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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40화 (362/1,027)

< (4). 정복전쟁의 서막 -1 >

우르릉-!

베히모스가 쓰러짐과 동시에,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나듯 던전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생기를 잃어가는 베히모스의 사체를 보며, 이안 일행은 멍 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기쁘지 않아서는 당연히 아니었다.

결국 이 지옥 같은 레이드를 성공한 것에 대한 격동에 가까운 기쁨이 내면에서 솟아나고 있었지만, 문제는 기뻐할 힘조차 없다는 것이었다.

훈이가 멍한 표정으로, 나직히 중얼거렸다.

“드디어… 끝났어….”

사실 일반적인 파티였다면, 오래전에 포기하고도 남았을, 그런 레이드였다.

길어야 한 시간 정도 트라이하다가 빠졌어야 정상인 것이다.

한 시간에 걸쳐 총 공세를 퍼부었음에도 마수의 생명력이 5%가 채 빠지지 않았다면, 포기하거나 인원을 충원해 오는 게 당연한 수순!

하지만 이 파티의 리더(?)는 역시 제정신이 아니었고, 결국 단 한 번의 트라이로 이 미친 난이도의 레이드를 성공시켰다.

털썩-

카노엘과 훈이가 동시에 자리에 주저앉았다.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온 몸에 힘이 풀려버렸고, 힘없는 다리로는 격렬하게 흔들리는 던전의 진동을 버틸 재간이 없었다.

“니들 왜 주저앉고 그래. 아이템이나 얼른 확인해 보라고.”

지치지도 않았는지 성큼성큼 베히모스의 사체를 향해 다가가는 이안!

사실 이안이라고 지치지 않았겠는가.

그저 아이템을 향한 무한한 열망이 만들어낸 정신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카노엘이 혀를 내둘렀다.

“저 형은, 사람이 아닌 게 분명해….”

“그걸 이제 알았어 노엘형?”

“….”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누던 어차피 관심 없는 이안은, 히죽 웃으며 베히모스의 사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안의 관심사는 오로지 베히모스가 드랍할 아이템에 있었다.

‘그래도 한 번에 성공한 건 진짜 기적이었어. 두세 번 트라이할 각오는 하고 시작한 거였는데….’

첫 트라이에서는 공격패턴과 공략을 파악한 뒤, 두 번째나 세 번째 트라이에서 공략을 성공시킬 계획이었었는데, 얼떨결에 한 번에 클리어된 것.

이안의 이런 계획을 미리 알았더라면, 카노엘과 훈이는 거품을 물고 쓰러졌으리라.

‘놈이 조금만 더 똑똑했어도 한 번에 성공하지는 못했을 거야.’

이안의 손이 베히모스의 사체에 닿자, 전리품 획득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베히모스의 가죽 x5’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잊혀진 마수의 어금니’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흉마의 분노’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상급 마정석’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진동파 능력석’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

:

밀려오는 졸음을 참으며, 반쯤 감긴 눈으로 획득한 아이템 목록을 확인하던 이안의 두 눈이, 순간 휘둥그레졌다.

‘능력석? 능력석이라고?!’

이안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빠르게 인벤토리를 열어 아이템 정보 창을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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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동파’ 능력석 -

등급 : 전설

분류 : 잡화

전설의 마수 베히모스의 고유능력인, ‘진동파’의 능력이 담긴 능력석이다.

마수 연성시 이 능력석을 함께 연성한다면, 탄생할 마수에게 ‘진동파’ 고유능력이 높은 확률로 부여될 것이다.

* 마수 연성은 ‘소환마’ 클래스에 한해, 마계 107구역에 있는 세르비안의 연구소에서 의뢰할 수 있습니다.

* 마수 연성에 실패할 시, 능력석 아이템은 사라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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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능력석의 아이템 정보창을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정보를 알 수 있었다.

‘마수연성술사가 아니라도 마수 연성 이라는 컨텐츠를 쓸 수는 있는 거였구나. 하긴… 이렇게 좋은 컨텐츠를 만들어놓고, 극 소수 유저들만 쓸 수 있게 하는 건 개발사 측에서 손해가 막심하지.’

이안은 마수 연성이 자신만의 컨텐츠가 아니었다는 것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이 들었으나, 곧 아쉬워할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장비를 제작하는 것은 대장장이만의 전유물이었으나, 일반 유저들도 제작을 맡길 수는 있지 않은가?

이 마수연성 이라는 컨텐츠도 그런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듯 싶었다.

‘가만, 그런데 이거… 이제 다른 소환술사 유저들도 마수 연성을 할 수 있게 되면, 연성에 필요한 재료들의 수요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는 거잖아?’

