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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15화 (338/1,027)

< (3). 마수 연성 레시피 -2 >

*          *          *

이안은 차근차근 길을 뚫으며, 한 층 한 층 더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뿍뿍이와 카르세우스, 그리고 카이자르까지 신화등급이 된 지금.

마계를 뚫는 것은 더욱 수월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5구역까지 뚫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마계 15구역이라…. 급격하게 몬스터들이 강해지지만 않는다면, 어떻게 비벼볼 만 할 것도 같은데….’

이안은 일전에 왔었던 마계 50구역까지, 거의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듯 돌파해버렸다.

그리고 지금 이안이 있는 곳은 마계 45구역.

하지만 이제부터는 슬슬 그 속도가 더뎌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부턴 좀 조심스럽게 움직여야겠어. 너무 방심했다가는 훅 갈지도 모르겠다.”

이안의 말에, 옆에 있던 카이자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다, 영주 놈아. 50구역 아래로 내려온 뒤 부터는, 중급 이하인 마수들을 거의 찾을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안이 고개를 휙 돌리며 카이자르에게 물었다.

“근데 카이자르. 너 왜 이랬다 저랬다 하냐?”

이안의 말에, 카이자르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음? 그게 무슨 소리냐?”

“아니, 어떨 땐 영주놈 이라고 했다가, 주인이라고 할 때도 있고.”

이안은 뚱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쯤 됐으면 이제 주인으로 인정해줄 때도 되지 않았냐?”

카이자르의 충성도는, 신화등급으로 각성한 이후 100포인트까지 올라있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이안은, 카이자르의 말투가 여전히 건방진(?) 것에 대해 슬쩍 불만이 생긴 것이었다.

카이자르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크흠. 난 이미 예전에 그대를 주인으로서 인정했다.”

이안의 표정이 살짝 밝아졌다.

“그래? 그런데 왜 아직도 영주놈이라고 하는 거야?”

카이자르가 잠시 머뭇거렸다.

“그건….”

“그건 뭐?”

“영주놈이 더 정감 있어서 그렇다.”

“….”

이안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그럼 앞으로도 그렇게 부르게?”

카이자르가 턱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흠, 그건 아마 내 기분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후우….”

짧게 한숨을 내 쉰 이안은, 포기했다는 듯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얀쿤처럼 한번 매타작을 해 주면 영주님이라고 깍듯이 모시려나?’

하지만 속으로 생각만 할 뿐.

이안은 아직 카이자르를 1:1로 이길 자신이 없었다.

각성하기 전에도 쉽지 않은 상대였는데, 이제 신화등급으로 각성까지 해 버렸으니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44구역으로 이동하는 게이트를 향해 천천히 걷던 이안이, 얀쿤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얀쿤, 혹시 15~44구역까지에 대해서 아는 것 좀 있어?”

얀쿤이 예의 걸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는 것이라면, 어떤 걸 말하는 건가, 주인.”

“15구역에 있다는 잊혀진 영혼의 무덤으로 가는 길에 조심해야할 게 있냐는 거지. 이제 슬슬 필드 몬스터들도 강해지는데, 관문 보스 중에 엄청난 녀석이 있을 지도 모르잖아?”

50구역에서 49구역으로 넘어가는 관문.

그곳을 지키는 보스는 전설등급의 마수인 ‘타르베로스’였다.

그것은 이안도 처음 보는 마수로, 머리가 세 개인 대호(大虎)의 모습을 한 마수였다.

좀 더 자세히 묘사하자면, 검보랏빛의 가죽에 새하얀 줄무늬가 그려져 있었고, 온 몸이 보랏빛의 불길에 휩싸여 있는 기이한 분위기를 가진 마수였다.

물론 이안은 어렵지 않게 타르베로스를 처치하고 관문을 돌파했지만, 그래도 심장이 철렁했던 순간이 있었다.

‘타르베로스… 전투능력은 발록이나 데빌드래곤에 비해 확실히 떨어지는 녀석이었지만, 고유능력이 엄청 까다로운 녀석이었지.’

타르베로스의 필살기인 듯 보였던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시간’만을 일정시간만큼 앞으로 되감는 능력이었다.

‘다 잡은 줄 알았던 녀석이  갑자기 풀피가 돼서 뒤통수를 후려갈길 때는 진짜 섬뜩했지.’

사실 이안으로서도 고유능력의 정확한 스펙은 알 수 없었다.

그냥 상대해 본 것 만으로는 구체적인 능력을 알 수 없었으니까.

이안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얀쿤이 자신이 아는 정보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30구역까지는 주인이 걱정할 만한 관문 같은 게 없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 관문이 아예 없는거야?”

