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324화 (346/1,027)

< (6). 드워프 우르크 한 -2 >

*          *          *

“아니, 헤르스님, 이안님 정말 연락 안 돼요?”

“그렇다니까요. 어디 던전에라도 틀어박혔는지, 개인 메시지도 전부 다 닫아놨어요.”

“허얼… 톡은 안 봐요?”

“네. 마지막으로 연락했던 게 그저께 저녁 쯤 이었던가….”

파이로 영지의 영주집무실.

피올란과 헤르스가 탁자에 마주앉아 한숨을 푹 푹 쉬고 있었다.

“… 아니, 오늘이야 토요일이라니까 그렇다 치지만, 어제는 금요일이잖아요. 학교 개강 안했어요? 아니면 이안님 금요일 공강인가?”

“아뇨 공강은 아닌데 학교 안 왔더라고요.”

“….”

“가끔 이럴 때 있어요.”

“흐아….”

피올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동안이야 이안이 필요한 일이 별로 없었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기 때문이었다.

‘으, 이안님 없이는 조금 불안한데….’

이제 1시간 정도 후면, 현재 길드랭킹 13위에 랭크되어있는 길드인, 레드크로우 길드와 전면전이 시작된다.

현재 로터스 길드의 길드랭킹은 15위였으니, 길드랭킹으로 따지면 한 단계 더 높은 상위길드.

물론 로터스 길드의 현재 길드랭킹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는 했다.

로터스의 수뇌부가 최근 한 달 동안, 일부러 길드랭킹을 떨어뜨리는 작업을 했기 때문이었다.

영지전과 관련되지 않은 모든 길드전에 전부 기권해 버린 것.

길드 랭킹 포인트 외에도 길드명성에 손실이 있기는 했지만, 전략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과거 최상위 길드였던 스플렌더와 오클란, 두 길드를 흡수했음에도 오히려 랭킹은 떨어진 것.

일부러 랭킹을 떨어뜨린 이유는, 다른 길드끼리의 연합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렇지 않아도 위협적인 로터스 길드가, 갑자기 최상위 랭킹까지 치고 올라간다면 다른 길드들이 뭉쳐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한두 번 점령전이 벌어지며 몇 개의 랭커길드가 합병당하고 나면, 그때는 다른 길드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연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늦을 것이다.

알짜배기 전력을 가진 핵심 길드 몇 개만 짤라놓으면, 나머지 길드들이 연합해도 충분히 싸워볼 만 할 테니까.

로터스 길드는 지금, 발톱을 감추고 있는 상황이었다.

헤르스가 말했다.

“그래도 뭐, 설마 레드크로우 따위한테 지겠어요? 이안이 없이도 거기 정도는 가뿐하게 이겨야죠.”

피올란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도 질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그래도 이안님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죠.”

헤르스가 피식 웃었다.

“하긴… 이안이만 있으면 변수 자체가 아예 사라져버리는 수준이니까….”

피올란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는 길드 전력을 한번 체크하고, 전쟁준비를 시작해야할 때였다.

“휘유, 그럼 이번 길드전은 이안님 없이 한번 해 보죠 뭐.”

*          *          *

“흐흐흣.”

마계 25구역의 동북부 지역.

이안의 마력광산 안에서 음침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웃음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안!

“주인아, 사역노예들도 하루 8시간 일하면 쉬게 되어있는데, 이게 뭐하는 짓이냐.”

카카의 핀잔에, 이안이 곧바로 대꾸했다.

“시끄러, 인마. 그렇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불만이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

“내가 사는 곳에선, 일터에 가면, 하루에 기본 12시간은 근무한다고.”

“…!”

“그런데 노예주제에 8시간만 지나면 바람처럼 사라지다니!”

카카는 당황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그곳이 혹시 말로만 듣던 지옥이라는 곳인가…! 모두가 노예보다 힘들게 일하는 곳이라니!”

그리고 측은한 표정으로 이안을 응시했다.

“그래서 우리 주인이 이렇게….”

카카와 잠시 투닥거리던 이안은 또다시 곡괭이질을 시작했다.

‘하급 마정석 100개. 그것만 딱 채우면 여길 나간다…! 그 안에 전설등급 마령석 채굴에 실패하면 일단은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어.’

