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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11화 (334/1,027)

< (2). 일단락 -1 >

*         *         *

“얌마! 왜 이리 늦은 거야? 십오분이나 지났잖아! 지금 너 기다리느라 다리 후들거리는 거 보이냐?”

너스레를 떠는 유현의 말에, 진성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웃기고 있네. 지금 방금 도착한 거 내가 모를 줄 아냐? 어디서 약을 팔아?”

“흐흐, 역시 눈치 하나는 귀신같이 빨라요.”

오늘은 3월의 첫째 주 월요일.

진성은 하린과의 데이트를 제외하고는 정말 오랜만에 집 밖을 나왔다.

그 이유는 바로….

‘아오… 개강이라니…. 게다가 내가 2학년이라니…!’

오늘이 개강일이기 때문이었다.

진성은 한숨을 푹 푹 쉬며 학교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원래 같았으면 수강정정기간인 개강 첫주에 학교를 갔을 리 없는 진성이었지만, 오늘은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수강신청 하린이에게 부탁해 놓을 걸….’

수강신청 기간에 진성은 차원전쟁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기본전공수업 하나조차도 시간표에 넣지 못한 상황인 것이었다.

“아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은 학교 가기가 싫다 야. 어떻게 과사에 전화해서 해결할 방법 없을까?”

진성의 말에 유현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강제 휴학처리 당하려면 그렇게 해 보든가.”

진성이 턱을 만지작거렸다.

“음… 휴학이라…. 그것도 아주 끌리는데?”

“어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시답잖은 농담따먹기로 이어지던 두 사람의 대화는 곧 자연스럽게 화제가 카일란으로 바뀌었다.

“야, 진성아. 너 근데 오늘 아침에 뜬 공지 봤냐?”

유현의 물음에 진성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내가 눈뜨면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게 공식 홈페이지 공지인데.”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유현이 다시 말을 이었다.

“보니까 이제 서너 달 뒤에나 다음 컨텐츠 업데이트 예정이던데, 그 동안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열심히 퀘스트하고 사냥하고, 숙련도 올리고, 아이템 파밍하고….”

“아니, 그런 거 말고 인마. 길드 운영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너 차원전쟁 시작되기 전에 했던 말 있잖아.”

“음…?”

진성은 잠시 기억을 더듬어봤고, 유현이 무슨 말을 하는지 금방 생각해 낼 수 있었다.

“아, 왕국 선포?”

유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거.”

지난 몇 달 간.

로터스 길드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다.

진성이 랭커길드들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대영지에서 더 이상 길드 티어를 성장시키고 있지 않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사실상 로터스 길드도 10위권 이내의 길드라고 인지하고 있을 정도였다.   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말했다.

“확실히 지금이 타이밍이기는 하지.”

차원전쟁은 인간계의 승리로 끝났지만, 대륙에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중부대륙이야 진성을 비롯한 랭커들이 확실히 막아내었지만, 그동안 북서, 북동 지역의 전장터는 완전히 쓸려 내려왔던 것이었다.

특히 카이몬 제국에 비해 힘이 더 약했던 루스펠 제국은, 거의 절반 정도가 마계 침략군에 의해 초토화됐었다.

때문에 진성의 영지인 로터스 영지도 현재 복구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능할까?”

“뭐가.”

“루스펠 제국을 꿀꺽 하는 거 말이야.”

유현의 말에 진성이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은 힘들어.”

“그래? 이번에 제국군도 피해를 엄청 입었던데… 안 될까?”

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도 제국은 제국이야. 얼마나 강력한 npc들이 그 안에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고. 어설프게 척을 쳤다가 길드 문 닫아야 할 수도 있어.”

“그건 그렇지….”

카일란에서는, 유저 뿐 아니라 npc들도 성장한다.

진성은 과거 자신이 100레벨 초반대일 때 200레벨에 가까웠던 왕실기사단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조금 더 힘을 키워야 해. 적어도 내가 헬라임의 레벨은 앞질렀을 때 시작해야지.’

모르긴 몰라도, 왕실 기사단장 이었던 헬라임은 이제 300레벨에 근접하거나, 그 레벨을 넘었을 것이었다.

과거 헬라임과 비슷한 레벨대였던 카이자르가 어느새 300레벨을 훌쩍 넘긴 상태였으니까.

‘기회가 될 때 제국 퀘스트도 진행할 겸 헬라임도 한번 만나봐야겠어.’

진성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유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한동안, 조용히 개인 퀘스트나 하면서 성장하면 되는 건가? 길드 티어는 대영지인 상태로 계속 둘 거야?”

진성이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아니지.”

“그럼?”

“루스펠 소속 길드들부터 야금야금 먹어 치워야지.”

“아하…. 그럼 어디부터? 스플렌더? 오클란?”