얀쿤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40구역에 관문이 하나 있는데, 주인이 걱정할 만한 상대가 아니다.”

“어떤 놈인데? 알고 있나보네.”

“그렇다. 나와 같은 12지장의 한명인데, 서열 5위인 노블레스 등급의 마족이다. 지금의 나보다 1.5배 정도 강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럼 만약 네가 노블레스로 승급한다고 가정했을 때, 비슷한 수준이려나?”

“으음… 아마 그럴 것이다. 내가 노블레스가 되면 녀석과 싸워볼 만 하겠지.”

얀쿤은 노블레스 등급이 되기 위한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 상태였지만, 아직 승급전을 치루지 못해 상급마족인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의 얀쿤보다 1.5배 정도 강한 상대라면, 이안으로서는 당연히 무서울 게 없었다.

“흐음… 그럼 30구역까진 무난할 거라는 소리고…. 그럼 30구역에는 좀 빡센 수문장이 지키고 있는 건가?”

얀쿤이 또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다. 30구역을 지키는 수문장 또한 40구역을 지키는 녀석과 비슷한 수준의 노블레스 마족. 주인의 능력이라면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는 구역이다.”

이안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에엥? 그럼 뭐가 문젠건데?”

“30구역에 들어선 뒤가 문제다.”

“음…?”

“30구역 안에는 ‘혼돈의 장벽’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성곽이 모든 길을 틀어막고 있다.”

“혼돈의 장벽?”

얀쿤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렇다. 혼돈의 장벽 안쪽은 ‘혼돈의 도시’ 라는 곳인데, 서열 6위의 마왕인 릴리아나가 그곳의 주인이다.”

이안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으음… 예전에 만났던 마왕 레카르도가 서열 몇위라고 했었지?”

얀쿤이 대답했다.

“레카르도님이라면, 아마 서열 7위이실 것이다.”

“아하…?”

그리고 이안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

‘그럼 그 괴물 같은 녀석보다 더 서열이 높다는 얘기 아니야? 그렇다면 힘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는 상대라는 말인데….’

이안이 다시 얀쿤에게 물었다.

“거길 지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혼돈의 도시 말인가?”

“응. 어차피 힘으로 뚫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일 것 같고. 릴리아나인지 뭔지 하는 마왕에게 어떤 대가라도 주고 지나갈 방법 없어?”

잠시동안의 정적.

얀쿤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고, 이안은 슬쩍 카카를 응시했다.

“야, 카카. 넌 뭐 아는 거 없냐?”

카카가 반쯤 감긴 눈으로 대답했다.

“혼돈의 도시는 나도 가본 적 없는 곳이다, 주인아.”

“졸려서 대충 대답하는 건 아니지?”

“절대 아니다!”

“아, 알았어.”

그리고 둘이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얀쿤이 생각난 게 있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아, 방법이 하나 있을 것도 같다, 주인.”

“오…!”

이안이 반색하며 물었다.

“그 방법이 뭔데?”

그리고 잠시 망설이던 얀쿤이,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노블레스 승급전의 상대로, 릴리아나님의 가신들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그럼 자연히 내 일행 또한 혼돈의 도시에 초대받게 되지.”

“오호, 그거 괜찮은 방법인데?”

하지만 얀쿤의 말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

“뭔데, 뜸들이지 말고 말해봐.”

“내가 그 승급전에서 이기지 못하면, 아마 다같이 혼돈의 뇌옥에 갇히게 될 수도 있다.”

“혼돈의 뇌옥?”

“그렇다. 예전에 내가 갇혀 있었던 분노의 도시에 있는 뇌옥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마 한 일주일 정도 거기 갇혀야 할 것이다.”

“크흠…. 네가 이길 확률은?”

“지금의 나라면… 아마 높게 잡아줘야 2할 정도일 거다. 릴리아나님의 가신들은, 전부 노블레스 중에서도 상위권의 실력자들일 것이다.”

얀쿤의 설명을 다 들은 이안의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거 일주일 동안 뇌옥에 갇히는 건, 패널티가 너무 큰데?’

마계의 뇌옥에 갇히게 되면, ‘마기’를 빼앗기게 된다.

그것도 뼈 아픈 손실인데, 거기에 일주일이라는 시간까지 날리게 되는 것은 이안에게 있어서 너무 큰 패널티였다.

그런데 그 때, 이안의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잠깐.”

“왜 그러는가, 주인?”

“그거 꼭 네가 승급전을 치러야 해?”

“음…? 그게 무슨 말인가?”

이안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나 있잖아 나. 나도 상급 마족이라고. 내가 승급전을 치르면 되는 거 아니야?”

그에 얀쿤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다, 주인은 안 된다.”

“왜?”

