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퓨전 클래스의 등장 -2 >
* * *
훈이의 두 눈이 반짝였다.
“오옷…! 나 월드메시지 탔어!!”
그에 이안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야, 지금 그게 중요하냐? 이거 빨리 해 봐야 할 거 아냐. 스킬창부터 빨리 정독해 봐.”
“쳇, 알겠어.”
훈이는 구시렁거리며 스킬창을 열었다.
그리고 이안은 이미, 퓨전 스킬들의 스킬창을 띄워놓고 찬찬히 읽어 내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어둠의 속박은… 일시적으로 대상의 움직임을 제한시키는 매즈기 같은 거네. 이건 특이할 것 없군….’
이안의 관심을 끈 것은, 당연히 퓨전스킬로 분류되어있는 다른 두 개의 스킬이었다.
어둠의 속박은 일반스킬로 분류되어있었던 만큼 기존의 스킬들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고, 반면에 영혼소환술과 어둠소환술은 완전히 그 궤를 달리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어둠소환술부터 살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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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 소환술 -
분류 - 액티브 스킬 / 퓨전 스킬
스킬레벨 - lv 0
숙련도 - 0%
재사용 대기 시간 - 15분
지속 시간 - 30분
* 사용조건
- 계약관계인 흑마법사와 ‘파티 상태’일 때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 현재 소환되어있는 소환수/언데드 에 한하여 사용 가능합니다.
어둠의 기운을 이용해 특정 소환물(소환수 또는 언데드)의 영혼을 복제하는 능력입니다. (대상이 되는 소환물의 등급이 낮을수록, 더 많은 숫자의 영혼이 복제됩니다.)
복제된 영혼은 어둠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소환물이 되어 일정시간동안 지속되며, 본래 소환물이 가진 능력의 50%만큼을 발휘합니다.
소환술사나 흑마법사 중 한 명만 사망하더라도, 소환된 모든 어둠소환수들은 사라지게 됩니다.
* 등급별 현재 복제 가능한 영혼 갯수
- 신화 - 불가능 (스킬레벨 max에 오픈)
- 전설 - 불가능 (스킬레벨 Lv5에 오픈)
- 영웅 - 1마리
- 유일 - 2마리
- 희귀 - 4마리
- 일반 - 8마리
*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복제 가능한 영혼의 갯수가 증가합니다.
*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복제된 영혼의 능력치 계수가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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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두 사람이 함께해야 발동이 가능한 스킬이라… 신선한데?’
아직 스킬레벨이 낮아서 전설등급이나 신화등급의 소환물은 복제가 불가능했지만, 이정도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이안이 피식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한동안은 훈이보다 내가 더 도움을 많이 받겠네 이거.’
그 이유는 간단했다.
현재 이안이 운용하는 소환수들 중, 영웅등급 이하의 소환수는 할리 하나뿐.
그 말인 즉, 훈이가 가져다 쓸(?) 만한 이안의 소환수는 할리 하나라는 것이었다.
반면에 이안은, 자원이 무척이나 풍부했다.
훈이는 일반등급인 스켈레톤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등급의 언데드들을 운용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데스나이트들도 네임드 언데드인 ‘발람’같은 경우만 제외하면 전부 영웅등급이었기 때문에, 이안은 데스나이트도 소환이 가능할 것이었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옆에서 함께 스킬창을 읽던 훈이가 뾰루퉁한 얼굴로 이안에게 투덜거렸다.
“뭐야 이거, 또 형만 좋은 스킬이잖아? 난 형 소환수 중에 할리밖에 쓸 수 있는 게 없다고.”
이안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네가 네 언데드를 또 복제하면 되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만…!”
“억울하면 이제부터 나랑 죽도록 사냥해서 퓨전스킬 숙련도 올리면 되겠네.”
훈이가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엉?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스킬 창 꼼꼼히 안 읽었냐? 스킬레벨 5 넘어가면 전설등급 이상의 소환물도 복제가 가능하다잖냐. 10레벨 맥스까지 찍으면, 신화등급 소환물도 가능하고.”
그에 훈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오오, 정말이네? 이걸 왜 못 봤지?”
훈이는 신나서 다시 스킬창을 읽어보기 시작했고, 이안이 한 마디 덧붙였다.
“나중에 스킬렙 맥스까지 찍으면, 너한테 더 유리한 스킬이야 이건. 나는 신화등급 소환수가 둘이나 있는데, 너는 아직 신화등급 하나도 없잖아.”
그에 훈이가 발끈 하며 대답했다.
“우씨, 기다려봐. 나 데이드몬의 서 이제 받았으니까, 직업퀘 하나만 더 하면 발람을 상위나이트로 승급시킬 수 있다고.”
이안이 반색하며 물었다.
“오…? 그럼 발람도 이제 신화등급 되는거야?”
“응, 아마 그렇지 않을까?”
훈이와 파티사냥을 할 때, 이안은 종종 발람을 갈군다.
