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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12화 (335/1,027)

< (2). 일단락 -2 >

*          *          *

[주인, 내가 진화하면서 청력이 좀 안 좋아진 게 분명하다.]

“아니, 더 좋아졌을 걸?”

[그렇다면 하린이 잘못 말한 게 분명하다.]

“아니야, 하린이는 의사전달을 정말 정확하고 명료하게 한 것 같은데.”

[…!]

뿍뿍이는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이 되었다.

그런 뿍뿍이를 보며, 이안은 혼자서 끅끅거렸다.

거대한 드래곤이 엉덩이를 깔고 주저앉아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 있는 것은, 충분히 희극적인 광경이었으니까.

하린이 자조적인(?)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뿍뿍이가… 우리 뿍뿍이가… 못생겨졌어….”

뿍뿍이는 연이은 하린의 공격에, 격렬하게 저항했다.

[못생겨진 게 아니라 멋있어진 거다…!]

이안의 소환수들 중, 유달리 외모에 집착이 많았던 뿍뿍이.

뿍뿍이는 하린의 외모평가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어비스 드래곤으로 진화한 이후, 뿍뿍이는 개인적으로 자신의 외모에 무척이나 만족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더욱 커다란 충격!

잠시 동안 혼자 킥킥거리며 뿍뿍이의 고뇌를 지켜보던 이안이, 뿍뿍이에게 슬쩍 다가가며 말했다.

“야, 뿍뿍아.”

그에, 뿍뿍이가 우울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왜 부르는가 주인.]

이안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 난관을 타개할 비책이 있어.”

[그게 무슨…?]

“뿍뿍이 너 폴리모프 할 수 있잖아. 다른 모습으로 변하면 되지.”

하지만 이안이 해결책을 알려줬음에도, 뿍뿍이는 여전히 우울한 표정이었다.

뿍뿍이가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주인아.]

“응?”

[내가 진짜 못생겼냐?]

떨리는 뿍뿍이의 눈망울.

이안은 냉정하게 대답했다.

“응, 못생겼어.”

[….]

사실 뿍뿍이는 못생기지 않았다.

어비스 드래곤이 된 뒤.

오히려 뿍뿍이의 외모는, 간지가 철철 흘러넘치는 위압적인 드래곤의 모습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안은 진실을 얘기해 주지 않았다.

‘왜냐면, 나도 귀여운 뿍뿍이가 좋으니까…!’

사실 이안에게 멋짐을 담당하는 소환수들은, 이미 차고 넘칠 정도였다.

블랙 드래곤인 카르세우스나 펜리르의 제왕인 라이, 신수 그리핀인 핀 등, 이미 충분했던 것.

이안은 폴리모프 능력이 생긴 김에, 뿍뿍이를 예전의 대두 거북이로 돌려놓고 싶었다.

‘그러다가 전투할 때만 본체로 현신하는 거지. 반전매력도 있고 얼마나 좋아.’

이안은 뿍뿍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뿍뿍아, 너 거북이 시절 기억나지?”

뿍뿍이가 힘없이 대답했다.

[물론이다.]

“넌 그때가 제일 잘 생겼었던 것 같아.”

[…?]

어이없는 표정으로 이안을 응시하는 뿍뿍이.

이안의 설득이 다시 시작됐다.

“그때 넌,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거북이였어.”

그 말에, 뿍뿍이가 바로 반박했다.

[왜 말을 바꾸냐, 주인아.]

뿍뿍이가 멀뚱히 서 있는 빡빡이를 한 차례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때 주인은 분명 빡빡이가 가장 멋진 거북이라고 했었다.]

진화를 거듭한 뒤, 그래도 조금은 똑똑해진 뿍뿍이!

하지만 이안은 뿍뿍이의 머리 꼭대기에 있었다.

“그렇지. 그때 네 유일한 라이벌이 바로 빡빡이였지.”

[맞다. 빡빡이는 내 라이벌이었다.]

“하지만 그건… 네가 미트볼을 너무 많이 먹어서 살이 좀 쪄서 그랬던 거고…!”

뿍뿍이의 흔들리는 눈빛을 확인한 이안은, 강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제 빡빡이는 진화해서 더 이상 거북이가 아니다. 귀룡이지.”

