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99화 (322/1,027)

< (5). 집요한 추격자 -3 >

차원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전투는 점점 치열해져 갔다.

이제껏 차원전쟁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던 유저들도 전부 전장으로 모여 들었으며, 마족 유저들도 지속적으로 늘어 전투의 규모 자체가 점점 더 커졌다.

그런 와중에 LB사에서는, 공식 사이트에 진영 별 전쟁 공적치 순위를 내걸었다.

종족 별로 각각 1위부터 1000위까지 차례대로 나열되어 있는 유저들의 이름.

추가로 1천등 이내에 랭크되어 있는 모든 유저들에게는, 순위에 따라 차원 전쟁이 끝난 뒤 특별한 칭호를 부여받게 된다는 공지가 함께 걸려 있었는데, 덕분에 유저들의 열의는 더욱 뜨거워졌다.

- 와, 님들 공적치 1등 보상이라는 칭호 봤어요?

- 음? 뭔데요? 아직 공지 확인 안했어요.

- 인간계 진영 공적치 1등 칭호가 ‘차원의 수호자’ 라는 건데요, 이 칭호 옵션이 대박이에요.

- 뭐 길래 그래요?

- 받는 모든 버프효과 +50%에 퀘스트로 획득하는 모든 명성치 +75%, 매력 +100% 등등….

- 오… 좋긴 좋네요. 그런데 전투형 칭호가 아니네? 그건 좀 아쉽다.

- 어차피 칭호는 계속 바꿔쓸 수 있는데요 뭐. 전투할 땐 전투칭호 쓰다가 퀘스트 보상받거나 필요할 때 사용하면 되죠 뭐.

- 칭호 등급은 뭐에요?

- 당연히 전설등급 칭호죠.

- 마족 공적치 1등 보상 칭호는 혹시 보셨나요?

- 아뇨 그건 아직….

오랜만에 커뮤니티를 보고 있던 진성은, 댓글들과 게시물들을 읽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멍청이들… 이게 어떻게 전투형 칭호가 아니야. 미친 사기 칭호인데.’

‘차원의 수호자’ 칭호의 구체적인 스펙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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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원의 수호자 -

분류 : 칭호

등급 : 전설

옵션 : 받는 모든 버프효과 +50%

받는 모든 회복효과 +50%

일반공격 시 5%의 확률로, 걸려있는 모든 버프의 지속시간 5초 증가.

퀘스트로 획득하는 모든 명성치 +75%

퀘스트로 획득하는 모든 골드 +55%

모든 생산능력 +50%

매력 +100%

통솔력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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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유저들은, 4번째 옵션부터 7번째 옵션까지.

네 가지의 옵션 때문에 이 칭호를 높이 평가했다.

특히 퀘스트로 획득하는 보상을 무지막지하게 증가시켜주는 4번째와 5번째 옵션은, 모든 유저들이 군침을 흘릴 만 했다.

하지만 이안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아니 대체 왜, 1번 3번 옵션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거지?”

이안이 생각하기에, 이 칭호의 최고 옵션은 바로 버프 효과를 뻥튀기 시켜주는 1번과 3번 옵션이었다.

‘버프 사이클만 잘 짜면, 진짜 전투능력 1.5배 정도 뻥튀기 시켜줄 수 있는 옵션인데….’

오랜만에 탐 나는 칭호를 발견한 이안의 의지가 활활 불타올랐다.

‘지금 내 공적치 순위가 1220위정도… 1위랑은 2배 정도 차이군.’

아무리 이안이라도, 공백 기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에, 공적치 순위는 랭킹 밖에 밀려나 있었다.

그나마 근 며칠 동안 미친 듯이 마족들을 사냥했기에 이 정도 순위까지라도 만들어낸 것이었다.

“가자, 무조건 1등 찍어야 된다.”

컴퓨터를 끈 이안은, 능숙한 몸짓으로 캡슐을 켜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부터는 좀 더 공격적으로 공적치를 올려 볼 생각이었다.

*          *          *

이안은 철저히 독립적으로 움직였다.

공적치를 올리는 데는 파티 플레이가 더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어떤 클래스보다도 전투 밸런스가 좋은 이안이라면, 파티를 고수할 이유가 없기도 했다.

심지어 이안은, 얀쿤과 카이자르를 제외한 그 어떤 가신도 대동하지 않았다.

차원전쟁에서 공적치 포인트는, NPC인 가신에 또한 쌓을 수 있는 포인트였기 때문이었다.

