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331화 (353/1,027)

< (1). 어둠의 소환수 -1 (15권 시작) >

짙은 어둠 속에 잠긴 데이드몬의 신전.

하지만 놀랍게도, 이안의 파티원들에게는 이 어둠 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심지어는 은신상태인 어둠의 소환수들까지도.

훈이는 당황한 표정이 되어 이안을 응시했다.

“형, 이런 괴랄한 스킬은 언제 생겼어?”

“글쎄, 언제였더라….”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이런 좋은 게 있었는데 지금까지 왜 안 쓴거야?”

“그야 쓸 일이 없었으니까.”

카카의 고유능력인 ‘꿈꾸는 악마’.

이 스킬은 그저 모든 파티원의 공격력을 5%만큼 증가시켜준다는 버프효과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스킬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훈이와 사냥하면서, 이안은 단 한번도 이 스킬을 발동시킨 적이 없었다.

5%라는 공격력 버프효과가 필요 없어서는 아니었다.

단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아끼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 은신 가능한 적이 튀어나올 지도 모르는데… 5% 버프 얻자고 이 스킬을 계속 사용할 순 없지.’

그리고 이안이 대비하고 있던 그 상황이 지금 도래한 것이었다.

훈이는 괴물 보는 듯한 눈으로 이안을 힐끔 힐끔 응시했다.

‘원래도 상대하면 안 되는 형이었지만… 이제 이형한테 덤비면 그냥 묵사발 나겠어.’

‘꿈꾸는 악마’ 능력은 그야말로 흑마법사 클래스의 천적과도 같은 스킬.

범위 내에 있는 파티원 전부에게, 어둠속성 피해를 50%만큼 감소시켜주는 효과가 바로 그 이유였다.

그리고 이 스킬이 발동된 이상, 엄청나게 강력해보였던 눈 앞의 적을은, 이제 더 이상 이안 파티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어둠소환수들의 모든 공격은 어둠속성인 데다, 은신능력까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적들의 큰 기술들은 죄다 빠져있는 상태.

이제 그냥 쓸어 담을 일만이 남은 것이다.

“카르세우스, 뿍뿍이, 준비!”

이안의 말에 두 신룡이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입김을 빨아들였고, 거대한 기의 파동이 신전 전체를 울리기 시작했다.

고오오오-!

그 다음은 일사천리였다.

콰아아앙-!

두 마리 드래곤이 뿜어낸 브레스가 어둠의 소환수들을 초토화시켰으며, 남은 적들은 라이와 카이자르가 도륙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어둠이 짙어진 전장 이곳저곳에서 훈이가 소환한 언데드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강력한 힘을 지닌 데스나이트만도 다섯 기에, 열 기도 넘는 골렘과 수를 헤아릴 수 없는 해골군단이 어둠의 소환수들을 향해 달려든 것이었다.

[어둠의 군주, 임모탈님을 위하여!]

[크르륵, 이곳은 어둠의 땅. 내 힘을 보이기 적합한 장소로군.]

[드륵- 드르륵-]

띠링-

[어둠의 대지는, 언데드들의 고향과도 같은 곳입니다.]

[어둠의 대지에서 일어선 언데드들은, 생명력이 300%만큼 빠르게 회복합니다.]

[언데드에 한해 ‘꿈꾸는 악마’고유능력의 버프효과가, 5%가 아닌 35%로 적용됩니다.]

[모든 언데드들의 소환유지 마나소모량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고유능력의 설명에도 없었을 뿐더러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

훈이 뿐만 아니라 이안마저 어안이 벙벙해졌다.

‘뭐지? 꿈꾸는 악마에 이런 부가효과가 있었어? 부연설명도 없었는데….’

이러한 경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속성관련 광역 버프스킬의 경우, 따로 스킬에 설명이 없어도 해당 속성의 아군이 더 강한 버프를 받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는 사실은 이안도 알고 있었다.

이것은 공식카페의 공략게시판에도 올라와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효과가 부여되는 경우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키에에엑-!

그리고 죽음의 전주곡을 연주했던 그림리퍼가, 새파란 안광을 내뿜으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감히… 인간 따위가…!!]

쿠오오오-

또다시 기의 파동이 밀려든다.

하지만 이안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만약 죽음의 전주곡이 한번 더 펼쳐지더라도, 이 어둠의 대지 안에서라면 버텨낼 자신이 있었다.

