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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33화 (355/1,027)

< (1). 어둠의 소환수 -3 >

*          *          *

마신의 신탁이 내려왔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그것은 연계 퀘스트, 혹은 퀘스트의 최종 보상과 이어질 것이었다.

무려 ‘신’급의 두 존재를 이어주는 퀘스트.

게다가 이미 세 번이나 이어진 연계 퀘스트.

이것 또한 당연한 얘기겠지만, 연계퀘스트는 그 연계가 길어질수록 보상이 커진다.

그리고 이안과 훈이는, 그러한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특히 훈이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대신관 샤를론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신께서 뭐라시던가요?”

샤를론은 종전보다 한결 누그러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마도 신단에 공양한 신물이 마신의 마음에 들은 모양이었다.

“마신께서 기뻐하셨다. 신물을 가져온 그대의 공로를 치하하셨지.”

이전까지는 두 사람을 완전히 무시하던 말투에도, 약간의 존중이 담기기 시작했다.

친밀도가 오른 탓이었다.

샤를론이 품 속에서 붉은 두루마리 양피지를 꺼내었다.

그러자 허공에 떠오른 붉은 양피지가 자연스레 펼쳐지더니, 훈이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양피지는 붉은 빛이 되어 훈이의 심장 속으로 스며들었다.

훈이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여, 추가 보상을 획득합니다.]

[명성치가 10만 만큼 상승합니다.]

[‘마기’ 능력치를 4000 만큼 획득합니다.]

“오오…!”

훈이의 작은 입이 함지박만 하게 찢어졌다.

10만 명성치에 4천마기라는 보상은 퀘스트의 메인보상이라고 하기에도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던 샤를론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추가로 신탁이 있으셨네.”

훈이의 시선이 다시 샤를론을 향했다.

이 말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일 여기서 연계퀘스트가 끝난다고 하면, 전체 퀘스트 완료가 뜨면서 최종 보상을 얻게 될 것이었고, 그렇지 않다면 다음 연계 퀘스트가 뜰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훈이는 여기서 퀘스트가 끝나기 보다는 다음 연계 퀘스트를 바라고 있었다.

여기서 퀘스트가 끝나는 것이 안전하기는 하겠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연계가 더 늘어나면 보상이 그에 비례해 커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처음에는 ‘초급 어둠소환술 스킬북’ 이라고 쓰여 있었던 전체 퀘스트의 보상 중 하나가, 세 번째 연계 퀘스트를 마치자 ‘중급 어둠소환술 스킬북’으로 상향조정 된 것.

그리고 훈이가 바라던 대로, 샤를론은 다음 연계 퀘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었다.

“어둠의 신께서 데이드몬님과 맺은 맹약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것을 위해서 몇 가지 물건이 필요하다고 하시는군.”

훈이가 신이 나서 대답했다.

“그 물건이 어떤 것입니까?”

“그 물건은 총 세 가지 인데….”

샤를론이 말 끝을 흐리며, 훈이의 앞에 작은 보조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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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완료 조건-

어둠의 보주 - (0/1)

그림자 깃털 - (0/7)

발록의 심장 -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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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을 읽어 내려가던 훈이의 눈이 살짝 커졌다.

어둠의 보주와 그림자 깃털이 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발록의 심장이라는 물건은 그 이름만으로도 어떤 물건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훈이의 놀라는 표정을 본 샤를론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놀랄 만도 하지. 저 물건들은 모두 강력한 전설등급의 마수를 사냥해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니까.”

하지만 잠시 놀랐을 뿐, 훈이는 다시 자신감어린 표정이 되었다.

전설등급의 마수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사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믿어주십시오, 대신관님. 꼭 저 재료들을 얻어 돌아오겠습니다.”

샤를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 그래야만 하네. 데이드몬님의 기대가 크니까 말일세.”

훈이가 고개를 숙여 보이며 힘차게 말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런데 그 때.

돌아서려던 훈이를, 샤를론이 불러세웠다.

“잠깐, 아직 내 얘기는 끝나지 않았네.”

“예…?”

훈이는 의아한 표정이 되어 샤를론을 쳐다보았고, 샤를론은 시선을 돌려 이안을 응시했다.

