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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55화 (376/1,027)

< (1). 셀라무스의 절대자 -2 >

*          *          *

“후우, 후우.”

축 늘어뜨린 창끝에서, 시커먼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방금 전, 사막부족의 절대자인 ‘샤엘로’의 화염을 뚫고 공격을 성공시켰기 때문이었다.

[과연… 대단하군요. 제 시험은, 여기까지에요.]

바닥에서 강렬하게 솟구치던 불꽃들이 소화(消火)되며, 치이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안은 허공에 떠 있는 마법사의 잔영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샤엘로님.”

[앞선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기에 기대가 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기대 이상이었어요. 오랜만에 즐거웠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카이젝님은….”

[아, 거기까지. 카이젝은 주책을 떨었던 것 뿐 이니까 논외로 치겠어요. 본체로 현신한 카이젝을 그 정도 상대한 것만으로도, 그대는 사실상 이 모든 시험을 통과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이안은 샤엘로를 마지막으로, 모든 사막의 절대자들과 겨루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6승 1무 1패.

생명력이 10%이하로 떨어지는 쪽이 패배하게 되는 게 이 관문의 룰이었는데, 첫 번째 절대자인 카이젝과의 전투에서 패배했으며, 세 번째 절대자였던 에오스와의 전투에서 동수를 이뤘던 것이다.

동수를 이뤘던 에오스와의 전투에서는, 그의 공격과 이안의 공격이 동시에 적중되면서 같은 시점에서 게임아웃이 되었던 것.

나머지 모든 전투도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 여유 있는 차이로 승리를 거두었다.

덕분에 6승 1무 1패라는 기록적인 결과가 만들어진 것이다.

‘소환술사가 가장 힘들 줄은 생각도 못했어.’

이안은 지난 전투를 한번 되새겨 보았고, 그런 그를 향해 샤엘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든 축하드려요. 이로서 천공의 전당에 새로운 절대자가 한 명 등록되겠군요.]

“감사합니다.”

[그대는 어쩌면… 에오스를 넘어설 만한 용사인지도….]

화르륵-!

말을 마친 샤엘로는, 한 줄기 화염과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샤엘로가 아닌 그녀의 환영이었지만.

이안은 씨익 웃으며, 오른손을 들어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내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영지전 시간에 늦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자, 어서 퀘스트 좀 마무리 시켜달라고! 난 지금 갈 길이 바쁘단 말이지.’

그리고 이안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연달아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띠링-

[절대자 ‘샤엘로’와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현재 전적 - 6승 1무 1패]

[누적 포인트 - 768798 (포인트는 모든 전투에서 획득한 포인트가 합산된 결과입니다.)]

[‘셀라무스 부족의 절대자 Ⅴ’퀘스트의 클리어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셨습니다.]

그리고 시스템 메시지를 읽어 내려가던 이안의 눈 앞에, 새하얀 빛이 솟아오르며 낯익은 실루엣이 나타났다.

그는 바로, 이안에게 이 퀘스트를 준 장본인.

에오스였다.

[놀랍고, 자랑스럽구나. 셀라무스의 후예여.]

나타난 에오스의 표정에는 약간의 흥분이 어려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기대했던 결과보다 훨씬 훌륭한 결과가 나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카이젝에게 1패를 했다고는 해도, 사실상 그것은 패배라고 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으니까.

이안이 씨익 웃어보이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에오스님. 기대를 충족시켜드릴 수 있어서 뿌듯합니다.”

에오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솔직히 나와 동수를 이룰 수 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그렇습니까?”

에오스가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띄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 지금껏 어떤 도전자도, 나 에오스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이는 없었으니까.]

우우웅-!

에오스의 등에 매여져 있던 창이 강하게 진동하며 공명음이 울려 퍼졌다.

그에 이안의 시선이 절로 에오스의 창을 향했다.

‘내 정령왕의 심판이랑 무척 비슷하게 생긴 녀석인데… 뭔가 좀 더 화려한 느낌이군.’

에오스를 향해 다시 시선을 옮긴 이안이 물었다.

