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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21화 (343/1,027)

< (5). 마력광산 -2 >

*          *          *

이안은 근 몇 달 동안 카일란을 플레이하며 금전적인 부족함을 느껴본 일이 없었다.

수백만 골드가 넘는 장비들을 매번 레벨에 맞춰 구입하면서도 항상 골드가 남아 돌 정도로, 이안은 부자였으니까.

‘어디보자… 마정석을 미리 팔아 두길 잘한 건가?’

로터스 영지에서 들어오는 세금부터 시작해, 그동안 무한사냥으로 쌓인 장비들과 잡템들을 팔아 벌어들인 골드들.

그것만으로도 이안은, 현금 가치로 억 단위를 훌쩍 상회하는 골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안에게도 2500만 골드라는 거금은, 결코 가볍게 쓸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컨텐츠에 대해 확실히 알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아직 마력광산은 미지의 컨텐츠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

인벤토리에 쌓여있는 골드량을 확인한 이안이 중얼거렸다.

“음… 지금 수중에 가지고 있는 골드가 3천만 골드니까….”

물론 영지의 금고에 가면 훨씬 많은 액수의 골드가 쌓여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광산의 관리사무소를 활성화하는 것만으로 수중에 있는 골드의 대부분을 소진해버린다고 생각하니 뭔가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이안이 카카를 힐끗 보며 불렀다.

“야, 카카.”

“왜 부르냐, 주인아.”

“2500만 골드… 사용할 가치가 있겠지?”

이안의 물음에, 카카는 어이없다는 듯 한 표정이 되었다.

“그게 무슨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이냐, 주인아.”

카카에게 바보취급을 당한 이안이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왜?”

“이 광산에서 미스릴 원석 스무 개 정도만 캐도… 아마 2500만 골드 보다는 비싼 값에 팔 수 있을 거다.”

“어어…?”

이안의 두 눈이 화등잔만해졌다.

그리고 그 안에 호기심이 가득 찼다.

미스릴 원석은 현재 유저들에게 알려져 있지도 않은 광물이기 때문이었다.

카카의 말이 이어졌다.

“아니 미스릴 뿐만이 아니다. 만약 전설 등급의 마령석이라도 하나 캐는 데 성공한다면, 2500만 골드 정도는 그대로 퉁이다.”

“그, 그렇군… 확실히 전설 등급의 마령석이라면….”

전설 등급의 마령석은 무려 전설 등급의 마수를 포획하여 분해했을 때 일정 확률로 얻을 수 있는 광물.

지금 누군가 2500만 골드에 팔겠다고 하더라도, 이안 자신이 당장 사 버릴 터였다.

“게다가 나도 사역한 지 너무 오래 되서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지간한 광산에서 하급 마정석 같은 건 쏟아져 나온다. 말 그대로 광산의 가치에 비하면, 2500만 골드는 푼돈이라는 얘기다, 주인아.”

여기까지 들은 이안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그래, 2500만 골드 정도야, 빡시게 노가다 좀 해서 다시 채우면 되지.’

사실 얀쿤을 대가로 얻은 광산을, 써보지도 않고 썩혀 두는 것은 이안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그저 액수가 너무 컸기에 잠시 움찔 했던 것일 뿐.

“관리사무소를 활성화한다.”

그리고 이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시야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2500만 골드를 지불하셨습니다.]

[마력광산의 ‘관리사무소’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이제부터 광산관리를 시작합니다.]

[모든 설정이 완료되어야 채굴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떠오른 메시지를 전부 확인한 이안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중얼거렸다.

“뭐 그렇겠지. 관리사무소가 폼은 아닐 테니….”

메시지는 이어서 계속 떠올랐다.

[먼저, 최소 2인 이상, 최대 5인 이하의 사역노예를 고용하셔야 합니다.]

[노예시장으로 이동합니다.]

