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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39화 (361/1,027)

< (3). 사령의 탑 -3 >

*          *          *

이안의 뇌리를 번개같이 스치고 지나가는 기억.

그리고 그 속의 물건은 바로….

‘알 수 없는 마수의 알! 그거 였어…! 왠지 낯익다 헀더니….’

이안은 다시 한 번 영상 속의 물체들을 유심히 살폈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그 물체들은 이안의 기억 속에 있는 ‘알 수 없는 마수의 알’ 과 너무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안이 복잡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저거… 베히모스의 알이야.”

“응…?”

“베히모스의 알이라고. 녀석이 자기 알을 지키고 있는 거야.”

이안의 말에, 훈이가 반문했다.

“나도 정황상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걸 어떻게 확신해? 알이라기에는 좀 생김새가 특이하잖아?”

카노엘 또한 궁금하다는 듯 한 표정으로 이안을 쳐다보았고, 이안은 자신이 확신하는 이유에 대해 짧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훈이가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그럼 형, 그 그리퍼라는 NPC한테 무려 베히모스의 알을 조공 한 거야?”

이안의 표정이 구겨졌다.

“시끄러 인마. 그렇지 않아도 배가 아프던 참이니까 말이야.”

옆에 있던 카노엘이 말했다.

“에이 그래도 형. 그 알을 조공한 덕분에 그 사기적인 차원의 문을 열 수 있게 된 건데… 이 정도면 딱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것 같은데 난?”

이안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노엘의 말도 맞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그 때 얻은 차원마력 충전기가 아니었더라면, 아직까지 차원의 구슬은 애물단지로 남아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원래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법.

‘그래도 아까운 건 어쩔 수 없단 말이지.’

입맛을 다신 이안의 시선이, 다시 영상 속의 베히모스의 알로 추정되는 물건으로 향했다.

“이렇게 된 이상…!”

이안이 입을 열자, 카노엘과 훈이의 시선이 자동으로 그의 입을 향했다.

“저 알을 어떻게든 손에 넣어야 겠어.”

훈이와 카노엘 또한 초롱초롱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작전을 잘 짜보자고. 무려 베히모스의 알이잖아?”

“그러니까. 나도 갑자기 전설등급 마수 한 마리 키워보고 싶어졌어.”

이안은 의욕이 더욱 샘솟는 것을 느꼈다.

아마 세 개의 알 중, 두 개 정도는 자신의 몫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소환술사인 카노엘에게는 한 개를 줘야겠지만, 훈이의 몫 까지는 이안 자신이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공짜로 낼름 할 생각은 아니었다.

훈이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부탁을 들어주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심지어 베히모스는 일반적인 전설등급도 아니야. 마왕조차도 아직 포획한 전례가 없다는 엄청난 녀석….’

이안은 이 베히모스라면, 최강의 마수 연성을 위한 본체로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대륙의 동쪽 끝.

그리고 그 황무지에 홀로 우뚝 솟아 있는 높다란 탑.

‘차원의 마탑’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 탑의 뒤편을, 노인 하나가 한가로이 거닐고 있었다.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산보를 하던 노인은, 문득 귓불을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음, 왜 갑자기 귀가 간지러운 것 같지?”

물론 노인의 정체는 차원의 마도사 그리퍼.

그리퍼는 최근 들어, 무척이나 평화롭고 여유 넘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마계의 침략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지만, 차원전쟁이 끝나고 나자 평화로워진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흡족한 것은, 인간계의 다섯 신들이 더 이상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요즘은, 마탑 뒤편의 황무지를 개간하여, 넓고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는 중이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욕심이 큰 나머지 정원을 너무 넓게 만들었다는 점.

그리퍼는, 과장을 조금(?) 섞으면 지평선이 보이는, 자신의 정원을 둘러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제자라도 하나 들여야 하나….”

제자라는 이름의 노예(?)로 어떤 인재상이 좋을지 잠시 고민을 하던 그리퍼는, 익숙한 울음소리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푸르릉-!

“오오, 녀석. 오늘은 어디를 다녀온 게냐. 표정을 보아하니 배불리 식사를 한 모양인데… 인간을 해친 것은 아니겠지?”

