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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43화 (365/1,027)

< (5). 잊혀진 영혼의 무덤 -1 >

5. 잊혀진 영혼의 무덤.

‘최강의 마수’ 라는 말.

이 말을 들었을 때, 일반 유저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마수의 이름은 바로 발록이었다.

물론 차원전쟁에서 어마어마한 위용을 보였던 마수인 마룡 칼리파가 있기는 했지만, 칼리파의 경우에는 네임드 보스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에 일반 마수들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게다가 마계컨텐츠가 오픈되는 트레일러영상에서 가장 압도적인 포스를 보였던 마수가 바로 발록이었으니, 아직 마계에 가 보지 못한 유저들이라고 하더라도 발록에 대해서는 대부분 알고 있었다.

발록은 그 생김새부터가 압도적이었다.

온 몸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불길을 항상 휘감고 다녔으며, 머리에는 거대한 두 개의 뿔이 위협적으로 휘어져 있었다.

그리고 산양의 뿔처럼 안쪽으로 굽어져 있는 그 뿔 사이에는, 마치 흉신(凶神)을 연상케 할 정도로 흉악스런 얼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게다가 몸집은 또 어떠한가.

마치 연기와 불길로 만들어진 듯 형체가 없는 발록의 몸은, 제 멋대로 그 형태가 움직이며 기괴한 형상을 만들어낸다.

거기에 어지간한 성인 남성의 몸집보다도 더 큰 집채 만한 양 손에서는 쉴 새 없이 마기가 뿜어져 나왔고, 길고 날카로운 손톱은 전사들이 들고다니는 대검보다도 더 거대하고 흉포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아마 비주얼적으로 이만큼 압도적인 마수는 없을 것이었다.

이안은 긴장했다.

물론 차원전쟁에서 충분히 상대해 봤던 녀석이었지만, 절대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닌 것이다.

훈이가 이안을 향해 물었다.

“형, 형은 신의 버프 없이도 발록이랑 싸워 봤지?”

그 말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랬었지.”

“혼자였나?”

“아니, 혼자였으면 버프 없이 발록을 어떻게 잡았겠어. 둘이서 협공했어.”

“누구랑? 어줍잖은 유저 하나 추가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잖아?”

“샤크란.”

이안의 답변에 훈이와 카노엘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샤크란이라면, 충분히 이안에 버금갈 정도의 전투력을 보여줬을 것이다.

클래스가 다르다보니, 컨트롤을 비롯한 전투실력 자체를 이안과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대인전에서만큼은 어쩌면 이안보다도 강할지 모르는 유저가 바로 샤크란이었다.

훈이와 카노엘이 살짝 걱정에 빠져있자, 이안이 피식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뭐냐, 훈이. 왜 답지않게 쫄고 그래.”

“쪼, 쫄다니! 누가 쫄았다고 그래!”

“누구긴 누구겠어. 너지.”

“…! 발록따위, 이 훈이가 전부 잡아주도록 하겠어!”

이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후들거리면서 크게 소리쳐 봤자, 별로 믿음이 안 간다고.”

“우이씨….”

지금 이안 일행은, 마계 15구역을 낱낱이 뒤지는 중이었다.

그리고 운이 좋았는지, 한 시간 정도 만에 특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던전의 입구를 발견했다.

곳곳에 마기의 기운이 용솟음치는 마소(魔沼)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으며, 사령의 탑을 연상케 하는 사이한 연기들이 여기저기서 피어오르는 죽음의 길.

이곳은 잊혀진 영혼의 무덤으로 향하는 길이 분명했다.

훈이가 자꾸 깜짝 깜짝 놀라자, 이안이 그를 진정(?)시켰다.

“그만 쫄아 인마. 발록이 강력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베히모스도 잡았잖아. 게다가 베히모스는, 내가 차원전쟁에서 상대했던 발록보다 레벨도 무려 50~70이 높았다고.”

“그, 그렇지?”

이안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차원전쟁에서는 힘겹게 발록을 상대했었지만, 이제는 아닐 거야. 그 때보다 내가 적어도 1.5배 이상은 강해졌으니까.”

사실 1.5배라는 말도 겸손이라 할 수 있었다.

카이자르와 카르세우스, 그리고 뿍뿍이까지.

무려 셋이나 되는 신화등급의 파티가 생긴데다가, 전체적인 파티의 레벨도 20~30가량 증가했으니, 2배 이상 강해진 전력이라 봐도 무방한 것이었다.