그 말인 즉, 소환수와는 달리, 가신이 올린 공적치는 이안에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가신에게 귀속된다는 얘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얀쿤과 카이자르를 대동한 이유는, 마치 보험과도 같은 것이었다.

전장이 열리기 직전, 이안이 얀쿤과 카이자르를 불렀다.

“얀쿤, 카이자르.”

“불렀는가, 주인.”

“왜 그러냐 영주놈아.”

그리고 자신의 전략(?)을 설명했다.

“우린 오늘 전투에서 최전방을 휘저을거야.”

이안의 말에 얀쿤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카이자르는 들뜬 표정이 되었다.

“오호, 그것 참 재밌겠군. 오랜만에 전투 다운 전투를 할 수 있겠어.”

하지만 신이 난 카이자르의 기분을, 이안이 확 꺾어버렸다.

“그렇지만 오늘 내일 전투에서는, 최대한 몸을 사리도록 해. 내 주변을 벗어나지 말고, 날 지켜주는 쪽으로 움직이란 뜻이야.”

한껏 날뛰고 싶었던 카이자르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해졌다.

“나 없어도 죽을 일 없으면서 왜 그러냐 영주 놈아.”

이안이 고개를 저으며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냐, 카이자르. 너랑 얀쿤이 날 지켜줘야 내가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다.”

“크흐음….”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을 하고 있는 카이자르를 보며, 이안이 속으로 투덜댔다.

‘아오, 이 놈은 이제 충성도 70쯤 됐으면 말 좀 잘 들어먹을 때 됐잖아?’

이안은 구시렁거리며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하나 꺼내었다.

이라한을 두들겨 빼앗은, 무려 전설 등급의 투구였다.

“카이자르, 이 아이템 어떻게 생각하냐.”

황금빛 독수리가 새겨진, 한눈에 보아도 돈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고급스런 투구.

카이자르는 순식간에 투구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이… 이런 아이템은 어디서 난 거냐, 영주 놈아.”

이안이 어깨를 으쓱 하며 대답했다.

“그건 네가 알 거 없고. 어때. 좀 마음이 동해?”

“크흠, 크흐음…!”

연신 헛기침을 해 대는 카이자르를 보며, 이안이 피식 웃었다.

“차원전쟁 끝날 때 까지 내 말 잘 들으면 이걸 주겠어. 어때?”

그리고 결국, 카이자르는 전설 투구 앞에 굴복하고 말았다.

“아, 알겠다, 영주놈아. 나만 믿어라. 내가 잘 지켜주도록 하지.”

카이자르를 구워삶는 데 성공한 이안은, 뿌듯한 표정으로 전장을 향해 걸어나갔다.

‘으흐흐, 이라한 이 고마운 놈.’

이라한이 상납한 아이템들이, 이모저모 쓸모가 참 많다고 생각하는 이안이었다.

*          *          *

“와, 이거 진짜 팽팽한데요? 하인스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YTBC 방송국의 직원 식당.

점심식사가 끝난 식원식당에는, 두 사람만이 남아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그 두사람은 하인스와 루시아였고, 그들은 오늘 방송 편성 일정 때문에 제 시간에 식사를 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식사를 하는 와중에도 TV로 다른 방송사의 차원전쟁 중계 영상을 보는 중이었다.

“그러게요. 진짜 전투 양상이 팽팽하네요. 이안의 등장 이후에 어느 정도 전황이 인간계 쪽으로 기울 줄 알았더니….”

“이안이 그렇게 대단한가요?”

하인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여러모로 대단한 유저죠, 이안은. 소환술사라는 클래스로 이렇게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일 수 있는 인물이 이안 말고 또 있을까요?”

루시아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건 그러네요. 확실히 이번에도 이안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반전되었죠.”

하인스가 한 마디 덧붙였다.

“게다가 이렇게 전투 양상이 팽팽하다는 건, 인간계가 훨씬 유리하다는 얘기에요.”

“에… 그건 또 왜 그렇게 되는 거죠?”

“차원전쟁의 침략진영은 마족 진영이예요. 이들의 입장에서는, 영지나 대도시 몇 군데는 점령해야 본전치기를 하는 거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아직까지 영지는커녕, 작은 거점지 하나도 점령된 곳이 없어요.”

“오호….”

“결국 이렇게 치고받고 싸우다가 내일이 되면… 차원 문은 닫히게 되고, 마족들과 마수들은 전부 마계로 되돌아 가게 되겠죠.”

루시아가 말했다.

“그럼 인간계 진영의 입장에서는 방어에 성공한 셈이군요.”

“맞아요, 승전이죠.”