푸릉- 푸르릉-!

하늘을 가득히 뒤덮은 거대한 그림자.

그리퍼는 그 커다란 그림자를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베히모스는 무척이나 강력했다.

400이 넘는 어마어마한 레벨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단순이 레벨로 환산할 수 있는 그런 강력함이 아니었다.

‘이렇게 무식한 마수는 처음이야.’

이안은 아무리 공격을 퍼부어도 멀쩡한 베히모스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필드에 널려있는 일반적인 마수들을 상대할 때, 이안의 평균 DPS(Damage Per Second)는 거의 100만에 육박했다.

소환수들이 입힌 피해량까지 전부 이안의 DPS로 계산되니, 이런 어마어마한 수치가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베히모스를 상대하는 동안 책정된 이안의 평균 DPS는 고작 10만 언저리에 불과헀다.

베히모스를 상대로는 평소 딜량의 10%남짓 밖에 나오지 않는 것.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방어력과 저항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몸빵이 어마어마한 만큼, 녀석의 공격력이 떨어지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꼬리치기에 정통으로 직격된 빡빡이가, 단 한 방에 절반이 넘는 생명력이 닳았을 정도이니 공격력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이안은 이제야 깜빡거리기 시작한 베히모스의 생명력 게이지를 확인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휴우, 거의 하루 종일 때렸는데 이제 최대생명력의 절반 정도를 깎았다니.’

물론 베히모스의 공격패턴을 파악하느라 세 시간 이상을 날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나마도 이만큼 베히모스의 생명력을 깎아낼 수 있었던 것은, 녀석의 AI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멍청했기 때문이었다.

베히모스는 무지막지한 탱킹능력과 공격력을 가진 대신, 굼뱅이처럼 느리고 멍청했다.

그것이 녀석의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카르세우스, 브레스 준비!”

“알겠다, 주인.”

본체로 현신한 카르세우스가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입김을 빨아들였다.

그리고 어둠 속을 향해 고개를 돌린 카르세우스는, 입을 쩍 벌렸다.

그러자 베히모스가 곧바로 그에 반응헀다.

쿵- 쿵- 쿠쿵-!

거구를 움직여, 서둘러 카르세우스의 앞을 막아서는 베히모스.

그리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 넓은 범위의 브레스가 베히모스의 온 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언뜻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이였지만, 당연히 베히모스의 움직임에는 이유가 있었다.

어둠 속에 숨겨져 있는 자신의 ‘알’을 브레스로부터 지키려는 움직임이었던 것이다.

[소환수 ‘카르세우스’가 고유능력 브레스를 발동합니다.]

[전설의 마수 ‘베히모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베히모스’의 생명력이 137898만큼 감소합니다.]

[‘베히모스’의 생명력이 98997만큼 감소합니다.]

[‘베히모스’의 생명력이 108982만큼 감소합니다.]

:

:

순간적으로 뭉텅이가 깎여 나가는 베히모스의 생명력.

카르세우스의 브레스에 직격당한 것 치고는 말도 안 되게 피해가 적은 베히모스였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한 번에 5%정도의 생명력이 빠져나간 것이다.

쿠어어어어-!!

브레스에 맞은 것이 분한지, 베히모스는 괴성을 질러 대었다.

붉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부라리는 것을 보니,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 다음에 이어질 베히모스의 공격패턴을, 이안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모두 뒤쪽으로 물러나! 3초 뒤 진동파!”

아예 고유능력 발동에 걸리는 시간까지 정확히 꿰고 있는 이안.

이안의 외침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모든 소환수와 언데드가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난다.

그리고 소환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마자, 그 위에 베히모스의 거대한 앞발이 쿵 하고 떨어져 내렸다.

쿵- 쿵- 쿠쿠쿵-!

베히모스의 앞발이 찍힌 위치를 중심으로, 붉은 마기의 파동이 빠르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마기의 파동은, 정확히 소환수들이 물러난 지점 바로 앞 까지 퍼져나가더니 소멸되는 것이 아닌가!

“좋았어! 그대로 뛰어들어!”

