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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45화 (367/1,027)

< (5). 잊혀진 영혼의 무덤 -3 >

*          *          *

“뭐 이렇게 모이는 데 오래 걸리는 거야?”

마틴이 살짝 신경질 적으로 말하자, 옆에 있던 체이스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대답했다.

“연락은 다 돌렸으니 곧 다 모일 겁니다, 마스터.”

“후우, 지금 벌써 5분도 넘게 지났다고.”

“연락 한번 씩 더 넣어보겠습니다.”

마계 15구역 게이트 바로 앞의 공터에는, 다크루나 길드와 호왕길드의 파티원들이 하나둘 모여 정비를 하고 있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들의 목적은 바로 발록의 심장.

그리고 마틴이 신경질 적인 이유는 무척이나 복합적인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얀쿤이 준 퀘스트들을 클리어하면서 누적된 스트레스.

‘후, 그 근육돼지를 또 만날 생각을 하면 벌써 치가 떨리는군.’

거기에 15구역까지의 강행군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곧 상대해야 할 발록이라는 존재에 대한 부담감.

게다가 길드원들까지 늦게 나타나니, 짜증이 폭발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호왕길드원들은 언제 다 모이는 건가? 우린 이제 한 명만 더 오면 된다. 아마 3~5분 안에는 전부 모일 듯 하군.”

이라한의 빈정거림에 마틴이 이를 갈며 대답했다.

“한 20분만 더 줘. 한 놈이 갑자기 일이 생겨서 좀 늦나봐.”

“쯧쯧….”

지금 15구역에 모여 있는 두 파티는, 각각 15명이 조금 안 되는 인원이었다.

결코 적은 수의 파티원이 아니다보니, 모이고 정비하는 데 필요한 시간도 제법 소모되는 것.

때문에, 모이기로 약속했던 시간으로부터 30분정도가 지난 시점에야, 던전공략을 위한 준비가 전부 마무리 되었다.

“자, 그럼 이제 가보도록 하지.”

이라한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양 길드의 길잡이들이 앞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찰조가 미리 움직여서, 던전의 위치는 파악해 놓은 상태였다.

*          *          *

이안은 인벤토리를 빠르게 확인해 보았다.

[발록의 심장 조각 (2/50)]

발록의 심장 완제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조각은, 총 50개.

한 마리 사냥해서 2조각이 나왔으니, 원래대로라면 25마리를 사냥해야 완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금 이 곳에는 이안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훈이, 노엘이 몇 개씩 나왔어?”

“난 두 조각.”

“나도 두 조각이야 형.”

확실한 것은 아니었으나, 주니어 발록 한 마리를 처치할 때 마다 얻을 수 있는 조각의 개수는 거의 2개인 듯 보였고, 그렇다면 한 마리를 사냥할 때 마다 6개의 조각이 모이는 것이었다.

이안 일행은 요리조리 발록들의 공격을 피해다니며, 빠르게 주니어 발록들의 사체를 수습했다.

띠링-

[‘발록의 심장조각 x2’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발록의 심장조각 x1’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발록의 심장조각 x2’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

:

그리하여 세 사람에게 모인 발록의 심장조각들을 확인하니, 총 27개.

‘그럼 이제 5마리 정도만 더 잡으면 되는 건가?’

총 다섯 마리의 사체에서 획득한 조각이 27개였으니. 추가로 다섯 마리 정도를 더 사냥하면 전부 모일 게 거의 확실했다.

계획이 선 이안 일행은, 그때부터 전력을 다해 주니어 발록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훈이, 라이한테 망자의 보복!”

“오케이!”

“노엘이는 용용이 소환해제 해! 죽겠다!”

“알겠어, 형!”

애초에 이 필드가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모체인 발록을 어떻게든 잡으려 했기 때문이었다.

주니어 발록을 하나 사냥할 때 마다 계속해서 강해지는 녀석이 부담스러웠고, 어떻게든 모체 위주로 생명력을 빼려고 하다 보니 답이 나오지를 않았던 것.

주니어 발록들이 필사적으로 모체를 지키는데, 녀석들을 죽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 난이도가 헬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모체 발록을 공격하는 스탠스를 취하면서, 지키려는 주니어 발록들을 사냥하면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리고 260레벨 전후 밖에 되지 않는 주니어 발록들은, 이안 일행에게 그야말로 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콰아앙-!

[전설의 마수 ‘주니어 발록’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셨습니다.]

[전설의 마수 ‘주니어 발록’의 생명력이 476090만큼 감소합니다.]

[‘주니어 발록’을 처치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이안의 정령왕의 심판이, 주니어 발록의 본체를 정확히 꿰뚫었다.

발록이 상대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연기와 화염에 휩싸인 몸체가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본체의 위치가 자꾸 바뀐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제대로 본체에 피해를 입힐 수만 있다면, 물리방어력 자체는 비교적 약한 게 발록이기도 했다.

“이안형! 됐어! 이제 총 50조각 모였을 거 같은데?”

