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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59화 (380/1,027)

< (2). 듀오의 활약 -3 >

*          *          *

훈이의 손에 의해 한순간에 만들어진 수백의 언데드 군단들.

그것을 확인한 유저들은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미친! 애니메이트 데드로 무슨 저렇게 많이 되살려내!”

일반적으로 애니메이트 데드를 사용하면, 정말 많아야 1~20기 정도의 시체를 되살려내는 게 보통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애니메이트 데드 라는 스킬에 몇 가지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제약은, 바로 시간.

사실 이것이 가장 큰 제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사망한 지 10초가 지나지 않은 사체에 한해서만 되살려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한 번에 많은 하수인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광역기를 사용해 한 번에 많은 적들을 몰살시킨 뒤 애니메이트 데드를 사용해야 하는 것.

당연한 얘기겠지만, 강력한 대상일수록 한번에 여럿을 격살하는 것이 더욱 어렵기 때문에, 이것이 가장 큰 제약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쩨 제약은, 발동범위.

애니메이트 데드의 발동범위는 그리 좁지 않다.

반경 100m라는 범위를 가지고 있었으니, 오히려 넓은 편.

다만 문제는, 발동 기준이 스킬 시전자 중심이라는 얘기였다.

쉽게 말해, 흑마법사가 전장 한복판에 뛰어들어 사용해야 최대한 많은 시체를 살려낼 수 있는 것이다.

탱킹능력이 최악인 흑마법사에게 이는 충분히 큰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지금의 훈이처럼 과감히 한복판에 뛰어드는 경우는 잘 없었다.

물론 훈이는, 이안의 엄호를 믿고 있었던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훈이는, 이 두 가지의 제약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한 상황을 만들어 내었고, 단숨에 수백의 적들을 아군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이 여파는 대단했다.

“동남쪽 성문을 향해 진격! 병력의 반은 충차를 호위하고 나머지 병력들은 전부 돌격하도록 할게요!”

어느새 서쪽 지역에서 넘어 온 피올란이 전장을 지휘하기 시작했고, 로터스의 공격군은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소환술사들이 소환한 골렘들과, 기사들을 앞세운 로터스의 병력은, 무너지기 시작한 퓰리오스의 방어선을 자비없이 짓밟기 시작했다.

“피올란님, 이렇게 된 이상 전략을 바꿔야겠죠?”

헤르스의 물음에 피올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게요. 이안님은 그렇다 치고… 훈이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강하네요.”

“서북쪽 전선을 버리고, 아예 동남쪽 성문을 빠르게 뚫고 밀어버리는 게 아무래도 좋을 듯 하니, 랭커들을 전부 이쪽으로 부르도록 하죠.”

그런데 이안이 불쑥 끼어들었다.

훈이가 활약하는 동안, 잠시 후방에 빠져있던 이안이 그들의 대화를 들은 것이었다.

“아니, 작전은 그대로 가자.”

“음? 왜?”

“저기 뚫는다고 끝이 아니잖아. 양동작전으로 가는 게 방어군 입장에서 훨씬 혼란스러울 거야. 만약 우리가 한 곳에 병력을 집중시킨다면, 수성하는 입장에서 훨씬 편리해져.”

“흐음…. 하긴, 성문 뚫린다고 한 번에 모든 병력이 다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놈들은 우리가 성문 안쪽으로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헤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안에게 대답했다.

“그래, 그럼 여긴 너한테 맡기고, 우린 서북쪽을 계속해서 공략할게.”

빠르게 대화를 나눈 세 사람은, 다시 흩어져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 동안, 전의를 상실한 동남부 지역의 퓰리오스 길드원들은 전부 성 안쪽으로 도망쳐 들어갔고, 로터스 길드의 충차는 순식간에 성문 앞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쿵- 쿵- 쿵-!

파이로 영지의 에서 생산한 초대형 충차가, 세르가스 영지성의 동남쪽 성문을 강하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파이로 영지에 지어져 있는 ‘전쟁무기 제작소’는 무려 3티어의 생산시설이었고, 덕분에 충차의 공격력도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그 반증으로, 너댓 번의 공격 만에 내구력이 수백만에 달하는 성문이 쩍 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로터스 길드의 ‘상급 충차’가 세르가스 영지성의 동남쪽 성문을 공격합니다.]

