메시지가 한 줄 떠올랐다.

띠링-

[소환술사 유저, ‘세이미’님이 파티에 초대하셨습니다.]

[파티에 성공적으로 합류하셨습니다. 현재 파티원 : 세이미(Lv229), 제로준(Lv235)]

카일란 공식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에 의하면, 퓨전 클래스인 ‘어둠의 소환술사’로 전직하기 위해선 흑마법사와 소환술사가 파티 상태여야만 한다.

그렇기에 세미가 파티신청을 한 것이었고, 영준도 두 말 없이 수락한 것이다.

두 사람은 바글바글한 소환술사들과 흑마법사들의 뒤에 줄을 서서, 전직소가 완공되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세미가 들뜬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퓨전클래스 전직 하고 나면, 하르가수스부터 소환해 봐야지. 헤헷.”

그에 영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강하 컨트롤이라도 연습해 보게?”

세미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나도 이안느님처럼 창 들고 강하 컨 하면서 몬스터들을 때려잡을 거라구!”

“아서라. 창질은 무슨. 그냥 하르가수스 타고 도망 다니면서 소환수 컨트롤이나 제대로 하세요. 강하 컨이 뉘 집 애 이름인 줄 아나….”

영준의 비아냥에 세미가 발끈했다.

“내가 너랑 같냐! 내가 바로 컨트롤의 여왕이다!”

“얼씨구.”

“두고 보라고. 퓨전클래스 전직 하자마자 이 몸이 250레벨까지 캐리해 줄 테니까.”

“제발 부탁한다.”

“250레벨 만들고 나면, 곧바로 로터스 길드 가입신청부터 넣어야지. 히힛.”

세미의 말을 듣던 영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푸념했다.

“휴우, 이안이 사람 여럿 망쳐 놨어….”

한숨을 푹푹 쉬고 있기는 했지만, 영준 또한 세미처럼 설레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안과 훈이 듀오가 보여준 퓨전클래스의 위용은, 정말인지 대단했으니까.

‘정말 로터스에 들어갈 수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네.’

그런데 두 사람이 투닥거리고 있던 그 때.

우우웅-!

하늘에서 녹빛의 기운과 새카만 기운이 휘감기며 내려오더니, 전직소 건물을 휘감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띠링-!

카일란에 접속중이던 모든 유저들의 눈 앞에, 월드 메시지가 떠올랐다.

[중부대륙 파이로 영지에, 최초의 ‘어둠의 소환술사 전직소’가 완공되었습니다.]

[완공된 ‘어둠의 소환술사 전직소’의 시설정보가 공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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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소환술사 전직소-

분류     : 전직소

위치     : 파이로 영지 (1782, 879)

관리자   : 로베르망 (NPC)

시설레벨 : Lv1

입장조건 : Lv200이상의 소환술사/흑마법사

오랜 세월 마계에 갇혀 있던 카데스의 사자, 마이켈이 자유를 찾게 되었다.

풀려난 마이켈은 자신의 비술인 어둠소환술을 세상에 내어놓았고, 그를 추종하는 어둠의 소환술사들이 곳곳에 나타나게 되었다.

이제 세상을 떠돌던 어둠의 소환술사들이 카데스의 신탁에 따라 도시에 정착하였으니, 어둠의 힘을 얻고싶은 자, 이곳으로 오라!

* 퓨전 클래스로의 전직이 가능한 시설입니다.

(소환술사, 혹은 흑마법사 에 한에서만 가능.)

* 퓨전 클래스는, 듀얼 클래스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소환술사/흑마법사’클래스와 별개의 클래스이며, 상호간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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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잠시 후.

전직소의 앞에 늘어서 있던 수많은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에이, 뭐야. 레벨제한이 있었어?”

“쳇, 좋다 말았잖아? 레벨제한이 있었으면 미리 공식 홈페이지에 공지 해줬어야지.”

“아… 짜증 제대로!”

200레벨이 아직 되지 않은 유저들이 대열에서 이탈한 것이다.

레벨제한에 대한 정보가 알려져 있지 않았었기에 벌어진 참사(?)였다.

하지만 덕분에, 세미와 영준은 입이 찢어졌다.

