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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27화 (349/1,027)

< (7). 정복전쟁의 시작 -2 >

*          *          *

“형… 이건 너무하잖아….”

돌아온 이안으로부터 광산에서 구출(?)받은 훈이가 볼멘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뭐가 너무해 인마.”

“아니 차라리 퀘스트나 사냥을 시켰으면 힘들어도 그러려니 하는데, 광산채굴이라니! 나같은 고급인력을 채굴에 쓰다니!”

이안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고급인력이니까 쓴 거지 인마. 네가 흑마법사가 아니었으면 쓰지도 않았어.”

언데드들을 이용해 채굴한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걸 말이라고….”

그런데 이어진 이안의 말은 더욱 가관이었다.

“훈이, 다음에도 형 도와줄 거지?”

“그게 무슨 말이야 대체. 내가 이걸 왜 또해! 안해!”

어처구니없다는 듯 한 표정을 지은 훈이는, 고개를 격렬하게 흔들었다.

그리고 그런 훈이를 본 이안은 피식 웃으며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뒤적이며 꺼냈다.

“이건 또 뭔데?”

“자, 받아. 일당이다.”

“음…?”

훈이는 이안이 건넨 묵직한 주머니를 받아들었고, 그 순간 그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유저 ‘이안’으로부터, 200만골드를 받았습니다.]

[유저 ‘이안’으로부터, 중급 마정석 5개를 받았습니다.]

[유저 ‘이안’으로부터, 하급 마정석 10개를 받았습니다.]

[유저 ‘이안’으로부터, 최하급 마정석 20개를 받았습니다.]

“헉!”

순간 훈이는 헛바람을 들이켰다.

이틀치 일당이라기엔 보상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었다.

‘이, 이걸 다 골드로 환전하면 최소 350만골드는 되겠어!’

350만골드.

일당으로 따지자면 하루에 175만 골드.

말이 350만 골드였지, 이것은 훈이가 거의 2~3주 꼬박 노가다해야 벌 수 있는 액수였다.

전설등급 이상의 옵션 좋은 아이템이라도 드랍되면 얘기가 다르긴 하겠지만, 그런 아이템은 쉬이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단지 전설등급이라면 한 달에 한 두 번은 드랍 되지만, 전설등급이라고 하더라도 옵션이 나쁘면 50만 골드도 받기 힘든 것이 요즘 경매장 시세였다.

이제 고레벨 유저들이 많아져서 전설등급의 장비들도 물량이 많이 풀린 탓이었다.

그렇다면 이안은 어째서 훈이에게 이렇게 넘치는 일당을 준 것일까?

이안이 착한 형이어서 동생을 챙겨준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훈이 녀석을 계속해서 써먹으려면, 아쉽지 않게 챙겨줘야지.’

언데드들의 채굴효율은 이안의 예상보다도 더 훌륭했다.

특히 하급 언데드들의 경우, 이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마치 고르 일족처럼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것이었다.

훈이의 마력이 전부 소모되기 전까지 언데드들은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었고, 그러다보니 사실상 훈이 혼자서 최소 20인분 정도의 역할은 해 낸 것.

임모탈의 권능을 이어받은 훈이의 마력은 넘쳐날 정도로 많았고, 최하급 언데드들 정도는 계속 소환해 두어도 마력이 줄지 않았다.

사실 이안이 챙겨준 300만골드 이상의 일당도, 훈이의 노동력 가치에 비하면 오히려 적은 편인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어마어마한 보상에, 멍해진 훈이.

“이, 이거 정말 나 주는 거야?”

“물론이지. 이 형이 아끼는 동생을 홀대할 수 있겠어?”

훈이를 향해, 이안이 씨익 웃어 보이며 한 마디 덧붙였다.

“아무튼 이건 이번에 일한 이틀치 일당이고, 이제부터는 우리 훈이가 형을 도와주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네. 다른 흑마법사를 한번 알아봐야지 뭐.”

말을 마친 이안이 시선을 돌려 먼저 앞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하자, 훈이가 황급히 이안을 따라가 그의 팔을 붙들었다.

“형, 내가 너무 생각이 짧았어…!”

이안이 어깨를 으쓱 하며 대답했다.

“뭐가?”

“존경하는 이안 형님의 일인데, 내가 당연히 도와야지…!”