[성문의 내구도가 479830만큼 감소합니다.]

[성문의 내구도가 393399만큼 감소합니다.]

그리고 삼 분도 채 지나기 전.

결국 성문은 파괴되고 말았다.

콰아앙-!

그 순간, 어마어마한 크기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와아아! 성문을 파괴했다! 모두 진격!!”

“기사들 앞으로! 내성으로 진입한다!”

물론 성의 내부로 진입하는 것은, 훈이가 되살려낸 하수인들이 먼저였다.

성 내부에서 어떤 광역마법을 준비하고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파이어 월!”

“프로즌 헬!”

“라이트닝 스톰!”

로터스의 병력이 들이닥치기가 무섭게, 미리 광역기를 캐스팅중이던 마법사들이 모든 스킬을 퍼부었던 것이다.

그리고 훈이의 하수인들 중 절반 이상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에이씨, 더 써먹어야 되는데 생각보다 많이 잃었네.”

훈이는 투덜거리며 계속해서 언데드들을 성문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로터스 병력들이 그 뒤를 따라 진입하기 시작하면, 훈이 본인도 안쪽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때, 익숙한 목소리가 훈이의 귓전을 때렸다.

“야, 타!”

어느새 할리에서 핀으로 갈아 탄 이안이 그의 옆에 다가와 있었던 것.

“응?”

“빨리 타라고! 시간 없으니까!”

훈이는 얼떨결에 핀의 위에 올라탔고, 이안의 뒤에 앉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어쩌려는 거야.”

“잔말 말고 꽉 잡아!”

그리고 그 순간.

핀의 커다란 날개가 펄럭이더니 단숨에 성벽의 위쪽으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두 사람이 향한 곳은, 세르가스 성벽에서도 가장 높이 솟아있는 곳인 망루였다.

“뭐야? 이거 너무 위험한 시도 아냐?”

“안 위험해.”

훈이의 우려를 한 마디로 잘라버린 이안은, 주변 적들의 동세를 꼼꼼히 살폈다.

그리고 빙긋 웃었다.

이안이 노리고 있었던 완벽한 타이밍이었기 때문이었다.

‘됐어! 역시 성문에 모든 관심이 집중됐군.’

이안이 처음부터 핀을 타고 움직이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이번 영지전에서는 와이번 나이트도 한 기 투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중병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안 혼자 핀을 타고 공중으로 떠오르면, 표적이 되기 너무 쉽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자살행위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이안이라고 해도, 수많은 원거리 딜러들과 포탑들의 공격을 핀을 컨트롤하는 것 만으로 전부 피해 낼 재간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성문이 부서지자마자 모든 방어병력의 이목이 성문을 향해 집중될 수 밖에 없었고, 덕분에 이안은 간단히 망루 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그리고 망루 위를 지키고 있던 두 명의 병사가, 놀라서 소리쳤다.

“침입자다!”

“망루에 적이 침입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둘 모두 그대로 고꾸라질 수 밖에 없었다.

“시끄러 인마.”

피핑- 핑-!

이안의 화살이 그들의 가슴에 틀어박혔기 때문이었다.

망루를 지키는 병사들은 영지 내에서도 가장 약한 이들로 구성되는 게 보통이었고, 100레벨대 초반의 병사들이 이안의 공격을 버텨낼 수 있을 리 만무했던 것.

이안과 훈이를 망루 위에 데려다 놓은 핀은 다시 전장으로 내려갔고, 망루에는 이안과 훈이 둘 만 남게 되었다.

“이제 어쩌게? 여기서 또 소울 디케이 라도 캐스팅할까?”

하지만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여기서 5분짜리 마법을 캐스팅하는 건 자살행위지. 계단 타고 내려가서 우린 후방을 점해야 돼. 지휘부에 있을 랭커들부터 죽인 다음에 말이지.”

그에 훈이가 살짝 표정을 찡그렸다.

“아니, 퓰리오스 길드 지휘부가 어디에 있을 지 어떻게 알고?”

이안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카카가 알려줄 거야.”

이안은 영지전이 시작되자마자, 카카에게 랭커들의 소재파악 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쥐여주었다.

그리고 이제 성문이 부서졌으니, 카카가 안쪽을 수색하고 있을 것이었다.

