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325화 (347/1,027)

< (6). 드워프 우르크 한 -3 >

*          *          *

로터스 영지에 개설해 둔 이안의 금고 계좌에는, 생각보다 많은 액수의 골드가 들어 차 있었다.

“오오… 다 때려 박으면 광산레벨 4도 가능하겠는데…?”

무려 6억 골드가 넘는 어마어마한 액수가 저장되어 있었던 것.

하지만 머리로 열심히 계산을 두들겨 보던 이안은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이, 업그레이드까진 다 할 수 있어도, 사역노예 추가고용 비용이 부족하겠네. 3억 골드는 남겨두지 뭐.”

중얼거리던 이안은 망설임 없이 금고에 있던 돈의 거의 절반 정도를 곧바로 인출했다.

띠링-

[‘로터스 영주 금고’에 접속합니다.]

[인증 완료!]

[인출 가능 골드는, 총 659821222골드입니다.]

:

:

[325000000골드를 인출합니다. (Y/N)]

[본인확인을 위해, 마지막으로 홍채인식이 필요합니다.]

[홍채 인식 완료!]

[골드 인출에 성공하셨습니다. 잔여 금액은, 총 334821222골드입니다.]

골드 인출을 마친 이안은 투덜거렸다.

“아니 지난번에 골드 뽑을 땐 아무 절차 없이 그냥 인출되더니… 왜 이렇게 복잡해 진 거야? 액수가 커서 그런가…?”

이안은 인벤토리에 들어차 있는 3억이 넘는 골드를 힐끗 응시했다.

‘그러고 보니… 이 돈이면, 광산이 아니라 아예 현실에 아파트를 한 채 살 수 있잖아?’

지금 이안이 지내고 있는 집도, 혼자살기에는 나쁘지 않은 집이었다.

매매가가 2억에 가까운, 넓직한 투룸이었으니까.

‘지금 사는 투룸을 팔고, 통장에 있는 돈에 이 골드까지 환전하면….’

이안이 사는 지역은 서울에서도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지역.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돈이 수중에 있는 것이다.

“아니야, 그래도 광산이지…! 아예 통장에 있는 현금까지 골드로 환전해서 4레벨로 올려버려?”

부모님이 들었다면 거품을 물고 쓰러졌을 법 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이안!

어쨌든 광산을 개발하기로 결심한 이안은, 영주실에서 빠져 나왔다.

그러자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훈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다 끝났어? 무슨 금고에서 골드 빼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려?”

이안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3억이거든.”

“… 뭐?”

“3억골드 뽑았다고.”

“….”

훈이가 흔들리는 동공으로 이안을 응시하며 말했다.

“혀, 형도 노엘이형처럼 금수저였어?”

이안이 고개를 저으며 간단하게 대답했다.

“아니, 난 자수성가지.”

“….”

그리고 자수성가라는 이안의 말에, 훈이는 작은 오해(?)를 하고 말았다.

‘이 형… 게임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현실에서도 대단한 사업가였던 거야…?’

이안에 대한 훈이의 존경심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살짝 생겨나는 순간이었다.

*          *          *

“그러니까… 한 번도 죽으면 안 된다?”

“응. 사망패널티를 한번이라도 받으면, 퀘스트가 자동으로 실패하게 되거든.”

“퀘스트 조건이야?”

“맞아.”

이안을 따라 마계로 넘어 온 훈이는, 이안의 뒤를 따라다니며 재잘재잘 자신이 진행중인 퀘스트를 얘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영지전에도 참여 못했다고.”

“영지전? 왠 영지전?”

이안의 반문에, 훈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형, 오늘부터 레드크로우 길드랑 전면전인데, 그것도 모르고 있었단 말이야?”

“그, 그래? 내가 요즘 좀 바빠서… 잠깐.”

이안은 서둘러 메시지 창을 열어 수신거부를 풀어 보았다.

그러자 헤르스와 피올란으로부터 쏟아져 온 메시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안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뭐, 나 없이도 레드 크로우 정돈 이기겠지….”

“….”

이안의 무책임(?)한 말에, 잠시 벙찐 표정이 되어있던 훈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자신의 퀘스트로 화제를 전환시켰다.

“어쨌든, 그래서 지금 노엘이 형도 도와주기로 했고, 일단 마계 20구역으로 가야 해.”

“데이드몬의 서 인지 뭔지가 거기 있는 거야?”

“그건 정확히 알 수 없는데, 거기에 마신 데이드몬의 신전이 있거든. 그쪽으로 가보면 뭔가 나올 것 같아서.”

이안은 대충 동선을 짜 보았다.

