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330화 (352/1,027)

< (8). 데이드몬의 서 -2 >

*          *          *

주변이 온통 그림자로 들어찼다.

그리고 이안의 눈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뭐지? 이런 종류의 마수는 처음인데?’

보일 듯 보이지 않을 듯.

어두운 실루엣들이 넘실거리며 이안 일행의 주변에 어슬렁거렸다.

그리고 그 모양 또한 다양했다.

크르르-

신화 속 지옥의 수문장이라 알려진 케르베로스를 연상케 하는, 머리가 세 개인 맹수도 있었으며, 본 드래곤의 형상을 한 거대한 드래곤도 있었다.

그리고 가장 섬뜩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거대한 낫을 거머쥔 유령 같은 모습의 마수였다.

하지만 모든 몬스터들은 공통점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몸이 반투명한 게… 유령도 아니고….’

처음에는 몬스터들의 그림자인 줄 알았던 것들이, 알고보니 전부 몬스터였던 것.

이안이 카카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카카, 혹시 이런 마수들에 대해서도 알아?”

하지만 대답은 카카가 아닌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이건 마수가 아니야 형.”

“음…?”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훈이.

훈이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으로 주변을 맴도는 새카만 그림자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럼 뭔데?”

“이건 어둠 소환술이야.”

“…?”

“내가 데이드몬의 서를 찾으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지.”

그런데 그 때.

일행을 향해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검 보랏빛의 불길이 세 갈래로 쏘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불길 사이에는, 수십 개의 사람 머리통만한 불덩이들이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화르륵-!

하지만 긴장하고 있던 이안이 그 타이밍을 놓칠 리 없었다.

“뿍뿍아! 물의 장막!”

“알겠뿍.”

콰아아아-!

바닥으로부터 솟구치는 거대한 물의 장벽.

쏟아져 들어오던 불길은, 뿍뿍이가 소환한 장벽에 막혀 그대로 소멸했다.

물의 장벽에 닿은 불덩이들이, 치이익 소리를 내며 허공으로 증발했다.

이안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검보랏빛의 불길은, 그 위력이나 범위 면에서 봤을 때 분명 상대가 사용하는 기술 중 큰 기술일 것이었다.

큰 기술 중 하나가 빠졌을 때, 반격 타이밍을 잡고 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전투의 기본.

‘이 기회에 반격해야… 어…?’

하지만 이안은 당황하고 말았다.

방금 불길을 쏘아낸 그림자 용이, 그 사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었다.

이안의 놀란 기색을 느낀 훈이가, 짧게 설명했다.

“어둠소환술로 소환된 소환수들은, 암살자랑 비슷하다고 보면 돼, 형.”

“암살자? 유저 클래스 말하는거야?”

“응. 쟤들도 암살자처럼 은신 능력을 가지고 있어.”

“흐음….”

이안은 더욱 집중해서 적들을 주시했다.

‘원래 반투명한 몸체를 가지고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저 반투명해지는 게 은신하기 전 단계인가보군.’

그리고 이안과 훈이가 대화하는 동안에, 하나 둘 적들의 공격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들도 아직 탐색전을 벌이는 건지, 멀리서 투사체만을 쏘아대고 있었지만, 그것조차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쉐도우 드래곤, 소울이터….’

이안은 상대 몬스터들의 위에 떠 있는 이름을 차분히 훑었다.

역시나 처음 보는 이름들이었다.

‘레벨들은 다행히 신전 바깥이랑 큰 차이가 안 나는데….’

이안의 귓전에 다시 훈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석으로 몰아 가서, 광역기로 조져야 돼 형. 우린 지금 디텍팅 마법이 없어.”

이안이 시선을 돌려 훈이를 응시했다.

그리고 씨익 웃었다.

“디텍팅 마법이 없기는 왜 없어?”

이안의 어깨에 앉아있던 카카가 슬금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주인아, 지금 쓰면 되냐?”

“잠시, 내가 신호 주면 발동시켜.”

