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셀라무스, 그 두 번째 시험 -2 (15권 완) >
* * *
[‘셀라무스 부족의 시험(히든, 연계)’퀘스트가 상위 티어로 진화합니다.]
[‘셀라무스 부족의 절대자’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의 진화로 인하여, 보상이 상향조정됩니다.]
[‘정령왕의 심판 무기의 진화’ 보상이, ‘정령왕의 심판 무기의 절대화’로 변경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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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계속해서 떠오른다.
그리고 이안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주변으로 금빛의 광채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과연…!”
그것을 본 이클립스의 두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하지만 이안은 그 눈빛이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하… 하핫. 그냥 원래 임무로 바꿔주시면 안되나요, 이클립스?”
그러나 이미 발동되어버린 퀘스트.
이안의 간절한(?) 부탁은 이클립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인가, 이안. 부족의 절대자에 도전할 수 있는 임무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닐세. 지금껏 우리 셀라무스 부족의 수천 년 역사상 단 한분만이 절대자의 자리에 올랐을 정도지.”
“그, 그럼 며칠 뒤로라도 미룰 수 없겠죠…?”
“당연한 소리를! 영광스런 시험을 그런 식으로 자꾸 모욕할 생각인가! 시간이 없으니 일단 움직이도록 하지.”
“끄응.”
이안은 결국, 앓는 소리를 내며 이클립스의 뒤를 따라 걸었다.
일단 퀘스트가 발동된 이상, 포기하고 가버리기는 너무 아까웠던 것이다.
‘어려워진 만큼 커진 보상도 엄청나긴 할 텐데….’
문제는 영지전이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하루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당연한 애기겠지만 난이도가 높은 퀘스트일수록 오래 걸릴 확률이 높았고, 자칫하면 영지전에 입장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이번 영지전은, 이안이 빠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래, 할 수 있는 데 까지 해 보고. 퀘스트 못 끝내면 포기하고 중간에 돌아가야지 뭐.’
이클립스를 따라 조금 걷자, 이안이 올라온 계단의 반대편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클립스는 그 위로 올라섰고, 이안 또한 따라 올라갔다.
그리고 마법진에서 뻗어 나온 하얀 빛 무리가 두 사람을 휘감으며 사라졌다.
* * *
띠링-
[‘천공의 전당’에 입장하셨습니다.]
잠시 어두워졌던 시야가 환해지며, 이안의 눈앞에 새파란 하늘이 끝없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 하늘의 중심에는, 새하얗게 빛나는 좁은 길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이안의 시선이 길의 끝을 향했다.
‘뭐지? 저기는 무슨 신전 같이 생겼잖아…?’
너무 멀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우뚝 솟아있는 구조물들이 무척이나 멋들어져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이안의 뇌리에 스쳐가는 것이 하나 있었다.
‘가만…. 그러고 보니 방금 최초발견 메시지가 뜨지 않은 것 같은데…?’
카일란의 모든 맵은, 최초 발견 시 알림 메시지가 뜨게 되어있다.
그리고 어느새 이안에게는 당연한 일이 된 최초발견 메시지가, 오랜만에 떠오르지 않은 것이다.
그 말인 즉, 이안 외에도 이 맵에 들어온 이가 이미 있다는 것.
이안은 이클립스를 따라 길을 걸으며, 그에게 물었다.
“이클립스, 여긴 어디죠?”
이클립스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여긴 수 천 년 전, 시카르 대륙을 호령했던 여덟 명의 사막부족 절대자들이 모셔져 있는 전당이라네. ‘천공의 전당’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곳이지.”
설명을 들은 이안의 두 눈에, 살짝 이채가 어렸다.
‘오호…? 그렇다면 셀라무스 부족의 퀘스트가 아니고도 여기에 들어올 방법은 충분히 있을 수 있겠는데?’
그리고 그제야, 자신에게 최초발견 메시지와 보상이 뜨지 않은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셀라무스가 아닌 다른 사막부족의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부족의 절대자’ 퀘스트를 받았던 유저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안이 다른 퀘스트들을 하느라 이 셀라무스 퀘스트를 미뤄놨던 시간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능한 얘기였다.
‘누굴까? 샤크란? 레미르? 아니면 알려지지 않은 제3의 인물?’
최근 카일란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신진고수들이 제법 많이 등장하고 있는 추세였다.
뒤늦게 합류한 후발주자들이 랭킹 100위권 안으로 제법 많이 진입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안이 모르는 인물일 확률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이거 재밌는데….”