“라이, 카이자르. 저 놈부터 잡자.”

“알겠다, 주인.”

“그러도록 하지.”

핀의 등 위에 올라탄 이안이 날아올랐다.

둘과 함께 합공할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은신이 없다면, 네놈이 무서울 이유는 하나도 없지.’

이안은 정령왕의 심판을 휘휘 돌리며 허공에서 뛰어내렸다.

어둠의 소환수들이 많기는 했지만, 훈이가 새로 소환해 낸 언데드들과 이안과 카노엘의 소환수들이 이제는 더 많아진 상황이었다.

그들은 난전을 벌이는 중이었고, 그렇기에 그림리퍼를 지켜줄 다른 어둠소환수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촤아악-!

핀 덕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안이, 그림리퍼의 위로 뛰어내리며 정령왕의 심판을 휘둘렀다.

하지만 캐스팅중이던 마법을 미처 취소하지 못한 그림리퍼는, 그대로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어둠의 주술사 ‘그림리퍼’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셨습니다.]

[어둠의 주술사 ‘그림리퍼’가 캐스팅중이던 모든 주문이 취소됩니다.]

[‘그림리퍼’의 생명력이 276621만큼 감소합니다.]

[으윽, 조금만 더 빨랐어도…!]

공격당한 순간 캐스팅 하던 마법이 취소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

그림리퍼는 이안이 도달하기 전 마법이 발동할 것이라 계산했던 듯 했다.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이 씨익 웃으며 다시 달려들었다.

‘뭐 하는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방어력은 형편 없군.’

사실 강력한 마법공격을 펼쳐내는 마법사가, 탱킹능력마저 뛰어난 경우는 거의 없기는 했다.

쾅- 콰쾅-!

이안의 창과 그림리퍼의 낫이 마주 부딪친다.

상대는 마법사임에도 무기를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마검사… 같은 건가?’

하지만 그것도 잠시.

라이와 카이자르의 협공이 이어지자, 그림리퍼는 순식간에 삭제되고 말았다.

[크아악! 내가 하찮은 인간 따위에게 소멸하다니…!]

진부한 대사만을 남긴 그림리퍼는, 마치 허공에서 꺼지듯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띠링-

[어둠의 주술사 ‘그림리퍼’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를 5789899만큼 획득합니다.]

[명성을 25만만큼 획득합니다.]

하지만 떠오른 시스템메시지를 보니, 놈이 어디로 사라진 것이 아닌 죽었다는 사실만은 확실한 것 같았다.

이안은 메시지를 읽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난이도에 비해 경험치는 좀 적은 것 같지만… 명성치를 뭐 이렇게 많이 주는 거지?’

일반적으로 그림리퍼와 같은 네임드 몬스터를 처치하면, 5천~1만 정도의 명성치를 획득하게 된다.

레벨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현재 이안의 레벨대를 기준으로 책정한 수치였다.

그런데 이 그림리퍼라는 녀석은 25만이나 되는 명성치를 떨궜으니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안은, 곧 그 명성치의 이미를 알 수 있었다.

띠링-

[최초로 마신의 사자를 처치하셨습니다.]

[‘항마력’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0.5%만큼 증가합니다.]

[‘마기 발동률’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0.7%만큼 증가합니다.]

[‘마기’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2000만큼 증가합니다.]

이안의 입 가에 함박웃음이 걸렸다.

늘어난 수치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었으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소득이기에 기분이 더욱 좋았던 것이다.

그림리퍼를 시작으로 장내는 금방 정리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전의를 상실한 어둠소환수들은, 그림리퍼라는 구심점을 잃자 그대로 무너져 내려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안은, 약간의 의문점이 생겼다.

‘소환수라는 것은, 소환의 주체가 사라지면 그대로 사라져야 하는 존재들인데… 어떻게 아직까지 남아있을 수 있는 거지?’

이안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졌다.

‘혹시 소환술사는 따로 있는 건가…?’

그림리퍼가 이 소환수들의 주인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돌아가는 정황을 보니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이안의 시선이 붉은 게이트를 향해 고정되었다.

그 해답은 저 안에 있을 것 같았다.

*          *          *

길드퀘스트를 진행하고, 호왕 길드의 지부를 늘리기 위해 혼돈의 도시에 방문한 마틴과 체이스.

