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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47화 (369/1,027)

< (6). 최초의 퓨전스킬 -2 >

*          *          *

띠링- 띠리링-!

이라한이 사망하며, 그가 지니고 있던 아이템의 일부가 바닥에 드랍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이안은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이 놈은 대체 뭐 이렇게 템을 많이 들고 다니는 거야? 장착중인 장비는 대부분 계정귀속이어서 드랍 되지도 않았을 텐데….’

쉴 새 없이 연속해서 솟구치는 황금빛의 광채!

그에, 옆에 있던 훈이가 탄성을 내질렀다.

“캬, 이게 다 전설등급 아이템이라고? 진짜 미쳤는데?”

뒤늦게 다른 마족 유저들의 아이템을 수확(?)한 뒤 다가온 카노엘도, 이라한이 떨군 아이템들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건 진짜 역대급이다. 아주 번쩍번쩍하네.”

이안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니까 말야. 난 계정귀속장비 말고는 좋은 템 잘 안가지고 다니는데….”

세 사람은 대화를 나누면서도, 부지런히 아이템들을 수거했다.

무려 서른 명이나 되는 최상위권 랭커들이 드랍한 아이템들이다보니, 그 양이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크으, 이거 다 팔면 얼마나 될까? 한 2천만 골드?”

훈이의 말에, 이안이 손가락을 까딱이며 대답했다.

“아니, 2천만은 무슨. 대충 봐도 3천만 골드는 넘겠구만.”

카노엘도 한 마디 핀잔을 주었다.

“훈이 너는, 다른 부분에서는 엄청 꼼꼼하면서 금전감각은 진짜 없더라.”

이안이 한 마디 덧붙였다.

“그러니까 돈을 못 모으잖아.”

“….”

세 사람은 투닥거렸지만, 만면에는 웃음이 가득해 있었다.

원래 남이 떨군 아이템을 쓸어 담을 때가 가장 행복한 법.

게다가 어부지리로 사냥한 발록마저도 괜찮은 아이템을 제법 떨궜기 때문에, 세 사람은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기세였다.

“이안형! 발록도 제법 템 많이 떨궜네! 전설등급 부츠도 하나 있어!”

“오 그래? 좋은데?”

“엇, 그리고 발록의 심장도 완제로 두 개나 떨어져 있네. 이건 어디다 써야 하지?”

“훈이 네가 일단 다 주워 놔. 정산은 퀘스트 다 끝나고 하자고.”

“오케이! 알겠어!”

원래 몬스터가 드랍한 아이템은, PK로 드랍된 아이템과 달리 유저마다 따로 자신의 몫을 획득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발록이 죽어서 사체가 되어 쓰러지면, 세 사람이 따로따로 자신의 몫으로 드랍된 아이템을 수거해야 하는 방식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안의 파티는, 수확해야(?)될 아이템이 너무 많은 관계로, 아이템 획득 옵션을 파티 공유로 풀어놓은 상태였다.

“나 드랍 된 템 모조리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밑장 뺄 생각은 하지 말고….”

이안의 섬뜩한 협박에, 아이템을 줍던 훈이가 살짝 움찔했다.

“내가 속일 사람이 없어서 귀신같은 형을 속이겠냐.”

*          *          *

발록의 심장이라는 가장 큰 산을 넘은 이안 일행은, 그대로 쉬지 않고 ‘그림자 깃털’을 얻기 위해 움직였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진짜 하루도 채 안 남았어. 빨리 움직여야 해.’

덕분에 또 수면시간은 스킵하게 되었지만, 이안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의욕이 넘치는 상태였다.

이제 정말 퀘스트의 끝이 보이고 있었고, 이 퀘스트만 끝나고 나면 한 20시간정도 푹 늘어져 잘 수 있었으니까.

[마계 19구역으로 입장합니다.]

이안 일행은, 거의 2~3 시간 만에 15구역부터 19구역까지를 주파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은 필드에 돌아다니는 마수들을 거의 무시하고 달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속도.

그리고 19구역에 도착한 그들은, 동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계속 달렸다.

그림자 깃털을 드랍하는 괴조 ‘샤켈리크의 둥지’가 19구역의 동남쪽 끝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삼십분 정도가 더 지났을까?