훈이의 말에 조각 개수를 확인해 본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오케이, 51조각이네. 그럼 일단 퀘스트는 클리어 했고….”

반대편에서 넘어온 카노엘이 이안을 향해 말했다.

“형 그럼 이제 던전 빨리 빠져 나가자. 저 발록 성체 이제 거의 괴물 다 되어 가고 있어. 벌써 버프가 10중첩이야.”

카노엘의 말 대로였다.

20%나 되는 전투력 버프가 생긴 350레벨의 발록은, 정말 지옥 같은 괴력을 뽐내고 있었던 것이다.

탱커인 빡빡이가 마기공격 한 번에 거의 40%의 생명력이 빠져나갔으니, 그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훈이도 맞장구쳤다.

“그래 형, 얼른 빠져나가서 그림자깃털 구하러 가자. 여기 더 있다가는 우리도 위험하다고.”

그리고 때 맞춰 또다시 폭주하기 시작한 모체 발록.

[크아아악! 하찮은 인간들! 모조리 다 죽여주마!!!]

[발록의 고유능력, 마령의 분노가 발동됩니다.]

[발록의 마기발동률이 30분 동안 15%만큼 상승합니다.]

[발록에게 걸려 있는 모든 버프효과의 지속시간이, 120분 만큼 증가합니다.]

[발록의 생명력 재생 속도가, 30분동안 20%만큼 상승합니다.]

발록의 고유능력 중 하나인 ‘마령의 분노’.

이 고유능력은, 원래대로라면 ‘영혼잠식’ 만큼 까다로운 고유능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특수한 상황.

지금 발록에게는, 주니어 발록이 사망하며 걸린 전투력 버프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모든 버프효과의 지속시간이 2시간이나 증가했다는 말은, 최소 ‘2시간 동안은 잡을 생각 말라’는 말과 같다고 봐도 무방했다.

훈이가 이안을 재촉했다.

“아 형, 뭐해. 빨리 빠져나가자니깐?”

하지만 이안의 생각은, 두 사람과 조금 다른 듯 보였다.

“아냐. 지금 나가기는 좀 아쉬워.”

“아, 뭐가 아쉬운데! 발록의 심장도 만들었잖아. 시간 조금이라도 아껴서 다음 재료 구하러 가야지!”

이안이 날아드는 발록의 공격을 피하며 대답했다.

“아직 36시간이나 남았고, 어둠의 보주도 있어. 깃털 쯤은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 걱정 마.”

그리고 훈이가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남아있는 주니어 발록 전부 사냥할 거다.”

“…?!”

카노엘마저 의아한 표정이 되었으나, 이안은 그에 대한 설명 없이 빠르게 창을 휘두르며 주니어 발록을 공격해 들어갔다.

쾅- 콰쾅-!

그러자 훈이도 어쩔 수 없이, 투덜거리며 그의 뒤를 따랐다.

“아 씨, 저 형은 또 왜 저러는 거야.”

이안 대신 카노엘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뭐 생각이 있겠지. 이유 없이 저럴 사람은 아니니까 일단 시키는 대로 해 보자고. 혹시 알아? 전설등급 템이라도 무더기로 떨어질지.”

그에 앞서 전투에 뛰어든 이안이,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뭐, 어쩌면 노엘이 말이 맞을지도? 주니어 발록이 떨구는 건 아닐 테지만 말이야.”

“저건 또 무슨 말이래.”

구시렁거리기는 했지만, 막상 전투가 시작되니 훈이는 자신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그리고 세 사람의 손발은 더욱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상대해야 할 몬스터의 숫자는 줄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투의 난이도는 점점 더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한편, 이안 일행이 열심히 주니어발록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던 그 시각.

“이거… 뭔가 으스스한데…?”

“그러게 말입니다. 마치 공동묘지 같은 분위긴데요?”

호왕길드와 다크루나 길드의 연합파티는, ‘잊혀 진 영혼의 무덤’으로 향하는 ‘죽음의 길’ 위에 서 있었다.

마틴이 앞서가던 정찰조를 불러 세웠다.

“그나저나 이 길은 뭐 이렇게 긴 거야? 정찰조!”

“예, 마스터.”

“던전 입구는 확실히 확인해 보고 온 거 맞아?”

“맞습니다. ‘잊혀진 영혼의 무덤’ 이라는 이름까지 확인하고 나왔습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마틴은 의아한 눈초리로 주변을 계속해서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그것은 이라한 또한 마찬가지였다.

벌써 이 죽음의 길에 들어선 지 20분이 넘었는데, 던전의 입구가 보이지 않으니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언제 마수들이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긴장은 긴장대로 계속 해야 하니, 그것도 제법 고역이었다.

그런데 그 때, 다크루나 길드의 정찰대원이 이라한에게 다가왔다.

“마스터, 저 바위벽 뒤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던전 입구입니다.”

이라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군. 다들 전투 준비! 재사용 대기 시간 전부 체크하고, 포션 수량 체크하고. 실수는 용납할 수 없다. 발록에 대해서는 사전에 충분히 설명해 줬으니, 다들 잘 숙지하고 있겠지?”