이안은 가장 먼저 자신의 마력광산이 떠올랐다.

마력광산에서 생산되는 주요 광물 중 하나가 바로, 마수 연성의 확률을 높여주는 마령석이었고, 낮은 확률이기는 하지만 능력석과 같은 고급 광물도 드랍 된다.

이안 자신이 아니면 쓸 일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 보다, 이 광물들의 가치가 무한정으로 치솟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 유저들이 마수연성을 의뢰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마수 연성술사만의 매리트가 분명히 많을 거야. 마수 분해술 같은 스킬은 세르비안을 통해서도 못 하게 만들어놨다거나….’

이안의 짐작은 거의 맞았다.

아직 ‘세르비안의 연구소’ 퀘스트를 클리어한 이가 이안 뿐 이었기에 컨텐츠가 오픈되지는 않았지만, 추후에 오픈된다고 하더라도 마수 연성술사의 모든 스킬을 세르비안에게 의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

애초에 세르비안의 연구소 퀘스트는, 최초 클리어 유저에게 마수 연성술사라는 히든직업을 부여해주고, 이후 클리어한 유저들에게는 연구소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주는 퀘스트였던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일반 유저들이 세르비안의 연구소를 통해 마수 연성을 하려면, 세르비안에게 제법 큰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안의 머릿속에 듬직하기 그지없는(?) 드워프의 모습이 떠올랐다.

“흐흣, 한은 열심히 일하고 있겠지?”

이안의 입에서 뜬금없는 중얼거림이 튀어나오자 카노엘을 의아한 표정이 되었고, 훈이는 본능적으로 움찔했다.

‘한’ 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자동으로 노가다 왕 드워프가 떠오른 탓이었다.

“형 갑자기 그 이상한 드워프 이름은 왜 꺼내는데?”

“흐흐, 그럴 일이 있어.”

이안이 혼자 망상에 빠져있는 동안, 훈이와 카노엘 또한 베히모스를 사냥하고 얻은 전리품을 전부 회수했다.

세 사람 모두 각각 하나씩의 전설등급 장비도 획득했고, 특히 훈이는 베히모스의 가죽을 총 13피스나 얻어서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이안과 카노엘이 자신의 몫을 전부 넘겨줬기 때문이었다.

“히히, 고마워 형들. 이 정도 양이면 완드 최상옵 띄울 때 까지 제작 계속 돌려볼 수 있겠어.”

이안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운으로 최상옵이 뜨겠냐. 가죽 한 30피스 더 있어도 힘들 것 같은데.”

“….”

어쨌든 레이드를 무사히 마친 이안 일행은, 어둠 속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직 회수해야 할 물건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베히모스의 알! 그걸 빼놓을 수 없지.’

훈이의 몫까지 꿀꺽 하기 위해, 이미 사전작업(?)은 충분히 해 놓은 상태였다.

이안이 베히모스의 사체에서 획득한 아이템 중, 전설 등급의 제작 재료 아이템인 ‘잊혀진 마수의 어금니’와, 전설 등급의 판금투구인 ‘흉마의 분노’ 아이템까지 훈이에게 바로 넘긴 것.

이안은 함지박만한 미소를 만면에 띠운 채, 서둘러 베히모스의 알을 찾아 어둠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빛줄기 덕에, 베히모스의 알들을 찾아내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크으, 내 소중한 아가들!”

훈이가 옆에서 오바이트를 하는 시늉을 했지만, 이안은 마냥 좋을 뿐이었다.

그리고 아이템 획득 메시지가 떠오르는 순간.

띠링-

[‘베히모스의 알’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이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역시…! 베히모스의 알이 맞았어!”

정확한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할 때 까지, 이안은 안심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이안은 뭔가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어, 그런데… 이 녀석은 왜 푸른 빛이 흘러나오지?”

이안은 손에 들려있는 베히모스의 알을 다시 뚫어져라 응시했다.

흑백이었던 카카의 시야를 통해서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          *          *

끼아아오오-!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중부대륙의 하늘.

누런 모래알이 끝없이 깔려 있는 사막과 대비되어 더욱 파랗게 보이는 하늘에, 새카만 그림자들이 솟아올랐다.

그들은 바로, 사막의 창공을 지배하는 포식자들인 ‘와이번’들.

로터스 길드와 펠라로스 길드의 영지전을 중계하던 중계진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아! 이게 뭡니까?! 와이번이에요! 지금 로터스 진영에서 와이번이 떠오르고 있어요!]