그리고 훈이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뭐, 뭐지? 저 녀석이 왜 또 이안형을 쳐다보는 거야?’

어디선가 본 듯한 저 느끼한 표정.

그리고 훈이의 불길한 예감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마신 데이드몬님께서는, 자네도 이 임무를 함께 해 주셨으면 하더군.”

그에 별 생각 없이 퀘스트의 진행을 지켜보던 이안이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응…?”

“그대에게도 같은 임무가 주어졌다는 말이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순간, 이안보다도 더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훈이었다.

“에엑…?”

이것은 정말 상상치도 못했던 전개!

하지만 훈이가 놀라던 말던, 샤를론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어떤가, 이안. 마신께서 내리신 임무를 한번 수행해 보겠는가?”

이안의 의중을 묻는 샤를론.

그것은 사실 의미 없는 것이었다.

이안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까.

이안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마신께서 내리신 임무를 어찌 마다하겠습니까!”

이안은 말투마저 순식간에 공대로 바꾸었다.

그야말로 한 치 망설임 없는 태세전환!

그리고 샤를론 또한 더욱 흡족한 표정이 되었다.

“좋아. 마신께서 기뻐하실 것이네.”

띠링-

[‘어둠의 신 카데스의 심부름 Ⅳ (히든)(연계)’ 퀘스트를 획득하셨습니다.]

그 뒤로도 퀘스트 설명을 위해 둘의 대화는 잠시간 이어졌고, 샤를론과 이안의 대화가 지속될수록, 훈이의 입술은 더욱 길게 튀어나오고 있었다.

*          *          *

“노엘이형, 나 좀 억울해도 되는 거 맞지?”

“글세… 아마 그럴지도?”

“아니 대체 왜! 난 맨날 저 형 좋은 일만 하는 거냐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안은 훈이가 가지고 있던 연계 퀘스트를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물론 훈이의 퀘스트를 뺏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연계 단계를 훌쩍 뛰어넘고, 소환술사로서 받을 수 있는 비슷한 급의 퀘스트를 받아낸 것이었다.

훈이로서는 배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원래 연계퀘스트라는 것이, 파티원과 함께하는 순간 어느 정도까지는 공유되는 것이 맞았다.

그렇기에 히든급의 받기 힘들 퀘스트의 경우, 돈을 받고 공유해 주는 이들이 있을 정도.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100% 공유되는 것은 당연 아니었다.

정확히 수치화시키기는 힘들었지만, 공유 받은 유저는 퀘스트의 주체가 되는 유저가 받을 보상의 절반정도를 받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것 마저도 퀘스트가 끝날 때 까지 퀘스트의 주체인 유저와 함께 해야만 얻을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지금 이안은, 훈이를 끝까지 도와주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도 아니었고, 아예 훈이와 동등한 수준의 연계 퀘스트를 낼름 받아버렸다. 훈이의 입술이 댓발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안이 실실 웃으며 물었다.

“억울하냐?”

“그걸 말이라고!”

“그럼 용서해 줄게.”

“뭘!”

“그 새 까먹었냐. 날 속였던 거.”

“…!”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이 생각난 훈이는 멈칫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픈 배가 바로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 그게 어떻게 속인 거야 형! 그냥 말을 하지 않은 것 뿐이라고!”

“그게 그거지 인마.”

“그래서 그거 말했으면 안 따라왔을 거야?”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해 본 이안이, 가볍게 대답했다.

“아니, 아마 따라왔을 거 같은데?”

“그럼 문제 없잖아!”

“아니지, 모든 일에는 과정이 중요한 법.”

훈이를 놀리는 이안의 얼굴에는 즐거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것은 물론, 훈이를 놀리는 게 재밌어서만은 아니었다.

거의 날로 먹은 퀘스트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것.

훈이의 퀘스트가 탐난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제 발로 굴러들어올 줄은 이안으로서도 생각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이게 왠 떡이냐! 안 그래도 그냥 마수연성노가다만 하기에는 심심했는데, 이런 퀘스트도 하나 있어주면 좋지.’