이안은 일전에 카카를 고용했었던 마왕성의 노예경매장 같은 것을 생각했지만, 그의 예상과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그저 눈 앞에 마치 아이템 경매장과 같이 사역노예들의 목록이 주르륵 떠오른 것이었다.

“이 중에 고르면 되는 건가…?”

이안의 중얼거림에 카카가 대꾸했다.

“그렇다, 주인아.”

이안은 먼저, 노예목록의 가장 위쪽에 있는 이름을 한번 눌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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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니안 -

고용가    :  72500골드 / 월

레벨      :  87

종족      :  문 엘프

성별      :  여 (女)

분류      :  노예

등급      :  일반

성격      :  조심스러운

공격력    :  1325

방어력    :  625

민첩성    :  1055

지  능    :  1950

생명력    :  15784 / 15784

고유능력 A (종족고유)

- 알 수 없음

달의 여신을 숭상하는 엘프의 일족이다.

태초의 달빛 아래 탄생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무척이나 아름다워 미의 종족이라고도 불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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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이안은 정보창을 열자마자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그러자 카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러냐, 주인아. 고유능력도 한 개 밖에 없고, 등급도 일반등급인 최 하급 노예인데….”

이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대답했다.

“예, 예쁘잖아…!”

지금까지 이안이 카일란 안에서 봐 온 모든 여성체 중 가장 아름다운 이는 이리엘이었다.

그런데 지금 정보창과 함께 떠오른 ‘엘리니안’이라는 이름의 노예는 이리엘과 비교해도 크게 꿀리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것.

카카가 피식 웃으며 툴툴거렸다.

“인간들의 미의 기준은 알 수가 없다. 내가 보기에는 다 거기서 거기인데….”

그런데 그 때.

이안의 뒤에서 쫄쫄 기어 다니던 뿍뿍이가 한 마디 했다.

“하린에게 다 이를 거다뿍!”

생각지도 못한 뿍뿍이의 날카로운 공격에, 이안의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한 줄 흘러내렸다.

“그, 그건 참아줘, 뿍뿍아.”

“싫다뿍.”

“그렇다면 나랑 딜을 하는 건 어때?”

“뿌욱…?”

“오늘 치 미트볼을 세 개 더 줄게. 콜?”

즉각적인 이안의 제안.

그리고 잠시 고민에 빠져있던 뿍뿍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건 너무 적다뿍.”

이안이 조심스레 미트볼 개수를 올렸다.

“그럼 다섯 개…?”

뿍뿍이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대답했다.

“내 하루 미트볼 할당량을 한 알 더 늘려 줘라뿍. 그렇게 해 준다면 비밀로 해 주겠뿍.”

한층 발전한 뿍뿍이의 교섭능력에, 이안은 대견한 표정이 되었다.

‘조삼모사에 당하던 우리 뿍뿍이가 어느새 이렇게…!’

뿍뿍이에게 미트볼을 한 알 꺼내어 던져준 이안은, 카카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금 중요한 것은 사실 뿍뿍이와의 실랑이가 아니었다.

“카카, 조언 좀 해줘봐.”

“무슨 조언 말이냐, 주인아.”

“지금 나는 전투에 필요한 노예를 구하는 게 아니잖아?”

“그렇지.”

“그럼 전투능력 같은 건 아무 필요 없잖아? 공격력이 높다고 곡괭이질을 잘 하진 않을 거 아냐.”

이안은 말해놓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공격력이 세면 바위가 잘 깨지려나…?’

하지만 역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 주인아.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전투능력이 채굴에 영향을 줄 리가 없지. 만약 방금 저 엘프노예를 고용했다면, 뿍뿍이가 아니더라도 내가 하린에게 이르려고 했었다.”

“왜!”

“멍청한 주인놈을 제거해야 내가 새로운 주인을 찾을 거 아니냐.”

“…?”

“괴물같은 주인놈을 제거할 방법은, 하린에게 고자질하는 것 뿐이다.”

“크윽….”