이안은 지금, 혼자서도 발록 한두 마리 정도는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발록의 레벨이 차원전쟁때 등장했던 녀석들과 비슷하다면 말이지.’

하지만 만약, 베히모스처럼 400레벨이 넘는 발록들이 등장한다면 골치가 좀 아프긴 할 것 같았다.

“와, 근데 여기는 무슨 던전 입구가 이렇게 길어? 게다가 마수도 하나도 없네.”

“그러니까 말이야. 분위기 진짜 으스스하다.”

사령의 탑이 질척거리고 기분나쁜 침침한 열대우림 같은 느낌이었더라면, 이 ‘죽음의 길’은 서늘하고 건조한 가운데 한번씩 소름이 돋게 만드는 그런 분위기였다.

이안 일행은 죽음의 길을 따라 이십여분 정도를 더 걸었다.

그리고 곧, 던전으로 이동시켜주는 이동게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자, 마지막으로 점검 한번씩 하고….”

“오케이!”

“알겠어, 형.”

숙련된 솜씨로 빠르게 파티의 상태를 점검한 이안은, 심호흡을 한번 한 뒤 게이트를 향해 발을 딛었다.

“가자! 발록 잡으러.”

*          *          *

띠링-

[‘잊혀진 영혼의 무덤’ 던전에 최초로 입장하셨습니다.]

[명성을 15만 만큼 획득합니다.]

[앞으로 일주일 간, ‘잊혀진 영혼의 무덤’에서 획득하는 모든 마계 관련 스텟들이 1.5배만큼 증가합니다.]

[앞으로 일주일 간, 경험치 획득량이 2배로 증가하며, 아이템 드랍율도 2배로 상향조정됩니다.]

하도 자주 보다보니, 이제는 익숙해진 최초발견 보상 메시지.

이안은 빠르게 시스템 메시지들을 훑어본 뒤, 발록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머릿속으로 그려보기 시작했다.

‘일단 최소한의 정예로만 구성해야 해.’

사실 발록의 물리전투력은 약하다.

아니, 약하다고 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베히모스와 비교한다면 확실히 약했다.

그렇다면 베히모스보다 상대하기 쉬운 개체일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안 일행에게는, 베히모스보다 발록이 2배 이상 상대하기 까다로운 적일 것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이안 파티의 핵심전력이 소환수들이기 때문이었다.

“훈이, 이번에는 진짜 극도로 집중해야해. 언데드들 전부 다 소환하지 말고, 네가 직접 하나씩 컨트롤 할 수 있는 개체들만 뽑아.”

“왜? 발록의 고유능력 때문에 그러는 거야?”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너도 알잖아, 영혼잠식.”

차원대전 당시, 발록이 까다로웠던 가장 큰 이유는, 힘이 약해진 유저들의 영혼을 잠식하여 마족의 편에서 싸우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바로 발록의 고유능력인 ‘영혼잠식’이었는데, 정확한 영혼잠식 능력의 스팩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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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잠식-

발록이 강력한 마력을 뿜어내어, 일시적으로 범위 내에 있는 허약한 대상의 영혼을 잠식시킨다.

피아 구분 없이 생명력이 5%이하로 떨어진 대상에게 시전 할 수 있으며, 잠식에 성공할 확률은 대상과 발록의 ‘지능’ 능력치에 따라 결정된다.

(발록의 지능 / 대상의 지능 * 100)%

지속시간동안 대상은 발록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게 되며, 모든 공격능력이 30%만큼 강화된다. 또, 발록이 사망할 때 까지 ‘무적’ 상태가 지속된다.

재사용 대기 시간 : 120분

지속 시간 :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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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위가 아주 넓은 것은 아니어서 한 번에 수십의 개체에 시전할 수 있는 능력은 아니었지만, 몸집이 작은 개체의 경우에는 한 번에 다섯~일곱 정도를 잠식시킬 수도 있는 게 바로 이 영혼잠식 능력이었다.

이안의 경우, 만약 카이자르나 카르세우스, 뿍뿍이 등이 이 영혼잠식에 당했다고 생각해 보라!

그 순간 어떻게 해 볼 방법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물론 이안이야 소환수가 잠식당할 가능성이 보이면 칼같이 소환해제를 해서 사전에 그것을 차단해 버릴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컨트롤 능력이 부족한 소환술사들은, 우왕좌왕 하다가 그대로 소환수들을 뺏기고 말 터.

일반적인 소환술사들에게, 발록이란 무조건 피해야만 할 마수였다.

상성이 너무도 좋지 않은 것이다.