이안은 훈이를 놀리는 게 재밌는지, 너스레를 떨었다.

“에이, 내가 어떻게 대륙 최고의 흑마법사인 간지훈이님을 또 광부로 고용하겠어. 오히려 이 형의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훈아.”

“혀, 형….”

결국 이안에게 앞으로도 광산 일을 도와줘도 된다는(?) 확답을 받아낸 훈이는, 실실 웃으며 앞장서 걷기 시작했고, 일행은 마계 25구역을 벗어나 24구역으로 이동했다.

목표는 마계 20구역에 있다는 마신 ‘데이드몬의 신전’이었다.

*          *          *

쾅 콰아앙-!

연이어 터져 나오는 격렬한 굉음!

그리고 뒤이어 쏟아져 나오는 커다란 함성.

와아아!!

성문이 부서져 나가며, 십 수 명의 기사들이 방어선을 뚫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지금이 기회다! 화력 집중시켜!”

“이번에 밀어버리자!”

로터스 길드와 레드크로우 길드간의 공성전.

공성전이 벌어진 영지는 중부대륙에 있는 레드크로우 길드의 영지인 셀리카 영지였고, 수많은 유저들이 이 공성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관전 시스템을 통해 직관하는 유저만 해도 수천명은 되는 수준이었고, 방송사의 중계를 통해 시청하는 유저는 그 열 배도 넘는 수준이었다.

[아, 이거 큰데요! 방심하던 사이에 아이스 블레스트가 성문을 직격했어요!]

[기가 막힌 연계입니다! 피올란 유저의 아이스 블레스트가 발동되자마자, 그 앞에 렐리카 유저의 마력장이 생성됐거든요.]

[아하, 하인스님은 거기까지 보신 거로군요!]

[자, 저기 느린화면 보시면 확실히 아시겠지만, 보라색 원형의 기파가 얼음덩이 앞에 생성되는 것 보이시죠? 저게 마력장입니다. 마력장은 투사체의 공격력을 일시적으로 1.5배 증가시켜주고, 피격 범위를 3배 증가시켜주는 보조마법이죠.]

[그래서 아이스 블레스트가 한방에 성문을 뚫을 수 있었던 거군요!]

[그렇습니다. 아이스블레스트는 원래 방어타워나 성문을 파괴하는데 특화된 마법이거든요. 그런데 마력장까지 덧씌워진 블레스트가 정확히 성문을 직격했으니, 뚫리지 않는 게 이상한겁니다!]

[피올란 유저가 1분 가까이 전장에서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군요! 아이스 블레스트는 캐스팅 시간을 길게 가져갈수록 파괴력이 증폭되는 마법이니까요!]

[그렇습니다. 이제 루시아님이 해설 하셔도 되겠습니다. 하핫.]

[호호,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잖아요. 제가 하인스님 따라다닌 게 벌써 일 년이 넘었는데요.]

[하핫, 어쨌든 이 한방으로 전세가 완전히 뒤집어지겠습니다.]

[그렇죠? 이미 로터스 길드의 기사, 전사클래스 유저들의 대부분이 내성으로 진입해 버렸어요. 원거리 딜러들 위주로 병력을 구성해 놓은 레드크로우 길드가, 이렇게 되면 좀 힘들어질 것 같군요.]

[레드크로우 길드 입장에서는 아쉽겠어요. 한 한시간 정도만 더 버텼으면 수성에 성공하는 거였는데 말이죠.]

어느덧 YTBC의 간판 해설자로 자리 잡은 하인스와 루시아.

두 사람의 해설처럼. 성문이 뚫리면서 전세는 완전히 로터스 길드 쪽으로 기울어버렸다.

그리고 공성전을 보고 있던 유저들은 손에 땀을 쥐고 전투를 구경하고 있었다.

- 크으, 역시 로터스가 이길 줄 알았어!

- 이안 없는 로터스는 중상위권 길드 정도 전력일 거라 생각했는데… 까보니까 아니네요.

- 그러게요. 레드 크로우 요즘 승승장구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이안도 없는 로터스에 털리는 거지?

- 털렸다고 까지 하기는 뭐하죠. 사실 방금 전까지는 거의 완벽하게 틀어막고 있었으니까요.

- 방금 아이스 블레스트 들어가는 타이밍이 진짜 예술이었는데, 피올란이라는 유저는 누구죠? 처음 듣는데.