이안이 거대한 뿍뿍이의 옆으로 다가가 귀에 대고 소근거렸다.

“그리고 빡빡이도, 덩치가 커지면서 예전의 잘생김은 이제 없어.”

뿍뿍이의 동공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 그럼…!]

이안은, 뿍뿍이가 거의 넘어왔음을 직감했다.

“날 처음 만났을 때. 그 매력넘치던 심연의 거북으로 돌아가자, 뿍뿍아. 넌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거북이야.”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거북이.

이안의 마지막 이 한마디는, 뿍뿍이로서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말이었다.

거의 ‘외통수’랄까.

하린은 옆에서 두 주종(?)간의 대화를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고, 잠시 고민하던 뿍뿍이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역시… 그런 것인가…!]

허탈한 듯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던 뿍뿍이의 거대한 몸이, 새하얀 빛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우우웅-!

허공에 커다란 공명음이 울려퍼지며, 그와 함께 뿍뿍이의 거구는 빠르게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리즈시절(?)로 돌아온 뿍뿍이의 입에서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뿍.”

*          *          *

차원의 구슬을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차원마력이 다 모이기 위해서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일주일이라는 주기는, 자연스레 이안이 길드 내정에 참여하는 주기가 되었다.

이안은 일주일 마다 한 번씩 영지를 돌며 내정을 점검했고, 메시지를 통해 피올란과 헤르스, 카윈 등과 함께 길드전 준비에 대한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했다.

차원의 구슬로 생성한 포탈의 지속시간이 길지 않았기에, 이안은 항상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빠르게 내정을 돌고 사라졌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 외의 시간은 전부 마수 연성술 노가다에 투자되었다.

“하린아, 광휘의 화살로 몇 대 쳐봐. 내가 치면 저 놈 죽을 것 같아.”

“알겠어!”

퍼엉-!

처음에는 깍두기 포지션으로 데려 온 하린이었지만, 그녀는 이안의 연성술 노가다에 제법 도움이 되었다.

마수를 연성하자면, 먼저 포획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마수를 빈사상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상급 마수는 몰라도 중급이나 하급 마수들은 이안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리기 때문이었다.

특히 하급 마수들은, 정말로 창질 한 방에 죽어버리기 때문에 포획이 거의 불가능했는데, 하린이 때려주면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하린의 ‘요리’였다.

“진성아, 나 레시피 새로 개발했어!”

“음? 그거 뭐야? 스프?”

“맞아, 스프야.”

“냄새는 그럴싸 한데… 색깔이 왜 그래? 브로컬리 스프 같은 건가? 초록색이네?”

“브로컬리 스프는 아니고… 굳이 이름을 짓자면, 케일로프의 점액 스프? 그래, 요리 이름을 그걸로 해야겠어.”

“으에엑?”

케일로프는 오늘도 하루 종일 이안이 사냥하고 포획했던 중급 마수의 이름이었다.

케일로프는 거대한 아나콘다 같은 외모를 가진 마수로, 온 몸에 독성을 가진 점액이 흐르며, 입으로도 그 점액을 방사하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마수.

중급 마수 치고는 연성 숙련도를 많이 올려주는 편이라 지금까지 계속 포획하던 녀석이었는데, 하린이 이 녀석의 점액을 채취해 레시피를 만들어 낸 것이었다.

이안이 당황한 표정으로 하린에게 물었다.

“야, 이거 먹어도 되는 거야? 무슨 독극물로 음식을 만들고 그래?”

하린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당연히 먹으면 안 되지, 무슨 소리 하는거야?”

“음…?”

“독극물로 만든 음식인데, 독이 없겠어? 아마 이거 다 마시면, 너도 빈사상태까지 가게 될 걸?”

이안은 어이가 없었다.

“뭐야, 그럼 왜 만든 건데?”

하린이 뿌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거야, 네 마수 포획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지!”

“으응?”

하린은 스프가 가득 담겨있는 유리병을 이안에게 하나 건네었다.

“자, 한번 아이템 정보 확인해 봐.”

