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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60화 (381/1,027)

< (3). 정령왕의 심판 -1 >

파팡- 팡-!

유신의 주먹이 한 번 휘둘러질 때 마다, 강력한 기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쾅-!

무도가 히든클래스의 주력 스킬이자, 유신의 상징과도 같은 스킬인 파동권.

파동권이 강력한 이유는, 파괴력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었다.

보조 효과로 붙어 있는 특수효과인 ‘연계공격’이 바로 그 이유.

연계공격의 효과는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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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계공격-

파동권으로 적에게 피해를 입히는 데 성공할 시, 무도가 직업고유스킬에 한하여 재사용 대기시간을 무시하고 발동시킬 수 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80초)

* 파동권을 맞춘 직후, 0.5초 이내에만 발동 가능합니다.

* 파동권을 적에게 적중시켰을 시, 연계공격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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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추는 순간, 다른 액티브 스킬을 재사용 대기 시간에 관계없이 곧바로 연계시킬 수 있게 된다는 특수효과인 ‘연계공격’은, 무도가 클래스의 모든 전투의 시작과 끝이었다.

파동권을 계속해서 맞추기만 한다면, 계속해서 액티브 스킬들을 난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맞추지 못할 시 재사용 대기 시간이 80초가 되며 연계가 그대로 끊겨버리기 때문에, 컨트롤이 좋지 않다면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능력이 바로 이 파동권이기도 했다.

하지만 유신이 누구인가.

카일란 한국서버에서 컨트롤이 좋은 유저를 손에 꼽으면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는 꼽히는 유저가 바로 이 유신이었다.

그리고 그 명성에 걸맞게, 유신의 연계공격은 대단했다.

[퓰리오스 길드의 마스터 ‘유신’의 천풍각(天風脚)에 의해, 언데드 ‘데스 워리어’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데스 워리어’의 생명력이 269890만큼 감소합니다.]

[‘데스 워리어’가 파괴되었습니다.]

연이어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훈이의 표정이 구겨졌다.

‘저 놈은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도 없는 건가? 어떻게 저런 위력적인 스킬을 계속해서 쏟아내지?’

유신을 포함해 세 명의 적과 마주치게 된 이안과 훈이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 마주쳤을 때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까다로웠기 때문이었다.

훈이가 언데드들을 소환하여 탱킹을 하면 이안이 원거리에서 한 명씩 사냥하려는 것이 두 사람의 전략이었는데, 생각보다 훈이의 언데드들이 빠르게 죽어나가니 전황이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유신’의 무지막지한 연속스킬.

게다가 이안의 원거리 공격도 유신의 특이한 보호막에 의해 계속 막히고 있으니, 딜 조차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안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유신의 공격패턴을 분석했다.

‘저 파동권이라는 스킬에 뭔가 있는 게 분명해.’

무도가는 오직 ‘유신’만이 가진 히든클래스였다.

그렇기에 파동권이나 연계공격에 대한 정보는, 커뮤니티에도 제대로 알려진 바 없었다.

일부 유저들이 추측만 할 뿐.

하지만 이안은 전투가 지속되면서 무도가의 스킬구조에 대해 어렴풋이 파악하기 시작했다.

‘저 녀석. 모든 스킬을 쓸 때, 그 사이에 항상 파동권이라는 스킬을 집어넣고 있어. 그렇다는 말은….’

이안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유신의 공격패턴을 확실히 알기 위해선, 직접 맞부딪쳐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올리버스의 분노(대궁)’ 아이템을 착용해제 하셨습니다.]

[‘드래곤의 어금니(장창)’ 아이템을 착용하셨습니다.]

‘강화도 제대로 안 된 창이라 어지간하면 안 쓰려고 했는데….’

무기를 바꿔 착용한 이안이, 빠르게 언데드들의 앞으로 뛰어나갔다.

“훈아, 저 기사들 좀 상대하면서 시간 끌어 줘.”

“알겠어, 형!”

이안이 뭘 하려는 것인지 대충 파악한 훈이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두 명의 기사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유신을 계속해서 상대하다가는 언데드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갈 것이라는 게 자명했기 때문이었다.

상대가 바뀌자, 유신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래, 진작 이렇게 나왔어야지 않겠나. 그대와는 오래전부터 겨뤄보고 싶었다.”

“나랑?”

이안이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하자, 유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다. 그대는 내가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실력자 중 한명이기 때문이지.”

의욕을 불태우며 주먹을 말아 쥐는 유신.

그를 보며 이안 또한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패기 좋은데?”

이안은 유신에게 흥미가 동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지 계획을 방해하는 짜증나는 방해꾼이라 생각했었는데, 실력을 확인하고 나니 호승심이 생긴 것이다.

약한 적들을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쓸어 담는 것도 재밌지만, 뛰어난 상대와 치열한 컨트롤 싸움을 벌이는 것도 게임의 가장 큰 묘미 중 하나.

이안과 같이 컨트롤에 자부심이 있는 유저라면, 그 재미는 더욱 클 것이었다.

유신이 이안을 향해 먼저 달려들었다.