이안은 벌써 20시간도 넘게, 쉬지 않고 광산에서 곡괭이질을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안의 인벤토리에 수북이 쌓여 있는 광물덩어리들!

이안은 인벤토리를 슬쩍 확인했다.

[최하급 마정석 - 276개]

[하급 마정석 - 97개]

[최하급 철광석 - 879개]

[하급 철광석 - 142개]

[중급 철광석 - 8개]

[최하급 마령석 - 479개]

[하급 마령석 - 139개]

[중급 마령석 - 43개]

‘젠장, 상급 마령석이라도 하나 건졌으면 좀 덜 억울했을 텐데….’

채굴 가능 광물 목록에는, 분명히 전설등급의 마령석까지 표기되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중급 마령석도 한 시간에 두어 개 겨우 건지면 다행인 수준이었다.

깡- 깡- 까앙-!

인벤토리를 확인하는 도중에도 이안은 곡괭이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노가다는 배신하지 않아. 지금까지 캔 광물만 다 팔아도 2천만골드는 메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 때.

이안의 곡괭이질 중이던 광석더미에서, 돌연 은백색의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이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거야! 분명 한의 말에 의하면, 고급 광물들은 특별한 빛을 머금고 있다고 했어…!’

이안은 정신없이 곡괭이를 놀려, 바윗덩이 깎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2분 정도가 더 지났을까?

드디어 이안의 눈 앞에, 지금껏 처음 보는 새하얀 빛의 광물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오오… 이 아름다운 자태…!”

이안은 들고 있던 곡괭이를 내려놓고, 사이즈가 좀 작은 채굴 장비를 꺼내어 들었다.

그것은 마치 곡괭이와 호미를 절반씩 섞어놓은 것 처럼 생긴 아이템이었다.

‘이쯤 되었을 때 이 녀석을 사용하면 된다고 했었지?’

휴식을 위해 포탈을 타고 돌아가기 전, 한이 이안에게 빌려주었던 채굴장비인, 미스릴 곡괭이!

이틀 사이에 이안에 대한 한의 친밀도는, 무려 아끼는 채굴장비를 빌려줄 정도가 되어 있었다.

이안은 장비를 들고 조심스레 광물의 주변을 깎아내기 시작했다.

까각- 까가각-!

듣기 거북한 마찰음과 함께, 광석은 깎여나가기 시작했고.

[부족한 손재주로 인해, 광석의 내구도가 5 만큼 손상됩니다!]

[부족한 손재주로 인해, 광석의 내구도가 7 만큼 손상됩니다!]

:

:

[광석의 내구도가 80%이하로 깎여, 등급이 한 단계 떨어집니다.]

[광석의 내구도가 70%이하로 깎여, 등급이 추가로 한 단계 더 떨어집니다.]

삼십분이 넘게 낑낑거린 끝에, 이안은 광석을 채굴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광물 채굴에 성공하셨습니다!]

[손재주가 부족하여 광물이 손상되었습니다.]

[‘중급 마령석’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이안은 떠오른 메시지를 보고는, 멍한 표정이 되었다.

“이… 이런….”

이안의 채굴스킬 부재로 인한, 그야말로 대 참사가 벌어져 버린 것.

옆에서 그 모양을 지켜보던 카카가 한탄했다.

“최상급 마령석을 채굴하다가 중급 마령석으로 만들어버리다니… 주인아 방금 최소 천만 골드는 날린 거다.”

“….”

“이건 정말… 저주받은 손재주다 주인아.”

하지만 얄밉게 얘기하는 카카를 보면서도, 이안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내 손을 잘라버리고 싶어….’

이안조차 자기 자신이 너무도 원망 스러웠기 때문.

채굴 도중 두 차례 등급이 떨어져 중급이 된 것이라면, 카카의 말대로 원래는 최상급의 마령석이었던 광물이었으리라.

“하아….”

적잖은 충격에 잠시 멍한 표정으로 서 있던 이안은, 곧 정신을 차리고는 주섬주섬 채광장비들을 회수했다.

“뭐 하냐, 주인아.”

“그만 하고 나가려고.”