[그렇습니다! 아직 멀어서 정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저 실루엣은 와이번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와이번들의 위에 판금갑옷으로 중무장한 기사들이 하나씩 타고 있어요.]

[아~ 그렇습니다! 와이번 나이트에요! 로터스 길드에서 와이번 나이트를 생산하고 있었어요!]

[한 두 기도 아닙니다! 하나 둘 셋… 한 눈에 보아도 이십 기는 넘어 보여요! 이거 엄청납니다!]

주말이 끝난 월요일.

그러니까 바로 어제부터.

로터스 길드는 중부대륙 거의 전역에 걸쳐 있는 영지에 차례대로 영지전을 선포했다.

그리고 이것은 역대 카일란의 어떤 길드도 감히 행하지 못했던 엄청난 행보였다.

카일란 초기부터 차원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단 한번도 랭킹1위를 놓쳐본 일이 없던 다크루나길드조차도, 한번에 세 개 이상의 길드에 영지전을 선포한 적은 없었던 것이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일반 유저들은 로터스 길드의 행보에 열광하기 시작헀다.

- 로터스 길드가 드디어 미친 게 분명하다고! 아무리 자신이 있어도 그렇지, 어떻게 한 번에 12개 길드에 동시 선전포고를 하는 거야?

- 아니 솔직히 이건, 자신감을 넘어서 만용이지. 어중이 떠중이 길드들에 선전포고를 한 것도 아니고, 상위랭크부터 차례대로 12개 영지에 영지전을 걸었다니까? 혹시 길드마스터가 게임 접기 전에 제대로 테러 한 건 아닐까?

- 왜? 길드 한 번 엿 돼보라고?

- ㅇㅇ그런 거지. 충분히 가능성 있지 않냐?

- … 쟤 의견도 허황되기는 마찬가지지만, 사실 로터스 길드가 한 미친짓이나, 쟤 의견이나 둘 다 비현실적인 건 사실이라… 뭐가 더 허황되다고 말하기도 애매하네.

- 그러니까 말이야.

심지어는 로터스 길드 수뇌부에서 분열이 일어나서, 일부러 길드를 망하게 하려고 누군가 테러를 한 것일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나돌기 시작했다.

그만큼 로터스 길드의 선전포고는 상식의 틀 자체를 부숴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첫 영지전이 발발한 화요일 정오.

바로 지금 이 순간.

이글이글 타오르는 뙤약볕 속에서도, 유저들은 로터스 길드의 행보를 직관하기 위해 중부대륙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영지전이 시작되자마자, 유저들은 열광할 수 밖에 없었다.

수많은 전문가들과 유저들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중부대륙의 상공에 무려 와이번 나이트들이 등장한 것이다.

햇빛이 반사되어 번쩍이는 판금갑주에는, 로터스 길드의 상징이자 대표문양인, 그리핀.

이안의 마스코트 소환수 중 하나인 ‘핀’이 멋들어지게 수놓아져 있었다.

게다가 당연한 얘기겠지만, 와이번 나이트들은 시작에 불과했다.

파이로 영지의 성문이 열리며, 어마어마한 로터스 길드의 병력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기본 보병부터 시작해서 말을 탄 기사들, 거대한 스톤 골렘들과 공성병기까지.

거기에 원거리 광역기를 구사하는 마법병단까지 제대로 갖춰진 로터스 길드군의 위용은 어마어마했다.

그러다 보니, 로터스 길드의 병력이 펠라로스 영지에 가까워질수록, 그에 비례해 중계진의 흥분도도 높아져 갔다.

[역시 로터스 길드에는 믿는 구석이 있었던 거였어요!]

[와이번 나이트라니! 누가 상상이나 했습니까? 무려 영지병영을 4티어까지 올려야 생산이 가능한 게 바로 와이번 나이트에요!]

[그렇습니다! 제가 알기로 와이번 나이트가 공식카페에 알려진지도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이 와이번 나이트는, 한 기 육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두 달이에요. 그런데 지금 로터스 길드에서는, 그 와이번 나이트를 무려 이십 기 넘게 보유하고 있어요!]

[이게 의미하는 바가 뭘까요?]

[로터스 길드에서는 못해도 서너 달 전부터, 오늘을 준비해왔다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드디어 칼을 뽑아 든 거죠. 이안이 없어도 ‘우리가 이 정도다’ 라는 걸 보여주는 거예요!]

그야말로 광란의 현장.

영지전을 중계하던 페이지의 게시판은 전부 난리가 났으며, 원래 관심이 없던 유저들까지 영지전을 보기 위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반 년이 넘게 준비되어 온 로터스 영지의 정복전쟁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 (4). 정복전쟁의 서막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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