“마족들을 도륙하던 그 대단한 창술을 드디어 상대해 보는군!”

콰쾅-!

유신의 주먹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색 기의 파동!

이안은 창대를 이용해 그것을 빗겨낸 뒤, 역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교묘하게 파고든 이안의 창극이, 유신의 급소를 노리며 쇄도한 것이다.

하지만 유신은 침착하게 공격을 피해내며 오른발을 뻗어 이안의 옆구리를 노렸다.

쐐애액-!

그에 이안은, 창을 그대로 바닥을 향해 내리 꽂으며 그 반동으로 뛰어올라 유신의 발차기를 피해 내었다.

그야말로 무협영화에 나올 법 한 전투장면.

훈이야 두 명의 기사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어 두 사람의 공방을 보지 못했지만, 계단실의 위에는 다섯 개도 넘는 수정구가 떠올라 있었다.

많은 게임채널과 개인방송국의 수정구들이 이안만을 따라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인 즉, 수 많은 유저들이 이 전투를 시청하고 있다는 뜻.

폭발적으로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뭐지? 방금 뭐가 지나간 거임?

- 그러니까 이안이 유신의 주먹을 막고… 곧바로 카운터 날린 걸 유신이 또 피하고…?

- 그 다음에 역카운터 날아온 걸 이안이 점프로 다시 피한 거죠.

- 미친. 이거 다시보기 안 됨? 난 왜 보고도 이해가 안 되지?

- 와… 나 방금 입 벌리고 보다가 침 흘렸음. 쟤들 둘이 전투 시작하기 전에 미리 연습한 거 아님?

- ㅋㅋㅋ진짜 윗분 말에 동감. 무슨 손발 맞춰놓고 액션영화 찍는 것 같은데?

그리고 채팅이 올라오는 속도가 빨라질 수록, 이안과 유신의 전투도 더욱 격렬해 지고 있었다.

유신의 연계스킬이 계속해서 이안에게 쏟아져 들어온 것.

그에 따라 이안은 점점 데미지가 누적되기 시작했다.

모든 공격을 피하거나 방어해 내기는 했으나, 방어에 성공하더라도 데미지가 들어오기는 하기 때문이었다.

이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이렇게 계속 데미지 교환하면 시간 지날수록 나한테 불리한데….’

사실 이 대전 자체는 이안이 불리한 게 당연한 것이었다.

애초에 소환술사인 이안은 대인전투 시 사용할 수 있는 액티브 공격스킬이 거의 없는 반면, 무도가는 일대 일의 전투에서 강력한 클래스였으니까.

이안이 소환수들과 함께 하는 상황이었다면 얘기가 또 달랐겠지만, 지금 이 계단실 안에는 이안 혼자였다.

이안은 비장의 한 수를 꺼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셀라무스 전사의 의지를 써야 하나?’

셀라무스 전사의 의지를 사용하면, 클래스의 차이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긴 할 것이다.

20분간 모든 전투능력치가 40%나 증가하는데다, 모든 비전투 능력치를 하나의 전투스텟에 몰빵 할 수 있게 되니까.

게다가 모든 무기 숙련도가 15레벨만큼 증가하기까지 하니, 승산이 확실히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이 스킬이 지속되는 동안 다른 모든 스킬이 봉인 당하게 되니, 이 부분이 가장 골치 아팠다.

셀라무스 전사의 의지가 지속되는 사이 소환수가 위기에 처하게 되면, 소환해제 조차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안의 고민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콰앙-!

유신의 주먹에 결국 한 쪽 어깨를 내어줘 버렸기 때문이었다.

[퓰리오스 길드의 마스터 ‘유신’으로부터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생명력이 178709만큼 감소합니다.]

“크윽…!”

뒤로 물러 선 이안은 유신을 노려보았고, 유신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안, 당신이 대단한 건 알고 있지만… 소환수도 없이 날 이기려 드는 건 너무 건방진 것 아닌가?”

무척이나 여유로운 표정의 유신을 보며, 이안이 쓴웃음을 지었다.

“인정하지. 확실히 이대로는 힘들겠어.”

유신이 이안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그대가 만약 저 바깥에서 소환수들과 함께 정공법을 고수했더라면 난감할 뻔 했는데… 제 발로 이렇게 와 줄 줄은 몰랐어.”

저벅- 저벅-

점점 가까워지는 두 사람.

이안은 결국 ‘셀라무스 전사의 의지’를 발동시켰다.

[‘셀라무스 전사의 의지’가 발동됩니다.]

[모든 전투능력치가 40%만큼 증가합니다.]

[모든 비전투 능력치가 ‘민첩’에 투자되어, 민첩이 1728만큼 증가합니다.]

[모든 무기 숙련도가 15레벨만큼 상승합니다.]

[모든 액티브 스킬의 사용이 봉인되었습니다.]

우우웅-!

순간 공명음이 일며, 이안의 주변으로 황금빛의 운무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유신이 두 눈에 이채를 띄었다.

“잔재주를 부려봐야 소용없다!”

타탓-!

이안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드는 유신!

하지만 이안은, 방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몸이 가벼워진 상태였다.