“알겠다.”

훈이는 이안과 카카가 무슨 대화를 하는지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지켜보았다.

‘저 형이 전투중에 뻘 짓을 하는 형은 아니니까….’

그리고 이안이 정령왕의 심판을 치켜들며 본격적으로 전투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훈이, 노엘이. 지금부터 10분간은 최대한 방어적으로 움직이자.”

훈이가 툴툴대며 대답했다.

“어차피 공격적으로 할 수도 없어.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때려?”

훈이의 말을 무시하며 이안은 계속 말을 이었다.

“심연의 가호를 발동시킬 거야. 무슨 말인지는 알지? 그냥 최대한 맞아준다 생각해. 난 저 은신이 어떤 식으로 발동하는지 우선 알아야 겠어.”

이안 일행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사냥으로 세 사람은 제법 호흡을 맞춘 상태였다.

특히 카노엘의 경우에는, 이안을 처음 만났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성장한 모습이었다.

덕분에 셋으로 구성된 파티는, 눈빛만 보아도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 할지 알 정도로, 제법 팀웍이 잘 맞는 파티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훈이와 카노엘은, 이안이 심연의 가호를 이용한 방어 진영을 얘기한다는 것의 의미도 잘 알고 있었다.

광역 최강 힐에 가까운 심연의 가호가 발동되는 동안, 최대한 적들의 스킬을 다 뽑아내며 그들의 밑천을 털겠다는 의미였다.

쾅- 콰콰쾅-!

이안은 일부러 더 도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림자가 드러나는 족족, 망설이지 않고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크르르-! 크아아오!

그리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안이 강하게 나오자 적들도 사납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이안이 기다렸던 상황이었다.

쾅-!

[‘쉐도우 드래곤’으로부터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생명력이 172639만큼 감소합니다.]

[‘소울 카이저’로부터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생명력이 128889만큼 감소합니다.]

:

:

상태창에는 파티원들의 생명력이 줄어든다는 메시지가 쉴 새 없이 떠오르며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안은 모든 파티원의 생명력 게이지를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최대한 버틸 때 까지 버틴 후, 심연의 가호를 발동시켜야돼.’

만약 심연의 가호를 먼저 발동시키면, 몬스터들이 고유능력을 아끼려고 할 것이다.

물론 처음에야 사용하겠지만, 심연의 가호의 회복량을 확인하고 난 뒤에는, 지속시간이 끝날 때 까지 공격을 멈출지도 몰랐다.

그것은 이안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 조금만 더…!’

저들이 일반 몬스터라면, 굳이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없다.

일반 야생 몬스터들의 전투지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

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컨트롤되는 몬스터들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그리고 훈이의 말에 의하면 저들은 ‘어둠소환수’라는 이름의 소환물들.

당연히 누군가에 의해 소환되었고, 그에 의해 움직여지는 몬스터들이라는 얘기였다.

“지금!”

이안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뿍뿍이가 본체로 현신하며 크게 포효했다.

크롸롸롸-!

신화등급의 드래곤이 뽐내는 어마어마한 위용!

옆에 있던 훈이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지 움찔거렸다.

“아 깜짝이야! 그렇게 갑자기 커지면 어떡해!”

그러나 훈이가 놀라던 말던, 뿍뿍이의 주변으로 푸른 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위위잉-

이안이 가진 최강의 범위 회복기술.

‘심연의 가호’ 가 발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소환수 뿍뿍이의 고유능력인 ‘심연의 가호’가 발동됩니다.]

[생명력이 18729만큼 회복됩니다.]

[생명력이 18729만큼 회복됩니다.]

:

:

뿍뿍이의 심연의 가호의 장점은, 누적힐량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이었다.

도트 힐이 지속시간동안 끝없이 밀려들어오는데, 그 양이 어지간한 사제의 광역 힐이 가진 힐량보다 훨씬 높은 것.

하지만 대신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도트힐이기 때문에, 한방 데미지에 약한 것이다.