- 헐, 피올란을 모르시다니. 지금 마법사 랭킹 10위 안에 들어있는 빙계 마법사 유저에요. 파이로 영지 영주이기도 하고요.

- 아하, 어쩐지 컨이 예사롭지 않다 했어요.

- 그나저나 이 채팅방에 아까 로터스 까던 님들 다 어디가셨나.

- ㅋㅋㅋㅋㅋ아마 지금 엉엉 우느라 채팅 못할 듯.

- 왜요?

- 왜긴요, 배팅카일란 때문이죠. 아까 보니 어떤님 레드크로우에 300만골드 배팅하셨던데.

- 헐ㅋㅋㅋ 300만골드요? 아 아까 그님이구나. 로터스 라인업에 이안 없는 거 보고 신나서 날뛰던 분.

결국 이십여 분 만에 공성전은 막을 내렸고, 중부대륙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규모가 큰 셀리카 영지는, 로터스 길드의 소유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 공성전을 기점으로 해서, 로터스 길드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그것은 공식홈페이지에 올라오는, 분석가들의 전력분석 게시 글 제목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안 없이도 한 방이 있는 로터스 길드.]

[생각보다 전력이 막강한 로터스. 이안만 합류한다면 5위권에 랭크되어있는 길드들과 맞붙더라도 꿀릴 것 없어 보이는 수준의 전력.]

많은 유저들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로터스 길드의 행보는 계속되었다.

셀리카 영지를 시작으로 중부대륙의 다른 영지들에 차례로 영지전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다음 영지전의 상대는 무려 7위에 랭크되어있는 롤랑카길드.

롤랑카길드는, 루스펠제국 소속의 길드 중에는 무려 3위에 랭크되어있는 막강한 길드였다.

이쯤 되자 이제는, 루스펠 제국 소속의 유저들 뿐 아니라 카이몬 제국 소속의 유저들, 나아가 마족으로 전향한 유저들까지 로터스 길드의 행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          *          *

“형, 잠깐만 쉬었다 움직이자.”

“그럴까? 안그래도 지금 정비를 좀 해야 될 것 같긴 했어.”

“응, 나도 마력 좀 채우고, 쿨타임 좀 기다렸다가 다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마계 21구역.

이안 일행은 생각보다 고전하고 있었다.

한 구역 한 구역 아래로 내려갈수록, 마수들의 전투력이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노엘이는 어때? 역소환시킨 소환수들 다시 소환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지?”

“다른 애들은 다 쿨 돌아왔고요, 레이크가 한 5분, 카르덴이 한 20분 남았어요.”

“야, 그나저나 레이크가 너한테 간 뒤로 더 잘 성장하고 있는 거 같다 야.”

“에이, 아니에요. 제가 오히려 레이크 덕에 도움 많이 받고 있죠. 형이 워낙 잘 키워놓으셔서….”

얼마 전 이안은, 어느 순간부터 항상 아공간에서 놀고 있던 레이크를 카노엘에게 분양해 주었다.

레이크를 부리기에 통솔력이 부족하기도 했고, 포지션이 겹치는 소환수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드래곤 테이머인 카노엘은, 드래곤 타입의 소환수들을 많이 보유할수록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패시브 스킬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드레이크 킹인 레이크를, 카노엘이 잘 활용해 주고 있는 것이었다.

“노엘이는 항상 겸손하단 말이야. 야 훈이 너도 좀 보고 배워라.”

이안의 말에 훈이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아 또 왜 나한테 그래 형.”

“몰라서 묻냐.”

훈이와 티격태격하던 이안은, 소환수들을 한 차례 정비하며 멀찍이 보이는 게이트를 슬쩍 응시했다.

‘저기만 지나면 이제 20구역. 데이드몬의 신전이라는 곳이 저기 있겠지.’

20구역부터는 정말 강력한 마수들이 등장할 게 분명했다.

이안 일행이 전력을 다하더라도 쉬이 상대할 수 없는 그런 괴물들.

그렇기에 이안은 더욱 피가 끓었다.

사실 차원전쟁이 끝난 이후 한동안, 너무 쉬운 전투만 해서 무료했기 때문이었다.

‘마신의 신전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던전이니까… 발록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설등급의 마수 한 마리 정돈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기대감에 찬 이안의 두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 (7). 정복전쟁의 시작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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