“아직 하급 마정석 100개 안 됐다, 주인아.”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

“그러냐.”

“노가다가 나를 배신했어….”

상처받은 이안은 터덜 터덜 광산을 나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광산에 실망한 것은 아니었다.

‘이제 채굴 시스템은 다 파악했어. 자본이 엄청나게 들어가긴 하지만, 제대로 가동될 때 까지만 돈 좀 쓰면… 여기는 노다지가 될 게 분명해.’

지금까지 광산에 이안이 투자한 골드는 3천만골드 정도.

하지만 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광산레벨이 올라갈수록 필요한 골드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일단 영지에 있는 돈까지 싹 다 털어서, 3레벨 광산까지 만들어놔야겠어. 한 2억3천만 골드 정도면… 사역노예 세팅까지 전부 끝나겠지? 4레벨 광산까지 올리기엔 어차피 돈이 부족하고….’

이안은 머릿속으로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무려 2억 3천만 골드라는 어마어마한 액수를 생각하면서도, 이안은 동요하지 않았다.

이미 계산이 다 서있었기 때문이다.

‘능력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좀 상급으로 고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고르 노예가 하루에 채광 가능한 광물이 100개 정도.’

이안은 광물 하나당 가격, 그리고 고용 가능한 노예의 숫자 등, 이것저것 변수들을 전부 따져보기 시작했다.

‘3레벨 광산에서 고용할 수 있는 최대 사역노예 숫자가 20개체니까… 생각해보자….’

머리를 열심히 굴리다보니, 어느덧 광산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광산을 나서는 순간, 이안은 모든 계산을 끝냈다.

“좋아. 최소한으로 잡아도… 한 한달 정도면 손익분기점은 넘길 수 있겠어!”

뜬금없이 주먹을 불끈 쥐며 중얼거리는 이안을 보며, 카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주인이 고급 광물 하나 날려먹더니 이상해졌다…!”

이안은 카카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차원의 구슬을 이용해 차원문을 열었다.

‘광산 세팅 다 해놓고, 잊혀진 영혼의 무덤으로 가면 되겠어. 발록 포획하는 동안 광산 굴려 놓으면… 최상급 이상 마령석 한 개 쯤은 채굴되어 있겠지?’

이안은 차원문을 통해 곧바로 로터스 영지로 향했다.

계획은 세워져 있으니, 이제 바쁘게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위이잉-

그런데 그 때.

이안의 귓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이안형?”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에는 역시 익숙한 두 명의 얼굴이 보였다.

바로 훈이와 카노엘, 두 사람이었다.

“어, 니들 여기서 뭐 하냐?”

“카노엘 형이 서머너벨리에서 뭐 할 거 있대서, 왔다가 영주성 잠깐 들렀지. 그러는 형은 또 그 지옥같은 데 다녀오는 거야?”

이안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지옥같은 데라니?”

“그 있잖아. 마우리아 제국인가? 그때 나 데려다가 겁나 부려먹었던 곳.”

훈이는 이안의 차원문이 마우리아제국에 한정되어 열 수 있는 포탈인줄 안 것이었다.

그제야 훈이의 말이 이해가 된 이안은 피식 웃었다.

“아하, 아냐. 나 지금 마계에서 오는 길이야.”

그리고 이안의 대답에, 훈이의 두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졌다.

“뭐, 뭐라고? 마계?”

“응. 차원문 열고 다녀왔지.”

“그 차원문… 아무 데나 열 수 있는 거였어?”

이안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내가 한번이라도 가 본 곳만 가능해.”

“…!!”

“흐아암….”

놀라는 훈이와는 별개로 입이 찢어져라 하품하는 이안.

그도 그럴 것이, 채광 노가다를 하느라 또 꼬박 하루가 넘게 깨어있었던 것이다.

훈이가 이안의 손을 덥썩 잡으며 소리쳤다.

“형! 역시 형밖에 없어!!”

반면에 이안은, 하품도 하다말고 당황해서 대답했다.

“이, 이놈은 또 왜이래? 야, 노엘아. 얘 지금 왜 이러는 거냐?”

이안의 물음에, 카노엘은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일 뿐이었다.

< (6). 드워프 우르크 한 -2 > 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