“크으, 좋아! 덕분에 20분은 더 일찍 들어갈 수 있겠는데?”

줄이 짧아진 탓에, 금방 전직소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          *          *

마계 107구역.

세르비안의 연구소.

연구소 구석에는, 한 남자가 쪼그려 앉은 채 무언가에 극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마수 연성술’을 시작합니다.]

[전설 등급의 마수 ‘샤켈리크’를 본체로 설정하시겠습니까?]

“설정한다.”

[전설 등급의 마수 ‘샤켈리크’를 재료1로 설정하시겠습니까?]

“그래. 오케이.”

[연성술에 필요한 아이템을 추가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인벤토리 창이 떠올랐고, 이안은 부들거리는 손으로 상급 마령석을 꺼내어 들었다.

‘제발… 이번에는 상급 마령석까지 투자하는데, 무조건 성공해야 해.’

그리고 상급 마령석을 연성 재료에 추가하자, 또 다시 메시지가 떠올랐다.

[‘상급 마령석’을 연성 재료로 추가하셨습니다.]

[연성술의 성공확률이 10%만큼 증가합니다.]

이안의 얼굴이 보기 좋게 구겨졌다.

‘어떻게 상급 마령석이 들어갔는데, 성공률이 10%밖에 안 올라?’

지금 이안은, 신화등급의 마수를 연성해 내기 위한 무한 노가다를 하는 중이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있는 영지전 때문에 따로 퀘스트를 진행할 시간도 없었으니, 열 두 번의 영지전이 모두 끝나기 전까지는 마수 연성 노가다만 계속 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하여 마수 연성술의 숙련도를 10레벨 50%까지 채운 이안.

한데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이제부터는 전설등급의 마수를 재료로 사용하지 않으면, 더 이상 숙련도가 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껴두었던 전설등급의 마수인 ‘샤켈리크’를 재료로 마수연성을 시도하고 있었던 것.

한데 벌써 세 번이나 실패했으니, 양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마수 연성에 한번 실패할 때 마다 재료로 설정된 마수 한 마리를 날리게 되니, 무려 세 마리나 되는 샤켈리크를 이미 날려버린 것이다.

이제 이안에게 남은 기회는 여덟 번에 불과했다.

[연성술에 필요한 재료를 모두 설정하셨다면, 마수 연성을 시작합니다.]

이안의 눈 앞에 선택한 두 마리의 샤켈리크가 허공으로 떠올랐고, 손에 들려있던 마령석이 하얗게 빛을 내며 그 사이로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이안은, 그저 두 손 모아 기도만을 할 뿐이었다.

“제발… 신이시여….”

이안의 옆에 앉아 미트볼을 한 입 베어물은 뿍뿍이가, 입을 우물거리며 말했다.

“주인아, 내 여자 친구나 하나 만들어줘라 뿍.”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부탁하는 뿍뿍이.

하지만 그 어느 때 보다도 연성술에 집중하는 중인 이안의 귀에는 뿍뿍이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안은 허공에 떠있는 두 마리의 샤켈리크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고, 손에서 빠져나온 마기가 그들을 감싸며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쿠오오오-!

새카만 깃털을 가진 두 마리의 샤켈리크를 감싸는 붉은 기류.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새하얀 빛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잠시 후.

이안의 기도가 드디어 운영진에게 닿았음인지, 하얀 빛이 허공에서 터져 나가며, 마수연성의 성공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띠링-

[‘마수 연성술’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셨습니다!]

[‘마수 연성술’의 숙련도가 7.5%만큼 상승합니다.]

[연성등급 : C+]

[연성등급이 B등급에 미치지 못하므로, 마수의 등급이 상승하지 않습니다.]

[전설 등급의 마수 ‘키에클리크’가 탄생했습니다.]

[최초로 전설등급의 마수 연성을 성공하셨습니다.]

[명성이 10만 만큼 상승합니다.]

[‘마수 연성술’의 숙련도가 추가로 15%만큼 상승합니다.]

끼아아오오-!

이안의 눈 앞에 나타난 괴조가,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커다랗게 포효했다.

기존의 새카만 깃컬을 가지고 있던 샤켈리크와는 달리, 날개의 곳곳에 불긋불긋한 문양이 새겨진 키에클리크.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이안은, 조금 아쉬운 표정이 되었다.