‘어차피 가는 길이니까 조금 도와주고 가 볼까?’

그리고 마계 20구역의 특수한 던전 정도면, 전설등급의 마수를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마계 30구역에도, 히든 퀘스트 관련 던전에는 데빌 드래곤 이라는 강력한 전설의 마수가 있었으니까.

‘아무 전설마수라도 발견하면 일단 포획해 봐야지.’

사실 이안으로서도, 전설등급의 마수는 포획 난이도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전설마수는커녕, 아직 최상급의 마수도 몇 마리 포획해 본 적이 없는 이안이었다.

“흐음… 그래서 나한테 지금 그 얘기를 하는 저의는… 뭔데?”

훈이가 헤실헤실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알면서 또 왜 이러시나… 위대하신 이안형님이 좀 도와주셨으면 해서 그러지.”

피식 웃은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아, 도와주도록 할게.”

“오오…?!”

이안이 생각외로 흔쾌히 수락하자, 훈이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그리고 이안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런데….”

“그런데 뭐?”

“지금 바로 출발하기는 힘들 것 같아.”

“왜?”

“내가 지금 좀 많이 졸립거든.”

“… 형이 게임하다가 졸리는 경우도 있어?”

“왜냐면, 잠 안 잔지 거의 2일이 다 되가니까.”

“….”

역시나 상식을 초월하는 이안의 대답에, 훈이는 질린 표정이 되었다.

이안이 다시 물었다.

“그거 시간제한 있는 퀘스트야?”

“그, 그런 건 아니야.”

“그럼 내일 저녁에 출발하자. 나 잠좀 푹 자고, 며칠간 밀린 집안일 좀 하고 오게.”

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형. 천천히 와도 돼. 오랜만에 마계 왔으니까 마정석도 좀 캐면서 놀고 있지 뭐.”

“내일 저녁에는 올 거니까 걱정 마.”

하지만 이안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훈이를 불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없는 동안 좀 도와줘야 할 일이 있는데….”

운을 떼는 이안과, 불안에 떠는 훈이.

“뭔데?”

“그건 지금 설명하기 애매하고. 도와줄 거야 말 거야?”

훈이의 고뇌가 시작되었다.

‘으으… 어쩌지? 이 형 도와주는 일이 쉬웠던 적은 없는데….’

하지만 어차피 이안이 돌아온 뒤에는 퀘스트를 하기 위해 출발할 것이고, 그렇다면 끝 없는 노가다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훈이가 천천히 주억거렸다.

‘그래, 뭐 이안형 덕에 퀘스트를 할 수 있는 길이 생긴 건데… 그 정도 쯤이야.’

“알겠어, 형. 도와줄게.”

그리고 훈이는, 바로 몇 시간 뒤에 그 말을 후회할 수 밖에 없었다.

*          *          *

그날은, 어쩐지 운수가 좋은 날이었다.

심심해서 들린 이안형의 영주성에서, 정말 우연히 형을 마주쳤고, 덕분에 마계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겼으니까.

게다가 어쩐 일인지 이안형은, 순순히 내 퀘스트를 도와준다고 했다.

자기가 쉬고 오는 동안 뭔가를 도와달라고 했지만, 그 정도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산속 깊숙한 곳에 있는 어두침침한 동굴을 마주한 순간부터, 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뭐지? 여긴 또 형이 찾아낸 새로운 던전인가?’

또 어떤 지옥같은 던전에 날 데려온 건지 의심스러웠지만, 일단 나는 형을 따라가기로 했다.

강한 적을 상대하는 건, 최강의 어둠술사인 내게 숙명과도 같은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곳은 ‘던전’같은 곳이 아니었다.

깡- 깡- 깡-

“형, 이게 무슨 소리야? 저 안쪽에서 나는 소린거 같은데?”

“응, 맞아. 광물 캐는 소리야.”

광물 캐는 소리라니?

그렇다면 여기는 광산이라는 말?

나는 이제껏 마계에도 광산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북부대륙의 서남쪽에 제국 소유의 금광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일이 있었지만, 마계에 광산이라니?

나는 지금이라도 빠져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내 의지와는 달리 몸은 계속 이안형을 따라가고 있었다.

하, 이것이 바로 노예근성이란 말인가.

결국 나는 이안형을 따라 광산의 관리사무소 안쪽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광산 레벨을 3레벨까지 증축한다.”

뭐지? 광산 레벨을 증축한다고?

나는 당황스러웠다.

광산을 증축한다는 말은, 이 광산이 이안형의 소유라는 말이었으니까.

지금껏 제국 소유의 광산은 봤어도, 유저 개인이 광산을 소유한 경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카카, 전에 미리 봐 뒀던 사역노예들 있지? 전부 다 고용하자.”