“확실히 주인이라면, 어렵지 않게 승급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승급전에 가신은 대동할 수 없지만,소환수라면 함께하는 것이 가능하니까. 아마 뿍뿍이와 카르세우스만 있어도 노블레스의 마족 하나 정도는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겠지.”

“그럼 뭐가 문젠데?”

“마왕의 직계 가신에게 도전하기 위해서는, 순수혈통의 마족이어야만 한다.”

이안의 표정이 대번에 구겨졌다.

“아….”

“주인은 반마라서 아마 도전장 자체가 거부당할 것이다.”

“흐음….”

이안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거 어쩐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데….’

열심히 머리를 굴리던 이안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에 얀쿤이 의아한 표정으로 이안을 향해 물었다.

“음…? 어쩔 생각인가, 주인.”

이안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일단 30구역까지 뚫기나 해 보자고. 그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으니까 말이야.”

얀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그러도록 하지.”

그리고 이안은 돌연, 자신의 소환수들을 전부 소환 해제시켰다.

“으음? 왜 그러는가 주인.”

이안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걸렸다.

“30구역 갈 때 까지, 네가 최대한 성장해야 조금이라도 승률이 올라갈 거 아니야.”

“아….”

“어차피 관문을 통과할 때 빼고는 카이자르만 있어도 충분해. 한번 스파르타식 사냥으로 속성 레벨업 해 보자고.”

얀쿤은 돌연, 알 수 없는 한기가 온 몸에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스파르타가 뭔가 주인.”

이안이 짧게 대꾸했다.

“그건 알 거 없어.”

*          *          *

“흐음, 드디어 길드설립에 성공했군.”

마계 100구역, 분노의 도시.

분노의 도시는 현재 마계의 도시들 중 마족 유저들이 두 번째로 많은 곳이었다.

가장 많은 마족 유저들이 있는 곳은 마계 200구역에 있는 증오의 도시.

증오의 도시는 차원전쟁 이후 패치를 통해 처음으로 만들어진 곳이자, 캐릭터 생성시 마족으로 종족선택을 하면 시작하게 되는 스타팅 포인트였다.

쉽게 말해 마족 유저들 중, 초보 유저들이 주로 거점삼아 성장하는 곳이 ‘증오의 도시’였으며, 150레벨 이상의 상위권 유저들이 많은 곳이 100구역에 있는 분노의 도시였다.

150구역에 ‘파괴의 도시’라는 곳도 있었지만, 그곳을 거점삼은 유저들은 아직 많지 않았다.

“힘들었네요. 이번 차원전쟁에서, 예상했던 것 보다 공적치가 너무 조금 들어와서….”

분노의 도시 중앙 광장의 한쪽 구석.

두 마족 유저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다 된 밥이었는데, 마지막에 이안놈이 깽판을 놔서….”

“그래도 어쨌든 이렇게 새 길드를 창설했으니. 이번엔 한번 제대로 힘을 합쳐 보죠.”

“좋습니다. 마계 최초창설 길드가 아닌 건 아쉽지만,  그래도 곧 우리가 마계에선 가장 강력한 길드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이안따위에게 그렇게 털린 이라한의 길드가, 우리 길드의 상대가 될 리 없죠. 과거 다크루나 길드의 전력도 거의 반 토막 났다고 들었습니다.”

놀랍게도 그들은, 과거 스플렌더 길드의 길드마스터였던 마틴과, 오클란 길드의 길드마스터였던 사무엘진 이었다.

마계로 넘어온 스플렌더길드와 오클란길드의 세력이, 힘을 합쳐 하나의 길드를 탄생시킨 것이었다.

“으, 이안…! 그 놈은 중부대륙때부터 그렇게 속을 썩이더니, 끝까지 걸림돌이군요.”

마틴의 말에 사무엘진이 이를 갈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후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 차원전쟁 전까지… 어떻게든 힘을 키워서 놈에게 뜨거운 맛을 한번 보여줘야 합니다.”

비록 스플렌더와 오클란 길드는 무너져 내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길드의 세력이 오합지졸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두 길드는 마지막까지도 10대 길드 안에 들어갈 정도의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두 길드 전력의 60~70%가 빠져나와 합쳐진 새로운 길드는 충분히 강력한 전력이라 할 수 있었다.

“후우, 그래도 마계로 터전을 옮기기는 잘한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여긴 새로운 길드 컨텐츠가 정말 무궁무진하네요.”

두 거대길드가 힘을 모아 설립한, 새로운 길드인 호왕(虎王)길드.

마틴과 사무엘진은, 마계에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그렇게 차근차근 꿈(?)을 키워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곧, 생각지도 못했던 난관에 맞부딪히게 된다.

< (3). 마수 연성 레시피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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