‘역시… 신화등급의 마수를 바랬던 건 너무 큰 욕심이었겠지.’

전설등급의 마수 두 마리를 연성해 한 마리의 전설등급 마수가 만들어졌지만, 사실 나쁘다고 할 수 있는 결과는 아니었다.

50%에서 정체되어 있던 마수연성술의 숙련도가, 무려 22.5 %나 한 번에 올라버렸으니 말이다.

덕분에 현재 이안의 마수연성술은, 10레벨 72.5%.

물론 전설등급의 마수 연성을 최초로 성공시킨 덕에 상승한 15%라는 수치가 크기는 했지만, 7.5%만 하더라도 결코 적은 양은 아니었다.

7.5%씩 네번 정도만 더 상승시키면, 이안의 최종 목표인 마수연성술 10레벨 MAX의 고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수연성술 맥스를 찍고 나면, 그때는 베히모스와 발록을 재료로 마룡 칼리파보다 더한 괴물을 만들어내고 말리라.

물론 발록은 아직 구하지도 못했고, 베히모스의 알은 깨어날 생각이 없어보였지만 말이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고.’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잠시 펼쳤던 이안은, 현실로 돌아와 방금 연성해낸 마수의 정보를 한번 열어 보았다.

어쨌든 최초로 연성에 성공한 전설등급의 마수이니, 정보는 한번쯤 확인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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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에클리크 -

레벨      :  1

분류      :  마수 (어둠의 마수)

등급      :  전설

성격      :  소심한

진화불가

공격력    :  17

방어력    :  10

민첩성    :  22

지  능    :  20

생명력    :  795 / 795

고유능력

* 어둠비행 (패시브)

어둠 속에서 이동속도가 0~50%만큼 상승하며, 50~100%만큼 투명해진다.(어두운 정도에 따라 다름)

어둠 속에서 적의 공격을 회피할 시, 1초간 모든 피해를 흡수한다.

* 피의 깃털 (재사용 대기 시간 2분)

키에클리크의 깃털이 10초간 전부 붉은 빛으로 물들며, 지속시간이 끝난 뒤 붉게 변한 수백 개의 깃털을 날려 10M범위의 적에게 피해를 입힌다.

(깃털의 공격력은, 피의 깃털 지속시간동안 키에클리크가 받은 피해에 비례한다.)

* 어둠의 소용돌이 (재사용 대기 시간 10분)

키에클리크가 소환한 어둠의 소용돌이가, 범위 내의 모든 적들을 빨아들인다.

소용돌이는 10초 동안 지속되며, 매 0.1초마다 키에클리크 공격력의 20%만큼의 피해를 범위 내의 적에게 입힌다.

또, 소용돌이의 중심까지 빨려 들어간 적은, 매 초당 공격력의 150%만큼의 피해를 추가로 입는다.

마수 연성술사인 유저 ‘이안’에 의해 탄생한 마수이다.

전설의 마수인 샤켈리크와 흡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으나, 부리와 발톱은 더 날카롭고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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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클리크의 정보를 확인한 이안은, 다시 한번 입맛을 다셨다.

“쩝. 뭔가 계륵같은 녀석이네.”

1레벨 능력치를 보니, 이안이 가진 전설등급의 소환수들에 비견될 정도로 뛰어난 녀석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안에게 있어서 1레벨부터 다시 공들여 키울 정도의 매리트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다시 마수연성 재료로 넣어버리긴 아까운데….”

한참을 생각하던 이안은, 결국 이 키에클리크의 처분에 대해 결정했다.

“경매장에 올리지 뭐. 전설등급의 마수인데다 광역기도 두 개나 달려있으니… 못해도 2천만 골드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최근 경매장에는, 마족 유저들이 포획한 마수들이 제법 많이 올라와 있었다.

마수들의 가격대는 1만 골드부터 수십, 수백 만 골드까지 천차만별!

하지만 영웅등급 이상의 마수가 경매장에 올라온 것은 본 적이 없으니, 전설등급의 마수라면 2천만 골드 정도는 호가할 것이라 짐작한 것이었다.

그러나 다음 날.

이안은 자신의 짐작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 (4). 다시 또 노가다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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