데스나이트 주제에 뭔가 순수(?)한 면이 있어서, 장난치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평소에 그런 이미지라고 해서, 발람이 별 것 아닌 언데드는 아니었다.
무려 소버린 데스나이트라는 이름을 가진.
말 그대로 ‘데스나이트들의 군주’ 격인 언데드였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안으로서도 평소에 제법 탐이 났던 소환물.
‘빨리 5레벨 찍고 발람 한번 컨트롤해 봐야지.’
어둠소환술로 발람을 소환하여 부려먹을 생각에, 신이 난 이안이었다.
훈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형, 이 어둠소환술보다… 당장에는 영혼소환술 이라는 게 더 효율 좋을 것 같은데?”
“어 그래? 잠시만, 읽어보고 얘기하자.”
이안은 이번에는, 영혼소환술의 스킬 창을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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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 소환술 -
분류 - 액티브 스킬 / 퓨전 스킬
스킬레벨 - lv 0
숙련도 - 0%
재사용 대기 시간 - 15분
지속 시간 - 5분
* 사용조건
- 계약관계인 흑마법사와 ‘파티 상태’일 때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 사망한 지 10초가 지나지 않은 대상에 한하여 사용 가능합니다.
- 현재 ‘파티 상태’인 대상에 한에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모든 생명력이 소진되어 ‘사망’ 상태에 이른 대상의 영혼을, 다시 소환하는 능력입니다. (유저 포함)
소환된 영혼은 대상이 가졌던 원래 능력치의 125%만큼의 능력을 가지게 되며, ‘블러드러스트’ 상태가 됩니다. (블러드러스트 상태 : 모든 움직임과 공격속도 60% 증가.)
유저는 소환된 대상을 컨트롤하여 대상이 가지고 있던 모든 스킬들을 똑같이 사용할 수 있으며, 대상과 관련된 모든 오브젝트를 컨트롤 할 수 있습니다. (단, 신성계열의 스킬은 전부 사용할 수 없으며, 대상이 사망하거나 지속시간이 다 되어 사라지면, 대상과 관련된 모든 오브젝트와 효과들도 함께 사라지게 됩니다.)
*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소환된 영혼의 능력치 계수가 증가합니다.
*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스킬의 지속시간이 증가합니다.
* 영혼소환술로 소환한 대상이 유저일 경우, 영혼소환술에 관계없이 사망패널티는 똑같이 부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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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어둠소환술’은 아직까지 큰 의미가 없는 스킬이다.
일반~유일등급의 소환물들은 많이 복제해 봐야 큰 의미가 없었으며, 영웅등급의 소환물은 고작 한 마리 정도밖에 복제할 수 없었으니까.
숙련도가 5Lv이상으로 올라간 후에나 전력에 도움이 될 만한 스킬인 것이다.
하지만 이 ‘영혼소환술’은 달랐다.
당장 뿍뿍이나 카르세우스같은 주요 전력이나, 카이자르, 폴린과 같은 가신들에게도 적용 가능한 스킬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소환수의 경우에는, 사망하기 직전에 역소환 해버릴 수 있다는 매리트를 버려야 사용 가능한 스킬이었다.
하지만 당장에 소환수의 사망패널티를 감수하고라도 전투에서 이겨야 하는 경우는 많았으니, 그럴 때 사용하면 유용할 것이었다.
‘게다가 유저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니…!’
이안은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평소에 답답하게 죽어나가던 파티원을 보면, 대신 컨트롤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던 그였으니까.
특히나 가장 답답한 경우는, 스펙은 랭커급으로 좋은 유저가 가진 능력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하고 죽을 경우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경우에도 이 영혼소환 스킬을 써서 이안이 대신 컨트롤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신성계열 스킬을 제외한다면, 대상의 모든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니.
이것은 정말 엄청난 혁신이었다.
물론 본인의 캐릭터 하나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유저에게는, 정말 효율 떨어지는 스킬이겠지만 말이다.
훈이가 들뜬 표정으로 이안에게 말했다.
“크으, 이 스킬만 있으면 나도 이제 이안형 캐릭터 한 번 컨트롤 해 볼 수 있는건가?”
가상현실게임인 카일란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캐릭터를 컨트롤해본다는 개념 자체가 불가능했었다.
그런데 이 스킬만 있으면 무려 랭킹1위의 유저이자 현존 최강의 유저로 추정되는 이안의 캐릭터를 컨트롤해 볼 기회가 생기는 것이니, 훈이가 들뜬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이안은, 실소를 흘리며 훈이를 비웃었다.
“후후, 과연 그럴까?”
“왜? 여기 써 있잖아. 유저에게도 적용 된다고!”
“훈이 너, 내가 죽는 거 혹시 봤어?”
“…!”
그리고 그 말에 훈이는 바로 풀이 죽을 수 밖에 없었다.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형아.”
“싫어 인마.”
“그럼 두 달에 한번은 어때…?”
“….”