큰 파괴력을 가진 기술을 연달아 허용하면, 최대생명력 자체가 낮은 파티원은 사망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맹수들의 울음소리로 가득하던 적들의 사이로, 낮고 굵직한 음성이 새어나왔다.

[마신 데이드몬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이안의 두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뭐지? 이 소리는?’

그리고 잠시 두리번거린 끝에, 소리가 나는 근원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림 리퍼…? 저 놈이 제일 위험해 보였는데….’

거대한 낫을 등에 멘 채, 기이한 기운을 흘리기 시작한 그림리퍼.

이안은 순간 갈등했다.

지금 놈은 분명, 뭔지는 몰라도 고위 등급의 마법을 캐스팅중인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 캐스팅을 멈추게 하기는 늦었고, 그렇다면 선택지는 하나 뿐이었다.

‘피해야 해.’

이안은 빠르게 파티를 쭉 훑어 보았다.

캐스팅 시간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마법이 발동되기 전에 전부 다 피하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빡빡이, 귀룡의 포효!”

크아아앙-!

이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빡빡이가 머리를 높이 치켜들며 울부짖었다.

그러자 모든 공격이 빡빡이를 향해 쇄도한다.

그리고 곧바로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반대편으로 피해!”

“뭔데, 형!”

“일단 움직이라고!”

훈이와 카노엘은 정확한 상황을 판단하지는 못했지만, 이안의 외침대로 곧바로 움직였다.

하지만 빡빡이만은, 정 반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이안의 의도였다.

빡빡이의 도발스킬을 이용해, 최대한 광역마법의 궤도를 한쪽으로 가져오고, 나머지 파티원들을 반대편으로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거대한 기의 폭풍이 일행의 반대편을 향해 몰아치기 시작했다.

즉, 빡빡이만 남은 자리로 몰아치기 시작한 것.

‘그림리퍼’의 입에서 걸걸한 목소리의 마법주문이 흘러나왔다.

[데스 프렐류드…!]

죽음의 전주곡이라는 말에 걸맞게,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진 광역스킬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안이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했음에도, 기술을 피할 시간은 충분치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안은, 핀이나 라이같은 생명력이 낮은 개체 위주로 이동시켰고 그것은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콰콰콰콰-!

빡빡이나 뿍뿍이 등, 어느정도 탱킹력이 있는 소환수들은, 죽음의 전주곡을 버텨낸 것이었다.

물론 심연의 가호가 없었더라면, 그것조차 불가능했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일행은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

“형, 레이크는 소환해제 했어요.”

“잘했어. 죽은 건 아니지?”

“그건 아니예요.”

“빨리 잘 대처했네.”

피해를 최소화시킨 이안일행은, 다시 진형을 다잡고 전투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심연의 가호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남아있어서, 파티 전체의 생명력을 거의 최대치까지 복구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안의 입 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이제 대충 알 것 같군.’

이안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심연의 가호의 남은 지속시간은, 앞으로 30초 정도.

이제는 반격의 시간이었다.

“카카, 준비 됐지?”

“물론이다.”

“그럼 지금이야.”

“알겠다.”

더 하늘 높은 곳으로 떠오른 카카가, 두 눈을 감더니 나직이 읊조렸다.

[어둠이… 내려앉는다.]

쿠우웅-

그렇지 않아도 어두워져 있던 신전 내부가, 더욱 짙은 어둠에 잠기기 시작했다.

[노예 ‘카카’의 ‘꿈꾸는 악마’ 고유능력이 발동되었습니다.]

[‘어둠의 지배’가 지속되는 동안, 모든 파티원의 공격력이 5%만큼 상승하게 되며, 모든 어둠 속성 피해가 50%만큼 감소하게 됩니다. 또한 반경 안의 모든 은신상태의 적이 시야에 드러나게 됩니다.]

어둠이, 또 다른 어둠을 집어삼켰다.

*          *          *

< (8). 데이드몬의 서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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