“알겠다 주인아.”

형은 항상 함께 다니는 이상한 배불뚝이 꼬마도마뱀과 알 수 없는 얘기를 나누더니, 골드를 미친 듯이 쏟아 붓기 시작했다.

“형, 지금 얼마를 쓰는 거야?”

“3억.”

“아까 그 돈 다 쓰는 거야?”

“응.”

대화 내용은 간단명료했지만, 충격적이었다.

이게 금수저, 아니 자수성가한 사장님의 클라스인가?

이안형은 막힘 없이 돈을 펑펑 쓰기 시작했고, 광산의 구조는 실시간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렇게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형은 나를 데리고 다시 어디론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좁다란 통로를 따라 쭉 걸어 들어가자, 널따란 광산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그곳에는 수십이 넘는 광산노예들이 줄지어 서서 이안형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열심히 채굴중인 몇몇 노예들도 눈에 띄었다.

그곳은 한눈에 보아도 착취의 현장!

나는 더욱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때, 나보다도 키가 더 작은 드워프 하나가, 곡괭이질을 멈추더니 이안형의 앞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오, 이안! 기다리고 있었소.”

“하하, 채굴은 좀 잘 되어가고 있어?”

“오늘은 시작이 정말 좋소. 벌써 상급 마정석도 하나 캤거든.”

“크으, 역시 한의 채굴솜씨는 최고야.”

“후후.”

둘은 마치 수 십 년은 알고지낸 친구처럼, 만나자마자 수다를 떨어대기 시작했고, 드워프놈의 끈적한 눈빛은, 마치 하트라도 발사되는 듯한 착각이 생길 정도였다.

“그나저나, 광산이 이렇게 개발되기 시작하니 좋군. 이 정도 레벨이 되면 채굴할 맛도 좀 더 생기지.”

“부탁해, 한. 난 꼭 전설등급의 마령석이 필요해. 알지?”

“크하핫, 알다마다. 나만 믿고 있으면 반드시 전설 등급의 마령석을 품에 안겨주겠소.”

“좋아, 좋아. 나는 그럼 한만 믿고 있을게.”

그런데 그 때, 그 못생긴 드워프놈이, 드디어 나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나는 왠지 모르게 온 몸에 오한이 드는 것을 느꼈다.

이 드워프놈, 위험한 놈이 분명했다.

“그런데 이 꼬마친구는 누구신가?”

못생긴 드워프놈의 말에, 이안 형이 기분 좋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제발.

이런 못생긴 땅딸보에게 날 소개시켜줄 필요는 없다고, 형!

“아, 앞으로 이틀 동안 채굴을 도와줄 친구야.”

응? 채굴? 설마 지금, 최강의 어둠술사인 나에게 곡괭이질을 하라는 거야?

하지만 이어진 말은 더욱 가관이었다.

“오호? 그런데 이 쪼그만 친구가 채굴에 도움이 되겠소?”

“이래봬도 이 녀석, 언데드를 다룰 줄 알거든. 골렘이나 스켈레톤들을 좀 소환하게 해서 채굴을 시키면, 높은 등급의 광물은 못 캐도 하급 광물들은 왕창 캘 수 있을 거야.”

이것은 엄청난 발상의 전환.

만약 내가 광산의 주인이었더라도, 생각해내기 힘들었을 발상이었다.

아니, 언데드들에게 채굴을 시키다니?

“크으, 역시 이안. 그대의 창의력은 항상 날 놀라게 하는군.”

“후후 내 머리가 좀 좋긴 하지.”

머리가 좋은 게 아니라, 잔머리가 좋은 거겠지….

아무튼 나는, 아무런 저항조차 해보지 못하고 못생긴 드워프에게 맡겨지게 되었다.

아, 물론. 날 따라온 노엘이 형은 덤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 형이 제일 불쌍했다.

“잠깐, 형 이대로 가는 거야?”

“응. 좀만 도와줘. 일 끝나면 마정석 좀 나눠줄게.”

“자, 잠깐!”

나는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형을 불러세웠다.

하지만 나의 애처로운 눈빛에도, 이안형은 아랑곳 않고 눈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로그아웃을 한 것이리라.

나는 이대로 조용히 로그아웃을 해버릴까 잠시 고민했지만, 드워프놈의 매서운 눈빛을 보고는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놈은 분명, 이안형에게 이르고도 남을 녀석이었다.

“자, 꼬마야. 이쪽으로 와 볼까?”

그렇게, 노동지옥이 시작되었다.

< (6). 드워프 우르크 한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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