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300화 (323/1,027)

< (6). 마지막 혈투 -1 >

차원전쟁 마지막 날.

이안이 선택한 전장은 당연히 중부대륙의 전장이었다.

가장 대규모의 전장이자 메인 전장이 중부 대륙이었으니,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전투가 시작되자 마자, 이안은 최전방에서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한마리라도 더 잡아야 공적치를 초금이라도 더 먹는다…!’

전장에 한 번씩 네임드 몬스터가 나타날 때면, 이안은 어김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네임드 마수는, 열 배 이상 많은 공적치를 드랍하기 때문이었다.

“카이자르! 좌측을 좀 막아 줘!”

“알겠다, 주인.”

이안은 자신의 전력을 여기저기 분산시켜 놓은 상태였다.

광역 특화 소환수이자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소환수인 핀과 카르세우스는 후방에서 다른 유저들을 돕도록 하였으며, 뿍뿍이와 빡빡이를 붙여서 탱커가 부족한 지역에 배치시켜 놓았다.

뿍뿍이와 빡빡이는 둘다 단단한 탱커였고, 시너지도 무척 좋아서 둘이 함께 있을때는 잘 뚫리는 법이 없었다.

게다가 두 탱커 소환수가 있는 곳에 소환수 한정 최강의 힐러인 가신 세리아까지 붙여 놓았으니,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카이자르를 제외한 모든 다른 가신들은, 로터스 길드의 길드 전력을 돕도록 지시해 놓았다.

처음에는 얀쿤도 함께 데리고 다니며 전투를 벌였었지만, 얀쿤의 기동력이 이안의 전투속도를 따라오기 힘들었던 것이다.

공격력과 기동성을 겸비한 카이자르와는 달리, 얀쿤은 순발력 능력치가 비교적 많이 낮았기 때문이다.

물론 얀쿤은, 카이자르보다 월등한 탱킹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이안의 전투 스타일과는 어울리지 않았기에, 길드 전력으로 배치시켜 준 것이다.

‘조금 아슬아슬하지만, 이렇게 움직여야 공적치를 최대한 올릴 수 있어.’

현재 이안과 함께하는 전력은 카르세우스와 할리, 그리고 라이뿐.

카카가 이안의 곁에 항상 붙어있기는 했지만, 그는 히든카드 같은 개념이었다.

카카의 광역스킬은, 정말 위험할 때 사용할 예정이었고, 그 밖에 다른 전투능력은 제로에 가까웠으니까.

화르륵-

가끔 카카의 입에서 작은 불꽃이 튀어나가기도 하지만.

[노예 ‘카카’가 마수 하이네르크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마수 하이네르크의 생명력이 12만큼 감소합니다.]

역시 도움이 될 리 없었다.

“얌마,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모기 딜로 시스템 창 어지럽히지 말고!”

“쳇, 알겠다, 주인아.”

그렇게 전투가 시작되고 삼십 분 정도를 날뛴 이안은, 다시 후방으로 빠져야 했다.

소환수들과 카이자르의 생명력이 제법 깎였기 때문이었다.

‘기동성 좋은 힐러 소환수 하나 있으면 정말 유용할 텐데….’

이안은 입맛을 다시며 뿍뿍이와 빡빡이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물론 뿍뿍이의 광역힐을 받기 위해서였다.

“뿍뿍아, 힐좀!”

“알겠뿍!”

그리고 이안이 광역힐의 범위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뿍뿍이의 ‘심연의 축복’ 스킬이 발동되었다.

우우웅-!

커다란 공명음과함께 광역으로 펼쳐지는 푸르고 청명한 기운!

순간 근방에 있던 유저들이 힐의 범위 안으로 우르르 들어왔다.

“와…! 이거 광역 힐 쩐다!”

“뭐야 이거 무슨 스킬이야? 나도 배울래!”

“님, 이거 사제는 못 배움.”

“엥? 힐 스킬을 사제가 못 배우면 누가 배움?”

“이거 아마 이안님 소환수 스킬일 거임.”

