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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16화 (339/1,027)

< (3). 마수 연성 레시피 -3 >

*          *          *

“헉, 헉. 주… 주인아.”

“왜 그래, 얀쿤. 설마 지금 힘들다거나 쉬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아, 아니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나 얀쿤은 이 정도에 쓰러지지 않는다…!”

“그래, 그럼 얼른 저쪽으로 가자. 저기 상급 마수들이 떼로 있네. 페이쿠스인가?”

“으… 으윽….”

수많은 마수들이 득실거리는 황량한 벌판.

마계 31구역의 외곽지역에서, 얀쿤은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일행은 얀쿤을 포함해 총 여섯.

이안과 세 명의 가신들, 그리고 카카와 뿍뿍이였다.

세 명의 가신은 카이자르와 얀쿤, 그리고 사제 클래스의 가신인 엘리사였다.

엘리사는 이안이 파이로 영지 인재양성소를 통해 최근에 등용한 가신으로, 무려 전설등급의 잠재력을 가진 사제클래스였다.

물론 현재 등급은 아직 영웅등급이었지만.

“영주님, 얀쿤님이 너무 무리하시는 것 같아요. 조금 쉬는 게 어떨까요?”

엘리사가 커다란 눈망울을 깜빡이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얀쿤을 응시했다.

그리고 기대어린 눈빛으로 이안을 슬쩍 보는 얀쿤.

하지만 이안은 냉정했다.

“아니야 엘리사. 얀쿤도 괜찮다잖아. 얀쿤 죽지 않게 힐이나 잘 넣어줘.”

“아, 알겠어요, 영주님.”

엘리사는 측은한 눈빛으로 얀쿤을 한번 응시하고는, 치유 마법들을 미리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얀쿤은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마수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그 뒷모습을 보던 카이자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러다가 마족 잡겠군, 마족 잡겠어.”

카이자르의 말에, 이안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곧 마계 30구역이야. 레벨을 한 개라도 더 올려야 조금이라도 더 승산이 높아지지 않겠어? 난 얀쿤 때문에 뇌옥에 들어갈 생각이 1도 없다고.”

이안의 말에 조금 측은한 표정이었던 카이자르가 반색했다.

“하긴, 그도 그렇군. 마족녀석이 조금 불쌍하기는 하지만, 약해빠진 건 사실이니 말이야.”

현재 얀쿤의 레벨은 385였다.

이안의 가신으로 들어온 뒤 25레벨 정도가 오른 상태.

그리고 카이자르의 레벨은 337이었다.

신화등급으로 각성하기 전의 카이자르라면, 얀쿤과 비교해 별로 전력차이가 나지 않았을 것이었다.

전설등급과 영웅등급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50레벨에 가까운 레벨차이는 적은 것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얀쿤이 조금 더 강력했을 터였다.

하지만 신화등급이 된 지금, 카이자르는 얀쿤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다.

두 단계의 등급격차는, 50레벨정도로는 메울 수 없는 수준이었던 것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얀쿤의 스파르타식 사냥은 계속되었고, 이안은 앞으로 최소 일주일 동안은 30구역으로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빡세게 계속 굴리면, 390레벨은 찍을 수 있겠지?’

300레벨대 후반인 얀쿤의 레벨업 필요 경험치는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상급마수들이 득실거리는 사냥터에서 얀쿤 혼자 경험치를 독식하는 시스템이라면, 충분히 일주일에 5레벨 정도는 올릴 만 한 것이었다.

이안이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옆에 있던 뿍뿍이가 이안을 불렀다.

“주인아, 심심하다뿍.”

이안은 피식 웃었다.

벌써 며칠 째 얀쿤의 사냥을 지켜보기만 했으니, 충분히 심심할만할 것이었다.

“저기 가서 브레스라도 한 방 쏴주고 올래?”

그에 뿍뿍이가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우쭐거렸다.

“내 브레스 한방이면, 허약한 마수들이 다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뿍. 그럼 얀쿤이 레벨업 할 수 없을거다뿍.”

옆에 있던 카카가 곧바로 태클을 걸었다.

“절대로 그럴 일 없으니, 걱정 말고 가서 브레스 한방 쏴주고 와라. 상급 마수들이 무슨 고블린도 아니고, 네 브레스 한방에 왜 죽냐?”

뿍뿍이가 카카를 째려보았다.

찌릿-

“그럴 리 없뿍. 내 브레스는 최강이다뿍.”

카카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럼 내기할까, 뿍뿍?”

뿍뿍이가 곧바로 응수했다.

“좋다뿍. 내기하자뿍. 내기 내용은 뭐냐뿍.”

