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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48화 (370/1,027)

< (6). 최초의 퓨전스킬 -3 >

*          *          *

수 많은 학생들이 쏟아져 나오는 한국대학교의 정문.

가장 귀가하는 학생이 많은 시간대인 오후 5시여서 그런지, 정문 앞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야, 영준아. 오늘 수업 끝나고 치맥 콜?”

“아니, 오늘은 안 되겠는데.”

“이야, 김영준. 네가 치맥을 다 거절하고 어쩐 일이냐?”

영준과 철호, 두 사람은 한국대학교의 경영학과에 올해 입학한 새내기들이었다.

그리고 영준은 과내에서도 치킨킬러라고 유명할 정도로 치킨을 사랑하는 녀석이었는데, 방과후 치맥을 거절하니 철호가 놀란 것이다.

영준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어쩐 일이긴, 나 오늘 직관하러 가는 날이거든.”

“직관…? 무슨 직관? 야구경기 말하는 건가? 너 야구 안 보잖아.”

“아니, 야구경기 말고, 카일란 영지전 직관하러 간다고.”

영준의 대답에, 철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어휴, 이 겜덕아. 카일란 영지전 직관이야 그냥 아무 때나 가면 되는 거잖아. 오늘은 그냥 치맥 먹으러 가자. 나 엄청 땡기는 날이란 말이야.”

하지만 철호의 꼬득임에도, 영준은 무척이나 완고했다.

“무슨 소리! 이게 일반 영지전이면 아무 때나 가도 되는 게 맞겠지만, 무려 로터스 길드 대 이루스 길드 영지전이라고.”

그에 철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로터스? 이루스…? 그 길드들이 무슨 특별한 길드라도 되는 거야? 아, 그러고 보니 로터스는 들어 본 것도 같다.”

철호도 카일란을 플레이하기는 했지만, 아직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짜 유저였다.

게다가 하루에 한 시간 정도만을 플레이하는 라이트 유저였기 때문에, 카일란의 정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이었다.

영준이 답답하다는 듯 설명을 시작했다.

“너 카일란 공식 홈페이지 안 들어가 봤어?”

“아니, 들어가 보기야 했지. 근데 안 들어간 지 한 달도 넘은 것 같긴 하네. 레벨 10이 넘고 나서는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것 같으니까.”

영준이 다시 한숨을 푹 쉬었다.

“어휴, 그러니까 모르지. 요즘 로터스 길드 때문에 카일란 전체가 난리라고.”

“무슨 난리?”

“로터스 길드가 루스펠 소속 랭커길드 열 두 군데에 한 번에 영지전을 다 선포했고, 오늘이 그 일곱 번째 영지전이 있는 날이야.”

하지만 그 의미가 정확히 와 닿지 않는지, 철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반문했다.

“그래? 근데 어떻게 영지전을 연속으로 계속 할 수 있는 거야? 원래 영지전 한번 끝나면 못해도 일 주일 정도는 정비해야 하는 거라며.”

영준은 주먹을 불끈 쥐며, 몽롱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엄청난 거지. 로터스는 지금까지 6연승을 하면서 제법 병력피해를 입었는데도, 쉬지 않고 계속 영지전을 강행하고 있어. 비축해 놓은 병력이 계속 있다는 소리야.”

“오오…!”

“생각해봐. 최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길드들을 연속으로 상대하면서도, 로터스 길드는 아직 한 번도 안 졌어. 게다가 일반 길드전도 아니고 무려 영지전이야. 이제 좀 감이 와?”

그러자 이제는, 철호도 제법 놀란 눈치였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 거야? 로터스길드 내가 기억하기로 랭킹 1위 길드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랬었지, 하지만 이제 이번 영지전 다 끝나고 나면 아마 부동의 랭킹1위가 될 거야. 길드 포인트로 타이탄 길드까지도 압도적으로 따돌릴 거라는 예측이 많다고.”

“크으, 진짜 엄청나네. 영준이 네가 치킨을 포기할 만 하군.”

“그렇지? 그러니까 난, 이제 직관 하러 간다!”

걸음을 돌려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영준을, 철호가 다급히 붙잡았다.

“야, 그럼 나도 집가서 게임 접속해서 직관 갈래. 어디로 가면 돼?”

