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마력광산 -1 >
* * *
‘제안이라… 숨겨진 퀘스트라도 발동하는 건가?’
이안은 기대감어린 표정으로 릴리아나에게 물었다.
“어떤… 제안이죠?”
“혹시 그대는, 마계에 있는 마력광산에 대해 알고 있나요?”
“마력광산… 이요?”
“그래요, 마력광산. 아마 그대의 옆에 있는 카르가 팬텀이라면 알고 있을 법 한데….”
릴리아나의 말에, 이안의 시선이 자동으로 카카를 향했다.
그리고 카카가 한숨을 푹 쉬며 입을 열었다.
“마력광산이라면, 모를 래야 모를 수가 없는 곳이다, 주인아.”
이안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째서?”
카카가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마계의 모든 노예는, 노예시장에 나오기 전에 마력광산에서 삼년 간 사역을 하기 때문이지.”
이안은 조금 미안한 표정이 되었다.
어쨌든 카카의 입장에서는 별로 좋은 기억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몰랐어, 미안해.”
카카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 주인아. 나는 이미 3천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온 존재. 3년 정도의 시간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카카가 마력광산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마력광산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면, 마정석과 마령석, 각종 능력석 등… 희귀한 마계의 광물들을 채취할 수 있는 광산이다.”
“오오…?”
카카의 설명을 듣자마자, 이안은 반색했다.
‘뭐야, 어마어마한데?’
이안의 표정을 확인한 뒤 피식 웃은 릴리아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마계 25구역, 동북부 지역에, 얼마 전에 발견된 마력광산이 하나 있어요. 아직까지 그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은, 알짜배기 광산이죠.”
이안의 시선이 릴리아나에게 고정되었다.
“그래서요…?”
잠시 뜸을 들인 릴리아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현재 그 광산의 소유권은 당연히 내게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대가 얀쿤을 내게 넘긴다면, 그대에게 마력광산의 소유권을 주겠어요. 어떤가요?”
그야말로 파격적인 제안!
마력광산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모르는 이안이었지만, 그가 느끼기에도 마력광산은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떡하지…? 지금까지 열심히 키운 얀쿤이 아깝기는 하지만….’
얀쿤은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있었고, 릴리아나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이안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카카가 속삭이듯 이안의 귀에 대고 말했다.
“주인아, 광산의 스펙을 물어봐라. 광산도 광산 나름이다.”
그리고 이안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마왕께선 구체적인 마력광산의 스펙을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이안의 질문에, 릴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선선히 대답했다.
“물론 가능합니다. 이것은 엄연한 거래. 그대에게 그 정도의 권리는 있지요.”
말을 마친 릴리아나는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이안의 눈 앞에 붉은 빛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둘둘 말려있는 서류 하나가 생겨났다.
그리고 이안이 그것을 받아들자, 그것은 마치 아이템 정보창과 비슷한 하나의 정보창이 되어 펼쳐졌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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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력광산 감정서 -
분류 - 잡화
등급 - 없음
* 광산정보
등급 - AA
위치 - 마계 25구역, (3598, 2231)
잠재력 - ??? (알 수 없음)
채광률 - 0.001%
가치 - ??? (알 수 없음)
매장 광물
마정석 : 최하급 ~ 중급
마령석 : 중급 ~ 전설
미스릴 : 최하급 ~ 하급
추정 매장 광물
능력석 : ??? (알 수 없음)
영혼석 : ??? (알 수 없음)
화염마석 : ??? (알 수 없음)
:
:
* AA등급으로 추정되는 미 채굴 광산의 감정서이다.
* 잠재력에 따라 더 높은 등급의 광물이 채취되거나 새로운 광맥을 찾아낸다면, 더 높은 등급으로 승격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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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감정서’ 라 쓰여진 정보창을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길게 늘어져 있는 감정서에 담긴 새로운 정보들.
새로운 컨텐츠는 항상 이안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이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릴리아나님, 그런데 알 수 없음 이라고 되어있는 부분이 많은 것은 무슨 이유죠?”
그에 릴리아나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 미개발 광산이니까요. 광산 가치 감정을 위한 최소한의 채굴만 했을 뿐… 보다시피 제법 커다란 잠재력을 가진 광산이죠.”
이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매장 광물’과 ‘추정 매장광물’ 이라는 제목 아래로 쭉 나열되어 있는 광물들은, 대부분 이안이 알지 못하는 아이템들이었다.
광물 목록에서 이안이 알고 있는 광물은 마정석과 마령석, 그리고 능력석과 영혼석 정도.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광산의 매리트는 충분했다.
‘채굴 가능한 마정석의 최대 등급이 중급인건 좀 아쉽지만… 전설등급의 마령석이라니.’
능력석이나 영혼석은 추정 매장광물이니 일단 제쳐두고, 이안의 관심이 가장 가는 것은 전설 등급의 마령석이었다.
전설등급의 마령석은, 무려 전설등급의 마수를 분해해야만 얻을 수 있는 귀한 광물이기 때문.
게다가 지금의 이안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이기도 했다.
최강의 마수를 연성해내기 위해서는, 전설등급의 마령석의 도움이 필수적인 것이다.
‘전설등급의 마령석이라면, 극악할 게 분명한 마수연성의 성공률을 대폭 증가시켜줄 거야.’
이안의 마음이 점점 릴리아나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기울어갈 때.
릴리아나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
“이 제안은 그대 뿐 아니라, 그대의 가신인 얀쿤을 위해서라도 받아들여야만 할 제안입니다.”
“얀쿤을 위해서라고요?”