사실 이 진동파라는 베히모스의 광역기는,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진 광역 파괴기술이었다.

라이처럼 탱킹력이 약한 개체는 스치기만 해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어마어마한 광역 공격기.

하지만 이 어마어마한 공격기에, 이안 일행은 스켈레톤 한 마리조차도 잃지 않았다.

쿵- 쿵-

약이 오를 대로 오른 베히모스가 콧김을 뿜어 대며 이안 일행을 향해 마주 달려든다.

그리고 그에 따른 이안의 오더가 다시 이어졌다.

“탱커들 전부 뒤로 빠지고, 공격조 앞으로!”

이어질 베히모스의 공격은, 바로 꼬리치기.

이제 잠시 후, 베히모스가 거대한 몸을 뒤틀며 집채만한 꼬리를 휘둘러댈 것이다.

그런데 왜 탱커들을 뒤로 뺐느냐?

그 이유는 간단했다.

베히모스의 꼬리치기는 거대한 덩치 때문인지 느릿한 편이었고, 민첩성이 어느 정도만 된다면 전부 피해낼 수 있는 공격이기 때문이었다.

괜히 몸이 굼뜬 탱커들이 앞에서 꼬리치기를 맞아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꼬리치기는 느리긴 했지만 그 공격력이 대단해서, 아무리 탱킹능력이 뛰어난 개체라고 해도 순식간에 녹아버릴 위험도 있었다.

쾅- 쾅- 콰쾅-!

베히모스의 꼬리가 휘둘릴 때 마다, 던전 바닥으로부터 굉음이 울려 퍼졌다.

딜러들은 빠르게 베히모스의 꼬리를 피해내며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고, 이안 또한 어느새 정령왕의 심판을 고쳐 잡고 베히모스의 거구 위로 뛰어올라 있었다.

퍽- 퍼퍽-!

정령왕의 심판을 거꾸로 틀어 쥔 채, 베히모스의 등가죽에 쉴 새 없이 창극을 틀어박는 이안.

하지만 이안은, 베히모스에게 공격을 성공시키는 것 보다 전체적인 파티의 움직임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몰아치는 한 번의 공격으로 잡아낼 수 있는 녀석이 아니다보니, 당장에 피해를 더 입히는 것 보다 최소한의 피해로 페이즈를 넘기는 것이 훨씬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훈이, 좀 더 과감하게 들어오고, 노엘이는 이제 빠져!”

꼬리를 미처 피하지 못한 훈이의 언데드들이 부서지는 게 보였지만, 이 정도의 피해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었다.

훈이의 언데드는 시간만 지나면 금방 복구되는 병력이었으니까.

이안은 초 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베히모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면밀히 살폈다.

그리고 페이즈가 지속되는 시간을 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제 30초… 20초… 10… 9… 8….’

꼬리치기 다음에 이어질 베히모스의 공격은, 모든 페이즈 중에 가장 위험한 구간이었다.

정확한 고유능력의 명칭은 알 수 없었지만, 맵 전체에 회오리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며, 그 안에 마기와 바윗덩이가 부서져 날리는 광역 공격기.

이 고유능력은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으며, 막아낼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무조건 힐과 쉴드를 사용해 버텨내야 하는 구간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이안 일행이 이 도트광역기를 지금까지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는, 공격 타입이 ‘도트’이기 때문이었다.

한번에 큰 피해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잘게 쪼개진 피해가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타입이다보니, 뿍뿍이의 심연의 가호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이안은, 반복되는 베히모스의 공격패턴 속에서 완벽히 파티를 통제하며, 조금씩 지속적으로 베히모스의 생명력을 갉아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베히모스의 생명력이 깎여나가는 것을 보면 다시 힘이 났다.

열 시간이 지나고 열 다섯 시간이 지나자, 이제는 거의 무아지경 속에서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이안의 파티.

그렇게 전투가 시작한 뒤 얼마의 지났는지도 잊어버렸을 즈음.

크아아오오!!

거대한 산과 같았던 베히모스의 거구가, 드디어 던전의 바닥에 무너져 내렸다.

쿵-

< (3). 사령의 탑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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