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334화 (356/1,027)

< (2). 뜻밖의 재회 -1 >

원래 이안은, 마신의 신전을 들러 훈이의 퀘스트를 도와준 뒤, 곧바로 발록을 잡기 위해 15구역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예상 밖의 일이 생기는 바람에 계획이 틀어졌다.

‘이런 퀘스트를 얻을 줄은 몰랐으니….’

훈이 덕에 대신관 샤를론으로부터 받게 된 히든 연계 퀘스트가 바로 그 이유.

이안 일행은 퀘스트에 필요한 세 가지 재료 중, 발록의 심장을 제외하면 어떤 마수를 사냥해야 얻을 수 있는 물건인지 알지 못했다.

이안 일행에게 주어진 단서는, 모든 재료가 전설 등급의 마수에게서 얻을 수 있는 재료들이라는 것 뿐.

그래서 재료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오랜만에 들릴 곳이 있었다.

훈이가 이안을 향해 툴툴거렸다.

“아니, 그거랑 107구역에 가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다 상관이 있어 인마. 잠자코 따라오기나 해.”

이안이 107구역으로 가는 이유는, 당연히 세르비안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이안이 아는 그 누구보다 마수에 대한 지식이 박식한 이가 바로 세르비안이었고, 그라면 분명 이 재료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것이었다.

위이잉-

이안의 차원의 구슬이 작동하자, 단번에 107구역에 있는 세르비안의 연구소 앞으로 게이트가 열린다.

그 모양을 본 훈이가 부러운 눈으로 중얼거렸다.

“대체 이런 아티펙트는 어디서 얻은 거야?”

이안은 대답 대신 피식 웃어 보이며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고, 훈이와 카노엘이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

그리고 다행이도, 세르비안은 연구소 안에 있었다.

“오, 나의 수제자 이안이 아닌가!”

“오랜만입니다, 세르비안님. 그간 별 일 없었죠?”

“그럼, 나야 별 일 있겠는가. 그래, 마수 연성술의 숙련도는 많이 올렸고?”

이안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이제 최고의 마수를 만들어내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거든요.”

“그렇다는 얘기는… 최소 9레벨을 넘어 10레벨 이상을 완성했다는…?!”

이안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직은 9레벨입니다. 뭐 며칠 있으면 10레벨 찍을 것 같긴 하지만요.”

“오오….”

마수연성술의 9레벨이 가지는 의미는, 생각보다 컸다.

9레벨부터는 모든 등급의 마수를 연성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었다.

물론 최고의 재료를 가지고 최강의 마수를 연성해 내기 위해서는, 10레벨에서도 MAX까지 숙련도를 올려야 할 것이었지만 말이다.

세르비안이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이안을 바라보았다.

“내가 못 다한 마수연성의 꿈을, 자네가 꼭 이뤄주길 바라네.”

이안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세르비안님이 직접 하셔도 되잖아요?”

“아니야. 나는 이제 불가능해. 신화등급의 마수를 연성해 내는 것은… 뛰어난 연성술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거든.”

“그럼…?”

“그건 차차 알게 될 것일세.”

뭔가 있음을 직감한 이안이 묘한 표정을 짓자, 세르비안이 피식 웃으며 한 마디 덧붙였다.

“하지만 걱정할 건 없다네. 자네라면 분명히 해 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더 물어봐도 알려줄 것 같지 않자, 이안은 그에 대해 묻는 것을 관두었다.

조금 찝찝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당장 해결해야 하는 더 시급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었다.

일단 지금 퀘스트를 모두 클리어 한 뒤, 다시 물어보면 될 일이었다.

“그나저나 세르비안님, 제가 여쭙고 싶은 게 좀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세르비안이 흔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궁금한 게 뭔가?”

이안은 세르비안에게 퀘스트의 내용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고, 그 뒤에서 훈이와 카노엘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카노엘이 조심스레 훈이에게 물었다.

“훈아.”

“응?”

“넌 혹시 이안 형 실제로 만난 적 있어?”

그 말에 훈이가 고개를 저으며 되물었다.

“아니, 없어.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지금 좀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음…?”

카노엘이 침을 한 차례 꿀꺽 삼킨 뒤 말을 이었다.

“저 형이 알고보니 유저가 아니라, 원래부터 이 카일란에 있었던 NPC였던 건 아닐까 하는…?”