“좌표상으로는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세 사람은 세르비안에게 받아 두었던 샤켈리크 둥지의 좌표에 도달할 수 있었고, 어렵지 않게 던전을 찾아낼 수 있었다.

까악- 까악-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연상케 하는 스산한 소리가 허공에 여기저기 울려 퍼진다.

하지만 그것은, 까마귀의 울음소리라기에는 너무도 거칠고 커다란 괴성이었다.

그리고 이안 일행은, 그것이 괴조 샤켈리크의 울음소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10분 쉬고 바로 공략하자.”

“10분? 그럼 나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 다 안 돌아오는데?”

“상관없어. 카카랑 어둠의 보주가 알아서 캐리해 줄 거니까.”

샤켈리크는 어둠의 마수다.

그리고 어둠의 마수가 무서운 가장 큰 이유는, 은신능력과 강력한 공격력이었다.

한데 이안 일행이 가지고 있는 어둠의 보주는, 어둠소환수의 이러한 장점을 완벽히 무력화시키는 아티펙트였다.

기본적으로 범위 디텍팅 능력이 있는데다, 모든 어둠속성의 피해를 20%만큼이나 감소시켜주는 어둠의 보주.

거기에 추가로, 어둠속성의 적에 한정하여 30%의 추가피해도 입힐 수 있게 해 주니, 이 어둠의 보주 하나로 샤켈리크의 손발을 다 자르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카카의 고유능력까지 발동시켜, 추가로 어둠속성 피해가 50%만큼 감소된다면….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지 뭐.’

그렇기에 이안은 자신이 있었다.

오히려 정비할 시간을 아껴서, 조금이라도 빨리 깃털을 다 모은 뒤, 샤켈리크 포획을 시도해야만 했다.

이 퀘스트가 끝나는 순간 어둠의 보주는 사라질 것이고, 그럼 다시는 어둠의 마수를 포획할 기회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었다.

“카카, 고유능력 발동시킬 준비는 하고 있지?”

“그렇다, 주인아.”

“그리고 그 전에 해줘야 할 일이 또 있어.”

“내가 해야 할 일…?”

카카의 반문에 이안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네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카카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날개를 부르르 떨었다.

“정말 나 말고는 할 수 없을 일일까, 주인아?”

“응.”

이안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          *          *

끼아아오-!

기괴한 괴조의 울음소리가, 던전 내부에 정신없이 울려 퍼진다.

대충 듣기에도 십 수 마리는 되어 보이는 샤켈리크의 울음소리.

그리고 그 울음소리들 사이로, 간간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안타까운 괴성도 울려퍼졌다.

퍽- 퍼퍽-!

끄아아악-!

멀찍이서 그 소리를 듣던 훈이가, 몸을 부르르 떨며 이안에게 물었다.

“정말 괜찮을까, 형?”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저기에 신성피해를 입힐 수 있는 마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아니, 그렇기는 한데… 그래도 지난번에 보니까, 베히모스 꼬리에 치여서 몇 미터씩 튕겨나가고 그러기도 하던데…?”

“그래? 그래도 생명력은 안 닳았잖아.”

“그렇긴 한데… 아파보였다고.”

이안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뭐, 죽지만 않으면 괜찮은 거 아닐까?”

“….”

이안이 카카에게 맡긴 임무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이 던전 안에 있는 모든 샤켈리크들을, 샅샅히 찾아내라는 것.

그리고 그 임무는, 정말 카카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신성속성의 공격만 아니라면 그 어떤 공격을 받아도 생명력이 닳지 않는, 특수한 고유능력을 가지고 있는 카카였으니까.

이안은 카카의 그 엄청난 탱킹능력(?)을 바탕으로, 최고 효율의 사냥을 계획해 놓은 상태였다.

그의 계획대로 착착 굴러가기만 한다면, 앞으로 스무시간 안에, 던전 안에있는 모든 샤켈리크들을 전부 사냥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냥 또는 포획이랄까?

‘한 열 마리 정도 남을 때 까지 미친 듯이 사냥하고, 그 때부터 포획을 시작하면 되겠지.’