머릿속에서 가상으로 전투를 시뮬레이션해 본 이안이, 훈이와 카노엘에게 오더를 내리기 시작했다.

“훈이, 너는 데스 나이트 세 기, 어둠의 술법사 둘. 스켈레톤 메이지 다섯 까지만 운용하자. 아, 아이언골렘도 하나 소환하고.”

“으응? 스켈레톤 워리어들은 소환하지 마? 데스나이트나 어둠의 술법사도 더 소환할 수 있는데?”

훈이의 반문에, 이안이 딱 잘라 말했다.

“네가 컨트롤 가능한 소환수가 딱 거기까지야. 더 소환하면 짐만 될 테니까, 내가 말한 만큼만 소환해. 알겠지?”

“우씨….”

냉정한 이안의 말에, 훈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놀랍게도 이안의 오더는 훈이가 생각하고 있었던 생각과 거의 흡사했던 것이다.

이안은 이어서 카노엘에게도 비슷한 오더를 내렸고, 천천히 던전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카노엘은 별 말 없이 이안의 오더를 수긍했다.

“흐음, 큰 기술 위주로 제어하고… 최대한 안전하게 운용해야겠네.”

카노엘의 말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생명력이 10%이하로 떨어지는 소환수 보이면 과감히 소환해제 하고.”

“알겠어, 형.”

한편, 이안의 뒤를따라 걷던 훈이는, 문득 발끈했다.

“그런데 형은 왜 전부 다 소환하고 다녀?”

이안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난 전부 다. 100% 제어할 수 있거든.”

“….”

할 말이 없에 만드는 이안!

그리고 이안 일행은, 머지않아 ‘잊혀 진 영혼의 무덤’ 던전의 첫 번째 마수를 만날 수 있었다.

게다가 놀랍게도, 처음부터 등장한 마수는 발록이었다.

훈이와 카노엘은 적잖이 당황했다.

“헐, 뭐야? 여긴 처음부터 발록이 나오는 거야?”

“사령의 탑처럼 다른 마수들 사냥하다 보면 마지막에 보스처럼 등장하는 그런 구도일 줄 알았는데…!”

그러나 이안은 전혀 놀란 표정이 아니었다.

아주 오래 전, 마왕 레카르도로부터 이 잊혀진 영혼의 무덤에 대한 설명을 간단하게나마 들었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은… 발록이 서식하는 군락이라고 보면 된다네.]

[구, 군락이라고요?]

[그러니까 쉽게 도전하지 말라는 거지. 그 곳은 마왕조차도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발을 들일 만한 곳이 아니니까 말일세. 물론 하위 마왕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지말 말이야.]

[그…정도라니.]

그리고 그 당시, 이안은 레카르도로부터 의미심장한 말도 하나 전해 들었었다.

[그리고 그 가장 깊숙한 심처엔…. 아, 아니지. 어차피 그에 대해서는 얘기해 줘도 의미가 없겠군. 어차피 ‘그 곳’ 까지 도달할 수 있을 리가 없을 테니 말이야.]

그 얘기에 대해서는, 이안이 아무리 귀찮게 굴어도 알려주지 않던 레카르도였다.

그렇기에 당시에는 포기했었으나, 지금까지도 잊고 있지는 않았다.

‘일단 발록의 심장부터 얻고… 그 심처라는 곳에는 다음에 다시 들어와 보던가 해야지. 지금은 시간이 부족하니까….’

걸음을 옮기던 이안이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뒤따라오던 훈이와 카노엘을 멈춰 세웠다.

“기다려. 아마 놈은 혼자가 아닐 거야.”

훈이가 헛바람을 들이키며 되묻는다.

“뭐…? 그럼 전설등급의 마수가 진짜 일반 몬스터처럼 젠 된다는 얘기야?”

잘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발록이 혼자 있을 때 기습해야 더 유리한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인스턴트 던전 안에서는, 몬스터와 던전을 치르던 중 주변에서 다른 몬스터가 생성되는 것 만큼 치명적인 상황이 없었다.

진형부터 시작해서 모든 전투양상이 전부다 꼬이게 되어버리는 것이니까.

그렇기에 이안 일행은 숨죽여 기다렸고, 곧 지켜보던 발록 주변에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후우웅- 후웅-!

낮은 공명음과 함께 서서히 피어오르는 붉은 운무(雲霧).

그리고 잠시 후.

나타난 발록들의 숫자에, 이안조차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 (5). 잊혀진 영혼의 무덤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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