“헐… 내거보다 좋아….”

“크으, 뿍뿍 주유소 클라스…!”

광역힐의 범위 안으로 들어온 유저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평소 같았으면 우왕좌왕하며 대열이 전부 엉켜 버렸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생명력이 모두 회복된 유저들은 알아서 자리를 비켜주었으며, 회복이 필요한 유저들도 무리해서 진입하려 하지 않았다.

오늘이 차원전쟁의 마지막 전투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그래서인지 진영을 불문하고 모든 유저들이 정말 초긴장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했다.

전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지속적으로 팽팽하고 치열한 양상을 띠었다.

그러는 동안 동쪽에서 떠오르기 시작한 해는, 어느덧 하늘 높이 솟아올라 중천에 걸려 있었다.

*          *          *

“크흐음, 신탁이라. 그것이 정말인가, 마하뮤.”

“그렇습니다, 루카로트님. 파괴마들을 도와… 인간계에 마족의 터전을 만들라는 신탁입니다.”

화려하고 거대한 마왕성.

마계 50구역까지 돌파했던 이안도 본 적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마왕성 꼭대기에, 넓은 황금빛 원탁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리고 원탁을 중심으로 둘러앉은 일곱의 마족들.

그들 중에는 여성체로 보이는 가녀린 체구의 마족도 둘 이나 있었지만, 그들 각각이 어마어마한 마기와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가장 상석에 앉은 마족.

혼돈의 마왕이자 현 마왕 서열 4위에 랭크되어있는 마족인 루카로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이례적인 일이로군. 마신께서 신탁을 내리시다니. 그것도 우리 마왕들에게 직접적으로 말이야.”

루카로트가 턱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리듯 말했고, 다른 이들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

지금 황금빛 원탁에 둘러앉은 일곱의 마족은, 모두 최상위 서열에 랭크되어있는 마왕들이었다.

서열 4위인 루카로트부터 시작해서 서열 10위인 파괴의 마왕 마하뮤까지.

그들이 바로 현 마계를 통치하는 실세들이었고, 이 황금빛 원탁의 회의가 바로 마계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다.

서열 1위부터 3위에 랭크되어있는 마왕들은, 그 존재 자체도 잘 알려지지 않았고 마계의 실정에 관여하지 않는 신적인 존재들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서열 4위인 루카로트가 현 마계의 실질적인 절대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루카로트의 바로 옆에 조용히 앉아있던, 서열 4위의 마왕이자 욕망의 마왕인 레아의 입이 열렸다.

그녀는 루카로트조차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절대자였다.

“어쨌든 신탁이 내려왔으니, 이대로 가만히 방치하고 있을 수는 없겠군요.”

레아의 말에 루카로트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렇소. 우리가 직접 개입할 필요 까지는 없겠지만… 최소한 마왕급의 전력을 파견하기는 해야겠지.”

루카로트는 무척이나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그는 이러한 신탁이 내려온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마계는 아직 힘을 더 길러야 할 때다. 이렇게 마왕급의 전력까지 파견하게 되면 분명 인간계의 절대자들과 마찰이 일어날 터인데….’

하지만 마족들에게 있어 마신의 신탁은 절대적인 것.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루카로트의 시선이 다시 마하뮤를 향해 옮겨졌다.

“마하뮤, 듣거라.”

“하명하십시오, 루카로트님.”

마하뮤와 루카로트는 서열 차이도 많이 나지 않는, 같은 마왕이었다.

하지만 그 둘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간극은 엄청났다.

마왕들은 서열이 올라갈수록 권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서열 10위인 마하뮤와 서열 4위인 루카로트 사이에는 차원이 다른 힘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었다.

마하뮤는 공손한 자세로 루카르트의 말을 기다렸고, 잠시 뜸을 들인 루카로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게 서열 50위 이하의 마왕을 다섯 움직일 권한을 주겠노라. 그들과 그들의 마병(魔兵)들을 동원하여, 지금부터 신탁을 이행토록 하라.”

