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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29화 (351/1,027)

< (8). 데이드몬의 서 -1 >

*          *          *

신전 내부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라도 들릴 만큼, 무척이나 조용했다.

“이 안에 따로 젠 되는 마수는 없는 건가?”

“글세, 일단 여기가 던전이 아닌 건 확실해. 던전이었다면 분명 최초발견 보상이 떴을 테지.”

이안의 말에 훈이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이미 누가 방문한 던전일지도 모르잖아. 우리가 처음인지 아닐지 형이 어떻게 알아.”

이안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야 간단해.”

“응?”

“지금까지 마계에서, 내가 최초가 아닌 던전을 본 적이 없거든.”

“….”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은 훈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과장이나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훈이는 먼저 앞으로 걸어 나갔고, 이안이 주변을 침착하게 살피며, 그 뒤를 따라 걸었다.

‘아직까지는 조용하지만… 여긴 어떤 미친 괴물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야.’

널따란 마계 20구역의 한복판에, 이렇게 거대한 구조물이 ‘그냥’ 존재할 리는 없었다.

훈이에게 필요한 ‘데이드몬의 서’ 라는 퀘스트 아이템을 그냥 들어가서 주워 나올 수 있을 리 만무한 것이다.

퀘스트를 받은 훈이조차도, 데이드몬의 신전에 가야한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 이 안에서 어떻게 신물을 찾아야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 때.

머리 일행의 머리 위에서 커다란 소리가 웅웅 거리며 울리기 시작했다.

[이것 참 신선하군. 이 신성한 데이드몬님의 신전에 무려 ‘반마’가 발을 들이다니 말이야.]

갑작스런 울림에, 이안 일행이 긴장하며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아도, 목소리의 주인공은 찾을 수 없었다.

[이런, 이런. 그렇게 열심히 찾아봐도 날 찾을 수는 없을 텐데… 헛수고하지 말라고.]

이안은 일단 의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기로 했다.

어쨌든 지금 유일한 단서는 저 칼칼한 목소리였으니까.

이안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너는 누구지?”

이안의 물음에, 의문의 목소리가 다시 허공에 울려퍼졌다.

[나는 데이드몬님을 모시는 대신관 샤를론.]

잠시 뜸을 들인 그 목소리가, 지금까지보다 더욱 또렷하게 일행의 귓전으로 파고들었다.

[나를 만나고 싶다면, 이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행의 정면 멀찍한 곳에, 거대한 게이트 하나가 생성되었다.

위이잉-

그것은 마계 구역을 이동할 때마다 지나는 게이트와 비슷한 생김새였다.

그리고 더 이상 들려오지 않는 의문의 목소리.

훈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함정 같은 건… 아니겠지?”

이안이 피식 웃었다.

“함정이면, 안 들어갈 거야?”

“그건 아니지만….”

훈이가 말 끝을 흐렸다.

대신관 샤를론이라는 녀석에 의해 생성된 저 의문의 게이트는, 무척이하 께름칙한 기운을 풍겨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다른 방법도 없잖아? 끽해야 죽기밖에 더 하겠어?”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하며, 성큼 성큼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자코 옆에 따라오는 중인 카카를 향해 물었다.

“카카, 넌 뭐 아는 거 없냐? 대신관이래. 마계 대신관은 등급이 뭐냐? 상급마족은 아닐 거고, 노블레스? 마왕?”

그에 카카가 투덜거렸다.

“내가 무슨 정보자판기라도 되냐, 주인아. 그렇게 띡 물어보면 바로 튀어나오게?”

“하지만 뭔가 아는 눈친데?”

카카가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 귀신같은 주인이다, 역시.”

카카는 마계의 대신관이라는 직책에 대해 아는 것이 제법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 카카만이 알고 있는 정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아무 마족 NPC에게 물어봐도 대신관에 대해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대신관은, 마계의 수많은 직책들 중에서도 최상위에 있는 직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안 뿐만 아니라 훈이와 카노엘도, 카카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곧 상대해야 할지도 모르는 적에 대한 정보였기 때문에, 더욱 귀에 쏙쏙 들어오는 듯 했다.

“어떤 마신을 모시느냐에 따라 서열에서 조금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신관의 자리에 있는 마족이라면, 못해도 서열 200위 안쪽에 들어가 있는 노블레스라고 할 수 있지.”

얀쿤의 승급전을 겪은 뒤, 이안은 마계의 서열에 대해 제법 감을 잡은 상태였다.

‘서열 200위라면, 확실히 강력한 마족이긴 하겠어. 노블레스 중에서도 100위 안에 드는 실력자라….’

당시 얀쿤이 상대했던 노블레스만 하더라도, 충분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안에게 빌린 아이템빨로 힘겹게 이기기는 했지만, 랭크가 1천등 정도에 턱걸이 되어있는 노블레스와 비교하면 월등히 강력한 무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안이 상대했다면 손쉽게 이길 수 있었던 상대.

녀석보다 두 배 정도 강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지금 전력이면 충분히 상대할 만 할 것이었다.

이안은 자신감이 좀 붙는 것을 느꼈다.

‘그래 승산은 충분히 있어.’

카카의 설명을 들으면서, 일행은 게이트를 향해 점점 다가갔고, 기이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거대한 게이트가 시야 한가득 메워졌다.

그 앞에 멈춰 선 이안이, 훈이와 카노엘을 향해 짧게 말했다.

“자, 바로 싸울 수 있게 준비 단단히 하고.”