“예, 마스터!”

이라한은 이안 만큼이나 발록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최소한 고유능력들은 모조리 꿰고 있었고, 미리 파티원들에 전부 설명해 준 것이었다.

그리고 2~3분 간의 정비가 끝나자, 정찰조는 뒤로 빠지고 이라한과 마틴이 선두에 섰다.

마틴이 뒤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다들 긴장하고. 빠르게 발록 한 마리만 잡고 빠져야 되는 거 알지?”

이라한이 한 마디 덧붙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발록의 심장을 획득할 때 까지’만이다. 총 두개를 획득해야 하는데… 인원이 많으니 한 마리만 사냥해도 두 개 정도는 드랍 되겠지.”

말을 마친 이라한이, 성큼 성큼 걸음을 옮겨 던전 입구를 향해 발을 딛었다.

그리고 그를 시작으로, 모든 파티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던전 안으로 진입했다.

*          *          *

쿵- 쿵- 쿵-!

어디선가 묵직한 발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것은 무척이나 흉포해서, 거리가 제법 있음에도 불구하고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마틴이 목소리를 죽인 채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발록의 발소린가? 제법 대형몬스터인 것 같은데…?”

이라한이 입을 열어 다시 한 번 오더를 내렸다.

“조심해서 한번 들어가 보도록 하지. 오더 떨어질 때 까지 아무도 공격은 하지 말고. 발록이 여러 마리 모여 있기라도 하면, 함부로 공략할 수 없으니 말이야.”

이라한을 필두로, 일행은 조심스럽게 던전 안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한 마리의 거대한 발록을 찾을 수 있었다.

이라한은 재빨리 발록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발록 / Lv : 355]

이라한의 두 눈에 이채가 어렸다.

‘355레벨 발록 한 마리라. 잘 하면 이거…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쉽게 퀘스트를 마무리할 수 있겠는데?’

지금 이라한 파티의 평균 레벨은 250 정도였다.

게다가 다들 최상위권의 랭커들이었기에, 컨트롤 능력 또한 준수했으니, 아무리 발록이라 하더라도 350레벨 정도의 한 마리 쯤은 전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 이라한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마틴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저 정도라면 당장 공략해도 되겠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라한?”

이라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 350레벨 정도 발록이라면, 한 두세 마리 까지는 우리 전력으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다.”

이라한은 정찰조 둘에게 발록 주변에 다른 개체가 없는지 확인을 지시했다.

그리고 1분 정도가 지나자, 정찰조가 돌아와 보고했다.

“반경 100미터 이내에는 저 놈 한 마리 뿐 입니다.”

“알겠다. 수고했어.”

이라한의 한 쪽 입 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놈은 혼자다. 최대한 화력 집중 시켜서, 빠르게 처치한다!”

그에 다크루나 길드의 길드원들은 물론, 호왕 길드의 길드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전체 파티의 오더는 이라한이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마법사들 단일마법 캐스팅 시작하고, 기사들 먼저 앞으로!”

우우웅-!

여기저기서 마법사들의 원거리 마법이 캐스팅되자, 허공으로 공명음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발록 또한 유저들의 존재를 알아차렸는지 존재감을 내뿜기 시작했다.

[가소로운 인간들…! 모조리 죽여 주도록 하겠다! 크아아아!]

원래대로였다면, 마법사들은 최대한 은밀하게 공격마법 캐스팅을 시작해야 했다.

한 차례 마법을 퍼부은 다음에 전투가 시작되는 것이, 좀 더 유리한 건 당연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발록은 고작 한 마리에 불과했고, 그것은 방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한 마리의 발록 정도는, 어차피 순식간에 처치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스르릉-!

탱커들이 먼저 달려드는 것을 확인한 이라한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힘 있게 뽑아 들었다.

이 참에 호왕길드 유저들에게도, 자신의 강력함을 확실히 보여줄 생각이었다.

‘후후, 내가 괜히 마계 랭킹 1위가 아니라는 걸… 이 기회에 제대로 보여줘야겠군.’

그러나 이라한의 야심찬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재가 되어 사라지리라!]

화아아악-!

[전설의 마수 ‘발록’의 고유능력, ‘마염의 폭풍’이 발동됩니다.]

콰쾅- 콰콰쾅-!

발록이 교차시켰던 양 팔을 펼쳐 올리자, 그 주변으로 강렬한 마기와 화염이 뿜어져 나온 것이다.

사실 거기까지는 문제될 게 없었다.

마염의 폭풍은 이미 알고 있던 고유능력이었고, 탱커들이 충분히 버텨낼 만한 기술이었으니까.

하지만.

“으아악!”

“이게 뭐야?!”

“대체 어떻게 된…!”

그 ‘마염의 폭풍’ 단 한방에, 앞서 달려들던 탱커들이 모두 전멸해 버릴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게 문제였다.

< (5). 잊혀진 영혼의 무덤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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