이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둘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뿍뿍이 네 브레스가 저 마수들 중 한 마리라도 한방에 죽이면 네 승리. 그리고 죽이지 못하면 내 승리. 어떠냐.”

뿍뿍이가 커다란 머리를 아래위로 흔들었다.

“좋다뿍!”

둘의 대화를 듣던 이안도 머릿속으로 열심히 계산하기 시작했다.

데미지 계산이라면 빠삭한 이안으로서도 곧바로 답을 알 수는 없을 만큼, 결과예측이 힘든 내기였다.

‘이거 나도 모르겠는데? 치명타라도 뜨면 약한 개체 몇 마리 쯤은 한방에 보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한편 어비스 드래곤으로 진화한 뒤, 제법 똑똑해진 뿍뿍이도 나름 계산은 서 있었다.

‘신의 가호를 받았을 때, 전설등급의 마수들도 브레스 한 번이면 거의 사망 직전이었뿍. 버프가 없다고는 해도 상급마수는 한방일 게 분명하다뿍.’

하지만 뿍뿍이가 똑똑해졌다고 해도, 카카의 지능은 이제 거의 1만에 육박하는 수준.

그동안 카카의 레벨이 오른 탓도 있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카카의 지능스텟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카카가 잠에 들 때 마다 지능 능력치가 상승하는 것 같다고, 이안은 추측하고 있었다.

어쨌든 현재 뿍뿍이의 지능은 5천 남짓.

카카가 정확히 두 배 정도 똑똑한 셈이었다.

카카는 이미 뿍뿍이의 공격력과 상급 마수들의 방어력을 파악해 얼추 계산을 끝내 놓은 상태였다.

‘대충 계산해 봐도 절대로 한방이 나올 수준은 아니야. 치명타가 터지면 거의 빈사상태까지는 만들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이틀 치 마약미트볼이 걸린 내기는 성립되었고, 뿍뿍이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본체로 현신했다.

쿠오오오-!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얀쿤이 전투중인 필드로 날아간 뿍뿍이!

뿍뿍이는 한 차례 심호흡을 하더니, 커다란 입을 쩍 하고 벌렸다.

뿍뿍이의 입에는 시퍼런 에너지 덩어리가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고, 곧 강렬한 파동이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심연의 드래곤인 뿍뿍이의 브레스는, 거대한 냉기의 폭풍이었다.

콰아아아-!

얀쿤을 공격하던 열 마리 남짓의 상급마수들은 당황했다.

난데없이 머리 위로 강력한 한기가 쏟아져 내렸기 때문이었다.

크아아악-!

마수들은 혼비백산하며 몸을 피했지만, 냉기의 브레스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범위가 넓은데다, 냉기효과로 인해 움직임이 느려졌기 때문이었다.

결국 쏘아지는 브레스를, 마수들은 전부 다 받아낼 수 밖에 없었다.

“크르르르!”

브레스를 뿜어낸 뒤, 뿍뿍이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허공에 뜬 채 열심히 아래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처음 확인한 마수의 생명력은, 빈사상태도 아니고, 1/3 이상이 남아있었다.

심지어 그 마수가 있던 자리는, 자신의 브레스에 직격으로 데미지를 입었을 위치였다.

뿍뿍이는 당황했다.

‘부, 분명… 한 마리는 죽었을 거다뿍.’

열심히 죽은 마수의 사체를 찾는 뿍뿍이.

그런데 그 때. 새카만 시체로 변해 있는 마수 한 마리가 뿍뿍이의 눈에 들어왔다.

뿍뿍이는 신나서 이안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다시 날아갔다.

“뿌뿍! 저기 한 놈이 죽었뿍! 내기는 내가 이긴 거다뿍!”

흥분해서 본체 상태임에도 뿍뿍을 연발하는 뿍뿍이.

하지만 카카의 표정은, 당황스러움이 아닌 여유로움이었다.

그에 뿍뿍이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뭐냐뿍. 분명히 내기는 내가 이겼는데…!’

그리고 카카의 입이 열렸다.

“내일까지, 네 몫의 미트볼은 전부 내거다. 인정하지 뿍뿍?”

어느새 거북의 모습으로 다시 폴리모프한 뿍뿍이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뿍! 분명 저기 한 마리 죽지 않았냐뿍!”

이안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판결을 요청하는 뿍뿍이.

하지만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내기는 아쉽게도 카카의 승리인 것 같아, 뿍뿍아.”

“뿌욱…!!”

당황한 표정이 된 뿍뿍이를 향해, 이안이 말을 이었다.

“저기 저 죽은 마수는, 애초에 얀쿤이 거의 다 잡아놨던 녀석이었어.”

카카가 얄밉게 한마디 덧붙였다.