카카에게 잠시 배신감을 느낀 이안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방금 내가 확인한 노예 정보창에는, 광산채굴에 필요한 정보는 아예 담겨있지 않던데… 그럼 무슨 기준으로 노예를 고용해야 하는 거야?”

이안의 어깨 옆에 둥둥 떠 있던 카카가, 앞쪽의 바위에 내려앉으며 입을 열었다.

“주인아, 지난 번 노예경매장에서 날 고용할 때, 채광에 필요한 능력치에 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냐?”

그에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본 이안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없었지.”

“그 때 봤던 정보창은 물론, 지금 내 정보창에도 채광과 관련된 능력치는 전혀 표기된 게 없을 거다.”

“생각해 보니 그러네.”

고개를 주억거리는 이안을 보며, 카카가 말을 이었다.

“애초에 카르가 팬텀인 나도 그렇지만, 문 엘프라는 종족도 채광에 쓰이는 종족이 아니다. 물론 고용해서 시킨다면 하기는 하겠지만, 효율이 아주 나쁘겠지. 강도가 약해서 쉽게 깨어지는 마령석이나, 영혼석 같은 경우에는 제대로 채광도 못 하고 전부 가루로 만들어버릴 지도 모른다.”

“그…렇군.”  이안은 카카의 말에 수긍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궁금증이 풀린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카카, 그러면 광산 채굴에 필요한 노예를 고용하는데… 왜 엘프같은 관련 없는 종족들이 노예시장 목록에 다 있는 거야?”

카카가 곧바로 대답했다.

“이 노예시장은, 광산 말고도 수 많은 마계의 기관들과 연결되어 있다, 주인아. 문엘프 종족은 아마 마계정령이나 마법과 관련된 기관에서 노예로 많이 고용할 거다.”

“그, 그렇군….”

카카의 설명을 듣던 이안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아니 이놈에 세계관은 진짜 어떻게 이렇게 방대한 거야? 해도 해도 컨텐츠가 끝도 없이 나오네.’

카카의 말에 의하면, 광산 컨텐츠와 같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발견 컨텐츠가 마계에 산재해 있다는 말.

그리고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이안의 입 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할 게 많다는 건 좋은 거지….”

중얼거리는 이안을 향해 카카가 핀잔을 줬다.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냐, 주인아. 빨리 광산에 고용할 노예나 고르자.”

그에 이안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야, 카카. 너는 너도 노예면서 마치 아닌 것처럼 말한다?”

카카가 심통난 표정으로 볼을 부풀렸다.

“나는 다른 노예들과 다르다, 주인아.”

“뭐가 다른데?”

“그, 그건…!”

사실 이렇게 묻긴 했지만, 이안도 카카가 일반적인 노예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긴… 커뮤니티에 올라온 다른 정보들만 읽어봐도, 카카가 평범한 노예가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지.’

처음 이안이 카카를 고용했을 때에는, 마계 노예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시점이었다.

그것은 사실 당연한 것이었다.

마계의 노예컨텐츠 자체가, 이안이 최초로 발견한 컨텐츠였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제법 많은 마족 유저들이 마계에 자리 잡았고, 100구역의 분노의 도시에도, 벌써 수 천 명의 고 레벨 마족 유저들이 정착한 상태였다.

당연히 노예를 고용한 유저들도 많아진 것이었다.

그리고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노예들에 대한 정보를 보면, 그것은 카카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다른 유저들이 부리는 노예는, 정말 시키는 것만 수동적으로 할 줄 아는… 그런 존재였으니까.’

무슨 말로 이안에게 설명해야할지 열심히 고민하는 카카를 보며, 이안이 피식 웃었다.

“알겠어, 카카. 너 특별대우 해 줄 테니까, 빨리 노예 고용하는 거나 도와줘.”

“알겠다, 주인아.”

이안은 카카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노예목록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카의 말에 의하면, 광산 채굴에 적합한 종족은, 세 가지 정도가 있었다.

< (5). 마력광산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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