루카로트의 말에 마하뮤가 고개를 숙여 보이며 예를 취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차원전쟁에 합류해 있는 모든 마족 유저들의 시야에 몇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돌발 퀘스트, ‘마왕의 군대’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거부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이제부터 차원전쟁이 끝날 때 까지, 마왕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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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차원전쟁의 팽팽한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해가 중천을 넘어 서서히 서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모든 능력을 극한까지 이용하여 혼신의 전투를 벌이고 있던 이안은, 카카의 경고에 잠시 움직임을 멈춰야 했다.

“주인아, 뒤로 물러서야 한다.”

채챙-!

날아드는 마족의 공격을 쳐낸 이안은, 할리의 등 위에 오르며 카카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빠져야 한다니?”

카카가 마족 진영 멀찍한 곳에 보이는 협곡을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내 능력으로 짐작할 수 없는 강력한 마기가 저 협곡 너머에서 느껴진다.”

“으음….”

이안은 일단 카카의 말을 듣기로 했다.

과거 발록이나 데빌 드래곤을 만났을 때도 이토록 주눅들지는 않았던 카카였다.

카카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은, 분명 어떤 이유가 있어서이리라.

이안이 할리와 카이자르에게 명령했다.

“할리, 저 뒤쪽까지만 잠시 빠져 있자. 카이자르, 너도 할리 등 위로 올라와.”

“알겠다, 주인.”

함께 사냥중이던 라이는 큰 부상으로 소환해제 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카이자르만 할리의 등에 태우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이안은 할리의 속도를 이용해 순식간에 반대편 지형에 존재하는 고지대로 위치를 이동했다.

협곡을 통해 나타나는 적들의 전력을, 최대한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어디 보자. 대체 어떤 놈들이 나타나려는 건지.’

이안은 협곡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고, 뚫어져라 그 곳을 지켜 보았다.

곧바로 적들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이안은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지친 몸에 휴식을 주고 전황을 한번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잠시 후.

협곡의 안쪽에서 뿌연 먼지구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안은 적들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안력을 집중시켰고, 곧 그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이안의 얼굴에 처음으로 긴장감이 어리기 시작했다.

‘발록이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총 다섯 마리가 넘어…!’

뿌연 먼지구름에 가려 정확한 숫자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대략 5~7마리 정도의 발록들이 마족 병단의 선두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단 한 마리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위압감을 주며, 전장 자체를 파괴해 버리는 위용을 가지고 있었던 발록.

이안이 마른침을 삼켰다.

‘어떻게든 한 마리씩 잘라먹어야 돼. 그래야만 승산이 있어.’

이안은 주병신보를 꺼내어 들고 잠시 만지작거렸다.

여차 하면 이 신물을 사용해야 할 때가 온 것이었다.

‘침착하자. 난 같은 전설등급의 마수인 데빌 드래곤도 사냥한 적이 있어.’

물론 같은 전설등급이라 하더라도, 발록이 데빌드래곤보다 상대하기 까다로울 것은 분명했다.

과거 마왕 레카르도를 만났을 때 들었던 설명에 의하면, 발록은 다른 마수들의 심령을 조종하고 마기를 빌려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것은 분명 발록의 전투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었다.

하지만 말도 안 될 정도의 차이가 있지는 않을 것이었고, 그렇다면 어떻게든 비벼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안은 판단했다.

“후우…!”

심호흡을 한번 한 이안은, 다시 전장으로 뛰어들기 위해 상태를 한번 점검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지금 나타난 예닐곱 정도 되는 발록들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

저 정도의 전력은 랭커들이 전부 달려들면 어떻게 상대해 볼 만한 수준이라 판단했다.

문제는 지금이 아직 전투의 막바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오늘 전투가 끝나려면 아직 다섯 시간도 넘게 남았어. 분명 이게 끝이 아닐 거야.’

이안은 들고 있던 주병신보를 품 속으로 집어 넣었다.

주병신보는 최후의 최후까지, 아껴야만 할 비장의 카드였다.

< (6). 마지막 혈투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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