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드워프 우르크 한 -1 >
우르크 한을 고용하고 나자, 이안은 그야말로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다.
남은 돈으로 비용이 저렴한 고르 족 노예 하나까지 고용하고 나니, 인벤토리에 남은 골드가 4자리 수로 떨어져 버린 것.
‘남은 골드가 고작 8천골드라니… 이 많은 돈을 이렇게 순식간에 써버릴 수 있을 줄은 몰랐네. 내 인벤토리에 몇 천 골드가 남아있는 걸 보게 될 줄이야….’
8천골드로는, 아마 초보존에서 쓸 만한 장비 하나 구하기도 힘들 것이었다.
어쨌든 겨우 고르족 노예 하나를 추가로 고용해 최소 조건이 사역노예 2개체를 만족시킨 이안은, 노예시장을 빠져나왔다.
그러자 시스템 메시지가 추가로 떠올랐다.
띠링-
[마력광산을 가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만족하셨습니다.]
[이제부터 광물 채굴이 가능합니다.]
[추가 시설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다시 관리사무소를 방문하시면 됩니다.]
‘추가 시설?’
어차피 골드도 더 없었기에 그림의 떡이었지만, 궁금해진 이안은 추가로 개발할 수 있는 시설들도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혀를 내둘러야 했다.
‘으으… 마력광산 이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줄 알았는데…. 돈 먹는 괴물이잖아?’
현재 광산정보로 확인한, 이안의 광산레벨은 1레벨.
그리고 1레벨의 광산에서 오픈할 수 있는 추가시설은, ‘채굴장비 강화시설’과 ‘광물창고’ 시설이었다.
채굴장비 강화시설은 말 그대로 사역노예들이 사용할 장비를 강화해주는 시설이었으며, 광물창고는 기본적으로 있는 광물저장창고의 저장량을 늘리는 시설이었다.
두 시설을 오픈하기 위해 필요한 골드는, 각각 1500만골드와 500만골드.
‘그리고 심지어, 광산레벨이나 모든 시설물 레벨 올리는데도 추가로 골드가 필요하네…?’
그야말로 돈 먹는 괴물!
이안은 과연 이 광산에서 투자비용 이상의 광물을 생산해 낼 수 있을지 조금씩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뭐 일단 지른 거니까,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끝까지 한번 가 본다. 돈 부족하면 노가다로 때우지 뭐.’
최근에는 골드가 부족해 노가다 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풍족했지만, 초기화 전 활 쟁이 시절에는 골드노가다가 하루의 일과였던 이안이었다.
오우거 한 마리당 800골드 정도를 벌어 열심히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던 시절!
그때에 비해 골드 시세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차원이 달랐다.
‘마계 20구역대에서 중급이상 마정석 하루 종일 캐다 팔면… 시간당 한 일이백만 골드는 벌리려나?’
중급 이상의 마정석은 드랍률이 극악해서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드랍되는 장비 아이템까지 생각하면 시간 당 2백만 골드 정도는 노가다로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제대로 된 장비아이템 하나만 떨어지면 2백이 아니라 2천만 골드도 가능할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2천만 골드가 또 별거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사실 2천만 골드가 별 게 아닌 것은 아니었다.
단지 현재 카일란에서 가장 많은 컨텐츠를 섭렵한 이안의 입장에서 돈이 벌기 쉬운 것일 뿐.
만약 이안이 현실세계의 부귀영화에 좀 더 집착하는 스타일이었더라면, 지금쯤 수십억이 아니라 수백억도 모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안이 카일란에서 번 돈으로 현실세계에서 한 것이라곤, 최신형의 캡슐이 출시될 때 마다 칼같이 구입하는 것과, 자취방을 좀 더 넓고 좋은 곳으로 옮긴 것 정도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관리사무소를 나왔다.
“노가다야 차차 하면 되는 거고, 일단 채광부터 한번 해 볼까?”
관리사무소의 위치는 광산의 초입에 있었고, 이안은 사무소에서 나와 광산의 더 깊은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곧, 좁았던 공간이 탁 트이며, 넓은 채굴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앞에는, 이안이 고용한 두 개체의 사역노예가 소환되어있었다.
이안과 드워프의 눈이 마주쳤고, 드워프, 우르크 한이 고개를 숙여보이며 이안에게 인사했다.
“처음 뵙겠소, 우르크 한 이라 하오.”
건방짐이 느껴지거나 하지는 않는 공손한 어투.