이안은 일행을 한번 둘러본 뒤, 게이트를 향해 한걸음 내딛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뭐지? 왜 안 들어가지지?”

일반적인 게이트라면 기의 파동에 몸이 닿는 순간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 게이트에서는 이안의 몸이 그대로 기의 파동을 통과했을 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뭐야? 왜 이런 거야? 뭐가 문제지?”

훈이도 당황해서 눈을 동그랗게 떴고, 카노엘 또한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이런 경우는 모두가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장내가 어두워지며 음산한 포식자의 울음소리가 허공 가득히 울려 퍼졌다.

캬아아오오-!

*          *          *

“오호, 여기가 혼돈의 도시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마틴님.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하군요.”

증오의 도시보다도 더욱 거대하고 웅장한 규모의 대 도시.

호왕 길드의 길드마스터 마틴은,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왜 최초발견 보상이 뜨지 않는 거지?”

마틴의 물음에, 그의 뒤를 따르던 길드원 하나가 조심스레 대답했다.

“혹시 다크루나 길드에서 먼저 혼돈의 도시를 밟은 게 아닐까요?”

마틴의 표정이 살짝 언짢아졌다.

“으음…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 50구역까지 이동하는 동안도 최초발견 보상은 한 번도 뜨지 않았었으니….”

마틴 일행은, 길드 퀘스트를 수행중인 호왕 길드의 정예 유저들이었다.

그들은 히든 길드퀘스트를 수행하던 덕에 마계 50구역에 숨겨져 있는 게이트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덕분에 50구역에서 혼돈의 도시까지 한 번에 건너뛰어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이다.

마틴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기도 최초발견이 아니라니… 이건 예상치 못했는데….’

혼돈의 도시는 무려 마계 30구역에 위치하는 곳.

50구역까지 뚫는 것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 30구역까지 누군가 벌써 뚫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체이스, 그렇다면 누군가 여기까지 뚫었다는 얘기겠지?”

마틴의 말에, 체이스라 불린 유저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건 아닐 것이라 봅니다, 마스터.”

“흠?”

“그 누군가도 이곳으로 이동하는 어떤 숨겨진 게이트를 발견한 게 아닐까요? 정상적인 루트로 이 곳 까지 벌써 뚫어 낸 길드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단일 유저라면 더더욱 그렇고요.”

“하긴, 그건 그렇지.”

마틴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어쨌든 지금 마계 길드랭킹 1위는 호왕길드였고, 가장 강력한 길드인 그들로서도 힘든 일을 누군가 먼저 해 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던 것.

“자, 어쨌든 그건 되었고, 이제 여기까지 온 목적을 달성해야지.”

“예, 마스터!”

마틴의 말이 끝나자, 호왕 길드의 길드원 몇몇이 빠르게 움직여 어디론가 사라졌다.

혼돈의 도시에 있는 ‘길드관리사무소’를 찾기 위함이었다.

마계도시 내에서 길드 단위로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퀘스트가 되었던 길드관리사무소를 먼저 찾아야 했다.

길드관리사무소를 관리하는 NPC를 통해야 퀘스트를 수월히 진행할 수 있을뿐더러, 추가보상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비단 마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번 퀘스트만 성공적으로 마치면… 여기 혼돈의 도시에도 길드를 등록할 수 있겠지?”

마틴의 물음에 옆에 있던 체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마 그럴 겁니다, 마스터.”

“32구역에 있는 세이플리의 둥지 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마스터. 사무엘진 님도 동행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사무엘 진은 현재 호왕길드의 부 길드마스터로 있었지만, 사실상 마틴과 동등한 위치에서 길드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함께 길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제법 친해져서, 이제는 마틴과 서로 호형호제 하는 사이가 된 상태였다.

“사무엘은 어쩔 수 없지. 따로 할 일이 있으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쉽지는 않겠어. 32구역의 히든던전이라… 아마도 최상급 마수들이 득실거리는 곳이겠지.”

그리고 두 사람이 대화하는 동안, 길드사무소를 찾으러 움직였던 길드원들 중 하나가 돌아왔다.

“마스터, 관리사무소의 위치를 찾았습니다.”

마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아, 빨리 찾았군. 안내하도록.”

“옙.”

길드원의 안내를 따라 일행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들은 곧 어렵지 않게 관리사무소 건물을 찾아낼 수 있었다.

끼이익-

마틴은 능숙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 관리사무소의 주인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 도시건 길드사무소의 구조는 비슷했고, 길드 마스터인 마틴에게는 당연히 익숙한 구조일 수 밖에 없었다.

저벅- 저벅-

그렇게 2~3분 정도를 움직였을까.

마틴은 곧 관리사무소를 관리하는 책임자 NPC를 찾아낼 수 있었다.

마틴은 그의 외모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진짜 무식하게 생겼군. 등에 매달고 있는 저 무기는 대체 뭐야? 도끼야 대검이야? 저런 무식한 걸 휘두를 수 있다고?’

터질듯한 근육들과 떡 벌어진 어깨.

무지막지한 외모(?)를 가진 마족 NPC에게 살짝 위축된 마틴은, 그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입을 열었다.

첫인상은 비호감이었으나, 퀘스트를 위해서는 NPC의 심기를 거스를 필요가 전혀 없었다.

“저, 혹시 이 관리소의 총 책임자 되십니까?”

그에 마족의 시선이 천천히 움직여 마틴을 향했다.

그리고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그렇다, 내가 바로 이 곳의 책임자이자 릴리아나님의 가신, 얀쿤이다.”

*          *          *

< (8). 데이드몬의 서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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