카노엘의 무서운(?) 가설에, 훈이의 두 눈이 순식간에 커졌다.

“그, 그런…!”

카노엘이 더욱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럴싸하지 않냐? 지금 저 봐. 마족 NPC랑 거의 불알친구 급으로 친해 보이는 거 보이지?”

훈이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러고 보니…!”

훈이의 뇌리에, 문득 짜리몽땅한 광산 드워프 하나가 생각났다.

‘그 우르크 한인지 뭔지 하는 그 드워프랑도 저렇게 친해 보였어…!’

훈이가 이안을 응시하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우리보다 저 마족이랑 더 친한 것 같은데…?”

*          *          *

띠링-

[‘노블레스 얀쿤의 시험 Ⅱ’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클리어 등급 : E]

[클리어 등급이 매우 낮은 관계로, 획득 경험치와 금화가 95%만큼 감소합니다.]

[노블레스 마족 ‘얀쿤’과의 친밀도가 20만큼 하락합니다.]

“으… 으으….”

길드 퀘스트고 나발이고, 마틴은 지금 눈 앞에 있는 노블레스 마족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세 번의 실패 끝에 겨우 완수한 두 번째 연계 퀘스트가, 무려E등급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E등급이라는 클리어등급은, 이제껏 존재하는지조차 몰랐을 정도로 받기 힘든(?) 등급.

분노를 꾹 꾹 눌러 참고 있는 마틴을 내려다보며, 얀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답이 없군, 답이 없어. 어찌 이리도 무능하단 말인가. 도저히 우리 혼돈의 도시에 길드등록을 해 줄 마음이 생기질 않는군!”

얀쿤의 말에, 마틴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어마어마한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었다.

‘뭐 이 따위 NPC가 다 있어…?’

마틴은 흥분을 겨우 가라앉힌 채, 얀쿤을 올려다 보았다.

어찌 되었든, 임무를 완수했으니 얻어낼 건 얻어야 하지 않겠는가?

‘제발 다음 연계 퀘스트는 없어야 할 텐데….’

마틴은 속으로 간절히 빌며 입을 열었다.

연계 퀘스트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건, 카일란을 하면서 처음인 것 같았다.

“어쨌든… 임무를 완수하지 않았습니까, 얀쿤님.”

얀쿤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건 그렇지.”

“그럼 … 이제 길드 등록을 허가해 주시는 겁니까?”

가늘게 떨리는 마틴의 눈망울!

마틴은 긴장했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전설등급의 무기 상자를 오픈할 때 보다도 더 격렬한 긴장감이었다.

“크흠, 생각 같아서는 돌아가라고 하고 싶지만, 저번에 그랬던 것처럼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을 테지?”

다 됐다고 생각한 마틴이 벌떡 일어나며 대답했다.

“저는 길드 등록을 허가해주실 때 까지 절대 돌아갈 수 없습니다!”

얀쿤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을 열어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나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쨌든 룰은 룰이니까.”

마틴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으나, 얀쿤의 다음 말을 듣는 순간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마지막 임무를 알려주겠네.”

“….”

마틴과, 그의 뒤에 서있던 체이스의 신형이 동시에 휘청했다.

‘미친! 세 번째 연계퀘스트라니! 대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퀘스트를 주려고 이러는 거야?’

그래도 ‘마지막 임무’라는 한 마디가, 그나마 마틴의 날뛰는 가슴을 진정시켜주었다.

하지만 역시, 얀쿤은 마틴의 기대(?)를 져 버리지 않았다.

“자네, 혹시 아는가?”

“뭘 말입니까?”

“마계 15구역에 가면, ‘잊혀진 망자의 무덤’이라는 곳이 존재한다네.”

“그, 그렇습니까?”

마틴은 ‘잊혀진 망자의 무덤’이라는 곳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 이름에서부터 무시무시한 냄새가 났고, 그 위치가 무려 마계 15구역이었다.

30구역 대에서 진행된 퀘스트를 하면서도 극한체험을 했는데, 15구역에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웠다.

그리고 이어진 얀쿤의 말에, 마틴은 순간 자리에 주저앉을 뻔 했다.

“잊혀진 망자의 무덤에 가서, 발록의 심장을 꺼내오게.”

*          *          *

우당탕-!

이안이 차원의 구슬을 사용해 오픈한 게이트.

그 밖으로 세 사람이 허겁지겁 뛰쳐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위잉하는 소리가 나며, 게이트가 허공에서 소멸했다.