유현이 스플렌더와 오클란을 언급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두 길드는 과거에 루스펠 최고의 성세를 자랑하던 길드였으나, 지금은 길드장이었던 마틴이나 사무엘진을 비롯한 핵심 유저들이 마계로 전부 빠져나간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진성의 생각 또한 유현과 비슷했다.

“맞아. 그쪽이 사실 흡수하기 편하면서도 알짜배기라고 할 수 있지.”

“오케이, 알겠어. 그럼 피올란님과도 상의해서 대충 계획을 좀 세워 볼게.”

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그동안 나는 로이첸님과 얘기를 좀 해 볼게. 벨리언트 길드와는 가능한 충돌하지 않고 싶으니 말이야. 가능하면 흡수하는 방향으로 추진해 보고.”

벨리언트 길드는, 중부대륙의 전쟁 이후로 계속해서 로터스 길드와 우호적인 관계였다.

유현이 물었다.

“그럼 왕국 선포는 미루는 걸로 하는 거고… 대영지로 그대로 둘 거야?”

이안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아니지. 그렇지 않아도 며칠 내로 공국까지는 선포하려고 했어.”

*          *          *

위이잉-!

마계 107구역.

그리고 널따란 107구역의 외곽에 있는 허름한 건물.

그 앞쪽에 작은 공명음이 울리며 붉은 빛깔의 게이트가 열렸다.

그리고 그 게이트에서,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

“와아, 여기 정말 마계네?”

“그럼 내가 거짓말이라도 했을까봐?”

게이트를 타고 마계로 넘어온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이안과 하린이었다.

‘연성술 숙련도 노가다 할 겸, 하린이 쩔도 해 줄 겸… 데이트도 하고, 이거야말로 일석삼조지!’

연성술의 숙련도 노가다를 위해서는, 최상급 이상의 마수를 잡는 것 보다 하급~상급 정도의 마수를 대량으로 잡아서 계속 연성하는 것이 더 효율이 좋았다.

게다가 이안에게는 쥐꼬리만한 경험치를 주는 200레벨대의 하급의 마수들도, 하린에게는 엄청난 경험치를 선사할 것이었다.

하린은 이제 150레벨을 갓 넘은 수준이었으니까.

그리고 마계를 제대로 구경해보는 것은 처음인 하린은, 기분이 들떠보였다.

“으, 진성아 저기 저쪽에 보이는 게 마수지?”

“응, 왜?”

“생각보다 귀여운데? 난 엄청 징그러울 줄 알았거든.”

“….”

이안은 말을 잃었다.

‘저게 어딜 봐서 귀엽다는 건데? 충분히… 징그럽구만….’

이안은 하린의 미적 기준이 비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날 좋아할 때부터 알아봤지만….’

실 없는 생각을 하며, 이안은 소환수들을 하나 둘 소환하기 시작했다.

가신들은 전부 로터스 영지의 영지복구 작업에 투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데려오지 않았다.

“소환!”

우우웅-!

커다란 공명음과 함께 차례로 소환되는 이안의 소환수들!

카르세우스부터 시작해서 할리, 빡빡이 등이 차례로 소환되었고 마지막으로 뿍뿍이가 소환되었다.

[불렀는가, 주인.]

카르세우스는 인간형으로 폴리모프한 상태였지만, 뿍뿍이는 본체 그대로였기에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원전쟁에서 활약할 때 보다는 많이 작은 덩치였다.

이안이 뿍뿍이에게 물었다.

“야, 근데 너 좀 작아진 것 같다?”

[음, 그것은 당연하다. 당시에는 차원의 중재자로서 신의 가호를 받은 상태였다. 아마 그 땐, 몸집도 더 컸을 것이고 지금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겠지.]

“음… 그렇군.”

이안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긴, 아무리 신화등급이라고 해도 그 땐 너무 말도 안 되게 강했어. 혼자서 여섯 마왕을 상대로 크게 밀리지 않고 싸울 정도였으니까.’

이안은 뿍뿍이의 정보창을 한번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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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뿍뿍이 -

레벨      :  212

분류      :  어비스 드래곤

등급      :  신화

성격      :  거만한

완전체

공격력    :  6725

방어력    :  4755

민첩성    :  3328

지  능    :  5214

생명력    :  776466/776466

고유능력

* 드래곤 피어 (재사용 대기 시간 10분)

자신을 중심으로 반경 50m 안에 있는 모든 적을 ‘공포’ 상태에 빠지게 한다. 적보다 레벨이 높을수록 ‘공포’에 걸리게 할 확률이 높으며, ‘공포’ 상태가 되면 100초 동안 뿍뿍이를 공격할 수 없게 된다.

(적의 면역력을 무시하고 적용된다.)

* 드래곤 브레스 (재사용 대기시간 120분)

전방 50m 내의 부채꼴 범위에 강력한 용의 숨결을 내뿜는다. 뿍뿍이의 공격력의 3120% 만큼의 위력을 가지며, 추가로 10초 동안, 위력의 60%만큼 지속피해를 입힌다.