철호의 물음에 영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노노 너 지금 접속해 봐야 직관 못 가. 미리 예약해 놨어야 한다고.”

“에? 영지전 직관에 예약 같은 것도 있었어?”

“아니 원래는 없었는데, 이번 로터스 길드의 영지전은 사람이 하도 많이 몰려서, 예약제를 만들었더라고 하더라고. 두 번째인가 세 번째 영지전 때 접속하는 사람 전부 다 수용했다가 영지전 서버 터질 뻔 했다고 하더라.”

그에 철호가 입맛을 다셨다.

“쩝,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난 집에 가서 치킨이나 시켜 먹으면서 티비로 봐야겠다.”

그리고 철호는 문득 뭔가 생각났는지 다시 말했다.

“아, 참. 영준아.”

“응?”

“소환술사 이안이 로터스 길드 소속이었지?”

그에 영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지. 넌 소환술사 한다는 녀석이 그것도 정확히 몰랐냐? 소환술사들 사이에서 거의 신적인 존재가 이안느님인데….”

“얌마, 난 원래 게임해도 혼자 노는 거 좋아 하잖냐. 이안이 대단하다는 거야 나도 알지만, 별로 관심은 없었어.”

영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니까 아직도 레벨이 40대인 거야 인마…. 이안 플레이 좀 봐라. 그래야 컨트롤도 좀 늘고 하지.”

“어쨌든, 그래서 말인데, 오늘 영지전 틀면 이안 전투영상도 볼 수 있는 거야?”

그 말을 들은 영준의 표정이, 순간 시무룩해졌다.

“모르겠어. 사실 세 번 째 영지전 할 때부터, 커뮤니티에서는 이제 이안 등장할 때 됐다고 난리였거든. 그런데 지난번까지는 아직 한 번도 안 등장했어.”

철호는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그래? 이안은 자기네 길드 영지전 하는데 왜 코빼기도 안 비추는거야? 역시 소환술사라서 영지전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건가?”

철호의 말에 영준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너 어디 가서 그런 무식한 소리 하지 마라.”

“엥? 뭐가 무식해. 원래 소환술사가 PvP에 약하다는 건 정설이잖아.”

영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건 일반 소환술사한테나 해당되는 말이고…. 이안 걔한텐 해당사항 없어.”

“그래? 그 정도로 대단해 이안이?”

“당연하지. 오죽 대단한 인물이면 랭커들에 관심 전혀 없는 네가 이름까지 알고 있겠냐.”

철호는 영준의 말을 곧바로 수긍했다.

“하긴 그건 그래. 내가 이름 알 정도면 엄청 유명한 거긴 하지.”

영준이 스마트 폰으로 카일란 관련 기사들을 검색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직관 어렵게 예약했는데…. 오늘은 이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둘의 집은 같은 방향이었기에, 둘 다 집으로 향하는 것이라면 같이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류장에 도착한지 삼분 정도가 지나자, 금방 버스가 왔다.

삑-

카드를 찍고 의자에 앉은 철호가, 옆에 와 앉는 영준을 향해 물었다.

“야, 근데 너 그거 들었냐?”

“뭐?”

“이안 얘기해서 문득 생각난건데, 내가 며칠 전에 영우선배한테 얘기를 하나 들었거든.”

“무슨 얘기?”

“이안이 사실은 우리학교 재학생이라는 얘기.”

철호의 말에 영준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아, 그거 되게 옛날부터 있던 얘기였어.”

“그래? 그럼 그거 그냥 루머야?”

“모르겠어. 선배들 중에는 이안 봤다는 사람도 많긴 한데… 작년 학교축제 E스포츠 경기에 나왔었다는 얘기도 있고. 그런데 나는 루머일 거라고 봐.”

철호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왜?”

“내 고등학교 동창 중에 이안이 다닌다는 가상현실과에 입학한 친구가 있거든?”

“오오… 그래?”

“응. 근데 벌써 개강한지가 몇 개월이 지났는데, 그런 선배는 한 번도 본 적 없대.”

“아, 하긴… 출석체크라도 하러 학교 왔으면 한 번은 봤을 텐데… 아직까지 못 본거면 루머일 가능성이 높네.”