“휴우,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일 날 뻔 했네.”

“그러니까 형은 그 노인네랑 무슨 말을 그렇게 오래 하는거야?”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였다고.”

“어련하시겠어.”

이안이 세르비안과 떠드는 동안 게이트의 유지시간이 거의 다 지나가 버렸고, 덕분에 세 사람은 다급히 게이트를 향해 뛰어들어야 했던 것이다.

카노엘이 이안을 향해 물었다.

“그래서 형, 재료에 대한 정보는 다 얻은 거야?”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일단 어둠의 보주부터 설명을 해 주자면….”

세르비안은 이안의 짐작대로, 그 재료들을 가진 마수들에 대해 전부 알고 있었다.

“어둠의 보주는 정확히 말하자면, 마수를 사냥했을 때 드랍되는 물건은 아니야.”

“그럼?”

“마계 17구역에 사령의 탑 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 탑 어딘가에 봉인되어 있는 물건이라고 하더라고. 그렇다고 전설등급의 마수와 싸울 필요가 없는 건 아니야.”

“전설등급의 마수가 지키고 있는 건가?”

“그렇지. 베히모스라는 마수가 보주를 지키고 있을 거라는데? 엄청 커다란 황소 같이 생긴 녀석이래.”

그런데 그 때, 이안의 말을 잠자코 듣던 훈이가 순간 반색하며 이안에 물었다.

“형, 베히모스라고?”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반문했다.

“응, 왜?”

그리고 훈이는, 이안의 눈치를 슬슬 보며 다가왔다.

“얘가 또 왜 이러나, 징그럽게…?”

“그 베히모스를 사냥하고 나면 아마 가죽이 드랍 될 거거든?”

“가죽?”

“응, ‘베히모스의 가죽’ 이라는 아이템이 드랍되면 나 주면 안 될까? 그거 그냥 재료 아이템인데… 헤헤….”

이안은 피식 웃었다.

뭔가 낯이 익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훈이의 반응을 본 순간 깨달은 것이다.

베히모스의 가죽은, 최근 흑마법사들 사이에서 최강의 무기로 평가받고 있는 ‘사령의 절대자’라는 완드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재료였던 것.

그것은 흑마법사 전용 퀘스트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알려진 재료 아이템이었고, 베히모스라는 마수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

이안과는 딱히 관련 없는 재료 아이템이었지만, 경매장 가격이 무려 150만골드나 되는 아이템.

이안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얌마, 이 형이 원래 모르는 게 없어.”

“응…?”

“그거 얼마 전까지 경매장 시세 150만 골드도 넘던 재료템인데, 그걸 너 혼자 꿀꺽 하겠다고…?”

훈이는 잠시 움찔 했지만, 곧 삐죽거렸다.

이안에게 가져다 바친 퀘스트들을 생각하자, 다시 배가 아파왔기 때문이었다.

“형 내 덕에 퀘스트도 하나 거저 얻었으면서 그 정도는 좀 줘도 되잖아.”

물론 이안 또한 훈이의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애초에 이안은 자신과 관련된 아이템이 아니면 욕심내지 않는 주의였고, 그동안 훈이에게 털어낸 것을 생각하면 그 정도야 그냥 양도해도 무방한 것이다.

하지만….

“뭐, 너 하는 거 봐서.”

“아, 형…!”

훈이를 놀리는 게 무척이나 재밌었기 때문에, 호락호락하게 준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러다가 심하게 삐질 것 같으면, 사령의 절대자 완드를 그냥 완제품으로 하나 사 주면 해결될 일이었다.

이안은 훈이와 잠시 실랑이를 벌인 뒤, 나머지 하나의 재료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두 번째 재료인 ‘그림자 깃털’은, 어둠의 보주보다 훨씬 얻기 쉬운 아이템이었다.

세르비안의 설명에 의하면, 마계 19구역에 서식한다는 전설등급의 마수인, 샤켈리크 라는 괴조(怪鳥)를 사냥하면 거의 9할 이상으로 드랍되는 재료아이템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재료인 발록의 심장이야, 이미 모두가 짐작하고 있었듯, 발록을 사냥하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이안 일행은 간단하게 정비를 마친 뒤,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일행의 목적지는, 마계 17구역에 있는 ‘사령의 탑’ 이었다.

< (2). 뜻밖의 재회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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