(유저를 상대로는 효과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 마력강화 -

심연의 드래곤은, 신령스러운 영물을 흡수할 때 마다 더욱 강력해진다.

(영초나 영단을 먹을 때 마다 방어력과 생명력, 그리고 공격력이 영구적으로 상승한다.)

현재 추가 공격력 : 3882

현재 추가 방어력 : 3168

현재 추가 생명력 : 277715

- 마법의 일족 -

드래곤은 태생이 ‘마법의 일족’이다.

완전체가 된 드래곤은, 지능 능력치에 비례해 더욱 고위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며, 스킬북을 통해 새로운 마법을 습득할 수도 있다.

(단, 마법사 클래스 유저가 사용하는 스킬보다는 그 위력이 떨어진다.)

*현재 습득중인 마법

- 폴리모프

- 아이스 웨이브

- 아이스 블레스트

:

:

- 빙하의 장막 -

빙하의 장막은 가로 50m 높이 20m의 범위에 만들어지며, 어떤 투사체도 장막을 통과할 수 없다.

물의 장막은 5초 동안 지속된다.

(재사용대기 시간 - 30초)

- 심연의 축복 -

‘심연의 귀룡’만의 고유능력인, 심연의 축복이다.

심연의 축복을 사용하면, 반경 30m이내의 모든 소환수들에게, 0.33초 마다 자신의 생명력의 2%(13750)만큼의 고정 수치를 회복시켜준다.

심연의 축복이 사용되는 동안 시전자는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으며, 기절이나 혼란 등의 상태이상이 걸리면 스킬이 중단된다.

지속시간 - 3분

재사용 대기 시간 - 15분

무척이나 식탐이 많고 거만한 드래곤이다.

먹는 것을 좋아하며, 일하는 것을 싫어한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마약 미트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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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심연의 축복은 진화하기 전이랑 완전히 같고… 마력강화는 나태한 드래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네. 드래곤 브레스와 피어는, 카르세우스가 가지고 있던 고유능력이랑 비슷한 느낌이고…. 브레스 계수가 조금 더 높은가?’

그리고 그 밑에 있는 ‘빙하의 장막’ 능력도 뿍뿍이가 장착하고 있던 귀혼 아이템에 붙어있던 ‘물의 장막’과 비슷한 능력.

뿍뿍이의 능력들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마법의 일족’ 이라는 능력이었다.

‘이게 진짜 사기네. 비록 위력이 좀 떨어진다고는 해도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법을 전부 배울 수 있다니….’

거기에 어마어마한 전투능력치.

특히 7천에 가까운 공격력은, 지금껏 듣도 보도 못한 수치였다.

여러 번에 걸쳐 뿍뿍이의 정보창을 확인한 이안은 곧바로 카르세우스의 정보창까지 옆에 띄워 보았다.

‘마법의 일족 능력은, 완전체가 된 드래곤에게는 전부 생기는 능력이 아닐까?’

그리고 이안의 그 짐작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진화한 카르세우스의 다른 고유능력들은 전부 진화 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폴리모프 능력이 마법의 일족 능력으로 바뀌게 된 것이었다.

졸지에 강력한 마법사 둘을 거느리게 된 이안.

‘마법의 위력이 마법사 유저들보다 떨어진다는 소리는, 아마 계수가 좀 낮다는 이야기겠지?’

그리고 그 부족한 스킬계수는, 어마어마한 전투능력으로 충분히 메우고도 남을 것이었다.

게다가 두 마리의 드래곤 모두 마법을 제외한 전투능력도 괴물 같은 수준이었으니, 이안은 확실히 ‘신화등급’의 위용을 실감할 수 있었다.

‘카르세우스가 뿍뿍이보다 몸빵이 좀 약하고 민첩성이 훨씬 뛰어나네. 지능이나 공격력은 비슷한 수준이고….’

그렇게 두 드래곤의 상태창에 심취해 있던 이안.

그런데 그 때, 하린이 이안의 어깨를 잡아끌며 물었다.

“지, 진성아.”

“응?”

“혹시, 저 커다란 드래곤이 뿍뿍이… 인거야?”

이안의 시선이 하린을 향해 옮겨졌다.

그리고 하린은, 세상을 다 잃은 듯 한 표정이었다.

“왜, 왜 그래 하린아?”

“우리 뿍뿍이가 왜 저렇게…!”

“응?”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뿍뿍이가 거대한 몸을 숙여서 하린을 응시했다.

[왜 그러는가, 하린.]

하린이 거의 울먹이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 귀엽던 뿍뿍이가…!”

이안과 뿍뿍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고, 하린의 말이 이어졌다.

“못생겨졌어!!”

< (2). 일단락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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