두 사람은 그 뒤로도, 두런두런 카일란에 대한 얘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뒷좌석에, 후드 모자를 꾹 눌러 쓴 채로, 꾸벅 꾸벅 졸고 있는 인물이 하나 앉아 있었다.

그의 이름은, 다름 아닌 박진성이었다.

*          *          *

덜컹-

터덜터덜 걸어와 집 문을 연 진성은, 대충 겉옷을 벗고 곧바로 침대에 누워버렸다.

“으아아… 이젠 좀 자야겠어.”

온 몸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의 표정 만큼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아침에 퀘스트도 완벽히 끝냈을 뿐 아니라, 퀘스트가 끝나자 마자 학교에 들러 출석처리도 성공적으로 완수했기 때문이었다.

뭔가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고 계획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진성은 침대에 누워서, 앞으로의 계획을 한번 생각해 보았다.

‘샤켈리크도 다섯 마리나 포획했고… 사냥해서 획득한 영혼석 다 모으면 그걸로 소환할 수 있는 샤켈리크도 추가로 일곱 마리는 더 되겠지?’

카카를 이용한 샤켈리크 몰이사냥은 무척이나 성공적이었고, 이안 파티는 고작 열 시간 만에 수십 마리나 되는 샤켈리크들을 사냥하는데 성공했다.

너무 피곤한 관계로 획득한 아이템들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로그아웃했지만, 가장 중요한 영혼석과 같은 아이템들은 대충 기억하고 있었다.

‘자고 일어나서 접속하면… 드디어 마수연성술을 10레벨 찍을 수 있겠군.’

샤켈리크 둥지 학살을 통해, 이안이 얻게 된 샤켈리크는 총 열 두 마리.

지금 이안의 마수연성술은 9레벨 끝자락에서 정체되어있었는데, 이제는 상급이나 최상급 마수를 연성해도 숙련도가 잘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전설등급의 마수들을 연성한다면 얘기가 다를 것이었다.

마수연성은, 성공과 실패에 관계없이 한 번 할 때마다 마수가 한 마리씩 소모되는 시스템이니, 열 두 마리의 샤켈리크라면 총 열 한번의 전설등급마수 연성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도라면 충분히 마수연성 10레벨에 들어설 수 있으리라.

‘그러고 나면, 이제 타르베로스를 분해하는 작업을 해야겠지.’

지금 이안의 인벤토리에 고이 모셔져 있는, 총 800개의 타르베로스 영혼석들.

총 네 마리의 타르베로스를 소환할 수 있는 양이었고, 이안은 소환된 타르베로스를 마수연성에 쓰는 대신 계속해서 분해할 예정이었다.

타르베로스도 전설의 마수이긴 했지만, 고유능력을 제외하면 다른 전설마수들에 비해 능력치가 떨어지는 녀석이기 때문이었다.

이안이 이 타르베로스 영혼석으로 얻고 싶은 것은, 오직 ‘능력석’ 한 가지였다.

그리고 네 마리쯤 분해하면, 운이 나쁘지 않다면 능력석 하나 정도는 얻을 수 있으리라.

‘좋아, 계획대로 차근차근 잘 되어가고 있어…!’

머릿속에서 정리가 끝난 진성은, 이제 정말 잠에 들기 위해 이불 속에 들어가 에어컨을 틀었다.

서늘한 가운데 이불을 덮고 자는 것 만큼, 꿀잠을 잘 수 있는 환경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마지막으로 잠에 빠지기 전.

진성의 뇌리를 스쳐가는 게 하나 있었다.

‘아 맞다. 그 퓨전스킬… 이라는 것도 있었는데…. 그건 대체 뭘까?’

데이드몬의 신탁 퀘스트를 완료하고, 훈이와 진성이 각각 하나씩 획득하게 된 어둠의 소환술 스킬북.

그것을 획득하는 순간 생성되었던 시스템 메시지 한 줄이 문득 기억났던 것이다.

[최초로 ‘직업 퓨전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명성을 20만 만큼 획득합니다.]

‘명성도 20만이나 줬던 걸로 봐선… 제법 중요한 컨텐츠일 것 같은데….’

하지만 진성의 생각은 더 이어질 수 없었다.

몰려오는 수마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푸우우….”

우렁차게 코까지 골며, 진성은 그대로 꿀 맛 같은 단잠에 빠져들었다.

< (6). 최초의 퓨전스킬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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