덕분에 지금 카카는, 스무 마리도 넘는 샤켈리크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던전을 구석구석 들쑤시며 다니고 있으니,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

오히려 카카가 활개치고 다닌 것을 생각한다면, 스무 마리도 적은 편이었다.

그나마 카일란에는 먹을 수 있는 어그로의 최대치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더 많은 샤켈리크들이 쫓아올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오지 않았던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쫓기고 있다는 표현은, 사실 조금 부적절했다.

샤켈리크들의 이동속도는 카카의 이동속도보다 최소 5배 정도는 빨랐고, 카카는 계속해서 얻어맞으며 열심히 날갯짓을 하고 있었으니까.

퍽- 퍼퍽-!

멀리서 안쓰러운(?) 타격음이 들려왔다.

그에 이안도 일말의 죄책감이 생겼는지,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 우리도 슬슬 카카를 도와주러 가보자고.”

이번에는 카노엘이 물었다.

“정말… 괜찮을까, 형?”

“카카 말하는 거면, 괜찮다니까?”

이안의 반문에, 카노엘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카카 말고 우리. 아무리 어둠의 보주에 카카의 고유능력까지 중첩시킨다고는 해도, 전설등급의 마수를 몰이사냥 한다는 건… 좀 무리수 아닐까?”

이안이 피식 웃으며 창대를 고쳐 쥐었다.

이안의 계산상으로 이 계획은 절대로 무리수가 아니었으니까.

샤켈리크들의 레벨이 만약 400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모든 디버프가 적용되면 거의 150~200레벨 수준의 마수나 마찬가지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안은, 베히모스나 발록을 상대할 때 보다 샤켈리크 몰이사냥이 훨씬 더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걱정일랑 붙들어 매라고. 아주 쾌적하고 효율적인 사냥을 보여줄 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카일란 역사상 최초로, 전설등급 마수 몰이사냥이 시작되었다.

*          *          *

마계 120구역의 동쪽 끝.

광활한 마계의 평야 위에, 다크루나의 길드거점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마계의 길드거점은 생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계의 영지들과 비교하면 무척이나 볼품없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인간계의 영지들에 비해 나은 점을 하나 찾자면, 엄청난 거점의 넓이였다.

애초에 주인 없는 땅이 너무 많았기에, 거점의 넓이만큼은 인간족 유저들의 영지보다도 훨씬 넓었던 것이다.

그리고 영지 거점의 중앙에 있는 길드광장에는, 무려 백 명에 가까운 다크루나 길드원들이 모여 있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숫자는 점점 더 불어나고 있었다.

그들의 마스터인 이라한이, 자신의 부활시간에 맞춰 전부 모여 있으라고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길드원들이 전부 모인지, 십여분 정도가 지났을까?

위이잉-

길드광장의 중앙에서 새하얀 빛이 일어나며, 이라한이 소환되었다.

그에 모든 길드원이 우렁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마스터를 뵙습니다!”

하지만 이라한은 가볍게 고개만을 까닥여 보인 뒤, 곧바로 단상 위에 올라섰다.

지금 그는, 심기가 매우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으드득-!

좌중을 한 차례 둘러본 이라한이, 이빨이 으스르러지도록 이를 갈았다.

‘호왕길드놈들… 감히 이렇게 내 뒤통수를 쳐?’

사망패널티 때문에 접속이 막혀있던 동안, 이라한은 길드 수뇌부 몇몇을 시켜 ‘라이자르’라는 인물을 수소문해 보았다.

그리고 역시나.

호왕길드의 길드원 중, ‘라이자르’라는 아이디를 쓰는 인물이 있는 것이 아닌가!

‘분명 라이자르라고 했어. 그 이상한 뿍뿍소리를 내던 녀석.’

이라한은 분노했다.

마틴 녀석이 이렇게 자신의 뒤통수를 칠 줄은(?)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모든 길드원들을 모집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척-!

하늘 높이 검을 뽑아든 이라한이, 분노한 목소리로 길드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앞으로 정확히 삼일 뒤, 호왕길드에 길드전을 신청한다!”

그리고 그것은, 마계에서 벌어진 최초의 길드전이 되었다.

< (6). 최초의 퓨전스킬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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