이안은 대신관 샤를론으로부터 받아 낸 퀘스트 창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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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의 신 카데스의 심부름 Ⅳ (히든)(연계)-

인간계, 그리고 카일란 대륙을 관장하는 다섯 신 중 하나인 어둠의 신 카데스.

그는 오래 전 마신 데이드몬과의 거래를 이행하기 위해, 자신의 권능이 담긴 신물을 제작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차원을 관장해야 하는 신인 카데스가 직접 그 재료를 모으기 위해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카데스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만한 능력을 가진 인간으로 하여금, 그 재료를 모으게 하려한다.

카데스의 명을 받아 마계에 흩어져 있는 어둠의 재료를 모아보도록 하자.

퀘스트 난이도 : 알 수 없음.

퀘스트 조건   : 카데스에게 인정받은 유저.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마신 데이드몬의 서

중급 어둠소환술 스킬북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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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를 쭉 읽어내려가던 이안의 입 꼬리가, 다시 한번 히쭉 올라갔다.

‘어둠소환술이라니! 이거 또 엄청 흥미롭잖아?’

심지어 모아야 되는 재료들마저 모두 전설등급의 마수를 사냥해야 얻을 수 있는 아이템들이었다.

어차피 전설등급의 마수들을 찾아다녀야 했던 이안으로서는, 정말 최고의 퀘스트가 아닐 수 없었다.

“흐… 흐흣.”

사실 이안이 이렇게 퀘스트를 온전히 공유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이안’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안과 훈이는 알지 못하는 사실이었지만, 이 퀘스트를 받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두 가지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 번째는 지난 차원전쟁에서 상위 1%이내의 공적치를 쌓은 유저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흑마법사나 소환술사 유저 중, 랭킹 10위 안에 들어가는 유저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만약, 이 두가지 조건을 겨우겨우 만족하는 유저였다면 이렇게 연계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네 번째 퀘스트를 받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안은, 차원전쟁에서 쌓은 공적치가 압도적으로 1위인 유저인데다, 심지어 소환술사 랭킹 1위.

그랬기 때문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져 버린 것이었다.

카데스와 데이드몬이, 이안을 완벽한 퀘스트의 적임자로 찍어 버린 것.

훈이는 그저 운이 억수로 좋은 형이라고 생각했지만, 카일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항상 그에 대한 이유가 존재했다.

“우씨, 노엘이형. 형은 억울하지도 않아?”

“뭐가?”

“저 형은 저렇게 날로 먹었는데, 형은 연계 퀘스트 못 받았잖아.”

배 아픔에 못 이겨 이제 가만히 있던 카노엘까지 물고 늘어지는 훈이.

하지만 카노엘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

“음… 글쎄? 별로 안 억울한데?”

그에 훈이의 얼굴은 다시 한번 일그러졌고, 그의 귀에 앞서 걷던 이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쟤가 억울할 이유가 있냐?”

“음?”

“쟤 한 달 용돈 정도면 전설등급 스킬북 정도는 수십 권 살 수 있을 텐데.”

“아….”

카노엘은 말 없이 웃었고, 그제야 훈이는 깨달음을 얻은 듯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이안의 부연설명(?)이 이어졌다.

“쟨 그냥 우리 따라다니면서 같이 퀘스트만 하면 즐거운 애야. 보상 같은게 중요하겠어?”

“그, 그러네.”

애써 부인하지 않는 카노엘이었다.

*          *          *

“흐음… 이런 일은 처음인데….”

마계의 하늘에 떠 있는 적운(赤雲)을 밟고 선 사내.

마신 데이드몬을 모시는 대신관 샤를론의 시선이, 신전을 나서는 일단의 무리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는 묘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데이드몬님께서 반마에게 이토록 호감을 느끼시다니… 이유를 알 수 없군.”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든, 데이드몬은 그가 모시는 지고한 마신이었고, 그의 의중은 곧 대신관인 자신이 받들어야 할 절대적인 것이었다.

“곧 알게 되겠지.”

샤를론은 붉은 망토를 펄럭이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가 사라진 자리에 남아있던 붉은 구름 또한, 순식간에 흩어져 어디론가 자취를 감춰 버렸다.

*          *          *

< (1). 어둠의 소환수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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