게다가 방금 전까지의 격돌로, 유신이 연계기를 사용하는 원리도 거의 알아낼 수 있었다.

‘파동권만 피할 수 있으면 승산이 있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클래스 차이로 인한 전투스텟의 격차는 셀라무스 전사의 의지 스킬로 인해 충분히 메워지고 남았을 것이다.

이제 전투스킬의 부재 정도는, 컨트롤 차이로 극복해야 했다.

애초에 ‘셀라무스 전사의 의지’ 라는 스킬이,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존재하는 스킬이었으니까.

까강-!

이안의 창과 유신의 오른 손 너클이 부대끼며 쇳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유신의 왼손에 맺히기 시작한 푸른 기운을 확인한 이안이, 재빨리 허리를 비틀며 몸을 회전시켰다.

쐐애액-!

말 그대로 공간을 찢어발기기라도 하듯 사납게 귓전을 때리는 파공성.

하지만 이어서 터져 나왔어야 할 타격음은 울려 퍼지지 않았다.

이안이 유신의 파동권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기 때문이었다.

“…!”

그에 유신의 두 눈은 휘둥그래질 수 밖에 없었다.

이 정도로 근거리에서 파동권을 맞추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무슨 소환술사의 민첩이…!’

당황한 유신은 서둘러 주먹을 회수했지만, 그 틈을 놓칠 이안이 아니었다.

퍼억-!

몸을 회전시키며 생긴 회전력을 그대로 이용하여, 창대로 유신의 목덜미를 후려 친 것이다.

[퓰리오스 길드의 마스터 ‘유신’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유신’의 생명력이 64579만큼 감소합니다.]

메시지를 슬쩍 확인 한 이안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아오 씨, 정령왕의 심판이었으면 딜이 거의 열 배는 들어갔을 텐데…!’

지금 이안의 무기는 2차 초월도 채 되지 않은 전설등급의 무기였다.

레벨이 부족해 쓰지 못하고 있는 ‘정령왕의 심판’과 비교하면, 공격력이 절반도 채 되지 않는 허접한 막대기 수준인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고, 어렵게 잡은 기회인만큼 최대한 딜을 많이 집어넣어야 했다.

목덜미를 가격당한 유신의 몸이, 그 충격으로 휘청거렸기 때문이었다.

퍽- 퍼퍽-!

[퓰리오스 길드의 마스터 ‘유신’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유신’의 생명력이 59775만큼 감소합니다.]

[‘유신’의 생명력이 71511만큼 감소합니다.]

:

:

단숨에 서너 번의 공격을 깔끔하게 성공시킨 이안.

그러나 유신의 생명력 게이지는 10%도 채 감소하지 않은 듯 보였다.

무도가는 딜러라기보다 딜탱에 가까운 클래스였고, 최상위 랭커인 유신의 생명력은 200만도 훌쩍 넘는 수준이었으니까.

‘하지만 우주파괴 무기였다면 이미 뒈졌겠지.’

쓴웃음을 지으며 창대를 고쳐 쥐는 이안.

그리고 정신을 차린 유신이 눈을 차갑게 빛내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역시 명불허전…! 내 연계기를 끊어내고 카운터까지 먹일 줄이야.”

우드득- 우득-!

목을 양쪽으로 꺾은 뒤 이를 악문 유신이, 다시 공격 자세를 취했다.

“장난은 여기까지다.”

후우웅-!

그리고 말이 끝남과 동시에, 유신의 주변으로 푸른 빛의 아우라가 넘실대기 시작했다.

전사클래스의 최상위 자체버프스킬 중 하나인, ‘대장군의 기개’ 스킬이 발동된 것이다.

그것을 본 이안이, 눈빛을 가라앉히고 한 차례 크게 심호흡을 했다.

대장군의 기개 스킬이 발동된 이상, 한 번 연계기에 잘못 걸리면, 그대로 사망에 이르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때.

이안의 눈 앞에 생각지도 못 했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전부 충족되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300레벨이 되었습니다.]

[최초로 300레벨을 달성하셨습니다.]

[명성이 50만 만큼 증가합니다.]

[‘소환술사의 탑’ 탑주인 ‘바그너’가 당신을 찾습니다.]

:

:

100레벨과 200레벨을 달성했을 때는 떠오르지 않았던 수 많은 메시지들.

이 많은 메시지들과 보상들은, ‘최초’라는 타이틀 덕에 얻게 된 것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나중에 다시 찬찬히 살펴봐야 될 것들이었고, 지금 이안의 눈에는 오로지 ‘300’이라는 숫자만이 들어올 뿐이었다.

이안의 입 꼬리가 씨익 말려 올라갔다.

“너, 이제 x됐다.”

그리고 이안의 시야에 주르륵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들의 마지막에, 몇 줄의 메시지가 추가되었다.

[‘드래곤의 어금니(장창)’ 아이템을 착용해제 하셨습니다.]

[‘정령왕의 심판(장창)’ 아이템을 착용하셨습니다.]

우주파괴 무기의 등장이었다.

< (3). 정령왕의 심판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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