“뿍뿍이 네가 얀쿤이 잡던 거 스틸했다.”

“뿌뿍….”

뿍뿍이는 우울해졌다.

한순간에 2일치 미트볼을 날려버린 것이었다.

“한 번만 봐주면 안되냐뿍.”

카카와 뿍뿍이가 실랑이하는 것을 잠시 지켜보던 이안은, 피식 웃으며 얀쿤이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얀쿤은, 뿍뿍이의 브레스 덕에 더 수월하게 전투를 하고 있었다.

브레스로 인해 마수들의 생명력이 많이 닳아있기도 했지만, 가장 좋은 부분은 빙결 효과로 인해 마수들의 움직임이 둔화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후우, 얀쿤이 승급에 성공할 수 있겠지?’

물론 레벨이 몇 계단 오른다고 단숨에 엄청나게 강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안은, 다른 복안도 준비해둔 것이 있었다.

*          *          *

“으아악…! 마족이 여기는 대체 어떻게…!”

“그건 알 거 없고…. 미안하지만 죽어줘야겠다.”

푸욱…!

검붉은 갑주를 온 몸에 두르고 있는 남자.

그의 장검이 한 유저의 복부를 깊숙이 뚫고 지나갔다.

[유저 ‘민우87’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유저 ‘민우87’을 처치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민우87’ 이라는 아이디의 유저는, 죽어가면서 신음성을 흘렸다.

“으윽… 이라한이라니… 어쩐지 너무 강헀….”

그리고 유저가 사망하자마자, 남자 이라한의 눈 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처치한 인간계 유저 (250/250)]

[‘마왕의 권능’ 아이템이 발동되기 위한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셨습니다.]

시스템 메시지들을 읽은 이라한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 이안 놈 때문에 많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드디어 노블레스로 승급하는구나.’

이라한은 품 속에서 붉은 빛깔의 보패 하나를 꺼내어 들었다.

그것은 타는 듯한 붉은 빛으로 휘감겨 있었다.

“후읍….”

한 차례 심호흡을 한 이라한은, 망설임 없이 보패를 사용했다.

그러자 보패에 둘러져 있던 붉은 빛이, 이라한을 향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띠링-!

[‘마왕의 임무 Ⅱ’(갱신된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마왕의 권능이 발동합니다.]

[마계 계급이 상승했습니다.]

[유저 ‘이라한’의 마계 계급이 ‘상급마족’에서 ‘노블레스’로 승급되었습니다.]

[모든 전투능력이 5%만큼 상승합니다.]

[마기 능력치가 10%만큼 증가합니다.]

[마기 발동률 능력치가 2%만큼 증가합니다.]

[항마력 능력치가 2%만큼 증가합니다.]

:

:

성공적인 노블레스 등급으로의 승급!

이라한은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꼼꼼히 체크했다.

하지만 왜인지, 이라한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뭐지? 대체 왜 최초달성 보상이 없는 거지…?’

이라한은 무척이나 당황했다.

아무리 이안에게 당해 레벨이 많이 떨어졌다 하더라도, 마계 컨텐츠의 달성률은 아직까지 자신이 압도적일 것이었다.

자신보다 먼저 노블레스가 될 수 있는 유저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최초달성 보상이 뜨지 않으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나보다 빨리 노블레스가 된 녀석이 있다고?’

이라한은 순간적으로 이안을 떠올렸다.

하지만 순수혈통이 아닌 반마가 노블레스가 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제약이 있다는 사실을, 이라한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 대체 누구지?’

이라한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이런 전개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카일란에서는 어떤 컨텐츠라도 최초달성시 보상이 있었으니, 분명 노블레스를 먼저 달성한 누군가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젠장…!”

이라한은 이를 악물었다.

‘내가 안일했어. 여유부릴 때가 아니야.’

사실 이라한은 안일했던 적이 없었다.

이안에게 대패하고 난 이후, 그는 지금까지 쉬지 않고 그 손실을 복구해왔다.

하지만 이라한은 철저한 ‘결과론자’였다.

그는 항상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에게 노력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열심히’ 하는 것 보다는 ‘잘’ 하는 게 중요할 뿐.

‘노블레스가 되었으니, 이제 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겠지.’

이안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는, 한 시도 쉴 틈이 없었다.

마계에서 최고가 되어도 부족한데, 여기서도 자신보다 앞서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참을 수 없었다.

‘못해도 마계 1위는 탈환하고, 항마력 관통 세팅으로 50%이상 맞추고 나야 다시 싸워볼 만 해.’

이라한은 이를 갈며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어디론가 향해 빠르게 사라졌다.

*          *          *

< (3). 마수 연성 레시피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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