“하지만 에오스님께서는 본신이 아닌 환영으로 절 상대하신 게 아닙니까. 제가 에오스님을 곤란케 했다는 말은 과찬이십니다.”

에오스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분명 전력을 다하지 않았으나, 그대는 나와 달리 대부분의 스킬을 봉인당한 채 전투했다. 만약 그대가 모든 스킬을 사용하며 나와 겨뤘다면… 내 본신의 힘을 전부 쓰더라도 쉽게 이길 수 없을 것 같더군.]

그에 이안은 대답대신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NPC녀석 주제에 판단력은 좋네.’

사실 에오스의 말은 지극히 옳았다.

이안에게 만약 모든 소환수와 스킬이 있었더라면, 첫 번째 절대자였던 카이젝과의 전투에서도 지지 않았을 것이었다.

물론 쉽게 이기기도 힘들었을 테지만 말이다.

에오스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어쨌든 그대는 천공의 관문을 역대 모든 도전자들 중 가장 완벽한 성적으로 통과했으니, 그 기록을 명예의 전당에 등록해 주도록 하지.]

에오스는 말을 마치며, 한 손을 들어 허공을 향해 뻗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뻗어 나온 빛이 광장 중앙에 우뚝 솟아 있는 석탑을 향해 파고들었다.

띠링-

[천공의 전당에 등록되셨습니다.]

[전적 - 6승 1무 1패 (Rank 1)]

[누적 포인트 - 768798 (Rank 1)]

[통합랭킹 : 1위]

[랭킹 1위에 등록되셨으므로, 그에 따른 보상을 획득합니다.]

[매 달 첫째 주 월요일에, 20만 만큼의 명성을 획득합니다.]

[모든 사막부족과의 친밀도가 70만큼 상승합니다.]

[전설등급의 아이템, ‘셀라무스의 소환술사 전직서’를 획득하셨습니다.]

:

:

시스템 메시지를 읽어 내려가며, 이안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지 못했던 부수입이 짭짤했기 때문이었다.

‘누적명성도 그렇고, 전직서도 그렇고… 꿀맛이군.’

현재 이안의 명성은 2천만 정도였다.

지금까지 다 모았다면 3천만도 넘어갔을 테지만, 길드의 명예상점 같은 곳에서 아이템을 구매하는데 제법 사용했기 때문에 2천만 정도가 남은 것이었다.

물론 이것만도 엄청난 것이었다.

공작으로 승급하기 위해 필요한 명성이 300만, 대공으로 승급하기 위해 필요한 명성이 500만.

마지막으로 왕이 되기 위해 필요한 명성이 1000만 이었으니까.

2천만의 명성은, 단숨에 왕으로 승격이 가능한 명성치였다.

물론 다른 조건들을 충족했을 때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성은 가능한 많이 모아야 하는 재화였다.

지금 당장은 크게 필요 없었지만, 왕국을 넘어 제국건설이 목표인 이안에게는 천문학적인 명성치가 필요했으니까.

게다가 ‘셀라무스의 소환술사 전직서’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히든클래스로의 전직서.

‘테이밍 마스터’ 보다 좋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에 직접 사용할 생각은 없었으나, 팔아넘긴다면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으리라.

‘크으…!’

두둑한 보상에 감탄중인 이안에게, 에오스가 천천히 다가왔다.

[이제 그대는 우리 셀라무스 부족의 두 번째 절대자가 되었으니, 그에 맞는 축복을 내려받아야겠지.]

“네…?”

무슨 말인지 잠시 이해하지 못한 이안이 두 눈을 끔뻑이자, 에오스가 피식 웃으며 제단을 향해 손짓했다.

[이쪽으로 오시게.]

*          *          *

거대한 제단 위에는, 신비로운 문양이 어지러이 새겨진 마법진이 펼쳐져 있었다.

이안은, 에오스의 안내에 따라 그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제단을 향해 두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인 에오스는, 낮지만 묵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셀라무스의 신이시여! 여기 새로운 절대자의 탄생을 신께 고하나이다.]

우우웅-!

제단 전체가 흔들리는 듯 한 거대한 진동.