릴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얘깁니다. 고작 상급 마족에 불과한 그대의 밑에 있는 것 보다는, 마왕인 내 밑에 있는 것이 얀쿤의 성장에 훨씬 많은 도움이 되겠죠.”
릴리아나의 말은 계속되었다.
“또한 얀쿤이 나의 가신이 된다고 하여, 그대와의 정리(情理)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죠. 만일 얀쿤이 내 밑에서 성장하여, 후일 신마전에라도 들어가게 된다면 그대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으음….”
릴리아나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랬기에 이안은 더 이상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이안이 얀쿤에게 물었다.
“얀쿤, 괜찮겠어?”
얀쿤과 이안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얀쿤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나는 떠나더라도 주인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마왕 릴리아나와의 거래는 성립되었다.
* * *
릴리아나와의 거래를 마친 후.
이안은 곧바로 마계 25구역을 향해 이동했다.
마력광산은 예정에 없었던 것이었지만, 원래 목적지였던 15구역의 ‘잊혀진 영혼의 무덤’을 잠시 미뤄둘 정도로 중요한 컨텐츠였다.
심지어 이안은 그 좋아하는 사냥도 제쳐놓고 25구역으로의 이동을 최우선했다.
최소한의 몬스터만을 사냥하고 빠르게 25구역까지 주파한 것이었다.
그 결과 이안은, 3일 정도만에 25구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30구역에서 25구역까지의 관문지기들은 전부 릴리아나의 휘하에 있는 마족들이었고, 덕분에 프리패스가 가능했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띠링-
[마계 25구역에 최초로 입장하셨습니다.]
[명성을 5만 만큼 획득합니다.]
[앞으로 일주일 간, 마계 25구역에서 획득하는 모든 마계 관련 스텟들이 1.5배만큼 증가합니다.]
[앞으로 일주일 간, 경험치 획득량이 2배로 증가하며, 아이템 드랍율도 2배로 상향조정됩니다.]
:
: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이안은 지도 창을 열고 좌표를 확인했다.
“보자, 여기 위치가….”
카일란에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지도는, 유저가 아직 가 보지 못한 지역은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 들어서는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유저의 위치는 좌표로 표시되어 나타난다.
[마계 25구역, (126, 1156)]
‘광산이 있는 위치는 3598에 2231이라고 했었지. 동쪽으로 한참 움직여야겠군.’
좌표에 나타나는 왼쪽의 숫자는 동쪽으로 이동할수록 수치가 커지게 되며, 오른쪽의 숫자는 북쪽으로 이동할수록 수치가 커지게 된다.
광산은 현재 이안의 위치에서 북동쪽으로 한참을 움직여야 나타날 것이다.
“휘유, 좀 가까이 있으면 어디 덧나나….”
이안의 중얼거림에, 카카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너무 급하게 굴지 마라, 주인아. 조금 늦게 간다고 광산 어디 안 도망간다.”
이안이 투덜거리며 걸음을 떼었다.
“싫어, 빨리 갈 거야.”
이안의 시선이 카이자르를 향해 움직였다.
“카이자르, 전투는 최대한 생략하고 일단 뚫고 가자. 광산까지 반나절 안으로 끊어보자고.”
카이자르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주인.”
하지만 광산까지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이안의 목표였던 반나절은커녕, 하루가 전부 다 지나가도록 이안 일행은 광산에 도착하지 못했다.
25구역이 되면서 갑자기 마수들의 평균레벨이 확 올라간 것이었다.
26구역까지만 하더라도 필드에 300레벨이 넘는 마수는 많지 않았는데, 25구역에 들어서니 300레벨 이하인 마수를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레벨이 300쯤 되니, 중급의 마수들이라고 해도 쉬이 볼 수 없었다.
“어후, 진이 다 빠지네.”
이안의 시야에 시스템 메시지가 몇 줄 떠올랐다.
[접속한 지 22시간이 경과하셨습니다.]
[과도한 게임이용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
이안 게임인생에 단 한 번도 신경 써 본 역사가 없는 경고메시지.
‘22시간이 아니라 32시간이라도… 오늘 광산은 꼭 보고 자야겠어.’
이안은 다시 눈에 불을 켜고 광산을 찾아 움직였고, 그 결과 세 시간 만에 드디어 마력광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띠링-
[최초로 ‘마력광산’을 발견하셨습니다.]
[광산등급 : AA]
[명성치를 10만 만큼 획득합니다.]
[유저 ‘이안’의 소유인 마력광산입니다.]
[본인 소유의 마력광산이므로, 입장이 가능합니다.]
[마력광산에 입장하시겠습니까? (Y/N)]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안은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딛었다.
“당연한 걸 뭘 물어봐!”
우우웅-
협곡 깊숙한 곳에 있어 좌표를 알고 있음에도 찾아오기 힘들었던 마력광산.
광산의 입구는 커다란 바위로 만들어진 석굴(石窟)이었고, 이안이 발을 딛자 광산 안쪽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이안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여기저기를 살펴보며 걸음을 옮겼고, 5분여 정도를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왼편의 벽면에 작은 석문이 나타났다.
‘이건 뭐지?’
이안은 석문에 다가갔고, 그와 동시에 다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마력광산’의 관리사무소를 발견하셨습니다.]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입장이 불가능합니다.]
[관리사무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25000000 골드가 필요하며, 최소 2인에서 최대 5인의 사역노예가 필요합니다.]
[골드를 지불하면, 자동으로 사역노예 시장으로 이동됩니다.]
[관리사무소를 활성화 시키시겠습니까? (Y/N)]
“… 뭐라고…?”
눈 앞에 떠오른 어마어마한 액수에, 이안의 입이 쩍 벌어졌다.
* * *
< (5). 마력광산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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