한편, 이안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두 사람은 이어진 길의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길의 끝에는 콜로세움을 연상케 하는 원형의 거대한 구조물이 있었고, 그 구조물의 중앙에는 기괴한 형상을 한 거인의 동상이 우뚝 서 있었다.
또, 외곽에는 각기 다른 외모를 한 여덟 개의 동상이 일정한 간격으로 둘러 세워져 있었는데, 그들이 이클립스가 말했던 여덟 명의 절대자일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거대한 크기로 세워져있는 거인동상의 정체는, 이안도 짐작할 길이 없었다.
중부대륙에서 등장했던 거신족들과는 생김새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마치 로봇 같은 느낌이랄까?
이안이 이클립스에게 물었다.
“이클립스님, 이 거인은 누군가요?”
이클립스가 짧게 대답했다.
“우리 사막부족들을 멸망에 이르게 한 근원일세.”
“…?”
“고대 거신족들의 기계문명이지.”
“기계문명… 이요?”
이안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뭔가 퀘스트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안의 궁금증은 더 이어질 수 없었다.
여덟 개의 동상 중 하나의 앞에 선 이클립스가, 돌연 그 앞에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었다.
“셀라무스의 절대자 에오스이시여, 전언을 받들어 최고의 셀라무스 전사를 데려왔나이다.”
이안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으며, 이클립스의 말이 끝나자 마자 동상에 희뿌연 빛 무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우우웅-!
그리고 어디선가, 웅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고했다 이클립스. 이 남자가 네가 말했던 ‘이안’이라는 후인이로군.]
“그렇습니다, 에오스님.”
[오랜 기다림이었다. 이자가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나는 무척이나 실망할 것이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절대자이시여. 그는 분명 에오스님의 뒤를 이을 자격이 있는 인물일 것입니다.”
[흐음, 그대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더욱 기대가 되는군.]
동상(?)과 이클립스의 대화를 듣던 이안은,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아니 저 노인네는 대체 왜 자꾸 쓸 데 없는 말을 하는 거야?’
이클립스와의 과다한 친밀도로 인해, 퀘스트가 자꾸 어려워지는(?)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안은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에오스’라는 이름의 동상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의 음성이 울려 퍼질 때 마다, 동상이 하얗게 깜빡였다.
그리고 그가, 이안을 불렀다.
[셀라무스의 후예여. 이리 가까이 오라.]
그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이안은, 화들짝 놀라며 동상의 앞에 다가갔다.
에오스의 이름을 기억해 두었던 이안이, 고개를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부르셨습니까, 에오스님.”
[그래, 이안이라고 했는가.]
“그렇습니다.”
[그대의 이름은 이미 오래 전부터 듣고 있었노라.]
“제 이름을 말입니까…?”
[그렇다. 부족의 시험을 한 번에 S등급으로 통과한 셀라무스의 전사는, 처음이었으니까.]
“그, 그렇습니까.”
그런데 이안이 뭐라 대답해야할지 몰라 주춤 하던 그 순간, 그의 몸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캐릭터의 AI가 유저로부터 통제권을 가져간 것이다.
‘이것도 오랜만이군.’
어쨌든 덕분에 이안은, 맘 편히 퀘스트의 진행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에오스의 말이 이어졌다.
[비룡의 제단을 찾아오는 것이 생각보다 늦었으나, 기대 이상의 역량을 보여주었으니 그것은 책망하지 않겠다.]
“감사합니다, 에오스이시여.”
[허나, 지금부터는 나를 실망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좋아. 패기 하나만큼은 마음에 드는 군.]
잠시간의 정적.
그리고 에오스의 말이 이어짐과 동시에, 이안의 눈 앞에 새하얀 창이 떠올랐다.
[천공의 관문에 온 것을 환영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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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라무스 부족의 절대자 Ⅴ (히든, 연계)-
* 천공의 관문 돌파
셀라무스 부족의 절대자이자, 고대의 일곱 사막영웅 중 하나인 ‘에오스’는, 당신을 자신의 후인으로 지목했다.
그리고 에오스의 후인이 된다는 것은, 셀라무스 부족의 절대자가 됨을 의미한다.
천공의 관문 돌파는, 사막부족의 절대자가 되기 위한 다섯 관문 중 마지막 관문이다.