“오케이, 카카라면 충분히 가능하겠지. 알겠어, 한번 해 보자고.”

말을 마친 훈이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이안이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때.

거대한 나선형 계단을 뛰어 내려가던 두 사람의 앞을, 누군가 막아섰다.

척-!

금빛 갑주를 온 몸에 두른 한 남자와, 그의 뒤를 지키고 선 두 명의 기사들.

주먹을 기가막히게 쓴다 하여 유저들로부터 권제(拳帝)라는 별명을 얻은 유신이, 한 발짝 걸어 나오며 씨익 웃었다.

“반갑군, 이안. 나는 유신이라 하네.”

*          *          *

[저 흑마법사 유저는 누구죠? 정말 엄청난데요?]

BJ이안술사의 말에, 채팅창에 소란이 일었다.

- 훈이래잖아 훈이. 그런데 훈이라는 아이디는 처음 듣는데… 저 정도면 최상위 랭커일텐데 어떻게 처음 보지?

- 비공개 랭커인듯요.

- 아니, 비공개 랭커라고 하더라도 보통 어느 정도 인지도는 있는 게 정상이잖아. 나 쟤 진짜 처음 본다고.

- 흑마법사 랭킹 1위가 아마 체카르타님이었던가?

- ㅇㅇ맞음. 체카르타가 어제까지 랭킹 1위였어. 287레벨이었나?

- 저 훈이라는 유저도 거의 그 쯤 되지 싶은데….

[크으, 혹시 우리 이안갓께서 비밀리에 키워 오신 인재가 아닐까요? 컨트롤이 예사롭지 않은데요?]

- ㅇㅇ 그럴지도?

- 에이 이안이 아무리 쩔어도 직접 키웠다기엔 좀 무리가 있지. 그냥 동료 정도 아닐까?

- [‘어둠의 게이머’님이 강퇴당하셨습니다.]

- 아니 저 녀석이 우리 이안갓님의 잠재력을 어떻게 보고!

- 옳소! 제자라면 모를까 이안느님의 동료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 이안알못들이 아직도 넘나 많네요. 우리 이안오빠는 파티사냥 따윈 안 하신다구욧!

[하하하, 맞습니다. 이안바라기님. 우리의 이안느님께선 항상 솔로플레이를 고수하시죠. 아무래도 저 훈이라는 흑마법사는, 여러분의 의견처럼 이안님의 제자 쯤 되는 유저인 게 분명합니다.]

- 아 부럽다. 이안느님의 제자라니…!

- 이안갓의 제자가 되면 나도 저렇게 강해질 수 있는 걸까?

이쯤 되면 거의 광기에 가깝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인 채팅방의 분위기!

그런데 그 때.

채팅창에 누군가 입장했다.

- [‘이안남편’님이 입장하셨습니다.]

그리고 등장한 이의 아이디를 확인하자마자, BJ이안술사가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오오옷! 이안남편님이 오셨습니다! 오늘 설마 안 오시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조금 늦었지만 오셨군요!]

- 옼ㅋㅋ 이안백과사전 납셨다.

- 크으, 저분이라면 훈이의 정체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듯.

- 이안남편님! 저 흑마법사 누군지 아세요?

- 지금 궁금해 죽겠음! 저 꼬마 흑마법사, 이안님 제자 맞나요?

그리고 잠시 후, 이안남편이라는 아이디의 유저가 대답했다.

그의 말은, 이 채팅방 내에서만큼은 절대불변의 진리와도 같았다.

- 아닙니다. 저 유저의 정확한 아이디는 ‘간지훈이’. 이안의 충복 중 한명이죠.

*          *          *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채팅창을 보며, ‘이안남편’, 나지찬의 입 꼬리가 씨익 말려 올라갔다.

비로그인 상태로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가, 훈이의 등장에 입이 근질거려 결국 로그인할 수 밖에 없었던 나지찬.

그의 ‘이안남편’이라는 닉네임은, 이안의 팬클럽 내에서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역시 이안갓의 1호 충복 훈이…!”

아그작-!

감자칩을 하나 집어들어 우물거리던 나지찬은, 다시 모니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바로 지금, 이안과 훈이의 듀오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으니까.

< (2). 듀오의 활약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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