대답을 한 하인스는, 접시에 남아 있던 돈까스를 한 점 집어 먹으며, 다시 TV를 응시했다.

‘결국 이안의 등장으로… 이렇게 반전이 또 이뤄지나?’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인간계 진영은 정말 가망이 없어 보였다.

마기가 폭발할 때 마다 탱커들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야 했으며, 최상급 마수라도 등장하면, 수십의 유저들이 몰살당하는 일은 비일비재 했었다.

하지만 이안이 등장하면서 유저들은 항마력 세팅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결국 이제는 비등한 전투양상을 띄게 된 것이었다.

마침 화면에는 이안의 전투장면이 비치고 있었고, 하인스는 이안이 싸우는 모습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전쟁이 이대로 순순히 끝날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이지…?’

바로 내일이면, 드디어 차원전쟁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이라는 말은, 가장 강력한 웨이브가 시작되는 날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했다.

하인스가 마지막 남은 돈까스를 한입 베어 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과연… 어떤 마수가 소환될지 기대되는 걸?’

하인스는 이제까지 누구보다 많은 카일란의 사건사고를 지켜봐 온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직감이, 이대로 밋밋하게 전쟁이 종료되지는 않을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          *          *

“드디어 마지막 날인가?”

전장에 들어선 이안은, 고개를 돌려 떠오르는 태양을 슬쩍 응시했다.

항상 해가 뜨기 시작하면 시작되어 해가 질 즈음 끝나는 차원전쟁.

이안은 이 차원전쟁이, 그 어떤 컨텐츠보다도 하드한 컨텐츠라고 생각했다.

하루 열 두 시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쉴 새 없이 싸워야 하며,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 조차 무척이나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일반 유저들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한번은 사망패널티를 받는 게 보통이었고, 심지어 최상위 랭커들 중에도, 풀 타임 전쟁에 참여한 이들은 최소 5~6회는 죽음을 경험했다.

그리고 이런 부분 덕분에, 이안이 그간의 공백을 메우고 랭커들의 공적치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한번 사망하면 하루는 날리게 되는 셈이었는데, 가장 적게 사망한 랭커도 5일을 날린 셈이었으니, 그런 것을 감안하면 이안과의 날짜 격차가 더 줄어드는 것이었다.

현재 이안의 공적치 랭킹은 9위.

‘오늘, 실수 안하고 빠듯하게 움직이면 1위 탈환이 불가능한 건 아니야.’

실수란 죽지 않는 것을 의미했다.

한번 죽는 순간, 공적치 1위의 꿈은 물거품이라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이안은 시야 위쪽에 떠오르는 카운트다운을 힐끗 보았다.

이제 남은 시간은 5분 정도.

이안이 옆에 서 있던 카이자르에게 말했다.

“마지막 날이다, 카이자르. 오늘만 좀 더 힘내보자.”

그 말에 카이자르가 피식 웃으며 콧방귀를 꼈다.

“난 언제나 잘 한다, 영주놈아. 네 놈이나 잘 하도록.”

“….”

이안은 카이자르의 뒤통수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은 것을 꾹 눌러 참았다.

‘그래, 괜히 한 대 때렸다가 힘들게 올려놓은 충성도 떨어지면 나만 손해지.’

그런데 그 때, 이안의 어깨 옆 쪽에 둥둥 떠 있던 카카가, 이안을 향해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주인아.”

“음? 왜 불러?”

“저 건너편에서 강렬한 마의 기운이 느껴진다.”

“어어…?”

이안은 고개를 돌려 카카를 응시했고, 카카는 멍한 표정으로 맵 건너편에 있는 마족의 진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카카의 입이 다시 열렸다.

“이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강렬한 마기…!”

식은땀까지 흘리는 카카를 보자, 이안은 슬쩍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뭐, 뭐지? 얘가 왜 이러는 거지?’

하지만 잠시 후, 이안은 곧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이니까 당연히 강한 마수가 등장하겠지? 마계에서 봤었던 발록이나 데빌 드래곤 정도 나오려나?’

그런 괴물이 저 건너편에 있다면, 카카의 이런 반응도 무리는 아니리라.

‘그리고 나에게는 아직 히든 카드가 하나 있으니까….’

품 속에 잘 숨겨 둔 주병신보를 생각하자, 다시 자신감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오늘까지 아껴두길 잘 했어. 위험한 순간에… 그 녀석이 한번 도와주겠지.’

이안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5분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그렇게, 차원전쟁 마지막 전투가 시작되었다.

< (5). 집요한 추격자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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