그리고 잠시 후. 허공에서 새하얀 빛이 이안을 향해 뿜어져 내려왔다.

파아앗-!!

그러더니 이안의 손에 들려있던 정령왕의 심판이, 돌연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어, 어어…?”

당황한 이안이 흠칫 놀란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고, 허공에 떠오른 정령왕의 심판은 수직으로 올곧게 서서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던 이안은, 흥미로운 표정이 되었다.

‘뭐지? 그 절대화인지 뭐시긴지… 무기 업그레이드 해 주는 건가?’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온 찬란한 빛무리는, 정령왕의 심판을 향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찬찬히 회전하던 정령왕의 심판이, 새하얀 빛을 뿜어내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그 모습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

이안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조금은 투박한 모습이던 창대에 가늘게 휘감긴 파도 무늬의 문양.

거기에 더욱 날카롭고 거칠게 뻗어나간 창날의 모양새는, 이안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정도로 강렬한 모습이었다.

이안은 빨리 진화한 ‘정령왕의 심판’의 정보를 확인해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대체 이제 공격력이 몇이나 될까? 아니 공격력이 오르는 게 아니라 옵션이 더 붙으려나? 그럼 어떤 옵션이 붙는 거지? 통솔력 증폭옵션? 아니면 물리공격 강화옵션?!’

그리고 이안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동안, 일련의 과정이 모두 끝난 정령왕의 심판이, 다시 이안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척-!

이어서 업그레이드가 완료되었음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정령왕의 심판’ 무기가 ‘절대화’에 성공하였습니다.]

[‘정령왕의 심판’의 공격력이 30%만큼 증가합니다.]

[‘정령왕의 심판’ 무기에 영혼이 부여되어, ‘에고 웨폰(Ego Weapon)’이 되었습니다.]

[에고 웨폰은 성장하는 무기이기 때문에, 경험치를 쌓을수록 성장합니다.(경험치 획득방식은 캐릭터나 소환수와 차별됩니다. / 도움말 참조)]

‘뭐, 뭐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데?’

그리고 이안은, 거의 본능적으로 정령왕의 심판의 정보 창을 오픈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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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령왕의 심판 (+20) -

분류      -  장창 (Ego Weapon)

등급      -  신화

초월횟수  -  4차 초월

영혼레벨  -  Lv 1

착용제한  -  레벨 300 / 셀라무스의 절대자

공격력    -  7098~7819

영혼력    -  50

* 영혼력은, 일반 공격 시 방어력을 무시하는 고정 데미지로 적용됩니다. 영혼레벨이 상승하면 영혼력이 증가합니다.

내구도    -  2254/2254

옵션      -  모든 전투능력 + 450 (+300)

통솔력 + 600 (+400)

친화력 + 450 (+300)

소환된 모든 소환수의 생명력이 15%, 공격력이 35% 증가한다.

* 감응

적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시, 20%의 확률로 소환된 소환수들의 고유능력중 하나가 랜덤으로 발동된다.

(신체 조건상 발동 불가능한 능력은 발동되지 않는다.)

* 심판의 번개

공격시 10%의 확률로 ‘심판의 번개’를 소환할 수 있다.

‘심판의 번개’는 ‘정령마력’이 높을수록 강한 피해를 입히게 되며, 번개가 소환된 지점을 기준으로 반경 5m 이내의 적에게 50%의 피해를 추가로 입힌다.

[초월옵션 : 적의 공격을 회피할 시, 15%의 확률로 공격력의 30%만큼의 전격 피해를 입히며, 30%의 확률로 생명력을 10%만큼 회복합니다.]

* 유저 ‘이안’ 에게 귀속된 아이템이다.

다른 유저에게 양도하거나 팔 수 없으며 캐릭터가 죽더라도 드랍 되지 않는다.

고대 셀라무스 부족을 수호하던 정령왕의 무기이다.

모든 정령왕의 무기들 중 가장 귀하고 강력한 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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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파괴 무기가, 그렇게 우주파괴 무기로 진화하고 말았다.

< (1). 셀라무스의 절대자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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