하지만 당신은 첫 번째 관문인 ‘비룡의 탑 돌파’를 규격 외의 성적으로 달성하였고, 덕분에 세 개의 관문을 건너뛰고 마지막 관문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제, 절대자가 되기 위한 마지막 하나의 관문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천공의 관문에 등장할 여덟 명의 절대자 중, 셋 이상을 상대로 승리한다면 당신은 사막부족의 절대자를 계승할 수 있을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SSS
퀘스트 조건 :
이클립스가 인정한 S등급의 셀라무스 전사.
레벨 200이상의 소환술사 유저.
셀라무스 부족의 네 개의 관문을 성공적으로 클리어 한 유저.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정령왕의 심판’ 무기의 절대화.
‘정령왕 소환’ 마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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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를 관조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찬찬히 퀘스트 창을 읽을 수 있었던 이안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연계 퀘스트를 세 단계나 건너뛰었다고?’
애초에 연계 퀘스트 인지조차 몰랐던 ‘셀라무스 부족의 시험’ 퀘스트였기에 그 놀라움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 보는데….’
사실 이안은 몰랐지만, 만약 일반적인 성적으로 첫 번째 관문을 클리어 했다면 관문이 총 세 개 에서 끝났을 것이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관문을 클리어 했을 때, 원래 쓰여 있었던 퀘스트의 보상을 받으면서, 퀘스트가 종료되는 것이 정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후, 이클립스로부터 ‘셀라무스 부족의 절대자’ 퀘스트를 다시 받아야 했었던 것인데, 이 일련의 과정이 전부 생략되어버린 것.
이것은 순전히, 3시간짜리 시간제한 관문을 30분대에 돌파해 버린 이안의 탓(?) 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안이 퀘스트 내용을 찬찬히 곱씹고 있던 그 때.
돌연 에오스의 동상 앞에 새하얀 빛의 포탈이 생성되었다.
우우웅-!
그와 함께 이안의 AI가 에오스를 향해 물었다.
“여덟 분의 절대자 중에는 에오스님도 포함되는 것입니까?”
[그렇다.]
“어찌 제가 감히 에오스님을 상대로 무기를 휘두를 수 있겠습니까.”
[괜찮다. 관문의 절대자들은, 단지 우리 능력의 일부를 담은 환영일 뿐이니….]
“그렇군요.”
[이제 포탈의 안으로 들어가, 마지막 시험을 치르도록 하라.]
그리고 그 순간, 이안은 자신을 통제하던 AI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이안은 망설임 없이 포탈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더이상 에오스의 음성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런데 포탈 앞에 도달한 이안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에오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에오스님,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여쭤도 되겠습니까?”
[말하라, 후예여.]
“혹시 이 관문에, 저 이전에 도전한 이가 있습니까?”
이안의 질문이 끝난 순간.
갑자기 에오스의 동상에서 지금까지보다 더욱 환한 빛 무리가 뿜어져 나왔다.
그에 이안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뭐, 뭐지? 괜히 물어봤나?’
그리고 에오스의 음성이 다시 울려 퍼졌다.
[물론이다. 그대 이전에 두 명의 다른 부족의 도전자가 이 관문을 통과했으며, 다섯 명의 도전자가 이 관문 앞에서 좌절했느니라.]
이안은 조금 놀랐다.
‘그럼 여기에 나보다 먼저 왔던 유저가 일곱이나 된다는 소리네?’
이안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관문을 통과한 두 명의 도전자에 대해 여쭤도 되겠습니까?”
그리고 에오스의 음성은, 친절하게 그에 대한 답변을 해 주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른 부족의 후예이기 때문에, 내가 아는 것은 많지 않다.]
잠시 멈췄던 에오스의 음성이 다시 울려 퍼졌다.
[다만, 첫 번째 도전자였던 ‘전사’ 밀라쿠스의 후예는 일곱의 절대자 중 넷을 상대로 승리하였으며, 세 번째 도전자였던 ‘성직자’ 세릴의 후예는 다섯을 상대로 승리했느니라.]
“그렇군요.”
[하여, 나는. 그대가 그들보다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안의 불길한 예감을 증명(?)이라도 하듯, 뜬금없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변수 작용으로 인해 퀘스트 성공 조건이 변경됩니다.]
[퀘스트 성공 조건이, 총 3회 이상의 승리에서 5회 이상의 승리로 변경되었습니다.]
“후우….”
이안의 입에서, 한숨이 저절로 새어나왔다.
< (8). 셀라무스, 그 두 번째 시험 -2 (15권 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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