그들은 생각지도 못 했던 난관을 만났다.

물론 그들은 그게 난관인지도 아직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띠링-

[혼돈의 도시, 길드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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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얀쿤의 시험 (길드 퀘스트)-

혼돈의 도시의 주인이자, 마계 서열 6위의 마왕인 릴리아나.

그녀는 얼마 전 새로 얻은 가신인 얀쿤에게 길드관리사무소를 맡겼다.

그리고 길드사무소에 길드를 등록하기 위해서는, 관리소장인 얀쿤의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

그로부터 임무를 받아 완수하고, 혼돈의 도시에 길드를 등록하도록 하자.

퀘스트 난이도 : 알 수 없음.

퀘스트 조건   : 길드의 ‘마스터’만이 받을 수 있는 퀘스트이다.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길드명성 15만, 하급 마정성 10개, 노블레스 마족 얀쿤과의 친밀도.

(보상은 퀘스트에 참여하는 유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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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내용을 전부 읽은 마틴이, 얀쿤을 향해 물었다.

“그렇다면 저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얀쿤님.”

마틴은 얀쿤에게 깍듯할 수 밖에 없었다.

마계에서 서열과 계급은 절대적이었고, 상급 마족인 마틴과 서열 400위대인 노블레스 얀쿤의 차이는 어마어마한 것이었으니까.

만약 이 마계의 율법을 어긴다면, 곧바로 마계npc들의 분노를 사게 될 것이었다.

“흐음… 허약해 보이는데, 그대들이 과연 내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체이스야 마법사 클래스였기에 체형이 좀 호리호리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마틴은 제법 단단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기에 속으로 발끈 했다.

‘저 무식하게 근육만 큰 녀석이 지금 뭐라고 씨부리는 거야?’

하지만 속내를 드러낼 수는 없었기에, 마틴은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며 공손히 말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얀쿤님. 임무를 내려주시면 곧바로 수행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얀쿤은 아직까지도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알겠다. 그대들에게 임무를 한번 줘 보도록 하지.”

마틴과 체이스는 안도하는 표정이 되었고, 두 사람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혼돈의 도시 길드사무소장 얀쿤으로부터 연계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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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얀쿤의 시험 Ⅰ-

마계 31구역의 동북쪽에는, 최상급 마수인 세이런의 서식지가 존재한다.

세이런의 서식지로 이동해 최대한 많은 세이런을 사냥하고, 세이런의 알을 30개만큼 채집해 오자.

퀘스트 난이도 : SSS

퀘스트 조건   : 길드의 ‘마스터’만이 받을 수 있는 퀘스트이다.

제한 시간     : 3시간

보상 - 얀쿤의 관심

(보상은 퀘스트에 참여하는 유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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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런은 최상급 마수들 중에서도 무척이나 까다로운 녀석이었다.

광역 둔화스킬을 사용하며, 괴랄한 생명력 회복능력을 가지고 있는 마수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세이런의 둥지가 있는 서식지라면, 모르긴 몰라도 세이런만 수십 마리는 또아리를 틀고 있으리라.

마틴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뭐 이런 지랄맞은 퀘스트가 다 있어?!’

마틴의 능력으로 세이런을 사냥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대 일의 싸움이라면 쉽게 이길 것이고, 세 마리 정도까지도 어찌어찌 해볼 만 했다.

하지만 문제는 군락이라는 점이었다.

세이런이 서로 회복능력을 걸어주면, 전투가 답도 없는 미궁으로 빠질 위험이 있었다.

“….”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이 미친 퀘스트의 제한 시간이 3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저 어처구니 없는 보상은 대체 뭐란 말인가?

얀쿤의 관심이라니….

‘저런 근육돼지의 관심은 필요 없다고!’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어떻게든 이 분노의 도시에 최초로 길드등록을 해야만 했다.

그것이 길드에 가져다주는 이득들은 어마어마할 게 분명했다.

마틴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세 시간 내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 퀘스트를 완료할 수는 없어. 저 세이런의 알인지 뭔지, 저것만 빠르게 훔쳐와야 해.’

대략적인 계산을 마친 마틴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얀쿤을 향해 대답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얀쿤님.”

얀쿤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뭐, 그래 보던가.”

그렇게, 지옥(?)이 시작되었다.

*          *          *

< (1). 어둠의 소환수 -1 (15권 시작)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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