그렇게 투닥거리던 두 사람은, 그 뒤로도 한참을 붙어 앉아 스킬에 대해 연구했다.
전투중이 아니기 때문에 ‘영혼소환술’ 스킬은 당장 써볼 수 없었지만, ‘어둠소환술’ 스킬은 바로 시전해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한참 퓨전 클래스와 퓨전 스킬에 대해 연구중이던 그 때.
이안의 시야에 두 줄의 메시지가 동시에 떠올랐다.
[헤르스 : 진성아, 지금 바쁘냐?]
[피올란 : 이안님 지금 뭐 하고 계세요?]
* * *
카일란의 서버는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로터스 길드 때문에 트래픽이 한껏 달아올라있는 상태였는데, 추가로 폭탄 같은 이슈가 터져버린 것이었다.
사전 예고조차 없었던 새로운 컨텐츠의 등장.
이것만큼 폭탄 같은 이슈가 어디 있을까?
덕분에 카일란의 공식 커뮤니티는 물론, 각종 게임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서도 난리가 났다.
그리고 그 내용은 반반이었다.
- 이야 ㅋㅋㅋ LB사 진짜 대박이네 ㅋㅋㅋ 원래 이런 대박 컨텐츠 터뜨릴 땐 홍보도 빠방하게 때리고 그래야 되는 거 아님? 어차피 시장 점유율도 부동의 1등이고, 이젠 홍보도 필요 없다는 건가?
- 그러게요 ㅋㅋ 클라스가 진짜 남 다른 듯. 이런 엄청난 컨텐츠 만들어놓고 진짜 아무 예고 없이 그냥 열어버리네. 역시 갓겜 크으.
- 혹시 개발팀에서 개발한 걸… 홍보팀에서 미처 몰랐던 건 아닐까요? 이건 말이 안 되는데 ㅋㅋ 다른 게임들은 뭐 쥐꼬리만한 업데이트 하나만 해도 공지 다 띄우고 생색이란 생색은 다 내잖아요.
-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이게 바로 카일란입니다.
이렇게 또다시 신규 컨텐츠를 뽑아 낸 LB사에 대한 찬양이 절반이었으며.
- 그나저나 이안 이놈은 어떻게 생겨먹은 놈임?
-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대체 하루에 몇 시간 정도 게임하면 신규컨텐츠란 신규컨텐츠는 혼자 다 뚫을 수 있는 건데?
- 음… 24시간정도면 되지 않을까?
- ㅋㅋㅋ이게 게임 오래 한다고 될 문제라고 생각 하냐? 그냥 게임을 겁나 잘하는 거임.
- 알피지겜에서 실력이 뭐 그리 중요한가요? 그냥 오래하면 장땡인 겜이 알피지 아니었나요?
- 윗님, 무슨 선사시대에서 오셨나요. 언제적 알피지겜 얘기하시는 건지…. 카일란만큼 컨빨에 영향 받는 게임도 흔치 않아요. 동일 스펙으로 똑같은 시간동안 사냥해도 획득경험치가 3배 이상 차이날 수 있는 게임이 이 게임입니다.
- 맞음. 그리고 이게 한번 상위랭커 만들어놓고 캐릭터 굴리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스노우볼이 굴러가니 무한대로 앞서갈 수 밖에 없는 거예요. 답 없음.
- 크으, 님들, 이안느님은 일반인들의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저 찬양하면 될 뿐.
또다시 월드메시지에 등장한 ‘이안’이라는 이름에 대한 감탄과 논란이 절반이었다.
가끔 ‘간지훈이’라는 이름도 등장하기는 했지만, 언급하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그저 이안의 파티에 꼽사리 껴서 이득 본 운 좋은 흑마법사 라고 생각했을 뿐.
그 덕분에, 눈이 빠져라 댓글들을 읽으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찾던 훈이는 분노하고 말았다.
“뭐야아아아! 왜 이안형 이름만 있는 건데!”
사실 이것은, 훈이 본인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신비주의’를 고수한다는 명목으로, 아직까지 자신의 랭킹을 비공개처리 해놨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훈이를 아는 유저는 별로 없었다.
몇몇 훈이와 파티를 해 보았거나 그의 활약을 본 유저들이 은둔고수 정도로 생각할 뿐.
그래서 훈이는, 현재 공식랭킹 1위에 랭크되어있는 흑마법사보다 무려 10레벨이 높았지만, 인지도가 너무 없었던 것이다.
“우씨, 나도 랭킹 공개해야 되나?”
이번에야말로 학교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훈이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하지만 결국 랭킹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야, 이안형은 지금까지 비공개 랭킹인데도 이렇게 유명해졌잖아? 나는 신비주의지만 가장 유명한 흑마법사가 되겠어.”
뭔가 엄청나게 모순적인 말을 중얼거리는 훈이.
그런데 그 때.
문 밖에서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훈아! 밥먹어야지!”
< (7). 퓨전 클래스의 등장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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