하지만 노예라고 하기에는 어색한 하오체를 구사하는 우르크 한을 보며,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차피 본래 주인은 따로 있다는 건가?’
이안이 입을 열었다.
“잘 부탁해, 우르크 한. 이제부터 나를 도와 이 미개발 광산을 개척하는데 힘을 보태줘.”
우르크 한이 짧게 대답했다.
“알겠소.”
이안은 고용 전에 확인하지 못했던, 우르크 한의 고유능력을 한번 확인해 보았다.
---------------------------------------
광물 가공술 (종족고유)(종족특화)(강화능력)
- 채굴한 지 24시간이 지나지 않은 광물을, 1회에 한해 가공할 수 있는 능력이다.
광물 가공술을 사용하면, 일정 확률로 해당 광물의 등급을 한 단계 높여준다.
(재사용 대기 시간 - 30분)
(가공할 광물의 등급과 종류에 따라, 가공에 성공할 확률이 달라진다.)
강화의 귀재 (희귀능력)
- 3차 초월 이하인 장비에 한해, 장비 강화에 성공할 확률을 30%만큼 증가시켜주는 패시브 스킬이다.
설계자 드워프 (종족고유)(희귀능력)(진화능력)
- 일정 시간동안의 연구를 통해 장비 제작 레시피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설계자 드워프 능력이 발동되면, 연구가 끝날 때 까지는 다른 행동을 할 수 없으며, 시간이 오래 필요한 연구일수록 뛰어난 장비의 제작 레시피가 만들어질 확률이 높다.
(재사용 대기 시간 - 24시간)
(진화 가능)
---------------------------------------
우르크 한의 고유능력들은, 한 눈에 보아도 이안이 군침을 흘릴 만한 것들이었다.
‘와… 고유능력 세 개 다 버릴 게 없네. 유일등급의 노예인데 이 정도라니….’
이안이 카카에게 속삭이듯 물었다.
“카카, 혹시 노예계약이 끝나고 나면, 한을 가신으로 들일 수도 있을까?”
“한? 아, 우르크 한을 말하는 건가?”
“그래.”
카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당연하다, 주인아. 하지만 그 전에 주인이 한의 마음에 들어야겠지.”
“그… 렇군.”
가신은 노예와 다르다.
돈이 있다고 고용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실제로 유저들 중에는, 원하는 가신을 고려하기 위해 삼고초려 이상을 하는 이들도 많았다.
‘어떻게든 계약기간 전에 한을 잘 꼬셔봐야겠어.’
그렇게 흑심(?)을 마음속에 품은 이안은, 우선 다른 생각들은 다 접어 두고 광물 채굴을 시작했다.
그리고 최소한의 조건이 모두 갖춰지고 나니, 광물채굴은 의외로 별다른 절차 없이 금방 진행할 수 있었다.
* * *
널따란 광산의 한쪽 구석.
깡- 깡- 깡-
적막 속에 곡괭이질 소리가 쉬임 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의 근원지는 바로 이안.
“음….”
이안에게로 다가온 드워프 한이 걸걸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그대는 참 특이한 것 같소.”
이안은 잠시 허리를 펴고 일어나 땀을 닦으며 짧게 되물었다.
“뭐가?”
한이 어깨를 으쓱 하며 대답했다.
“난 지금까지 노예계약기간을 채우느라 수 많은 마력광산을 전전했소, 못해도 한 열 군데 이상의 광산은 거쳐서 여기까지 왔지. 그런데 지금까지 그 어떤 광산도, 광산의 주인이 직접 곡괭이질 하는 것은 본 적이 없거든.”
이안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대꾸하며, 곡괭이를 다시 집어들었다.
“일단 컨텐츠를 파악해야지. 광산을 굴리더라도, 그 전에 직접 해 봐야 최고 효율을 뽑아낼 수 있는 법.”
이안의 대답에, 한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오호… 과연, 옳은 말이오. 컨텐츠가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고용주가 직접 광산일을 해 본다면, 효율적으로 광산을 운영할 수 있겠지.”
그리고 이안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 두 줄이 떠올랐다.
띠링-
[드워프 ‘우르크 한’이 당신에게 호기심을 보입니다.]
[드워프 ‘우르크 한’의 친밀도가 2만큼 상승합니다.]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과의 친밀도가 높아진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기에 이안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한,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이 광산에서 최우선적으로 채굴해야 할 광물은, 높은 등급의 마령석이야.”