이안은 감이 잘 오지 않았지만, 일단 유리병을 받아서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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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일로프의 점액 수프 -

분류      -  독액

등급      -  고급

제조점수  -  1195

가치  -  44235골드

포만감    -  +60

마계 107구역에 서식하는 중급 마수인 ‘케일로프’의 점액을 가공하여 만든 수프이다.

독성이 가득한 케일로프의 점액을 여러 차례 가공하여 만든 뛰어난 독액으로, 한 모금만 마셔도 ‘중독’ 상태에 빠지게 된다.

마수들이 좋아하는 맛과 냄새를 가지고 있다.

초급 ‘독 제조술’을 가진 유저에 의해 제조된 독액이다. 하지만 제조 숙련도에 비해 높은 손재주로 인해, 뛰어난 독액이 제조되었다.

고유능력

섭취 시 ‘중독’ 상태에 빠지게 되며, 초당 최대 생명력의 0.3%만큼씩 생명력이 감소하게 된다.

단, 생명력이 5%이하로 떨어지면 더 이상 생명력이 감소하지 않으며, 모든 움직임이 50% 느려지게 된다.

(지속시간 - 185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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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한 이안은, 자신의 마수 포획을 돕겠다는 하린의 말의 의미를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하린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때? 이 정도면 충분히 도움이 되겠지?”

“도움이 되다마다…! 이거 엄청난데?”

카일란에서는 같은 상태이상이라 하더라도 그 효과가 천차만별이었다.

특히 ‘중독’의 경우, 상급 상태이상과 하급 상태이상 사이의 위력 차이가 어마어마했으며, 지금 하린이 만들어 낸 독액은, 위력 면에서 그리 뛰어난 수준이 아니었다.

초당 0.3%만큼의 생명력을 빼앗아가는 정도로는, 실전에서 써먹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이안에게는, 무척이나 유용한 성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쨌든 최대생명력의 0.3%씩 깎는 거니까… 300~400초 정도면 빈사 상태가 되긴 할 거고….’

지속시간도 30분이 넘는 수준이었으니, 마수들에게 먹여놓고 기다리면 알아서 포획하기 딱 좋은 상태로 생명력이 줄어들 것이었다.

이안이 다시 한번 감탄했다.

“하린아…! 이거 엄청난데?”

이안의 칭찬에, 하린이 헤실헤실 웃으며 대답했다.

“히히, 그렇지? 이거 레시피 제조하는데 애 좀 먹었다구.”

“그런데 하린이 너, 독 제조술은 언제 배운 거야? 이런 생산스킬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순간 섬뜩한 상상이 이안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혹시 말 안들으면 독살이라도 하려는 건가…?! 데이트 안 하고 계속 게임하면, 음식에 독을 바를지도 몰라…!’

두려움에 떠는 이안과는 별개로, 해맑은 하린의 대답이 이어졌다.

“내가 마계에 처음 왔잖아.”

“그, 그렇지?”

“그러니까 인간계에는 없던 새로운 식재료들이 널려있더라고.”

“으응.”

“그래서 이것저것 조합해서 요리 레시피를 만들어보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어젠가? 갑자기 독 제조술 이라는 히든스킬이 생겼어.”

“오호…?”

하린의 얘기를 들으며, 이안은 또 하나의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하린이 말 대로라면… 내 생산클래스인 역술가도 같은 방식으로 히든 스킬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얘긴가?’

한동안 소환수 아이템 제작을 소홀히 했던 이안은, 그동안의 안일함(?)을 자책했다.

‘크으, 그동안 내가 너무 나태했어. 퀘스트를 진행하면서도 노가다는 계속 했어야 했던 건데.’

노가다를 1분 쉰다는 것은, 그만큼 손해를 본다는 이야기.

‘그동안 부적제작 스킬을 열심히 연마했다면, 나도 뭔가 새로운 히든스킬 같은 것을 얻었겠지?’

이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이안의 뜬금없는 중얼거림에, 하린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가?”

“아, 아냐. 그런 게 있어.”

대충 얼버무린 이안은, 하린이 만들어 준 독액을 들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진성아, 어디 가는 거야?”

“마수들 간식 주러 가.”

< (2). 일단락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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