이안의 말에 한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 그렇지 않아도 그것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소.”
“으음?”
“아까 물어보고 싶었던 건데… 마령석에 왜 그리 집착하는 것이오? 사실 최상급 마령석이 귀한 광물이라고는 해도… 그것을 필요로 하는 이가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오. 팔아먹기 힘들 것이라는 말이지.”
이안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안 팔거야. 내가 쓸 거니까.”
드워프 한의 눈에 다시 묘한 빛이 어렸다.
“으음…? 이안, 그대는 혹시 연금술사인 것이오?”
한의 물음으로 인해, 이안은 또 하나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연금술사? 과연… 연금술사라는 생산직업도 존재하는 거구나. 그리고 마령석은 연금술에도 쓰이는 광물이겠지. 역시, 마수 연성술에만 필요한 광물일 리가 없었어.’
이안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나는 연금술사가 아니야.”
“그럼…?”
“나는 마수 연성술사야. 그리고 최고의 마수를 연성해 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등급이 높은 마령석이 필요해.”
한의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마수 연성술사라니…! 내가 여기서 마수 연성술사를 만나게 될 줄이야!”
그리고 당황스럽게도, 예의 그 시스템 메시지가 또다시 이안의 눈 앞에 떠올랐다.
띠링-
[드워프 ‘우르크 한’이 당신에게 호기심을 보입니다.]
[드워프 ‘우르크 한’의 친밀도가 15만큼 상승합니다.]
이안은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뭐지? 이렇게 쉬운 녀석은 또 처음이네. 친밀도를 막 퍼주잖아?’
쉬운 남자 우르크 한!
이안에게 호기심을 느낀 우르크 한은, 쉴 새 없이 이안을 향해 떠들어대기 시작했고, 이안 또한 금방 그와의 대화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사실 이것은 둘의 관심사가 무척이나 비슷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치 세르비안을 처음 만났을때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오오, 그러니까 이안 그대가 생각하는 강력한 신화등급의 마수를 연성해 내기 위해서는, 우선 본체가 될 전설등급의 마수에 재료가 될 마수. 그리고 성공률을 높여주기 위한 마령석이 필요하다는 얘기군.”
“맞아.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왜 그렇소?”
“우선 본체가 될 마수는, 전설등급 중에서도 가장 전투능력이 뛰어난 놈으로 골라야 하고, 재료가 될 마수는 고유능력이 특별한 놈으로 골라야 해.”
“오오… 이유는?”
“이건 좀 고급 정보인데, 너한테만 말해줄게.”
“우오옷!”
“내가 지금까지 마수연성을 수없이 해오면서 연구한 결과, 전투능력은 고스란히 본체인 마수의 능력치를 기반으로 업그레이드 되지만, 고유능력의 경우에는 재료 마수의 능력을 가져올 확률이 더 높더라고.”
“크으으, 그런 일이!”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야.”
“흥미진진하군. 계속 듣고 싶소.”
“한, 너도 광부니까 알 테지만, 능력석 이라는 광물도 있는 거 알지?”
“알고 있소. 광산에서 자주 채굴할 수 있는 광물은 아니라 몇 번 보지는 못했지만….”
“그 능력석이 어떻게 보면 최고의 마수를 연성해 내기 위한 꽃이라고 할 수 있어. 최고의 고유능력이 담긴 능력석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 능력을 내가 연성할 마수에 장착해 줄 수 있다는 말씀. 그리고 능력석은, 채굴 뿐만 아니라 마수분해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지. 해당 능력을 가진 마수를 분해하다보면, 낮은 확률로 능력석이 드랍된다고.”
“이, 이건…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엄청난 이야기들이오!”
두 사람은 서로의 이야기에 정신없이 빠져들었고.
[드워프 ‘우르크 한’의 친밀도가 4만큼 상승합니다.]
[드워프 ‘우르크 한’의 친밀도가 7만큼 상승합니다.]
:
:
그 사이 이안의 인벤토리에는 광물이 하나 둘 쌓이고 있었다.
깡- 깡- 깡-
[광물 채굴에 성공하셨습니다!]
[손재주가 부족하여 광물이 손상되었습니다.]
[‘하급 철광석’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
:
[‘최하급 마정석’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하급 마령석’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하급 마정석’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
:
그렇게 무아지경속에서, 이안과 한의 우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 (6). 드워프 우르크 한 -1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